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웃기지 마라
2:1로 겨우 승리했던 그들과의 경기.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구장이었다.
당시에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그들 홈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했었지만, 이번에 펼쳐지는 장소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이번 시즌 달라진 응원 문화 덕분에 엄청난 열기로 가득 찬 홈구장.
“⋯오늘은 보다 수비적인 움직임을 확실히 맞춰서 가져가야 해!”
그 중심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파티노는 선수단에게 외친다.
카마메니의 합류로 라인업의 전체적인 수비, 빌드업 안정감은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약간의 방심에도 뚫고 들어올 그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작부터 준비를 철저히 하려 했다.
“패스, 패스!”
“카마, 다시 리턴 받자!”
“러너, 더 벌려 있자!”
그리고, 여태 다른 경기들보다 유건이 말하는 횟수도 훨씬 많아졌다.
자신에게 고정적으로 달라붙고 있는 상대 미드필더 한 명이 있었기에, 이리저리 움직이고 패스를 돌리며 그를 떨쳐내려고 했다.
상대팀 골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앞에 있는 그가 첫 번째 수문장이었으니까.
그 목적을 위해서 수비형 미드필더, 윙 포워드, 스트라이커 등 모든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외침을 전달한다.
‘⋯아으, 한 타이밍만 빨랐으면 되는데!’
그러나 아스날의 그런 분투도 잠시, 전반 20분부터 맨체스터 시티가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튕겨 나가는 모든 세컨볼은 그들의 소유권으로 넘어갔고 아스날 선수들로서는 막기에 급급했다.
지금 뻗어내는 발에 공이 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아쉬워하는 유건의 상황처럼 말이다.
그렇게 밀리고 있는 이유는 리버풀에게 패배한 이후 분노한 펩 과르디올라의 특훈과 함께 그들은 다시 좋은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아스날을 상대로 점유율을 65% 정도 가져가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
투욱-!
“카마, 리턴 의식하고 그대로 가! 내가 커버할게!”
그리고 그런 밀리는 양상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실제적인 실점은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나왔다.
4-2-3-1의 아스날과 달리, 4-3-3 포지션을 적용하면서 조금 더 경기장을 넓게 쓰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두 명의 볼란치를 쓰고 있는 아스날이었지만 좌, 우측으로 포진되어 패스 플레이를 시작하는 그들을 막기 위해서는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카마메니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상대 미드필더가 이대일 패스를 시도했고, 유건이 지원을 가고 있었다.
투욱-! 투욱-!
그러나 첫 번째 패스를 받는 주인공이자 유건의 마크 상대가 선택하는 것은 리턴 패스가 아니었다.
측면의 윙포워드와 한 번 주고받고는 반대쪽 메짤라에게 공을 전달한다.
그 와중에 먼저 패스를 건네주었던 미드필더는 아스날 볼란치들을 지나쳐 앞으로 가있었고.
그런 그에게 곧바로 중앙에서 전환 패스를 건네받은 선수가 패스를 뿌려준다.
‘너무 많이 나온 건가⋯.’
카마메니와 함께 제쳐진 유건은 상대 선수가 깊숙한 곳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머릿속으로 방금 했던 판단을 후회하고 있었다.
비록 파티노가 자리를 지켜주고는 있었지만 두 명의 미드필더가 함께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그도 결정할 수가 없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막으러 간다면 그가 패스를 할 테고, 가지 않는다면 직접 드리블을 칠 테니까 말이다.
“중앙 그대로 막아, 파티노!”
물론 경험 많은 월드 클래스 중앙 수비수인 살리바가 우측에서 다가오는 미드필더를 막아내기 위해 조금 나왔다.
좌우측 공격수에게 다가가지 않고 중앙에서 자리를 지키며 뒤로 내려오고 있는 파티노에게 소리치면서.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들은 그 순간 가만히 놀고 있겠는가.
살리바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양쪽 날개들은 빈 공간으로 파고들기 위해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한다.
투욱-!
“탑!”
결국 공을 들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에이스 미드필더가 내린 선택은 바로 스트라이커.
파티노나 살리바의 대인 마크 스킬이 엄청 좋은 편에 속했기에, 나머지 중앙 수비수와 자리를 두고 다투는 스트라이커에게 주는 패스를 선택했다.
그에게 공을 건네는 순간 맨체스터 시티의 주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스날의 골대를 향해 파고든다.
튕겨 나오는 세컨볼을 노리거나 공격수 자리에 위치한 팀원이 패스를 건네받고 자신에게 빼줄 것을 예상하면서.
투욱-!
“⋯뒤에 압박!”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살리바와 파트너를 이루고 있는 오늘의 중앙 수비수는 완전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스트라이커에게 몸싸움이 밀려 뒤에서 몸을 맞대고 압박하는 형태로 서 있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그런 형태의 수비로 서 있었기에 그가 바로 뒤쪽으로 내주는 리턴 패스에는 발을 가져다 댈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파티노의 측면으로 돌아 들어오는 미드핃러를 뒤늦게 확인하고 늦게나마 주변의 팀원들을 향해 소리쳐볼 뿐.
와아아아-!
“아으, 손으로 쳐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마치 게임 같은 패스 플레이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마지막에는 노마크 상황에서의 정확한 슈팅.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최근 연속적인 클린시트를 기록했던 아스날의 골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힐슨의 손에 닿지 않는 코스로 꽂아 넣는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덕분에 그들은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삐이익-!
원정팬들 앞에서 포효를 내지르던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세레머니 이후, 재개된 경기.
골이 터졌을 때가 전반 45분을 알리고 있었기에 공을 많이 돌리지도 못하고 곧바로 전반전이 종료되는 휘슬이 울렸다.
콰앙-! 콰앙-!
“지금 우리의 경기력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많이 좋지 않다! 공을 거의 잡지 못하고 있어.”
“파티노, 포지션에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상대 전술에도 분명 단점이 있는데 우리 포메이션의 단점만 부각되고 있다.”
“홈구장에서 이런 엉망인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마라. 더 열심히 압박하고, 더 빠르게 움직여라!”
이번 시즌 매번 이겨왔었기에 아르테타가 이렇게 화내는 것은 처음 보는 선수들이 많았다.
쿠아바, 캐시를 비롯한 유스 출신 선수들과 클락, 카마메니를 비롯한 영입 선수들.
그리고 임대를 다녀온 유건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고 말이다.
그가 가장 화를 내는 부분은 이곳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우리가 항상 승리하고,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야 하는 곳인데 말이다.
“여러분들이 뛰는 모습은 마치 우승을 확정 지은 팀이 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확실하게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나? 웃기지 마라! 이곳은 프리미어리그다!”
“세계 최고의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이곳은 38개의 라운드 모두 끝나기 전까지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로 화낼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르테타는 지금 순간을 빌미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다시 한번 잡고 싶었다.
어느덧 시즌이 반 이상 진행되고 약 3~4달 정도의 일정만 남은 중요한 시기였기에.
그래서일까 선수들이 당황할 수도 있는 언사를 내뱉으며 경각심을 심어준다.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아직 후반전 남아 있습니다!”
예전에 함께 했던 감독의 그런 모습은 오랜만에 봐서 잠깐 당황해서 그렇지, 익숙하게 느끼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때부터 계속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외데고르의 대답을 시작으로 파티노, 살리바, 소우사 등의 베테랑 선수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친다.
그 시절 지금은 은퇴한 부카요 사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및 제수스, 마갈량이스, 에디 은케티아 등 레전드 선수들과 외치던 그 소리.
지고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승리할 거라는 외침이 아스날의 라커룸에 울려 퍼진다.
“가자아아!!”
마지막에 소리치는 선수는 바로 유건.
그저 베테랑 선수들을 뒤이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크게 외쳤을 뿐이다.
보통 때와 같이 다른 선수들도 함께 외쳐주리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오늘만은 달랐다.
모두 후반전에 경기장에서 보여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으니까.
***
- 아, 오늘 진짜 안 풀리네! 이쯤 되면 한 골 넣고 밀어붙일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 안 터지네
- 전체적으로 아스날 선수들 몸이 굳어있는 느낌이네! 한 골 넣어야 좀 긴장감이 풀릴 것 같은데 제발
- 축따형한테 프리킥 하나 왔으면 좋겠네. 쿠아바나 캐시도 오늘 빈번히 막히네
- 러너랑 소우사가 있는 왼쪽 라인이 오늘 폼 제일 좋은 것 같음. 크로스나 오버래핑도 날카롭고!
다시 시작된 후반전 경기에서 후반 15분이 지나가도록 동점골을 터트리지 못하는 아스날을 보고,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유효슈팅을 기록한 횟수는 2회에 불과하니까.
후반전에도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오늘은 승리보다는 패배를 기록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잘 끌어왔던 시즌이 흔들리는 첫 번째 단계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팬들은 최소한 무승부를 바라고 있었다.
‘오빠 표정이⋯.’
영국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여름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경기하는 날에는 매번 방문을 했다.
오늘도 다른 선수들의 부인들과 함께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였고,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보다 번역기를 보는 게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경기 내용과 결과가 그녀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게다가 경기를 뛰고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유건의 표정이 지금까지 보았던 그의 얼굴 중에 가장 힘들어 보였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스으으-!
“⋯젠장!”
지금 이 순간 여름의 걱정이 이상한 건 아니었던 것이 평소와 같았으면 아스날에서 가장 많은 볼터치를 기록하는 것은 보통 파티노 아니면 유건이었다.
그렇게 항상 공을 소유하고 자주 만지던 둘인데, 오늘 그 중 한 명은 공을 생각보다 만지지 못하고 있었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나오는 과정에서 계속된 실수로 소유권을 헌납했으니까.
이번에 잔디를 가르며 뻗어낸 태클도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빼앗지 못했다.
투욱-!
“건, 하나 해봐!”
하지만 유건의 태클을 피하는 사이, 그 미드필더의 공을 순간적으로 다가온 카마메니가 스탠딩 태클로 가져왔다.
그것을 보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살피고 있는 유건에게 패스를 건네준다.
적들의 공격 찬스를 끊은 이 타이밍에 한 건 해보자고 말하면서.
“중앙으로 찔러줘!”
“건, 사이드도 빈다!”
“같이 올라가자!”
그리고 자신들의 에이스가 편하게 몸을 돌리며 공을 잡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스날 선수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앙 수비들과 팔로 툭툭 서로를 건드리며 경합하는 쿠아바가 공을 기다리고 있고, 사이드에 퍼진 양쪽 날개는 라인까지 벌리며 위치를 잡는다.
뒤쪽에서는 파티노와 함께 소우사, 페레이라가 중앙 지역으로 들어오며 진형을 올리고 있었고 말이다.
‘⋯지금 중앙선 아래 지역에 있는 것은 다섯 명.’
팀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그들의 공격을 차단해서 역습으로 연결되는 상황이었기에, 선수들 자체는 아스날이 많았다.
수적 우위를 이용해서 상대팀 골대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창의적인 그림을 생각하는 유건.
아스날의 에이스인 그가 잠깐 생각하더니 눈을 감았다가 뜬다.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무언가를 떠올리기라도 했다는 표정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