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43화 (143/208)

143화. 떨어진 기억이 있거든요

‘⋯크윽!’

그러나 이번에는 유건이 슬라이딩하는 것을 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첼시의 미드필더가 빨랐다.

사실 파티노조차 태클이 성공할 거라는 생각보다는 드리블 치는 상대 수비수의 다음 동작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그저 공을 먼저 가져가는 자신의 앞선수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던 파티노였다.

“그대로 중앙으로 내려가! 내가 커버 갈게!”

하지만 아르테타가 만든 전술적인 움직임은 그러한 상황이 치명적인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게 해주었다.

쿠아바가 공을 빼앗기기 전부터 아스날은 밀어붙이고 있었고, 그런 양상 덕분에 오른쪽에 있던 페레이라가 중앙 지역에 머무르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공을 따낸 미드필더가 곧바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투욱-!

“어, 어⋯?”

물론 그런 전술적인 커버가 있었지만 그게 모든 상황에서 중앙 지역을 지켜낸다는 말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벤치 멤버로서 활약하던 해리 네빌.

기존 주전 선수의 부상을 계기로 최근 좋은 활약을 펼쳐주며 떠오른 그들의 희망이었다.

그가 페레이라를 앞에 두고 바디페인팅을 하는 중간에 공을 툭 밀어 넣는다.

측면이나 움직임으로 제치려는 게 아니라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빠져나가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페레이라였다.

스으으-!

인버티드 윙백은 보통 장점으로 주목받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했다.

공격 상황에서 사이드 지역을 비우고 올라와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스타일.

만약 그 자리에서 뚫리게 된다면 자신이 나왔던 빈 공간으로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소리.

네빌이 뿌리는 패스가 아스날의 오른쪽 사이드 지역으로 뻗어져 나가는 지금처럼 말이다.

“빨리 커버 내려와!”

그 상황을 막으러 가는 것은 오른쪽 센터백 자리에 위치한 아스날 수비의 핵심 살리바.

완전히 압박을 가서 공간을 내주는 것이 아닌 애매한 움직임으로 사이드 지역에서 공을 잡은 선수에게 혼란을 유도한다.

동시에 아스날 팀원들에게는 자신의 뒷공간이 비어 있으니 커버를 내려와달라고 외치면서.

“마틴, 컷백 봐!”

“건, 뒤에 사람 잘 마크해!”

그리고 수비 지역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와중에도 뒤쪽을 돌아보며 팀원들의 자리를 지정해주는 파티노.

외데고르와 건은 그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잡는다.

그들이 내려올 때까지 크로스가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는 살리바가 계속 조금씩 다가가며 공격수를 애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팀원들이 자리를 잡았고 말이다.

“오버래핑 돌고! 안될 것 같으면 중앙으로 다시 내줘도 돼!”

“바로 중앙으로 올려!”

물론 윙포워드가 선택지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아스날 선수들이 복귀하는 사이, 첼시 선수들도 진형을 유지하면서 패스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사이드 지역으로 오버래핑을.

누군가는 중앙 지역에서 대기하면서 쉬운 패스길을 열어두는 움직임을.

일부 선수들은 중앙 지역으로 침투하며 크로스가 올라오기를 기대한다.

‘⋯젠장!’

그러나 공을 소유하고 있는 첼시의 공격수로서는 당연히 내뱉을 수밖에 없는 말은 바로 이것.

자신이 살리바에게 신경을 쓰면서 머뭇거리는 사이 패스하기도 애매하고, 드리블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으니까.

하지만 뒤늦게나마 팀원들을 믿고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린다.

가까이에 있는 살리바의 머리를 운좋게 넘어가면서.

퍼엉-!

“공 끝까지 봐! 조금만 더 집중해!”

확실히 좋은 크로스로 득점까지 연결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공을 처음으로 잡았던 선수가 적절한 타이밍에 올렸다면 말이다.

살리바가 박스에서 떨어진 지역에 있는 사이 중앙 지역의 피지컬은 밀리는 상황에서 키가 더 큰 수비수들이 헤딩을 위해 점프했으나,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힐슨이 빨랐다.

그리고 이미 수비를 위해 아스날 선수들이 자리를 다 잡은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였기에, 힐슨의 펀칭 이후 곧바로 세컨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 첼시의 공격처럼 좋은 찬스가 오더라도 찰나의 망설임으로 그것을 살리지 못한다면 승리를 할 수 있겠는가.

삐이익-!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나자.”

“윈윈하자고! 맨시티랑 리버풀 좀 잡아줘라!”

수비를 성공적으로 해낸 아스날은 그 이후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거세게 밀어붙였고, 골대까지 맞추었지만 추가골은 넣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은 이번 시즌 세 번째로 맞붙었던 첼시와의 경기에서 드디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시즌까지 만날 일이 없는 그들과의 포옹과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서로의 원하는 바를 넌지시 말한다.

우승을 노리고 있는 아스날 선수단은 2위인 맨체스터 시티, 3위인 리버풀의 발목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첼시는 자신들의 경쟁팀들에게 지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말이다.

FA컵 5라운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

쿠아바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승리하며 아스날이 6라운드 진출.

***

[아스날 FC의 미켈 아르테타, “캐시, 쿠아바와의 재계약 협상에 대해 노력하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길 기대합니다”]

[아스날 FC의 미켈 아르테타, “단지 이번 시즌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꾸준한 경기력의 강팀이 되고 싶습니다”]

[FA컵 5라운드 MOM 유건, “제가 온 이후 팀은 최고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선수단과 감독, 코치진들 모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본격적으로 하반기 리그와 유럽 대항전의 일정이 시작되기 전 가장 힘들 거라고 예상되었던 첼시를 잡아낸 아스날.

덕분에 바쁘고 힘든 경기가 계속되는 일정을 위한 대비를 더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르테타는 현재 나이와 활약에 비해 소액의 주급을 받고 있는 핵심 선수들 대상으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이미 체결한 유건과 동갑의 선수들인 쿠아바, 캐시를 시작으로 주급 인상이 필요한 다른 선수들까지 말이다.

그리고 첼시전 MOM을 받고 인터뷰를 하는 유건은 현재 팀의 분위기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며 아스날을 매력적인 구단으로 어필했다.

‘⋯아스날이라?’

‘저들과 함께 전설을 쓰고 싶다.’

‘현재 아스날의 조합에 내가 추가된다면⋯.’

특히 실력이 있고 그에 따른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 선수들 중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적절한 팀으로 생각될 만했다.

지난 시즌 대비 아르테타 복귀 이후 단 한 시즌 만에 완벽하게 달라진 경기력.

주축 선수들 중 30살을 넘는 것은 살리바와 파티노 및 소우사, 30살에 근접한 힐슨 단 네 명만이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그들이 은퇴하기 전에 새로운 선수들로 무리 없이 대체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유일한 가능성을 가진 팀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도전을⋯.’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PSG.

그들 여섯 개의 팀이 주도하는 현재 세계 축구계 정상의 위치.

번갈아 가며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그들의 틈에 끼기 위해서 수많은 팀이 경쟁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벤투스, 나폴리 등 정상급 팀들이.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그들을 제치고 아스날이 떠오르고 있었다.

세계 최정상으로 발돋움해서 기존의 팀들을 물리치는 첫 번째 팀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아스날 FC의 미켈 아르테타,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월드 클래스 선수고, 구단에 필요한 영입이라면 제의를 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아르테타의 인터뷰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따로 포지션을 언급하기보다는 필요한 선수를 직접 골라서 제의를 하겠다는 인터뷰.

덕분에 아스날로 이적을 열망하고 있는 선수들은 아르테타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수준 높은 선수라도 그가 추구하는 전술, 스타일 등에 맞지 않는다면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

- 오늘 경기가 만약 강팀이었으면, 진짜 선택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스날로서는 다행이다!

- 빌라라서 다행. 이번 시즌 빌라는 지금 강등권에서 탈출할 의지조차 없는 것 같음

- 덕분에 올림피아코스전은 풀 전력으로 출전할 수 있겠네!

- 이제 미드필더는 확실히 스쿼드 뎁스가 올라옴. 지금 뛰고 있는 외데고르 - 클락 - 스미스 미드필더 조합도 약하지는 않음

└ 동의함, 저 세 명 모두가 주전이 아닌 게 미친 것 같음. 유건 - 파티노 - 카마메니 이름값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아스날 VS 아스톤 빌라.

그 이후에 다가오는 경기가 유로파 리그 16강 올림피아코스전이었기 때문에, 아스날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당장 지난 FA컵 경기까지 쉬지 않고 출전을 하고 있는 베스트 라인업 선수들의 체력 보충을 위해서.

더불어 유스 및 로테이션 선수들의 경험과 경기력 유지를 목적으로 말이다.

현재 리그에서 19위를 달리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아르테타도 부담을 내려놓고 그런 선택을 가져갈 수 있었다.

“스미스, 나이스야!”

“마세코, 미친 선방이었어!”

“클락은 진짜 지치지도 않네.”

벤치에 있는 주전 선수들도 이기고 있는 팀의 상황에 마음을 편하게 가지며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아스톤 빌라의 최근 폼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기에.

20위에 위치한 노팅엄 포레스트와 더불어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떨어지는 게 거의 확정되었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18위의 팀은 아직 미정이었지만 말이다.

삑-! 삑-! 삐이익-!

“아스날이 모든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 승리를 가져가게 됩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면에서 아스날로서는 완벽한 준비를 할 수 있었네요!”

“예전에 한 번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유로파 리그 16강에서 떨어진 기억이 있거든요? 이번에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시죠!”

“맞습니다! 당장 그다음 시즌에 복수를 하긴 했지만, 아르테타 감독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두 골을 앞서가고 있었던 아스날의 경기는 심판의 휘슬과 함께 종료된다.

그와 동시에 캐스터들은 유건이 소속된 구단인 아스날의 다음 경기 일정을 예고해준다.

유로파 리그 16강에서 올림피아코스를 상대로 하는 것.

꽤 자주 마주치는 상대팀이었고, 이긴 적도 있지만 그들에게 패배해서 유로파 리그에서 떨어진 경험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1차전에서 주전을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 1차전은 무조건 이겨야 맨시티, 리버풀, 맨유 연속으로 만나는 일정 때 한 번이라도 로테이션 돌릴 텐데!

└ 다시 봐도 일정 진짜 억까다. 우리팀 우승 못 하게 하려고 신이 장난친 게 분명함

그 이유는 곧 리그 경기에서 힘든 상대들을 연속으로 만날 예정이었기에.

우승을 다투고 있는 최상위권 팀들과, 챔피언스 리그를 경쟁하며 마주쳤을 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팀들.

그들과의 경기 중간중간에 펼쳐질 FA컵, 유로파 리그의 경우 최대한 로테이션을 할 필요가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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