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첫 번째 관문
“여기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내 여자친구야.”
“이럴 줄 알았다니까? 미녀들과의 파티가 있을 때마다 항상 관심 없다고 그러더니 이런 미녀분과!”
“⋯건, 한국에는 이렇게 예쁜 사람이 혹시 많냐?”
올림피아코스와의 16강전이 펼쳐지기 전, 아스날 선수단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간단한 파티가 열렸다.
시즌 중이었기에 크게 하지는 못했지만 유건의 여자친구인 여름을 간단히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한 그들의 환영 덕분에 본격적으로 팀원들에게 심플한 검정색 원피스와 단순한 악세사리만 착용했을 뿐인데도, 빛이 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여름을 소개하는 유건이었다.
아직 반려자가 없는 젊은 선수들은 스포츠 스타답게 금발의 미녀들과 파티를 가끔 했는데, 그때마다 항상 빠졌던 유건을 떠올리며 이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러너.
최근 교제하던 여성과 헤어짐을 겪은 쿠아바는 입을 벌리며 여름을 보고 한국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달려든다.
“너처럼 못생기면 불가능하지, 이놈아.”
“저렇게 아름다운 분이 응원해주니까 건이 그렇게 축구를 잘하는 건가.”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말로 핀잔을 주는 캐시.
옆에서 유건의 미친 축구 실력은 여신 같은 여름의 응원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혼잣말로 생각하는 카마메니.
그렇게 가지각색의 반응으로 여름을 구단의 한 가족으로 맞이해주는 선수들과 직원들이었다.
“여름아, 팀원들 부인분들이 다들 너랑 친해지고 싶대.”
“여름아, 너 귀걸이 낀 거 뭐냐고 물어보시는데?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여름아, 이번에 영국에 오래 있는 김에 요트 파티할 때도 나와서 친해지자고 그러네!”
그리고 영어가 원활하지 않은 그녀의 옆에서 유건은 떨어지지 않고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번 휴가를 이용해 유건의 집에서 동거하며 과외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었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언어라는 것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너무 예쁘세요! 머리 스타일 어디서 그렇게 하신 거예요?”
“드레스 정말 잘 어울리시는데요? 저도 사고 싶어요, 언니!”
물론 그런 힘든 점이 있었음에도, 통역을 해주는 유건 덕분에 여름은 빠르게 선수단의 가족들과 친해지고 있었다.
먼저 언니라고 부르면서 쫓아다니고, 듣기 좋은 말들을 골라서 해주면서.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여름은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기에 그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자신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유건의 주변인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었기에.
‘⋯확실히 분위기가 진짜 좋다.’
마지막으로 오늘 파티가 끝나가는 이 시간, 여름이 느끼고 있는 것은 구단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우수한 경기 성적들을 기반으로 선수단 내 팀원들의 사이가 좋고, 파티에서 모이는 선수들 가족끼리의 사이마저 좋았다.
그렇게 아르테타의 주도하에 정말 아스날은 한 가족이라고 생각될 만큼 단합되고 있었다.
이런 모임에 처음 참여하게 되는 여름마저 그렇게 느낄 정도로.
***
와아아아-!
“나이스다, 건!”
“가자, 한 골 더 넣으러!”
이제는 그저 운이 아닌 실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만한 스쿼드를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아스날.
오늘 경기에서 리그 수준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쉬지 않고 공격하고 있었다.
전반에 카마메니의 롱패스를 건네받은 러너가 안쪽으로 치고 들어와서 반대쪽에서 먼저 움직였던 캐시에게 전달되어 골까지 연결.
그리고 하프타임 직전, 차고도 조금 길게 보낸 건가 하고 생각했던 얼리 크로스 형식인 유건의 패스.
슈팅 각도를 열면서 바깥쪽으로 돌아나가는 쿠아바를 위해서 보낸 것이고, 그것을 인지한 쿠아바는 몸을 날려서 추가골을 만들었다.
게다가 후반 29분, 지금 이 시간 유건은 또 한 번의 프리킥 골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아래쪽으로 프리킥을 차는 유건 선수입니다!”
“벽을 만들고 있던 선수들은 다 머리 쪽일 줄 알고 점프를 뛰었거든요?”
“더군다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보니 올림피아코스의 골키퍼로서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주요한 상황에서 유건 선수가 보여주는 저런 침착함과 센스들은 감탄밖에 못 하겠네요!”
그리고 그 프리킥 자체는 충분히 예술 같았다.
보통 프리킥 상황에서 한 명이 누워서 땅볼 슈팅을 견제하는 것을 피해, 벽의 측면을 이용해서 슛을 날렸다.
정면으로 가다가 막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덕분에 골키퍼의 시야에서는 공이 벽에 걸렸는지, 어디로 사라지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 말은 수비의 몸에 걸리지 않은 유건의 프리킥은 골대로 빨려들어 갈 거라고 예견하는 말과 동일했다.
- 이제 축따형 누가 막을까? 압박 안 하면 숨 쉬듯이 킬패스 보내고, 뺏으러 가면 패스나 드리블 이용해서 뚫어버리고!
- 10년 넘게 해외축구 보며 자란 팬으로서 한 명이 이렇게 존재감을 뽐낸 적은 솔직히 많지 않았음
└ 우리팀에 반 페르시나 산체스, 예전 리버풀 수아레즈 정도랑 비교될 수 있을듯?
- 진짜 솔직히 플레이 자체도 간지 나고 압도적이었는데 이제 프리킥까지 갖췄어
축따튜브의 구독자들이 유건에게 보내는 반응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다.
채널의 주인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고, 팬으로서 응원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마저 그게 일시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건의 활약 덕분에 이제는 애정이 담긴 응원이 아닌 경외심을 담은 존경을 느낀다.
축구의 신이라 불렸던 리오넬 메시를 보면서 수많은 팬들이 느꼈던 그런 감정을 말이다.
“홈에서는 클린시트 해야지!”
“이번에 이겨야 다음에 다른 선수들이 뛸 수 있다!”
“한 골만 더 넣자!”
세레머니가 끝난 후반 31분, 3:0이라는 스코어로 앞서고 있는 아스날이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최대한 골을 넣어두어야 로테이션을 마음 편하게 가동할 수 있는 경기임을 알고 있었고 혹시나의 변수 차단을 위해서는 최대한 득점이 필요했다.
3점의 차이도 2차전에서 뒤집힐 수 있는 게 축구라는 스포츠였으니까 말이다.
삑-! 삑-! 삐이익-!
물론 아스날이 네 번째 골을 득점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도 하고, 다음 리그 경기를 위해 아르테타가 몇몇 선수들을 교체했으니까.
핵심으로 꼽히는 유건, 파티노, 그리고 캐시였다.
그들이 빠지면서 압도적으로 유지하던 점유율이 조금 내려갔고 결국 득점을 하지 못했다.
“다들 고생했어!”
“앞으로 다섯 경기가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힘내보자!”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아스날 선수단 사이에서는 외데고르가 화이팅을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다.
FA컵과 다음 주면 결정이 될 유로파 리그 8강 진출 여부.
거기에 마주치는 리그의 상대들도 연속적으로 최정상 팀들이었다.
그들과의 경기가 끝날 시기에는 아마 꽤나 확정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에는 어떤 팀들이 위치할지 말이다.
***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온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챔피언스 리그가 아니라지만 유럽 대항전에서 8강에 진출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론 우리의 목표는 그 정도에서 끝을 보는 게 아니지만.”
시간은 일주일이 훌쩍 지났고, 올림피아코스 원정 경기에서 로테이션 멤버들이 출전했음에도 승리를 가져온 아스날이었다.
그들과 유스 선수들이 최근 계속해서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 경기력을 올리고 있었다.
베스트 라인업에서 어떤 선수가 혹시나 모를 부상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면 대신해서 뛸 수 있게 말이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던 오늘 경기의 승리에 아르테타는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다독이고 칭찬해준다.
우리의 목표는 더 높다고 말하며 여기서 지치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서.
[아스날 FC,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에서도 승리!]
[2:0으로 승리하는 프리미어리그 1위 아스날, 그들의 끝없는 질주]
[리버풀 FC, 맨체스터 시티를 격파하며 2위 달성]
[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를 잡아내면서 승점을 다시 5점 차로 따돌리는 아스날]
그리고 오늘 경기 이전에 치러졌던 리그 25라운드에서도 승리를 가져왔다.
러너의 골, 캐시의 골을 각각 어시스트하면서 유건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그 10골 2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고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이 벌어지는 경기였다.
당장 2점 차로 뒤쫓고 있던 리버풀이 그들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으니까.
“주말에 시작될 경기가 이번 시즌 가장 힘든 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리그 경기뿐만 아니라 유로파 리그, FA컵도 8강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약 2주 넘는 시간 동안 어떠한 선수라도 출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만큼 번갈아 가면서 경기를 뛰어야만 한다.”
그런 행운이 따른 만큼, 아르테타는 주말부터 펼쳐질 경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준비를 하고 싶었다.
맨체스터 시티를 시작으로 리버풀, 맨유 등 강팀들과의 매치.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유로파 리그도 강팀과 만날 것이고, FA컵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르테타는 선수들에게 컨디션 조절과 열정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솔직히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하기 쉽지 않지.’
그리고 그런 일정이 다가올수록 유건의 마음속에서는 승부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가져오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는데, 더군다나 그게 우승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매치.
그것을 기대하면서 그런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 좋은 긴장감을 느끼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운이 많이 작용했던 이번 시즌의 결과들이지만, 그게 반복되어서 여기까지 온 이상 승리하기 위해서.
그 마음은 유건뿐만이 아니라 브리핑을 이어나가는 아르테타와 선수단의 다른 모든 선수들도 똑같을 것이다.
커리어에 우승 경력을 추가한다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 가장 원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니까.
삐이익-!
“지난 경기에 이어서 결과에 따라 프리미어리그의 1위 자리에 영향을 줄 만한 경기가 또 하나 시작되네요!”
“맞습니다! 현재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과 지난 경기 기준으로 3위로 떨어진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입니다!”
“시티가 리버풀에게 힘도 못 쓰고 생각보다 쉽게 패배했거든요! 그 결과가 오늘 경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집니다!”
“그에 반해 아스날은 이제 갖춰진 베스트 일레븐으로 출전합니다! 라인업만 보더라도 강해 보입니다.”
아스날이 리그 우승이라는 단어를 차지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경기인 리버풀, 그 이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늘은 로테이션으로 간을 볼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그저 지난 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무너트린 리버풀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참조할 뿐이다.
승리라는 단어만을 얻어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