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여긴 안필드라고
“오늘 정말, 정말로 기대되는 매치입니다! 만약 리버풀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면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되거든요?”
“맞습니다! 더군다나 국내 팬분들께서는 박준철 선수와 유건 선수의 두 번째 만남이다 보니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실 겁니다.”
“에미레이츠에서는 아르테타 감독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안필드에서 클롭이 만들어가고 있는 기록은 정말 어마어마하거든요!”
“두 명장 감독의 용병술도 기대가 되는 오늘입니다! 이제 곧 시작할 예정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아, 터널에서 박준철 선수가 유건 선수의 목을 감싸고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네요! 선후배 사이가 정말 친밀해보입니다.”
“이 장면만 본다면 저 두 선수들이 잠시 후 경기장 안에서 치고받는다는 게 상상이 쉽게 안 됩니다!”
안필드 안으로 입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양 팀 선수들.
아스날과 리버풀의 매치 이전에 다시 한번 돌아온 유건과 박준철의 만남 때문에 이미 엄청난 시청률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보며 관심이 집중된 경기의 중계를 맡은 안준성과 전지우 캐스터는 미리 중계화면을 틀어놓은 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진행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더 팬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채널을 돌리지 않게 하는 것에는 캐스터의 존재도 큰 역할을 하기에.
오늘은 프리미어리그의 1위를 놓고 다투는 자리이니만큼 보다가 멈추는 축구팬은 없겠지만 말이다.
“리버풀! 리버풀! 리버풀!”
경기가 시작하는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안필드의 홈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엄청난 응원을 내뱉는다.
마치 아스날 선수들에게 “감히 여기서 승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듯이.
반면에 리버풀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소리였고.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장관이네.’
그것을 보고 있는 유건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 헤타페 CF, 용인 FC, 그리고 현재 아스날.
그가 느끼기에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어떤 곳의 응원도 이곳 안필드의 응원에 비한다면 조금 모자란다고 느껴졌다.
말로만 들어오다가 실제로 보는 지금 이 순간, 장관이라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우린 어떤 팀에게도 지지 않는다.”
“시끄러운데 좀 조용하게 만들어주자고!”
그러나 그런 선수들의 감탄들이 아스날 선수단에게 상대팀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그런 일은 없었다.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그들은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1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에 따른 자신감은 충만했기에.
세계의 어떤 팀이라고 해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패배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이미 강팀의 반열이 올라 있었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기 위해 선수단을 독려하는 파티노.
그리고 그 옆에서 기세 좋은 허세를 부려보는 유건을 마지막으로 경기 준비를 마친다.
삐이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걸려있는 것이 많은 오늘의 경기가 시작된다.
안필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과 함께.
***
- 양팀 수준 진짜 개미쳤다. 중하위권 팀들이랑 비교해보면 패스 돌아가는 거 차원이 다른 정도임
- 아스날 미드필더진 클래스랑 뎁스 이렇게 만들어주신 킹갓 아르테타 감독님 사랑합니다!
- 아니 0대0인데 경기 이렇게 재밌는 거 실화임? 최근 본 경기중에 제일 재밌음
- 서로 공 잡으면 어떻게든 미친 듯이 상대팀 골대까지 끌고 가려고 하고 마무리 짓고 내려오는 게 대단한 것 같음!
시작된 경기는,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이 스스로도 모르게 감탄을 채팅으로 표현하는 걸 멈추지 못하게 했다.
두 팀의 날이 서 있는 경기력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고, 바로 일전에 아스날이 치렀던 맨체스터 시티전보다 더 재밌었다.
그들은 티키타카를 이용해서 점유를 하다가 파고드는 플레이를 주로 했었기에 사실 경기 자체가 루즈해지는 시간들도 적지 않았다.
반면에 아스날은 동일한 패스 플레이를 좋아하지만 템포를 올리고 측면보다는 전진 패스를 많이 활용하면서 리턴을 주고받으며 뚫고 나가는 스타일.
그런 팀과 엄청난 활동량에서 나오는 압박을 위주로 끊임없이 상대팀의 수비 라인에 균열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리버풀이 만났으니 어땠겠는가.
“파티노, 다시!”
“카마, 조금 더 높게까지 올라와 줘야 돼!”
“캐시, 중앙으로 올릴 때는 타이밍 조금만 빠르게 가져가 줘!”
경기장 내에서 외치는 아스날 선수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유기적인 플레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의 소통이 필수였고, 상대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세의 한 부분이었다.
“뭉쳐서 수비해!”
“각자 마크 놓치지 마!”
“건은 돌아서기 전에 막아내야 돼!”
리버풀 선수들도 만만하지 않았다.
특히 그들은 홈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평소보다 힘찬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준비해온 전술대로 각자 한 명씩 마크하고, 유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집중적으로 붙잡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템포가 너무 빠른 감이 있는데, 한 골만 우선 넣으면!’
그래서일까, 유건이 중앙 지역에서 템포를 늦춰야 될까에 대한 고민을 손쉽게 놓지 못할 정도로 두 팀은 쉴 새 없이 치고받고 있었다.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들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고 싶었고, 수비 상황에서는 치고 들어오는 그들을 막아내는 것에 급급했다.
하지만 만약 득점을 성공한다면 조금씩 템포를 늦추는 양상으로 가자고 팀원들에게 외칠 거라는 다짐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경기장 내에서 가장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있는 사람이 유건이고, 아스날 선수단 내에서 인정받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흥분할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는 그렇게 팀의 흥분을 조절해주는 선수의 존재가 꼭 필요했기에.
“아으, 진짜! 미안해 이번엔 될 줄 알았는데!”
“오늘 얘네 수비 너무 빡세게 하는데?”
그리고 그게 필요했던 이유는, 평소보다 조금 흥분한 아스날 선수들의 폼이 꽤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왼쪽 윙포워드로서 안쪽으로 파고들어 오며 오른발로 감아 차는 슈팅이 일품인 러너는 계속해서 골대를 벗어나는 슈팅을 날렸다.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 드리블로 뚫고 나가는 캐시는 오늘 리버풀의 왼쪽 사이드백에게 번번이 막히고 있었다.
더불어 중앙에서 믿음직하게 항상 마무리를 해주던 쿠아바조차 중앙 수비수 둘에게 막혀 고전했다.
“이번에도 빠져나오는 아스날 미드필더진입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압박에 고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풀어 나오는데요?”
“유건 선수와 파티노 선수의 움직임은 정말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부드럽습니다. 어떻게 팀원들의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항상 가 있는 걸까요!”
“우리 박준철 선수에게 고전하고 있지만 페레이라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가 없죠! 최근에 준철 선수가 저렇게 막힌 적이 없거든요!”
“정말 오늘 양팀의 수비 라인은 견고하고 점유율이 높은 아스날이 미드필더진에서 우세, 유효슈팅을 더 만들어낸 리버풀이 공격 라인에서 우세를 점합니다!”
그러나 아직 실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분투하고 있는 아스날 미드필더 라인과 양쪽 사이드백 덕분이었다.
중앙 지역에서 리버풀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는 미드필더들과 리버풀이 자랑하는 왼쪽, 오른쪽 윙포워드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소우사와 페레이라.
박준철이 페레이라보다 빠른 주력을 이용해서 몇 번 돌파에 성공했으나 살리바가 커버해주었다.
덕분에 오늘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두 팀의 공격 라인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짓느냐에 따라 달리게 되었다.
물론, 캐스터들이 중계하는 대로 유효슈팅을 만들어낸 횟수는 리버풀이 더 많긴 했지만.
뻐어엉-! 퍼엉-!
“더 확실히 막아야 돼!”
“건이 잡을 때마다 위험한 상황이 된다!”
하지만 그 말이 아스날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반 33분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방금 때린 유건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좋은 선방에 막혔으니까.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밀집된 수비들을 피하기 위해 정확도에 치중한 슈팅이었다보니 코스가 좋았음에도 득점을 하지 못했다.
휘이익-!
이어지는 코너킥을 차는 주인공은 바로 캐시.
오른쪽 지역에서 진행되는 세트피스였기에 왼발로 감아서 골대 앞으로 휘어지며 올라가는 킥을 위해서였다.
중앙 수비수들, 파티노와 카마메니까지 세트피스 경합을 위해 올라와서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캐시는 손을 들고 킥을 한다.
회전이 강하게 걸린 공은 바람을 찢을 듯이 가르며 골대 앞으로 날아간다.
콰앙-!
“그대로 올라가! 지금 수비수들 없다!”
“팍이 비어있다!”
가장 자리를 좋게 잡은 선수는 바로 리버풀의 핵심 수비수.
쿠아바와 비슷할 정도로 우월한 피지컬을 가진 그가 마크하고 있던 선수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높은 위치에서 머리를 강하게 가져다 댄다.
헤딩이었음에도 강한 슈팅을 차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클리어되는 공은 역습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리버풀의 스트라이커에게.
큰 키는 아니지만 포스트 플레이를 곧잘 하는 그가 앞쪽에 있는 박준철에게 보낸다.
투욱-!
“나 돌아 뛴다!”
“여기로 줘!”
그러나 페레이라가 끈질기게 쫓아와서 압박을 해주었기에 리턴 패스를 내주고 돌아서 뛰는 박준철.
다시 공을 건네받은 리버풀의 스트라이커는 바로 왼쪽 사이드를 돌아서 달려가는 그에게 줄 수 없었다.
파티노, 카마메니가 헤딩을 위해 올라감으로써 뒤에 물러나 있던 유건이 코스를 막아서면서 압박을 위해 달려들었기에.
그 순간 빠르게 올라온 리버풀의 미드필더가 큰 소리로 공을 달라며 외친다.
뻐어엉-!
‘라인! 아닌가⋯?’
그와 함께 스트라이커가 살짝 빼준 공이 발 아래쪽에 다가오자 지체하지 않고 왼발로 긴 패스를 보낸다.
주력으로 페레이라를 제치고 중앙 지역에 빠져있던 소우사의 라인을 맞추면서.
결국 전달된 패스가 전달되는 상황은 유건의 시야에서 확실하게 오프사이드였다.
그것을 의식하고 아스날 진영에 있는 부심의 깃발을 쳐다보지만 애석하게도 올라가지 않았다.
마치 단호한 표정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고.
투욱-! 투욱-! 투욱-!
그리고 공을 건네받은 박준철은 사실 깃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승리에 대한 집중력은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타이밍을 뺏기지 않고 바로 왼쪽 사이드에서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미 뒤에서 따라오던 페레이라랑 거리가 조금 있는 상황이었고 골대 근처에는 소우사와 힐슨만 남아있었다.
투우욱-! 콰앙-!
소우사가 익숙하지 않은 중앙 지역에서 마크하기 위해 서있는 것을 보고, 가까워지는 순간 길게 공을 치는 박준철.
멈춰있던 소우사로서는 가속이 붙은 그의 긴 드리블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는 힐슨마저 속이기 위해 방향을 꺾어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 구석으로 슈팅을 날린다.
와아아아-!
“으하하하! 여긴 안필드라고!”
눈앞에서 골대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 슈팅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선제골을 넣고 박준철은 홈팬들 앞으로 달려가면서 리버풀의 엠블럼을 두드린다.
이곳에서는 어떤 팀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