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54화 (154/208)

154화. 축따형 폼 미쳤다

“이제는 안 속는다고!”

“뚫을 생각 하지 마라!”

체프먼에게 한 번 속은 것이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된 이후,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부터 다시 견고하게 아스날의 골문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바로 살리바였다.

덕분에 힐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날리는 무리한 중거리 슈팅만 선방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해내고 있었다.

후반 40분이 지나가는 시점까지 그는 철벽같은 수비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클락, 그까지만 올라가고 멈춰!”

“건, 너도 더 내려와 이놈아!”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 파티노와 카마메니 대신 클락과 외데고르로 3선을 교체하면서 아르테타는 팀의 활동량을 이전보다 더 늘렸다.

수비적으로는 어떻게 보면 강화보다는 약화시키는 부분이었지만, 외데고르의 주도하에 유건까지 거의 3선에 위치하면서 미드필더 지역에서도 상대팀의 공격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캐시를 대신해서 자코를 투입해, 보다 아래쪽 지역에서 러너와 쿠아바가 구성하는 투톱 라인에 곧바로 롱패스를 보내는 한 명의 선수를 더 포진시켰다.

활동량으로 수비력을 커버하면서 실점을 막고, 동시에 한 번에 연결하는 역습을 노리는 전술이었다.

‘⋯젠장, 뚫을 수 있는 공간이 안 보이잖아!’

덕분에 월드 클래스라고 평가되는 토마스 에르난데스마저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유건, 클락, 외데고르에 자코까지 포함하면 중앙 지역에 있는 네 명의 미드필더 라인을 넘어선다고 해도 아스날의 포백 라인에 결국 공격이 다 무산되고 있었기에.

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이 전광판의 시계는 이미 45분을 기록했고, 추가시간이 진행되었다.

“공격다운 공격을 좀 해보라고, 이놈들아!”

“더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챔피언스리그 안 나갈 거냐고!”

시간이 그때쯤 되자, 하나둘씩 응원하는 팀에 대한 비난을 남겨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올드 트래포드 홈팬들.

그들이 보기에는 전혀 동점골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유건과 쿠아바의 합작에 의해서 실점한 이후, 골은커녕 유효슈팅마저 몇 번 가져가지 못했기 때문에.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우리에게는 슈퍼 미켈 아르테타가 있다!”

반면에 그들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가 앉아있는 원정석의 아스날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는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필드에서는 아쉽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최근 몇 년간 그곳과 비슷할 정도로 승리를 가져오기 힘들었던 구장.

바로 이곳에서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너트리는 광경을 보기까지 3분이 채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삐이익-!

“나이스으!!”

“고생했다, 모두들!!”

마침내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 울리는 심판의 휘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들을 밀어붙이던 아스날에게 한 골을 갚아주지 못하면서 패배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좋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이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들어맞는 순간이기도 했고.

시즌 중 가장 힘들다고 할 수 있었던 일정 마지막인 귀중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

[아스날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격파하며 계속해서 프리미어리그 선두 유지!]

[아스날의 승점을 맹추격하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이번 시즌 우승컵의 주인은 과연 어느 팀이 될까?]

[아스날의 감독 미켈 아르테타, “남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미 우리 선수들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이제는 경쟁팀들보다 일정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로운 아스날의 우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이좋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그들은 우승이 목표였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더불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남은 일정 중 강팀과의 경기가 더 많이 남아있었다.

상대적으로 아스날은 같은 8강이지만 유로파리그에 진출하고 있었기에 보다 수월한 일정이었고, 리그에서도 이제 낮은 순위의 팀들과의 경기들만 예정되어 있었다.

[1골 1어시스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MOM에 선정된 유건!]

[아스날의 에이스, 유건은 이제 월드클래스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압도적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아스날의 돌풍을 이끌어가고 있는 어린 선수]

그런 과정에서 유건에 대한 세상의 주목도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약 10경기가 남은 지금 시점에서 리그가 끝날 때 최종적으로 기록할 스텟뿐만 아니라, 그의 움직임을 분석한 칼럼까지 꾸준하게 나올 정도.

심지어 아스날을 좋아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월드클래스 수준이라고 평가받았다.

공격 포인트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가 팀의 경기력 자체에 기여하는 바는 매 경기 대단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 축따형 폼 미쳤다! 이번 시즌 진짜 제대로 터지네

└ 형들 다 간과하고 있는 게 있는데 제일 기대되는 건 뭔지 암? 축따형 아직 22살임

└ 와, 진짜 이렇게 말하니까 새삼 놀랍게 느껴지네! 나중에 어디까지 클지 상상이 안 될 정도인듯

└ 감히 예상해보자면 발롱도르 다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봄!

└ 후안 루이스랑 나중에 번갈아가면서 죽마고우끼리 발롱도르 경쟁하면 그것도 진짜 볼만할 것 같은데

- 아스날 팬으로서 그저 행복합니다. 솔직히 처음에 축따형 올 때만 해도 이렇게 잘할 줄은 상상 못 했음

그리고 사실 이미 축따튜브에서는 팬심을 더해 월드 클래스로 추앙받는 유건이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가 더해지는 요즘이었기에 새삼 느껴지는 게 달랐다.

더불어 채팅창에 나오는 얘기처럼 유건은 아직 22살의 어린 나이였고 충분히 더욱 발전할 여지가 남은 선수.

그가 만들어낼 미래가 얼마나 찬란할지 구독자들이 예상해보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단정 짓거나 상상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발롱도르를 수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챔피언스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어야 했고 그곳에서 경쟁하는 것은 내년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물론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말이다.

“진짜 멋있다!”

“품바 너무 귀엽지 않았어? 뮤지컬이라는거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응응, 진짜 연기력들이 다들 대단해! 오빠 이거 아이스크림 초콜렛 소스랑 같이 먹으면 되게 맛있다.”

그런 미디어들과 팬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그 시각, 유건은 여름과 모처럼의 휴일을 이용해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런던에서는 이제 완전 유명인이 되었기에 모자와 선글라스부터 옷까지 꽁꽁 싸매고서, 라이온킹 뮤지컬을 보고 나오는 길.

여름은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걸어가는 해외 유명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하고, 유건은 그저 동물들의 소리도 실제처럼 흉내 내며 보여주는 뮤지컬 자체에 감탄했다.

보고 난 이후 아이스크림과 초콜렛이 올려진 와플을 먹으며 공원에 앉아 그들은 각자가 느낀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낸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아쉬울 것 같다, 그치?”

“우선 시즌이 끝나면 나도 한국에 같이 갈 예정이긴 하니까! 다시 시작하면 또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

아직 몇 달이란 시간 동안 함께 지낼 둘이었지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여름이 다음 작품 촬영에 들어가게 되면 일정 기간은 떨어질 예정이었으니까.

그런 아쉬운 감정이 목 끝까지 차오른 유건은 결국 내뱉는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우리⋯”

“⋯어, 어? 그, 그게!”

서로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앞당기기 위해서.

이미 유건이 그리는 인생의 미래에는 나여름이 항상 옆에 있었다.

그녀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넌지시 물어보기 시작하는 날이었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결과적인 말을 전해도 늦지 않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

[아스날 FC,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서 웨스트햄을 3:1로 격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웨스트햄과의 경기.

이제 사실상 리그에서 강팀전이라고 평가되는 경기는 뉴캐슬 전과 무조건 이겨야 하는 북런던 더비 정도가 남아있었다.

그 이외의 경기들에서는 이미 모두 승리를 거둘 거라고 예상 받을 만큼 아스날의 경기력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그런 세간의 평가가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의 돌풍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전이 모두 출전하면서 유건의 1어시스트와 함께 3골이나 기록하며 웨스트햄을 격파했으니까.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풀럼을 무너트린 아스날!]

다음 경기에서는 아르테타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하위권에 위치한 풀럼의 경기력을 생각하기도 했고 FA컵 4강전이 경기 이후 며칠 뒤에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스미스, 클락, 외데고르를 중심으로 미드필더 지역을 지배하면서 2:0으로 또 한 번 승리를 가져오는 아스날.

출렁-!

‘⋯나이스! 간만에 성공이다!’

그리고 오늘 FA컵 4강전, VS 크리스탈 팰리스.

유건과 친한 대한민국의 김수영이 세컨볼을 그대로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살리바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게다가 경기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 순간, 유건이 골대로 빨려들어 가는 자신의 프리킥을 보며 주먹 쥔 손을 하늘을 향해 찌른다.

“들, 들어갔습니다! 유건 선수의 프리킥이 또 한 번 아스날을 승리로 이끌어 냅니다!”

“여기 보세요! 이미 국내 축구 사이트들에는 퍼져간 걸로 제가 확인했는데,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정말 데이비드 베컴과 동일한 폼으로 킥을 찹니다!”

“폼만 같으면 이렇게까지 성공률이 높았을까요? 공의 궤적이나 정확도도 레전드 선수와 정말 똑같습니다!”

“김수영 선수나 크리스탈 팰리스의 입장에서는 허탈함이 나올 만한 골입니다! 오늘 경기를 정말 잘 풀어갔었거든요!”

아무리 아스날의 경기라고 해도, 이번 매치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FA컵 4강전이 있었기에 안준성과 전지우는 그 경기에 편성되어 있었다.

비록 그들이 아닌 다른 캐스터들이었지만 오늘 경기의 흥분감을 중계로 지켜보는 팬들에게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종료 직전 터진 유건의 프리킥 버저비터 골은 팬이 아니더라도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잘했다, 건!!”

“이번에 어쩐지 넣을 것 같더라니까!”

“가자고, 결승으로!!”

TV로 지켜보는 팬들과 캐스터들이 그렇게 흥분한 것은 알 수도 없었겠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유건의 머릿속에 그들이 차지할 공간은 없었다.

FA컵 결승에 진출했고 자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기쁨에 그저 구장에 찾아와준 팬들에게 엠블럼을 두드리며 달려가기 바빴으니까.

그런 그의 뒤로 아스날 선수단이 따르면서 자신들의 에이스를 저마다 칭찬한다.

연장전까지 가며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주었기에 말이다.

아스날, FA컵 결승전 진출.

프리미어리그 현재 1위.

유로파리그 8강 VS 세비야 진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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