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성공의 어머니
“끝까지 틀어막자!”
“이제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더 버텨내면 된다!”
“마지막까지 집중해!”
아스날 선수들이 외치는 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지기를 기다리면서 멈추지 않았다.
동점골 이후 우세하던 공격 과정을 이용해서 추가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클롭이 그에 맞춰 두 명의 교체를 가져가면서 전술을 변경했다.
덕분에 아스날로서는 다시 골대 앞까지 다가가기가 애매해지고 유효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그런 양상을 본 뒤 미켈 아르테타의 대응책은 수비적인 진형으로의 변경이었다.
유건을 대신해서 클락을 넣고, 러너를 대신해서 중앙 수비수를 넣으며 쓰리백으로 변경했다.
후반전이 종료될 때까지 현재 동점의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비 라인 신경 써!”
“소우사, 페레이라! 중앙 지역까지만 올라가는 거 잊지 마!”
“힐슨, 뒤에서 우리 위치 조정해줘!”
그것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스날 선수단 내의 핵심이자 월드클래스 수비수, 살리바였다.
중앙 수비수 세 명으로 이루어지는 최종 수비 라인을 컨트롤하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하는 게 그의 첫 번째 역할.
더불어 사이드 지역에서 미드필더를 지원하며 수비 라인에 앞선 일차적인 방어를 담당하는 사이드백들의 위치까지 조정해준다.
마지막으로는 골키퍼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공간이 비어있지 않도록 팀원들의 자리를 지정한다.
“크, 리버풀 공격 살벌하네 진짜!”
“오빠,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부정 탄다구요.”
“내가 대신 미안해, 여름아.”
상대는 리버풀, 그것도 홈구장이다보니 패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상대팀 공격 과정에 감탄하는 최창훈.
그것을 보며 부정 탄다는 여름과 그녀에게 사과하는 박하린이 있었다.
유건에게 할당된 안필드의 VIP 좌석에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 따라 나온 그들이 나누는 대화.
그것만 듣더라도 현재 경기 양상은 아스날이 조금 밀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버트, 준비는?”
“몸은 다 풀어서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교체할까요?”
“바로 진행하지.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
그런 이유로 아르테타는 수석 코치와 함께 또 다른 방안을 생각 중이던 찰나였다.
후반 35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체력이나 또 다른 문제나 변화 등의 이유로 충분히 교체를 할 만한 시간.
조금 더 수비적인 교체로 남은 시간을 버티려는 작전이었다.
무승부를 지켜서 결과적으로 승점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삐익-!
“아르테타라면 지금쯤 교체할 줄 알았다고, 우리도 곧바로 교체 이어서 가자고!”
“알겠습니다, 클롭 감독님!”
그리고 그런 아스날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기다렸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아스날 벤치에서 예상했던 움직임이 보이자 자신들도 준비하던 선수를 교체시키며 전술 변경을 시도한다.
그렇게 이번 시즌 두 천재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오늘의 매치에서 마지막 변화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에 따른 승리의 결과를 누가 가져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
“막아야 되는데!”
‘⋯제발, 막아라 힐슨!’
하지만 이번에 신은 어떤 팀의 손을 들어줄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후반전 종료 직전까지 리버풀이 공격을 하고 아스날이 수비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으니까.
정말 경기가 끝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마지막 공격 작업을 가져가는 리버풀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아스날 벤치에서는 힐슨의 이름을 부르며 슈팅을 막아달라고 외친다.
“어, 어⋯?”
그러나 오늘은 리버풀의 운이 더 좋았던 하루였다.
그들의 공격수가 멀리서 때린 중거리 슈팅을 막기 위해서 발을 뻗으며 블로킹을 시도한 아스날의 왼쪽 사이드백 소우사.
골대와 그리 멀지 않게 위치하고 있던 그의 다리를 맞고 힐슨이 몸을 날리던 방향과는 공이 갑자기 반대로 굴절되었다.
당황한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아스날의 수문장이었고, 손을 재차 뻗어내도 닿지 않는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몸은 공중에 떠서 한쪽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
출렁-!
“으하하하, 이대로 아스날을 잡아보자!”
“이제 1위랑 1점 차이밖에 안 난다!”
골을 넣은 선수는 리버풀의 오른쪽 윙포워드.
빠른 주력으로 보여주는 스프린트, 양발 모두 정확하고 강력한 슈팅이 가능한 수준의 박준철보다 활약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도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특유의 탄력과 키핑력을 이용해서 경기를 보다 쉽게 풀어주는 존재였으니까.
그가 주발인 왼발로 멀리서 강하게 찬 슈팅이 굴절되어 골이 들어갔던 것이다.
홈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포효와 함께 세레머니를 하더니, 이내 곧 주변에 있는 팀원들에게 외친다.
오늘 맞붙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과 이제 승점 단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리, 리버풀이 아스날을 잡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버저비터 골이 터져버립니다!”
“저런 식으로 갑자기 굴절이 된다면 힐슨으로서는 솔직히 어떻게 할 수가 없죠! 방금도 이미 반대쪽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거든요.”
“아르테타가 눈을 감으면서 머리를 부여잡네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죠”
“아스날의 무패 행진이 여기서 마감을 하게 될 것 같죠? 무패 우승이라는 기록은 정말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는 기록이 되고 있습니다!”
안준성과 전지우가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나오는 버저비터 골이었기도 하고 오늘 경기의 결과는 프리미어리그의 순위표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3분여가 흘러가는 시각 다시 한번 골을 터트리는 리버풀.
남은 시간 자체가 많이 없다 보니 재차 아스날이 동점골을 넣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삐이익-!
“젠장, 한 번만 더 버텨내면 되는 거였는데!”
“다들 너무 낙심하지 말고, 이제 한 경기 졌을 뿐이야! 고생했다 다들.”
그런 현실을 뒤엎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래 지나지 않아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울분을 터트리며 애꿎은 잔디를 주먹으로 치는 힐슨을 비롯한 아스날 선수들.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않거나 교체된 이후 벤치에 앉아있었던 선수들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경기장 안으로 입장한다.
마주치는 팀원들에게 한 마디씩 위로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패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모두 똑같겠지만 직접 경기를 뛴 선수들의 마음이 더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모두 미안하다, 오늘은 내가 변경하려 했던 전술의 의도가 클롭 감독에게 모두 읽혔다!”
“여러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오늘 패배는 순전히 나의 실수다.”
“그럼에도 믿고 뛰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리버풀 선수들과의 인사를 마치고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온 아스날 선수들은 이번 시즌 익숙하지 않았던 패배의 충격으로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경기에서 실수했던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며 후회스러운 감정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선수들의 남모를 우려들을 모두 종식시켜 주는 것은 바로 한 사람의 말이었는데, 오히려 미켈 아르테타가 선수단과 코치진들에게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변경했던 수비적인 전술로의 변경이 틀렸다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고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덧붙이는 고생했다는 말도 패배감에 가득 찬 모두를 위로해주었다.
“보스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희도 앞으로 조금 더 열정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에 화답하는 선수단의 대표는 오랜 기간 주장 역할을 맡고 있는 마틴 외데고르.
침묵 속에서 아르테타의 얘기만을 듣고 있던 팀원들 중간에서 그가 외친다.
감독님만의 잘못이 아니니 우리도 앞으로 더 이를 악물고 경기를 뛰겠다고.
‘⋯그래!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으면 돼!’
‘주장이라는 자리는 저렇게⋯’
그 장면들은 유건에게 마음속으로 느끼는 발전의 한 요소가 되었다.
그동안 지켜보았던 외데고르가 선수단을 이끄는 방법 등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패배를 이겨내는 순간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패배로부터 부정적인 감정만 받아들인다면 좋지 않겠지만, 긍정적인 요소만 받아들인다면 오히려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불리지 않는가.
***
[리버풀에게 발목이 잡힌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한 경기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약팀이 된 건 아닙니다. 선수단은 하나로 똘똘 뭉쳐 있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안필드는 언제나 느끼지만 승리를 가져가기 최고로 힘든 경기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클롭 감독의 전술 또한 더할 나위 없잖습니까?”]
[아스날의 캡틴 마틴 외데고르, “감독님의 전술은 환상적이며 선수단 모두가 100% 신뢰합니다. 이번 경기의 패배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스날의 에이스 유건, “지난 경기를 잊고 다음 경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팀에게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경기 이후 나간 인터뷰와 기사에서도 비난보다는 위로가 주를 이루었다.
그동안 시즌을 너무 잘 진행해왔기도 하고, 1패를 겪은 지금 상황에서도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스날이었기에.
더불어 질주하던 게 멈추면 보통 좌절하여 정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인터뷰 내용에서만 보더라도 패배에 대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당장 다가오는 다음 경기를 어떻게 승리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어떤 장면에서 실점을 하고 잘 안 풀렸던 플레이에 대해서 분석은 하겠지만 말이다.
- 이번 패배에 대해 아스날 팬이 느끼는 감정이요? 그저 감사합니다. 킹갓 아르테타, 킹갓 축따!
└ 솔직히 이번 경기에 큰돈 배팅하지 않은 이상, 누가 욕하겠음? 진짜 그냥 찬양하는 게 정상임!
- 맨유 팬으로서 두렵습니다. 챔스권으로 가는 길목에 제일 큰 장애물이 아스날전이었는데, 그거 지금 더 커졌음
└ 리버풀한테 두들겨 맞은 거 우리 팀한테 화풀이할듯? 토마스가 복귀했다지만 너무 불안하네
- 그래도 프리미어리그 우승권은 이제 진짜 재밌어지네. 시티, 리버풀, 아스날 3파전인듯!
└ 우리팀 4위인데 3위랑 승점 10점 이상 차이나는 거 보고 포기함. 그들만의 세계였는데 거기에 제일 먼저 가는 게 아스날이 될 줄이야!
축따튜브에서는 이번 경기의 결과에 대해 여러 팀의 팬들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아스날 팬이었던 사람들은 그저 아르테타가 보여주는 이번 시즌 성적에 행복함이 가득했고, 한 경기 패배로 치부하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 다음 경기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맞붙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은 패배하고 각성할 아스날을 두려워했다.
다른 팀 팬들은 우승 경쟁에서 어떤 팀이 이기게 될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유스 및 로테이션 선수들 위주로 출전했던 리그컵에서 탈락한 이후 또 한 번의 패배를 경험한 아르테타의 아스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