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51화 (151/208)

151화. 꺾이지 않는 마음

[유로파리그 8강 대진 편성 완료, 유로파리그의 황태자 세비야와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의 매치업 성사!]

[유로파리그 8강 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A컵 4강, 맨체스터 시티 VS 리버풀 빅매치 결정]

[FA컵에서 최상의 대진으로 짜여진 주인공은 바로 아스날!]

리버풀과의 경기가 끝난 이후 아스날 일정은 그나마 한숨이라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유로파리그 8강전과 FA컵 4강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일정이 조금 남아있었으니까.

그리고 일주일에 두 경기씩 진행하던 게 한 번으로 바뀌었으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약 2~3주 뒤에는 다시 유럽 대항전과 컵대회 일정이 포함되어 두 번씩 진행될 거라고 예정되어 있긴 했지만 말이다.

“FA컵 일정은 크리스탈 팰리스로 결정되었네요! 수영이형한테 오랜만에 연락 한 번 해봐야겠는데요?”

“사실 4강전이라는 높은 위치인 것만큼 팰리스는 강팀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야죠!”

“세비야가 유로파리그에서 항상 우승 후보로 불리는데, 그들을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네요!”

일정이 발표되는 그 시각, 올드 트래포드 원정을 떠나는 일정을 기다리며 훈련해오고 있던 유건은 오랜만에 별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방송을 끝내기 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팬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간단히 얘기한다.

유로파 리그는 이제 강팀들만 남았기에 누구를 만나든지 상관없었지만, 사실 FA컵에 있어서 아스날 선수들은 크리스탈 팰리스를 만나길 바랐다.

그들이 이변을 보여주면서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보다는 당연히 이기기 쉽지 않겠는가.

게다가 친한 김수영도 팰리스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그들에 대한 존중심을 표현하면서 마무리한다.

‘⋯수영이형한테 미안하지만 질 생각은 없어.’

방송에서는 그렇게 마무리했지만, 침대로 걸어가는 지금 이 시간 유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지인과의 만남이 예상되는 경기라고 해도 결승전 진출을 위해서 무조건 이기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더불어 전통적인 강호라 불리는 세비야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누르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지난 경기의 패배로 오히려 승리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진 상태였으니까.

“오빠, 방송 끝났으면 달려오라고 했지! 드라마 한다구!”

“가, 갈게!”

그런 생각도 잠시, 안방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당황한 유건.

목소리의 주인공은 런던 집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나여름.

동거를 시작하며 그들은 조금씩 더 서로가 꿈꾸고 있는 서로의 미래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적극적으로 얘기를 꺼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

“지난 경기보다는 훨씬 어렵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토마스 에르난데스, 그가 돌아온 것 하나만으로 그들의 미드필더 라인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력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우리 팀으로 따지자면 건과 비슷할 정도로 존재감이 있는 선수이니까.”

올드 트래포트로 떠나기 전날 밤,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마지막 전술 세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에이스라고 불리는 존재가 복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해야 하는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승리를 거두려면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기 위한 자리였다.

“사실 그가 복귀를 했지만 미드필더 라인의 우세만 놓고 봤을 때는 나는 우리 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공격진과 수비진에 있어서도 다른 팀들과의 비교에서 충분히 우세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뒤에는, 선수들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아르테타였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패배한 그들에게 이제부터는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이 치열한 리그에서 겨우 한 경기만 패배했다는 게 대단한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더 빠르게 움직여야 돼!”

“전체적으로 함께 진형을 이동시키자! 각자 자기 옆 라인 잘 보면서 움직여!”

다음날, 맨체스터 지역에 경기 하루 전날 도착하여 훈련을 하는 아스날 선수단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당장 다음날 경기가 있다 보니 엄청 무리하게 훈련하지는 않았지만 간단한 움직임 세션에서도 그들의 발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모두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조금씩 더 승리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이번 경기를 만약 잡아낸다면 남은 리그 경기에서 최상위권 팀은 없었다.

선수들도 아마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한 발자국씩 더 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맨유만 잡아낸다면!’

중상위권 팀들과의 매치가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을 위협대상으로 보기에는 이번 시즌 경기력이 너무 좋았다.

반년 넘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핵심 선수의 부상이나 이탈이 없다면 최상위권 팀들을 제외하고 맞붙을 때 아스날 승리를 생각하는 것이 정배였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현재 훈련 중인 유건의 머릿속도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상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을 이겨내야만 목표로 하는 성적을 거둘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었으니까.

“최근에 세트피스가 성공적으로 들어간 적이 없지, 우리?”

“꽤 오래되긴 했지! 호버 코치의 능력을 의심할 건 아닌 것 같은데 우리에게 운이 계속 안 따라줬어.”

“그럴수록 더 열심히 연습해보자고! 중요할 때 한 번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막바지로 준비하는 것은 바로 세트피스 전술.

골을 넣기에 페널티킥을 제외하고는 가장 확률이 높은 그 상황에서 아스날은 최근 득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창기에 만들어냈던 몇 번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겠는가.

원정 지역에 와서도 세션이 끝날 때까지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 아직 꺾인 것 같지는 않았다.

***

“토마스 에르난데스에게서 나오는 패스들을 조심하고, 사이드 쪽에서 시작되는 역습 위주의 공격을 막는다.”

“다행인 점은 상대 팀 왼쪽 윙포워드가 부상으로 로테이션이 가동되었다는 점이지만, 대신해서 나오는 유스 선수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플레이 영상만으로 보았을 때는 주력을 위주로 하는 돌파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니, 카마는 오늘 오른쪽 사이드 커버 플레이 위주로 스타트한다.”

“전체적인 진형을 낮게 가져가면서 점유율을 우선시해라! 건은 보다 위쪽에서 프리롤의 포지션을 가져간다.”

워밍업을 끝낸 이후,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아르테타는 마지막 브리핑 시간을 가져가고 있었다.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다행이었던 점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공격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던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것.

대신해서 에이스인 토마스 에르난데스가 복귀함으로써 상반기에 맞붙었을 때보다 경기 자체는 어려워지겠지만, 두 명 다 출전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반면 아스날은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주전이 모두 선발 출전하면서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삐이익-!

“이번 라운드에서 또 한 번 관심이 쏟아지는 매치죠!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랍습니다. 덕분에 최근 쏟아지는 국내 팬분들의 관심은 아스날의 모든 경기에 집중되고 있죠!”

“시즌 시작 전 4위에만 올라가도 성공일 거라던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들은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더군다나 국내 팬분들께서는 유건 선수를 응원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도 하거든요!”

휘슬과 함께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날의 선축으로 시작되는 경기.

한국 시간으로는 토요일 밤 10시 30분이라는 황금 시간대의 경기였기에, 방송사에서도 안준성과 전지우를 편성하면서 팬들의 시청률에 보답을 하고 있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도 그들이 중계진을 맡은 방송사의 시청률이 가장 높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캐스터들이었으니까.

뻐어엉-!

‘⋯이런, 나가겠는데 이거?’

치열하게 중원 싸움을 펼치던 경기에서, 가장 먼저 슈팅을 만들어낸 것은 아스날.

다소 먼 거리였지만 순간적인 턴으로 미드필더의 압박을 벗겨내자마자 한 번 앞으로 친 뒤 바로 강하게 때려본 유건이었다.

오른발로 골대의 왼쪽 구석을 노리고 체중을 실어 찬 슈팅은 가다가 살짝 안쪽으로 휘어지기 시작한다.

의도하긴 했지만 임팩트가 부정확했다는 유건의 느낌과 함께였기에 회전이 부족하긴 했지만 말이다.

퍼엉-!

하지만 코스 자체가 발등에 맞는 감각과는 다르게 꽤나 날카로웠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가 캐칭으로 잡아낼 순 없었다.

펀칭과 함께 코너 라인으로 나간 공은 아스날의 첫 세트피스로 연결되었다.

- 이제 아스날이 세트피스에서 한 골 터트릴 때가 됐는데, 오늘은 터지려나?

- 살리바 머리에는 간간이 맞았었는데 생각보다 안 들어가는 게 매번 아쉽던데

- 튕겨 나오는 거 축따형이 그냥 슈팅으로 갈겨버리자

- 오, 선수들 자리 잡는 거 보면 뭔가 준비한 것 같은데?

축따튜브의 채팅방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득점을 꽤나 오랜 기간 기다리고 있었다.

유건의 직접 프리킥 골 이후 득점으로 연결된 순간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 염원이 선수단에게 들리기라도 했는지, 지금 중계화면에 비치는 아스날 선수단 내 키가 큰 선수들은 골대 바로 앞이 아니라 조금 거리를 두고 뭉쳐 있었다.

키커가 공을 차는 즉시, 정해진 자리로 흩어질 거라는 것을 암시라도 하는 것처럼.

휘이익-!

러너가 아스날이 바라보는 방향의 왼쪽 코너 플랫에서 킥을 찼다.

중앙쪽으로 휘어들어 가는 것을 의도해서 오른발의 인사이드 쪽을 공에 가져다 대면서 말이다.

그와 동시에 뭉쳐 있던 키가 큰 아스날 선수들은 한 번에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골대 앞으로 전진한다.

퍼지지 않고 동그란 원 형태로 뭉쳐진 그대로.

물론 그 이외의 선수들은 골대 양옆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타앗-! 타앗-!

“머리에 맞혀!”

각자 밟고 있던 잔디에서 다 함께 준비하며, 공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양 팀 선수들은 하나둘씩 도약한다.

사실 아스날 선수단들에게 약속된 움직임이긴 했으나 마무리를 짓는 사람 등의 구체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새롭게 세트피스 전술을 연습하면서 돌아오는 가장 첫 번째 코너킥 상황에서는 약속한 게 이거였을 뿐.

세 명 이상이 뭉쳐서 만든 원형 형태의 진형에서 단 한 명의 머리에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쭈우욱-!

“⋯크윽, 그래도 못 막아!”

“내가 먼저 처리한다!”

공이 다가가는 그 순간, 골대 앞에 밀집된 수많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몸싸움이 펼쳐진다.

카드를 받지 않을 것 같은 선에서 팔로 상대의 몸을 감싸는 구조로 뻗으며 점프 자체를 방해하는 선수들.

점프를 뛴 상태에서도 서로의 유니폼을 잡으며 경합하는 선수들.

각자 몸을 부딪치고 있는 선수와 저마다의 경합을 하고 있었지만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모두 동일했다.

지금 이 순간, 날아오고 있는 공을 응시하는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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