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49화 (149/208)

149화. 이대로 끝난다면

“리버풀이 엄청난 역습을 통해서 선제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아, 정말 멋진 과정이었습니다.”

“박준철 선수의 마무리도 뛰어났지만 과정 자체가 완벽했거든요? 세트피스 이후에 이런 역습이 나온다면 상대팀으로서는 막을 수가 없죠!”

“감히 한 번 말해보겠습니다! 방금 리버풀의 모습은 예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골인 박지상,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의 역습 같았습니다!”

“감히라뇨?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해당 장면은 아직까지 역대 최고의 역습 장면을 꼽는다면 꼭 포함될 정도거든요!”

전반 42분에 터진 리버풀의 선제득점.

아스날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따낸 이후 단 세 명만이 참여하여 골대까지 순식간에 접근해서 만들어낸 골.

과정에서부터 박준철의 순간적인 가속을 섞은 드리블 이후 슈팅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순위가 더 높은 팀이라고 해도 실점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할 수 있어! 두 골 넣으면 된다고!”

“건 말이 맞아. 아직 우리에게는 45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잖아!”

“이 자식, 이제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하지만 그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어떤 것으로 선택하는지는 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런 멋진 골을 먹힌 덕분에 좌절하면서 포기하면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팀도 있을 것이다.

그 반면 지금 이 순간 하프타임을 맞이한 아스날의 라커룸처럼 역전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유건의 화이팅에 이어 오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파티노가 말을 받아서 승리를 위해 노력하자고 외친다.

벤치에 앉아있지만 영원한 아스날의 캡틴 외데고르는 기특한 유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하고 있었고.

“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가도 된다.”

“파티노와 카마에게 중앙 지역의 점유를 일임하고 공격에 집중해라.”

그리고 후반전을 위해 경기장으로 나가기 전, 아르테타가 개인적으로 유건에게 지시하는 세부 전술은 공격에 치중하라는 말이었다.

상대적으로 더 압도하고 있는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할 후반전을 준비하는 천재 감독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점유율이 조금 떨어지게 될지라도 공격 작업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그런 변경점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 유건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사실 그뿐만 아니라 아스날 선수단이라면 이미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 시즌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훈련 세션에서부터 선수들 간의 식사 자리, 선수들 가족을 초대하여 구단과의 유대감 증폭, 그 외에도 한 팀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사소한 배려들.

아르테타가 아스날에 불러온 그런 변화의 바람이 단 한 시즌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던 건 행운이 따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삐이익-!

“리버풀! 리버풀! 리버풀!”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시작되는 후반전.

공격에 집중하라는 말과 함께 유건이 들었던 얘기는 방향은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감독의 말.

지금부터는 유건이 아르테타의 그런 믿음에 보답할 시간이었다.

***

“러너, 한 템포 빠르게 움직여!”

“쿠아바, 직접 마무리해도 돼!”

“페레이라가 오버래핑 올라올 때 패턴 다양하게 가자, 캐시!”

그리고 팀원들도 엄청난 신뢰감으로 유건의 플레이를 뒷받침해주었다.

이제 전문가들의 평가뿐 아니라 선수단 내에서도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었고, 가장 중요한 상황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받고 있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미친 듯이 증명하고 있는 실력에 비해 자만심을 가지지는 않았으며 팀 내 분위기를 좋아지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선수.

그런 유건이었기에 후반전에 선수들에게 망설임 없이 움직임을 요구할 수 있었고 팀원들은 그에 따랐다.

‘⋯안 통하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덕분에 그를 이끌어가는 유건은 한 번의 공격이 실패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다음 선택지로 넘어갈 수 있었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하기에는 남은 후반전 시간이 1초라도 아깝게 느껴졌으니까.

곧바로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캐시가 러너 자리로, 러너가 중앙, 쿠아바가 우측으로 자리 바꿔줘!”

이번에 유건이 써보려 하는 것은 바로 변형 전술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진의 스위칭을 이용해서 수비 라인에 균열을 내는 것.

수비수들은 전반전 내도록 기존에 마크하던 선수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기에 꽤 효과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전술 중 하나였다.

특히 오늘 같은 경우는 피지컬을 놓고 따진다면 리버풀의 왼쪽 사이드백은 쿠아바와 경합을 할 수 없을 정도.

중앙 지역에서 헤딩을 포기한다는 말과 동일했지만 유건은 캐시와 러너가 다른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어줄 것을 믿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유건의 팀인 아스날의 공격 라인이었으니까.

뻐어엉-!

유건의 뒤에 있는 파티노와 카마메니도 그 스위칭을 알아보고 롱패스로 오른쪽 사이드를 노린다.

중앙보다 훨씬 프리한 상황에서 트래핑이나 헤딩 처리를 할 수 있었던 쿠아바 덕분에 짧은 패스가 아니라 롱패스를 하는 경우에도 쿠아바가 소유권을 유지해준다.

그 말은 공격을 스타트하는 지역이 중앙에 있는 유건뿐만 아니라 오른쪽의 쿠아바가 키핑을 통해 또 다른 루트로 공격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

그런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공격을 하는 아스날 선수단 때문에 리버풀의 수비에는 조금씩 균열이 나고 있었다.

- 이제 조금만 더 하면 한 골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크, 축따형이 뿌려주는데 계속 한 끗 차이로 모자라네

- 쿠아바나 캐시, 러너가 한 건만 해주면 좋겠다! 오늘 리버풀 수비진 폼이 진짜 미쳤네

└ 진짜 이유가 이거 때문임. 다 뚫어도 골키퍼가 저렇게 막아버리면 어떤 팀이 와도 골 못 넣을듯

사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달라진 아스날은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축따튜브 구독자들은 안타까운 반응을 채팅창에 쏟아내고 있었다.

이제까지 리버풀의 골대는 단단했고 거기 근처까지 공을 몰고 가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후반 15분을 기점으로 아스날이 기록하는 유효 슈팅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유건이 팀원들에게 스위칭을 제안하고, 공격 라인의 위치가 서로 바꾼 그 시점.

바로 그 순간을 기준으로 조금씩 위협적인 공격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아스날이었기에 축따튜브의 팬들은 조금씩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뻐어엉-!

“쿠아바, 일단 컨트롤! 뒤에 붙는다!”

이번엔 왼쪽으로 이동해있던 쿠아바에게로 향하는 긴 패스.

사이드백의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피지컬을 이용해 비어있는 공간으로 보내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 상황에서 골까지 연결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투욱-!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단순하게 가자! 슈팅각이 나오면 때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유건의 한 선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빈 공간이 나올 때까지 재거나 망설이지 않고 골대가 보이면 슈팅으로 가져가자는 그의 외침.

이후부터 아스날 선수들은 리버풀 골대 근처에서는 패스보다는 슈팅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플레이한다.

공격진뿐만 아니라 파티노, 카마메니 그리고 심지어 소우사나 페레이라까지 중거리에서 슈팅을 선택했다.

거리가 멀어서 골인할 확률보다는 막힐 확률이 높긴 하겠지만, 노리는 건 세컨볼이었다.

퍼엉-!

“⋯크윽, 미안! 클리어 좀⋯”

멀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최정상급 선수들의 슈팅이었고, 바운드가 섞이며 급속도로 빨라지는 경우에는 캐칭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고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도 캐칭보다는 펀칭으로 걷어내야 했다.

바로 지금 리버풀의 수문장이 파티노의 슈팅을 손으로 쳐내며 주변의 팀원들에게 클리어를 부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러너⋯!’

하지만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유건의 눈에는 세컨볼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보이고 있었다.

펀칭이 정확하게 되지 않아 세컨볼이 바로 골대 앞으로 떨어졌고, 그곳에는 스트라이커의 위치에 자리하던 카일 러너가 있었다.

주력이나 순간적인 가속도만 놓고 따진다면 아스날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그가 말이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건은 간절하게 기도한다.

토옥-!

골대 바로 앞이었기에 러너는 강하게 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슈팅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날려서 잔디에 넘어져 있던 골키퍼가 재차 움직이는 것만 관찰할 뿐.

그가 다시 한번 몸을 끌어올려 러너의 슈팅을 막기 위해 달려들어 보지만 소용없었다.

땅볼 슈팅을 예상하고 하단으로 몸을 날리다가 칩슛 형태로 퍼올려진 공을 보고 손을 뻗었음에도 이미 닿지 않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와아아아-!

“으하하,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올 줄 알았다니까!”

러너의 골이 리버풀의 골대를 흔드는 순간, 안필드에서 함성을 내지르는 주인이 바뀌었다.

홈팬들이 실점에 당황하는 사이 원정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렇게 응원을 주도하는 원정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엠블럼 세레머니를 하는 러너였다.

“러너, 나이스 마무리였어!”

“거기서 칩슛으로 마무리할 줄은 몰랐다고! 평소처럼 막힐 줄 알았는데?”

“⋯입 닥쳐, 쿠아바!”

그리고 공격진 선수들인 캐시, 쿠아바는 재빠르게 다가가 팀원의 멋진 활약에 대한 칭찬을 건넨다.

물론 깐족대면서 놀리는 쿠아바도 있었지만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소속된 팀의 승점을 벌어다 주는 팀원이 싫을 리가 있겠는가.

“리버풀 선수들, 집중력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해서 아스날이 공격에 성공하고 있거든요?”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펀칭하려고 했던 슈팅이 생각보다 강해서 골대 바로 앞에 떨어졌네요.”

“더불어 사실 러너 선수의 움직임이 좋긴 했죠? 운과 실력이 모두 따랐던 골이 터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러너 선수가 넣은 동점골은 어쩌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골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세레머니가 끝나가는 시각, 후반전에 터진 아스날의 동점골을 언급하는 안준성과 전지우는 이런 경기 양상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유건이 제안한 공격진의 스위칭 이후 계속 밀리던 리버풀이었기에 남은 시간 동안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게다가 이번 골은 두 팀에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도 얘기했다.

현재 1위, 2위에 랭크된 두 팀은 승점 4점 차이.

실시간으로 따진다면 1점 차이로 따라왔던 리버풀을 다시 4점 차이로 떼어놓는 골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대로 끝난다면!’

‘⋯이겨야 된다, 제발!’

아스날 선수들은 승리도 좋지만 오늘 경기만큼은 이대로 끝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리버풀 선수들은 무승부는 바라지 않고 승리만을 바랐다.

승점 차이를 4점보다는 1점으로 따라잡아야 역전각이 보일 테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