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53화 (153/208)

153화. 실전에서 이 패스를

스으으-!

“⋯받아!”

공을 받는 것은 아스날의 오른쪽 사이드에 위치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왼쪽 윙포워드.

공격진의 핵심 선수를 대신해서 출전한 유스 출신의 어린 친구였다.

깜짝 선발로 나올 만큼 2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콜업되자마자 출전했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아르테타도 도저히 상대 감독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고 안쪽으로 주로 파고드는 플레이 스타일을 선수단에게 영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그리고 오른쪽 지역이라면 페레이라가 뚫려도 이번 시즌 완벽한 수비수라고 평가받고 있는 윌리엄 살리바가 있었기에 신경을 덜 쓴 것도 없지 않았다.

투욱-! 투우욱-!

“이 자식이⋯!”

하지만 그도 사람이었으니 모든 일대일 상황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맨유의 유스 선수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오다가 공을 왼발로 받아두고는 오른발로 공을 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살리바는 당연히 바깥쪽일 거라 확신했다.

영상에서 본 어린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은 확실히 그런 경향이 짙었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반 박자 빠르게 오른발을 이용해 안쪽으로 치면서 멈칫한 살리바를 제치면서.

티익-!

그리고는 바로 강력한 슈팅.

잔디를 쓸며 날아가는 낮은 슈팅에 순간적인 드리블 돌파를 보고 몸을 움직이던 힐슨이 바로 몸을 날린다.

하지만 그의 팔이 조금 짧았던 건지, 너무 빠른 공의 속도 때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불가능했다.

자신이 지키던 골대에 공이 빨려들어 가는 것을 막아내기는.

힐슨이 뻗어내는 장갑을 살짝 스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힘이 강하게 실려있던 탓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체프먼! 체프먼! 체프먼!”

그와 함께 올드 트래포드를 함성으로 찢어버릴 것만 같은 홈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1군 경기에 처음으로 데뷔하는 유스 선수가 넣은 골이었기에 그들은 평소보다 더욱 크게 박수를 쳐준다.

아직 응원가도 제대로 없는 유스 선수에게 우리 팀의 스타가 되어 활약해달라는 기대감을 섞어서 말이다.

“체프먼 선수가 멋진 골을 만들어냅니다! 살리바 선수를 앞에 두고 저런 자신감은 놀라울 따름이에요!”

“공을 받고 터치하는 과정에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어요! 플레이 영상에서는 사실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은 유형의 선수였거든요?”

“방금 나오는 슬로우 장면만 보더라도 살리바 선수가 그쪽을 의식하면서 오른발 각을 막기 위해 몸의 중심을 옮기는데, 역으로 이용합니다!”

“먼 옛날에 마치 데뷔전에서 아스날을 무너트렸던 마커스 래시포드처럼 데뷔전에서 멋진 등장을 스스로의 손으로 알립니다!”

캐스터들이 새롭게 나타난 강팀의 신성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계로 지켜보는 팬들이라면 꽤 자주 보는 장면에 가까웠는데 오늘은 거기에 경악이란 감정이 섞여 있었다.

체프먼이 제쳐낸 선수는 바로 살리바였고, 그는 확실하게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 후보에 매년 꼽히는 선수였으니까.

더불어 19살의 선수가 득점을 한 덕분에 승리를 거두기라도 한다면 아마 미디어는 난리가 날 예정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확실히 영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팀이기에.

***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는 간단한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좋은 기회에서 골을 넣지 못한다면 따라오는 역습에 실점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는 것을.”

“전반전의 실점에 스스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팀원을 위해서 생각을 바꿔라.”

“열 한 명의 팀원이 함께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누가 실수를 한다면 그것을 커버하고 서포트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체프먼의 득점 이후, 기세가 바짝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에 움츠러든 아스날.

그러나 악착같은 수비로 어떻게든 동점으로 마무리한 뒤 맞이한 하프타임.

45분간의 혈투를 마치고 나온 선발 선수진 앞에서 아르테타는 흥분한 채로 격앙되어 외치는 것이 아닌 침착하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확실히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꼽는다면 토마스 에르난데스에게 쉽게 제쳐진 파티노나 카마메니, 마지막으로 살리바가 언급될 것이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그런 것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어떠한 상황에서든 실점은 모든 팀원의 잘못이니 함께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장, 내가 처음부터 막아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크로스를 잘 올렸으면!”

“헤딩만 따냈어도, 아으!”

물론 이렇게까지 반성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르테타의 말이 끝난 이후 머리를 부여잡고 아쉬워하는 카마메니와 페레이라, 마지막 쿠아바까지.

서로 실점 과정에 연관된 자신의 잘못을 말하면서 혼잣말인 척 팀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이 어린놈들아! 미안한 마음은 내가 제일 크다. 그러니까 안 미안하게, 후반전에 무조건 한 골 이상 넣어버리는 거다!”

“그래, 사실 살리바 잘못이 제일 크⋯⋯, 크흠! 나도 한 번에 뚫려서 미안하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위안해주기 위해 살리바는 베테랑답게 자신을 희생한다.

항상 장난기가 섞인 미소를 띠고 웃고 있지만, 선수단 내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한 배려를 보여준다.

바로 옆에서 장난을 쳐보려다가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과하는 파티노도 있었고.

“자자, 이제부터 다시 한번 해보자고! 이번 시즌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 승리를 따냈다고 이것들아!”

마지막으로 선수단의 마음속에 아르테타가 불을 붙여놓은 팀원을 위한 승리라는 불씨에 외데고르가 기름을 붓는다.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확실히 어려운 상황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고.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모두 뚫어내고 매번 승리했지 않냐고 자신감을 상승시켜주면서 말이다.

삐이익-!

“미안하지만, 우리가 이겨야겠다!”

“걸리적거리니까 비켜라!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하고 승리에 굶주린 상태로 후반전을 맞이한 아스날.

선수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경합하면서, 속마음으로 해도 될 얘기들을 밖으로 내뱉는다.

스스로의 자신감을 계속해서 올리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이었고 그라운드의 공기 위에 자신들이 승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투욱-! 투욱-! 투욱-!

그리고 후반전에 보여주는 그들의 패스 플레이는 더 이상 전반전에 실점 이후 당황하던 아스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마치 맨체스터 시티를 보는 듯한 끊임없는 티키타카 전술.

유건, 파티노, 카마메니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 라인에서 상대의 미드필더들이 공을 터치하지도 못하도록 부드러운 패스 플레이를 보여준다.

“다들 미리 움직여!”

그것을 바탕으로 뿌려주는 유건의 패스는 조금씩, 조금씩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러너, 쿠아바, 캐시로 이루어진 공격 라인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더라도 적당한 타이밍에 넣어주는 유건.

후반전이 흘러갈수록 점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대로 향하는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아스날이었다.

더 좋은 찬스를 맞이한다면 언제라도 꽂아 넣겠다는 듯이 말이다.

스으으-!

‘아웃프런트를 이용해서 저 공간을 노린다면⋯.’

약간 왼쪽에 치우친 빈 공간에서 파티노의 공을 건네받으며 돌아선 유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체프먼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공격을 나오다가 빼앗긴 상황이었기에, 상대적으로 공간은 비어 있었다.

덕분에 두 번 정도 앞으로 치고 나가는 와중에 패스를 할 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코스.

상대팀의 오른쪽 사이드백과 중앙 수비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패스였다.

유건의 발을 떠난 공은 잔디를 쓸면서 그들 사이로 들어가더니 바깥쪽으로 회전하며 중앙 지역으로 휘기 시작한다.

‘⋯허허, 이 미친놈 봐라?’

어떤 패스를 하더라도 유건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미 몸을 움직였던 쿠아바.

덕분에 중앙 지역으로 휘는 패스에 대해서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콰아앙-!

뒤늦게 자신을 마크하던 중앙 수비수가 따라와 보지만, 이미 공간을 점유하고 쿠아바가 뻗고 있는 팔을 파고들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곧바로 골키퍼를 앞에 두고 아주 강하게 슈팅을 날린다.

눈앞에서 이렇게 찬다면 니가 어떻게 막겠냐고 얘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유건이 전달해준 확실한 킬패스를 꽂아 넣음으로써 환상의 파트너라고 팬들이 평가해주는 것을 맞다고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출렁-!

“으하하하, 건! 실전에서 이 패스를 성공시키다니, 미친놈아!”

“내가 언젠가 한 번은 성공시킨다고 그러지 않았냐?”

“아주 잘했다, 이놈들아!!”

자신의 슈팅이 골대를 출렁거리는 것을 보면서도 바로 원정팬들에게 뛰어가지 않았던 쿠아바는 양손을 들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유건을 가리킨다.

그리고 서로 마주친 둘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팬들 앞으로 달려간다.

그런 그들의 등으로 올라타는 캐시와 러너, 다른 선수들은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환상적인 패스와 그에 보답하는 환상적인 마무리로 추가골을 뽑아내면서 앞서나가게 해주었으니까.

- 와, 이게 우리나라 선수도 가능한 거구나. 슬로우 모션으로 봐도 저거 도대체 어떻게 공을 차야 저런 식으로 패스가 나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

- 20년 차 해축 팬으로서 이런 패스는 진짜 미친 선수들이었던 덕배나 모드리치 같은 선수들한테서나 보던 겁니다

└ 진짜 덕배가 시티에서 자주 보여줬던 패스인데, 축따형 덕배 따라 하겠다고 언제 말한 적 있나?

- 맨유 팬인데요, 축따형이 이렇게 어시스트하면 그냥 인정합니다! 이거는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 매 경기 레전드짤 생성해내는 축따형이 진짜 미치긴 한 듯!

아스날 선수들이 한데 모여 세레머니를 하는 사이 중계 화면에서는 골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다시 한번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축따튜브의 팬들은 쿠아바의 슈팅에 대한 언급보다는 유건의 미친 패스에 환호했다.

그들의 채팅대로 이번에 보여준 유건의 패스는 케빈 데 브루잉이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보여주었던 잔디를 가로지르는 아웃사이드 패스와 유사했다.

상대 수비수의 옆쪽으로 빠져나가자마자 중앙으로 휘어지며 팀원에게 전달되었던 수준 높은 스킬.

유건이 활약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리를 바라는 맨유 팬으로서도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킬패스였다.

“이번엔 성공할 거라는 감이 딱 왔다니까!”

경기 재개를 위해서 돌아가는 유건에게 아직까지도 운으로 한 거 아니냐며 물어오는 팀원들.

그들에게 단호하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얘기한다.

훈련 중에 수십 번 이상을 연습했으니, 실전에서 한 번은 써먹어야 되지 않겠냐고 허세를 부리면서.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70.35%]

[두 명의 수비수 사이 공간을 이용하여 골대 앞으로 위협적인 패스를 보내세요 (1/1)]

이제는 사실 단순 허세라고 볼 수 없었던 것이, 유건은 킬패스 부분에서도 이제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이 늘어날수록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창조적인 공간이 자신의 시야에 보였으니까.

후반 26분, 유건의 멋진 어시스트와 함께 아스날이 2-1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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