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진짜 미친놈
‘주변에 있는 우리 팀원도 다섯 명⋯’
소우사와 페레이라가 안쪽으로 움직이며 미드필더 지역에 위치함으로써 파티노와 3명의 미들진을 구성한다.
그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패스를 주고 그의 옆까지 올라온 카마메니.
거기에 더 앞선 지역에 있는 삼각 편대의 공격진을 포함하면 중앙선 위까지 올라와 있는 아스날 선수들도 5명이었다.
스으윽-!
‘쿠아바에게 두 명이 붙어있는 이상, 한 명의 공간은 필연적으로 빌 수밖에 없다.’
골문 앞은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한 명 우세하게 많았지만 미드필더 지역은 유건과 카마메니가 있는 아스날이 두 명, 시티의 미드필더는 원 볼란치 한 명이었다.
중앙 수비수 중 한명이 쿠아바를 신경 쓰지 않고 압박을 나오는 도박은 그들이 하지 않았기에 현재로서는 수적 우위에 있는 상황.
자신의 앞쪽에 있는 상대 미드필더를 현혹하기 위해 카마메니에게 패스하려는 발동작을 취한 뒤, 공에 닿기 전 그가 그라운드에서 발을 떼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드리블로 전환하여 치고 나간다.
유건이 생각한 그림의 첫 번째 장면은 이미 페이크를 주고 그런 식으로 움직일 것을 그려두었기에 페이크를 주는 동작에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다들 움직여!”
가로막던 미드필더가 전방의 시야에서 사라진다면, 남은 것은 시티의 포백 라인.
쿠아바를 마크하지 않고 있는 한 명의 중앙 수비수가 이제는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건은 공격진에게 움직임을 요구하는 말을 외친다.
그들의 위치에 따라 자신이 직접 마무리 지을지, 패스를 통해 한 번 더 과정을 거쳐갈지 결정하기 위해서.
투욱-!
물론, 수비수가 슈팅 코스를 가로막으며 달려 나오고 있었기에 도박성을 섞은 감아 차는 슈팅보다는 패스를 선택하는 유건이었다.
오늘 유독 기회가 창출되지 않고 있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좋은 찬스에서는 가장 확실한 득점 찬스를 만들고 싶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선수단 내에서 공간 이해도가 탑클래스 수준인 캐시가 유건이 생각한 그림대로 움직인다.
투욱-!
“쿠아바!”
사이드에 있던 그가 패스를 건네받은 뒤, 선택하는 것은 곧바로 리턴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간 유건이 아니라 바로 쿠아바였다.
이미 자리를 잡기 위해 경합하고 있던 수비수의 가슴팍을 티 나지 않게 밀고는 앞으로 뛰쳐나오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마크맨을 끌어내서 뒤쪽에 있는 공간을 비게 만들어준다.
유건의 패스가 전달될 때 캐시의 뒤쪽으로 사이드백이 쫓아왔지만, 먼저 안쪽으로 파고들었던 터라 키핑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패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투욱-!
“해결해라, 건!”
그 과정에서도 유건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팔로 뒤쪽에서 부딪혀오는 수비수의 압박을 버티며 등을 지고 있는 쿠아바의 앞쪽까지 말이다.
그리고 유건, 쿠아바, 캐시 동갑내기 세 명의 멋진 패스 플레이가 나온 그 순간 유건을 마크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중앙 수비수가 앞으로 뛰쳐나왔다가 패스를 끊지 못하고 살짝 멈칫하다가 복귀하고 있었으니까.
휘익-! 휘익-!
‘⋯지금!’
남은 것은 골키퍼 한 명뿐.
맨체스터 시티의 골키퍼로서 리그에서 빌드업 부문에서 한 손에 꼽히는 선수.
그러나 그런 스텟이 일대일 상황에서 좋은 개인기를 보여주는 상대로 수비를 성공해내는 발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되지 못했다.
지금 유건의 다리가 공 위를 한 번씩 스쳐 지나갈 때마다 움찔하는 몸을 감추지 못했으니까.
헛다리를 짚던 유건은 그의 측면쪽으로 공간이 열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잔디에서 몸을 띄운다.
투툭-!
- 그거야 축따형! 진짜 개미쳤다니까, 저기서 팬텀 드리블로 골키퍼를 제쳐버린다고?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형이 한 건 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 아스날 패스 플레이 진짜 미쳤는데? 예전 노리치 시티랑 붙었을 때 레전드 짤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했음
- 쿠아바가 미끼 역할 해주고 축따형이 빈 공간 제대로 찔렀다!
중계 화면으로 보고 있던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의 환호성이 표현되는 것도 아닌데 채팅방의 대화는 읽을 수도 없는 속도로 재빠르게 올라간다.
유건이 결정 짓는 아스날의 멋진 패스 플레이에 대한 감탄이 주를 이뤘고, 마지막에 보여준 유건의 드리블.
골키퍼를 앞에 두고 헛다리를 짚다가 팬텀 드리블로 그를 제치고 빈 골대에 공을 굴렸던 장면.
카마메니를 포함한 네 명의 동갑내기 선수들이 또 한 번 이상하게 만들어온 세레머니가 중계 화면에 잡히는 사이, 구독자들은 리플레이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아아아-!
“잘생김이 없는 쿠아바, 머리가 없는 건!”
“그들은 최고의 콤비지!”
“으하, 으하!”
그리고 그 시각, 에미레이츠는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승리의 용사를 환영하는 것처럼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예전 살리바의 응원가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유건과 쿠아바의 응원가를 열창하면서.
아직 앞서나가는 골이 아닌 동점골을 넣은 것뿐이지만, 승점이 앞서있는 상황이었던 아스날이었으니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좁혀지지 않을 테니까.
물론, 2위의 리버풀이 승리한다면 승점이 같아지긴 하지만 말이다.
후반전 18분, 유건의 동점골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아스날의 불타오르는 기세를 보여주는 것처럼.
***
뻐어엉-!
그 이후 약 10분 동안은 양팀 다 거친 압박 플레이에 서로의 골대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전 30분을 기점으로 세트피스를 가져왔던 맨체스터 시티가 먼저 유효 슈팅을 날렸지만, 골은 넣지 못했다.
그것을 갚아주기 위해 아스날도 3분 뒤에 유효 슈팅을 만들어냈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경기 시간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분위기는 마치 전반 초반을 뛰는 것처럼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치열한 상황을 몇 초 동안 멈춘 것은 바로 아스날의 중앙에 있는 파티노의 발에서 나온 멋진 전환 패스.
“페레이라, 주고 올라가! 캐시, 안으로 들어와!”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윙포워드가 드리블 치는 것을 순간적으로 빼앗은 소우사의 커팅.
그는 곧바로 아스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파티노에게 공을 보냈고, 미리 주변 상황을 파악해두었기에 볼을 터치하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오른쪽 날개에 있는 캐시에게 엄청난 롱패스를 통해 공을 보낸다.
공이 나가기 전에 컨트롤에 성공한 캐시가 오버래핑을 올라오고 있는 페레이라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것을 보고, 달려가서 외치는 유건.
투욱-!
‘⋯네놈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팀의 에이스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외치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공을 달라는 손짓을 한다.
실전같은 연습 경기를 진행하는 아스날의 훈련 세션에서도 수없이 나왔던 장면이었다.
어떤 움직임을 노리고 그런 플레이를 요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레이라는 유건이 만들어낼 찬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물론 아직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매번 다른 그의 패턴에 예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투욱-!
보통 오른쪽 메짤라가 위치하는 하프 스페이스 근처에서 공을 건네받은 유건.
안쪽으로 들어오는 캐시,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로 달려가는 페레이라.
곁눈질로 보이는 팀원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찰나에 들어오는 압박을 피하기 위해 전방에 있는 캐시에게 패스한다.
투욱-!
“나이스, 캐시!”
평소와 달리 중앙에 가까운 지역에서 골대를 등지고 받은 캐시는 당연히 유건에게 리턴 패스.
한 명을 손쉽게 벗겨낸 둘의 패스 플레이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 공간이 순간적으로 열렸다.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옆에서 짓쳐 드는 또 한 명의 미드필더.
투욱-!
하지만, 유건은 보고 있었다.
파티노가 오른쪽 사이드로 전환 패스를 뿌리고 자신이 그쪽으로 다가가는 사이, 뒤쪽에서 카마메니가 왼쪽 지역의 미드필더를 채워주기 위해 이동하는 것을.
그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던 유건은 그에게 패스를 보낸다.
투욱-! 휘릭-!
‘⋯뒤쪽에 한 명, 앞쪽에 한 명!’
카마메니에게서도 돌아오는 리턴 패스를 터치하는 순간, 유건은 어느새 골대 라인 근처에 있었다.
미리 고개를 돌리면서 확인한 바로는 자신의 뒤쪽으로 오른쪽 사이드의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움직인 쿠아바가 수비수와 경합을 하고 있었다.
앞쪽으로는 바로 때리는 자신의 슈팅을 막으러 달려 나오고 있는 수비수 한 명이 있었고.
스윽-!
유건이 선택한 것은 패스였다.
공을 앞서 지나가다가 오른발로 슬쩍 뒤로 밀어준다.
왼발로 슈팅까지 가져가기에는 수비의 발에 먼저 걸릴 것 같았고 오른발은 각도가 애매했다.
그 상황에서 유건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예상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패스를 보낸다.
‘⋯진짜 미친놈, 설마 설마 했는데!’
보이지 않는 뒤쪽의 시야.
물론 유건은 미리 봐둔 덕분에 알 수 있었던 사실이지만, 중계로 보는 팬들은 ‘등에 눈 달린 거 아니야?’라고 의문을 표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 공에 가장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게 바로 아스날 선수인 쿠아바였으니까.
워낙 훈련 세션을 진행할 때마다 기상천외한 패스 루트를 보여주었던 유건이었기에 항상 그의 패스를 받기 위해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그의 뒤쪽에 있다 보니 정말 설마 설마 하면서 기다렸는데, 이동하는 유건의 몸 뒤로 흘러나오는 공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달려간다.
콰아앙-!
‘이미 늦었다, 이놈들아!’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누구도 그 상황에서 직접적인 마무리나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선수가 아닌 뒤쪽의 선수에게 패스를 보내는 건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덕분에 모두가 당황한 상황이었으니, 그나마 미리 준비하고 있던 쿠아바가 가장 빠르게 도착하지 않겠는가.
수비가 쫓아오면서 발을 뻗는 것이 보였으나 공은 이미 쿠아바의 말에 맞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내며 골대에 빨려들어 간다.
출렁-!
“젠장, 그런 패스를 보내다니!”
자신의 등 뒤로 흔들리는 그물과 세레머니하러 가는 아스날 선수들이 보인다.
수비를 탓하기에는 상대팀 선수의 패스가 너무 좋았기에 분한 감정을 혼잣말로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유건의 창의성이 만든 골이었으니까.
두두두-!
“이 미친놈아! 너 건 아니지? 외질인 줄 알았다고!”
“으하하, 이게 나라니까!”
쿠아바의 골이 터지는 것을 보고 함께 세레머니를 하던 유건의 머리를 두드리는 러너의 손.
외질이 아스날에서 보여주었던 멋진 플레이를 재현한 팀원을 칭찬한다.
그리고 그건, 유건의 머리속에 울려 퍼지는 이상한 목소리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전설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68.11%]
[파이널 서드 지역의 팀원에게 패스를 정확하게 보내세요 (4/3)]
먼 옛날, 아스날 유니폼이 잘 어울렸던 메수트 외질이 팀원들과의 이대일 패스를 통해 골대 앞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뒤쪽의 라카제트에게 보내주었던 힐 패스.
그 장면이 또 한 번 재현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