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더 환호해줘
“클리어를 최우선으로 하자!”
“빌드업은 생각하지 마!”
쿠아바의 역전골이 터진 이후, 펩 과르디올라와 미켈 아르테타의 용병술 싸움이 시작되었다.
경기 종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각이었지만 둘은 공이 아웃되는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지시하며 전술을 시시각각 변경한다.
더불어 득점을 위해 중앙 수비 한 명을 빼고 공격수를 추가로 투입한 맨체스터 시티와 반대로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를 투입한 아스날.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리고 있었지만 시티의 파상 공세에 빌드업보다는 수비 상황에서 클리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며 게임을 풀어나가는 아스날이었다.
‘⋯한 번만 더 와라, 한 번만.’
캐시가 빠지면서 대신 들어온 클락이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에 머무르면서 아르테타는 4-3-1-2의 진형을 가져간다.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수비를 강화하고, 만들어가는 공격보다는 꽤나 역습에 초점을 맞춘 포지션이었다.
유건의 창의성, 전방에서 경합하며 버텨주는 쿠아바의 키핑력, 러너의 순간적인 주력을 이용한 돌파를 이용하는.
물론 현재 경기 양상 자체가 유건이 수비지역까지 내려와야 했기에, 역습이 가능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투욱-! 투욱-! 투욱-!
그러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는 그 타이밍을 잡지 못하게 했다.
중앙 지역에 밀집되어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짧은 패스를 통해 아스날 선수들이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면서 조금씩 전진한다.
게다가 시간이 후반전 40분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다 보니 선수단도 체력이 빠져 압박을 원활하게 들어가지 못했다.
삐익-!
“건, 우리가 교체다”
“젠장, 하나 더 넣었어야 했는데!”
공이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자, 들려오는 심판의 휘슬 소리.
시간이 약 10분 정도만이 남아있었기에 아르테타는 그쯤에서 보다 더 수비적인 전술로 변경하는 것을 택했다.
체력이 좀 빠진 상태인 유건과 카마메니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외데고르와 스미스를 투입한다.
그들을 사이드 쪽으로 넓게 움직이게 하면서 중앙뿐만 아니라 측면 지역의 공간도 틀어막기 위해서.
‘⋯오 분만 버텨줘!’
벤치에 들어온 직후부터, 유건은 마냥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두 손을 모으고 뛰고 있는 팀원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꽤나 다행이었던 점은 외데고르와 스미스의 쌩쌩한 체력에서 나오는 활동량 덕분에 반코트였던 경기 양상을 조금은 벗어났다는 것.
덕분에 한두 번씩 공격 지역으로 나가는 데 성공하더니 방금 전에는 유효슈팅까지 연결되는 공격을 만들어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당연히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 선수단을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남은 시간인 5분만 버텨달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아, 살리바 선수! 몸을 날리며 마지막 슈팅을 막아냅니다!”
“포효하는 살리바의 머리를 힐슨 선수가 두드려줍니다! 아주 멋진 선방이었습니다”
“중계로 보더라도 엄청 정확하게 맞다 보니 강한 슈팅이었는데 다행히 등에 맞고 튕겨 나오네요! 코스 자체는 완벽했거든요?”
“맞습니다, 저기 보세요! 아르테타 감독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습니다!”
종료 직전까지 두드리던 맨체스터 시티의 마지막 기회.
파티노와 클락이 버티고 있던 중앙 지역을 뚫어낸 그들의 에이스가 골대를 향해 강한 슈팅을 날렸다.
분명 코스도 좋았고 세기도 적절해서 시티 선수로서는 발에 임팩트가 느껴졌을 때 골이 될 수도 있다고 느낄 수준의 슈팅이었다.
다만, 타이밍을 보다가 재빨리 알아채는 즉시 맞춰서 뛰어나오며 몸을 비틀면서 날리는 살리바의 등에 튕겨 나가 소우사가 클리어했을 뿐이다.
삐이익-! 두두두-!
“나이스으!!”
“그렇지!!”
클리어된 그 공을 잡아낸 것은 당연히 시티 선수였고, 종료가 다가온 것을 인지하고 종료 휘슬이 불리기 전에 재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너무 조급했던 탓일까 골대 앞쪽으로 감겨들어 오지 않고 골대 측면의 라인을 넘어서 아웃된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휘슬.
아스날 벤치에 있던 모든 선수가 일어나 환호하며 엄청난 함성을 내지른다.
유건도 제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던 의자의 등받이를 강하게 두들기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와아아아-!
경기가 끝나고 시티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얘기를 나눈 뒤, 경기장을 걸어 다니면서 멈추지 않는 팬들의 응원에 맞춰 박수를 치는 아스날 선수단.
단순해 보이지만 팬과 선수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열정적인 응원에 감사를 느끼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팬들도 뿌듯함을 느끼고 더 열광적으로 응원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
“매일 개인 훈련까지 해서일까요? 클락의 빌드업 실력이 점점 늘어가네요!”
“압박해서 커팅하는 장점이 특출나서 그렇지, 충분히 짧은 패스에 있어서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수야.”
구디슨 파크에서 펼쳐지는 FA컵 6라운드.
마음 같아서는 베스트 라인업을 내보내고 싶었지만, 다음 경기 일정 때문에 최대한 가능한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아르테타였다.
당장 며칠 뒤에 안필드로 원정을 가서 승점을 턱밑까지 추격해온 리버풀을 상대하기 때문에.
하지만 로테이션 멤버가 대거 출전했음에도 오늘 아스날은 비등한 걸 넘어서 조금씩 압도해가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빛이 나는 선수는 최근 훈련 세션에서 원 볼란치, 투 볼란치를 가리지 않고 적응해가는 클락을 보며 알버트와 아르테타가 그의 좋은 부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롱패스는 할 생각하지 말라고 잘 얘기했지?"
물론 단점을 인지시켜주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한다.
최근 정확도가 입단 초기에 비해서는 좋아진 게 사실이지만, 실전에서는 그 한 번의 미스가 바로 골로 직결될 수 있었기에 플레이를 강제해서라도 최대한 자제시키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장족의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클락이었다.
“나이스 커팅, 클락!”
“패스 너무 좋다, 클락!”
경기를 함께 뛰고 있는 동료들마저 팀의 소유권 유지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클락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으니까.
부끄러워하지 않고 파티노와 카마메니에게 계속 질문하고 움직임을 연구했던 그의 노력은, 주전을 차지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오늘 구디슨 파크의 중앙 미드필더 지역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었으니까.
“콜, 리턴 주고 돌아!”
“마무리해, 스미스!”
“자코, 한 템포 쉬고 올려도 되잖아!”
더불어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겪으며 폼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짬에서 나온 바이브로 경기를 쉽게 쉽게 풀어나가는 외데고르도 있었다.
활동량도 많고 재빠른 드리블과 킬패스를 자랑했던 전성기 시절에 비해서 움직임이 적긴 했지만 보다 간단하게 팀원들을 이용해서 점유율을 유지한다.
거기에 끊임없이 주변 동료들의 자리를 잡아주고 공격 루트에 대한 제안까지 멈추지 않는 그는 확실히 주장다웠다.
“스미스!”
게다가 베스트 라인업이 엄청난 활약을 이어 나갈수록, 그들과 실전처럼 훈련하며 발전하는 것은 로테이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기간 에디 은케티아의 로테이션으로 활약하고 이번 시즌 1군으로 정식 콜업이 된 쿠아바에게도 밀린 스트라이커 드와이트 콜.
헤일 엔드에서 자라나 아스날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그는, 이적을 생각하지 않고 주전 경쟁을 하는 선수였다.
쿠아바가 가지고 있는 피지컬이나 키핑력은 없었지만 보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출전할 때마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가 빈 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며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잡고 패스 공간을 찾는 스미스에게 외친다.
스으으-!
‘⋯나이스, 근데 돌아설 시간은 없어!’
콜은 일부러 자신보다 피지컬이 좋지 않은 에버튼의 왼쪽 중앙 수비수 쪽으로 파고들었다.
수비가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든다고 해도 손을 뻗어 움직임을 상대적으로 더 손쉽게 방해하기 위해서.
그와 동시에 달려가는 자신의 속도에 알맞게 보내는 스미스의 패스에 내심 감탄하며 고민한다.
이미 골대 측면 코너 라인과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공을 한 번 잡아두고 돌아서려 해도 공간이 없었다.
뻐엉-!
찰나의 순간을 이용한 고민의 결론은 곧바로 슈팅을 날리는 것이었다.
손으로 수비를 견제하며 그가 발을 뻗어내는 것을 지체시킨다.
그 순간을 이용해 거의 없는 각도에서 가까운 쪽 포스트로 강하게 때린다.
출렁-! 와아아아-!
“으하하, 더 환호해줘!”
슈팅 각도를 더 좁히기 위해 뛰쳐나오며 몸을 날리는 골키퍼의 팔과 다리 사이의 공간.
골대로 들어갈 수 있는 단 한 개의 공간인 그곳으로 콜의 슈팅이 통과했고 그물까지 흔들어냈다.
후반전 24분경에 터진 추가골이었기에 방심하지 않는다면 승리가 다가온 상황.
원정팬들은 그런 유리한 고지로 이끌어준 콜에게 환호한다.
그 함성을 듣는 콜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며 양손을 두 귀에 대고 포효하는 것과 동시에 원정팬들에게 달려간다.
“미친 골이었어, 콜! 어떻게 거기로 찰 생각을 한 거야?”
달리는 그의 등에 올라타며 슈팅에 대해 칭찬하는 스미스.
팀원의 움직임에 맞춰서 멋진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그는 몰랐다.
‘⋯노린 거겠냐? 그냥 맞고 튕겨서라도 들어가라고 강하게 때린 거다!’
그 빈 공간을 노린 콜의 섬세한 슈팅이라기보다는 운이 90% 이상 작용한 골이었음을.
***
“다음 경기가 남은 시즌의 경기 중에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중요한 경기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안다.”
“선수 시절 때도 느꼈지만, 감독으로서도 매번 그곳에 찾아갈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리그 중위권에 위치한 에버튼과의 FA컵 6라운드에서도 승리를 가져간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서 그들마저 로테이션 멤버를 대거 투입했음에도 격파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시작되는 바쁜 일정의 출발을 좋게 가져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제 시작이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
당장 돌아오는 주말에 경기를 치러야 할 상대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브리핑을 하는 아르테타.
“내가 경험한 원정 경기장 중에서는, 그곳에서 승리를 따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들을 위해 응원하는 홈팬들의 응원을 듣는다면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것이고, 쉽지 않을 것이다.”
선수 시절과 감독 초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 나가는 아르테타는 상대 팀의 열광적인 응원을 강조한다.
그 함성 속에서 경기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안필드란, 그런 미친 곳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올드 트래포드 등 유명한 구장들이 있지만 그곳의 분위기에 미치지는 못한다.”
세계 최상위권 감독을 뽑는다면 항상 후보로 손꼽히는 위르겐 클롭.
그가 이끄는 안필드의 리버풀이 다음 상대였다.
에미레이츠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아르테타는 원정 경기를 걱정하고 있었다.
당장 그들이 2위로 올라오게 되면서 승점 4점 차이였고 혹시나 패배하게 된다면 정말 턱밑까지 쫓아오게 되는 것이니까.
게다가 아스날로서는 그다음에 이기기 쉽지 않은 것이 마찬가지인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경기도 남아있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