소설리스트

축따-156화 (156/208)

156화. 모든 예산을 수비에

“건, 마무리해도 돼!”

“하고 싶은 거 해봐, 건!”

“여기 비어 있다!”

시작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아스날 선수들은 평소의 전술과 비슷하게 유건에게 공을 집중시킨다.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지 의심 없이 따라가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슈팅을 하든지, 패스를 선택하든지, 개인기로 돌파를 시도하든지.

프리롤의 포지션에서 하고 싶은 것을 제약 없이 해보라는 팀원들의 말에 자신감을 가지고 팀의 좋은 경기력에 기여한다.

상부상조 되는 그런 아스날 선수단의 플레이는 오늘도 동일했다.

“한 번에 나간다, 캐시!”

“나 돌아 뛴다, 러너!”

전체적으로는 유건이 미친 듯이 날뛸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는 투 볼란치의 진형을 갖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파티노, 카마메니에게서 비어있는 사이드 날개 쪽으로 전환 패스가 나가지 않거나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통해 풀어나가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유건을 지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선수단 내에 정해진 기본 전술로 최대한 그를 도와주는 움직임을 가져가자는 것.

그리고 덕분에 고삐가 풀린 유건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나, 팀원이 방향을 정해준 공격 작업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준다.

“아스날의 최근 경기력은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내년에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디까지 올라갈지 벌써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정말 아르테타 감독이 새로운 강팀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저들이 내년에 챔피언스리그 경쟁을 위해 선수단 보강도 한다면 또 볼 만하겠는데요!”

“기사는 이미 나오고 있죠? 대형급의 중앙 수비수와 로테이션 사이드백들을 노린다고, 이적에 관련된 최근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안준성과 전지우는 아스날이 보여주는 그런 꾸준한 경기력을 계속해서 칭찬해왔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유명 전문가들도 이제는 시선을 모두 바꿔 아스날이 확연히 강팀의 반열에 올라왔다는 것을 인정하며 추측하려 했다.

다음 시즌 아스날의 이적 시장이 어떻게 진행되냐에 따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

“으하, 으하!!”

“나이스 마무리!!”

그런 캐스터들의 칭찬에 힘입어 아스날은 오늘도 승리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반전이 아직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전광판의 스코어는 2:0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얼리 크로스 형태로 올린 유건의 패스를 몸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뻗어 골로 연결시킨 쿠아바.

둘의 호흡으로 골을 만들어냈다는 기쁨은 자연스레 춤을 추게 만든다.

이제는 팬들도 하나둘씩 따라 하기 시작한 그 춤을 말이다.

삐이익-!

“아직 전반전일 뿐이니까 집중하자!

그리고 팀원들이 세레머니를 하는 그곳에서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선수단에게 집중력을 잃지 말기를 요구하는 한 사람.

왼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파티노였다.

‘한 명이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건 바로⋯.’

그런 모습을 보고 주장에게 있으면 좋은 또 다른 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유건.

팀원들과 박수를 치고 추가골의 기쁨에 끌어안는 와중에도 곁눈질로 그 모습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리더쉽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싶었다.

미래에는 아스날에서 정말 주장 완장을 차고 뛰고 싶기도 했고.

***

“제대로 적응하기 시작한 첫 시즌부터 정말 날아다니는군.”

“그때 감독님이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면, 건은 다른 팀에서 뛰고 있겠죠! 이렇게 될 줄 알고 계셨습니까?”

“사실 영입을 주장하는 나조차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저 친구가 그냥 괴물인 거 아니겠는가!”

핫스퍼 스타디움에서의 경기가 후반전 25분을 넘어서는 그 시각, 경기장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아르테타와 코치진.

그들은 지금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싫은 하나의 상황을 가정한 채 생각을 나눈다.

유건이 다른 팀에 가 있었다면 지금 경기력이 압도당하고 멸망 당하다시피 하고 있는 스코어가 우리 팀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에 대해.

게다가 사실 아르테타로서도 외데고르를 장기적으로 대체하면서 몇 년 뒤에는 에이스 자리를 맡아 아스날의 우승을 이끌겠다고 예상했었다.

당장 워크 퍼밋 발급을 위한 반시즌 임대 이후, 데뷔하는 첫 번째 시즌에 이렇게 폭발적인 활약으로 팀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해가 바뀌면서 22살이 된 유건의 행보는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예상을 모두 깨트리면서 발전하고 있었으니까.

“건의 오늘 경기는 계속 보고 싶으니 다른 유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고.”

“쿠아바, 파티노, 마틴 등을 불러들이고 스미스, 클락 등을 준비하게 하지.”

다음 경기가 세비야 FC 원정이었지만, 아르테타는 유건보다 다른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을 택했다.

사실 4:0이라는 스코어로 1차전을 승리한 덕분에 다음 경기는 일부 로테이션을 돌려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더군다나 아직 이번시즌까지는 유건의 자리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으로 경기를 뛸 수 있는 외데고르가 있지 않은가.

워낙 미친 활약으로 유건이 에이스의 자리를 맡고 있고 은퇴를 준비하고 있기에 주전에서 밀린 거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다른 팀에 가면 몇 시즌은 더 주전으로 활약하고 은퇴해도 될 정도의 실력이 아직 그에게는 남아있었으니까.

“소우사의 대체자, 살리바의 파트너를 찾는 게 이번 이적시장에서 우리의 과제가 되겠군.”

“마틴이 은퇴한다면 건의 자리에 뛸 수 있는 유스 선수나 백업 선수가 추가로 필요하긴 합니다.”

“아, 그것도 있었군? 내일 콜니에서 한번 회의를 해보자고! 지난번에 눈여겨보았던 유스 선수들이 발전했다면 따로 영입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는 살리바도⋯.”

그리고 승리에 가까워지는 경기를 보면서 조만간 결정이 필요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다음 시즌에 보강이 필요한 부족한 포지션, 나이가 꽤 있는 선수들의 은퇴를 고려한 장기적인 대체자의 존재.

그것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지금 현재 상황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세상에서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라지거나 아스날이라는 구단이 사라져야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텐데,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였으니까.

그런 이유를 모두 넘어서는 것은 아르테타의 열정이었다.

자신이 꾸린 코치진, 발견해낸 재능으로 꾸린 선수단과 함께 축구계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오는 열정.

삐이익-!

그런 아르테타와 선수단의 귀로 들려오는 기다리던 심판이 청명하게 부는 휘슬 소리.

아스날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팀.

함께 북런던에 위치하지만 경쟁 상대로도 여기지 않는 팀.

맞붙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라도 이겨야 하는 팀.

토트넘과의 승부, 북런던 더비에서 4:0이라는 스코어로 경기가 끝이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휘슬이었다.

아스날이 리그 1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실이기도 했고.

***

“스미스 선수와 클락 선수가 최근 경기를 출전할 때마다 엄청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력도 놀랍네요.”

“1차전에 비해서 사이드 쪽에서 아스날이 힘을 풀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경기가 밀리는 부분이 있지만, 미드필더 지역의 지배력은 놓지 않고 있는 아스날입니다!”

“클락은 원 볼란치 자리에 적응하면서, 스미스 선수는 1군이라는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스텝업을 하면서 그들에게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요.”

“오늘 경험 많은 외데고르가 잘 이끌어주어서 그런지 세 명의 미드필더가 이루는 중앙 지역은 유건, 파티노, 카마메니 조합 부럽지 않아 보입니다!”

바로 연속되는 경기는 세비야로 떠나는 원정 경기였다.

결승에 진출한 FA컵은 상대적으로 일정이 뒤로 밀렸고, 그전까지는 리그 경기와 유로파리그만이 남아 있었다.

원정에서 돌아오게 된다면 리그의 남은 경기 중 가장 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뉴캐슬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스날은 아르테타의 생각대로 로테이션을 가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이라는 1차전 스코어, 꾸준한 성적을 뒷받침하는 유스 및 로테이션 선수들의 엄청난 발전.

특히 카마메니에게 밀렸던 클락과 메짤라 자리에 완벽히 적응하고 있는 유스의 스미스가 많은 발전을 이뤄내고 있었다.

“⋯크윽, 내가 커버 갈게!”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막아줘!”

반면에 미드필더나 공격 라인에 비해 수비 라인이 좀 애를 먹고 있었다.

그나마 공격수에는 꾸준하게 활약해주는 드와이트 콜, 새롭게 영입되어 쏠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윌프레드 자코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로테이션 수비 라인의 경우 아스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선수들이 일부 있었다.

양쪽 사이드백과 중앙 수비수 한명은 경기를 매번 할 때마다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젠장, 수비 집중하라고!”

“져도 이기는 경기여서 대충 하는 거야 뭐야!”

그리고 그런 상황이 가장 싫었던 건 바로 아스날의 두 번째 수문장, 샘 마세코였다.

뛰어난 발밑 기술을 이용한 빌드업을 기본 장기로 삼아 출전 기회를 잡을 때마다 발전해나가는 아스날의 세컨드 골키퍼.

FA컵, 유로파 조별리그까지 전담해서 출전한 덕분에 선방 부분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메우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오늘 세비야의 윙포워드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팀의 수비라인의 정신을 잡아 주기 위해 크게 외친다.

아무리 동기부여가 떨어지게 되는 경기라도 그렇지, 이렇게 쉽게 뚫리면 되겠냐고 말이다.

- 킹갓테타형, 다음 시즌에는 진짜 수비 보강만 하자! 그러면 챔스에서도 확실히 경쟁력 있을듯?

- 진짜 이제 미드필더나 공격수보다는 수비 라인에 집중해서 영입해야 될 듯!

- 살리바 파트너로 설 수 있는 월클 중앙 수비수 오면 일단 베스트 라인업 부상 없다는 가정하에 챔스 우승 경쟁 가능! 인정?

└ 이거 쌉인정. 우선 미드필더랑 공격진 실력이랑 나이를 생각하면 진짜 미친 선수단임.

대부분의 선수들이 로테이션된 오늘의 경기를 보면서 팬들도 그 부분에 대해 우려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아직 주전 포백 라인에 부상이 없어서 좋은 결과를 이어 나가고 있는데, 만약 한 명이라도 부상 당한다면 큰일이었다.

만약 한 명이 로테이션 선수로 대체된다면 라인업에 구멍이 하나 생겨버리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반면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대해서는 공격진의 한 자리를 제외하고는 더블 스쿼드로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다.

유건, 파티노, 카마메니를 1군으로 두고 외데고르, 클락, 스미스를 1.5군 정도, 그 외 나머지 유스 선수들을 후보로 분류하는 미드필더 라인.

러너, 쿠아바, 캐시를 1군으로 두고 콜, 자코를 1.5군 정도, 그 외 나머지 유스 선수들을 후보로 분류하는 공격 라인.

‘⋯공격이 급하지는 않지만 한 명 정도, 그 외 모든 예산을 수비에 집중한다.’

수비라인에 비해서는 확실히 구멍이 상대적으로 적었기에 다음 시즌에 보강해야 할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방향이 보이는 듯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아르테타의 머릿속에서도 수비 라인에 대한 보강이 가장 급해 보였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소 십년은 구단을 이끌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이 있기에 마음이 맞고 스타일이 맞는 적절한 선수로 물색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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