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42화 (142/208)

142화. 몸을 날립니다

퍼엉-!

하프타임 이후, 전반전에 계속해서 빼앗기고 있던 중앙 지역의 점유율 때문에 첼시는 전술 변경을 선택했다.

밸런스를 중시하고 미드필더 라인의 엄청난 활동량을 기반으로 골 기회를 노리는 4-3-3 전술에서 쓰리백으로.

효과적인 역습을 위해 수비 지향적이던 사이드백도 공격력이 뛰어난 윙백으로 교체했다.

그런 과정에서 아스날이 유효 슈팅을 허용하고 있었지만 아직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힐슨이 첼시의 중거리 슈팅을 펀칭으로 쳐낸 것처럼 계속된 선방을 하고 있었으니까.

“집중해!”

그러나 계속해서 운까지 따라주며 몰아치는 첼시의 공격에 아스날 수비진의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있었다.

두 명의 볼란치를 가동하면서 중앙 지역은 확실히 틀어막고 있는데, 상대가 그쪽으로 오지 않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이를 악물고 끝까지 사이드 지역에서 크로스를 노리는 전술을 보여주는 첼시였다.

- 이기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크로스 올라올 때마다 심장 떨려 죽겠네

- 일단 지금 너무 기세가 넘어가서 축따형까지도 공이 전달 안 되고 있음

- 아르테타도 맞춰서 전술 좀 바꿔야 될 듯한데, 사이드가 너무 텅텅 비어있네

└ 소우사나 페레이라 혼자서는 돌아 뛰는 선수까지 막기 쉽지 않아 보이네. 카마메니가 아직 사이드백이랑 호흡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중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축따튜브의 팬들이 불안함을 느낄 만도 했다.

후반전 10분부터 시작된 파상공세로 약 10분간 사이드 지역에서 크로스를 10번 이상 허용하고 있었으니까.

살리바의 헤딩을 통한 중앙 지역에 대한 장악, 힐슨의 연이은 선방 등으로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한 구독자가 말하는 대로 파티노와 카마메니는 위치에 따라 수비 지역까지 지원을 내려왔다.

하지만 카마메니가 있는 쪽에서 사이드백과 오버래핑을 하는 선수를 계속해서 놓치면서 크로스를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틴 외데고르가 준비합니다! 어떤 식으로 전술을 변경하려 하는 걸까요? 유건 선수는 아닐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공격수를 한 명 빼고 투입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 수비 지역에서 잘 풀리지가 않거든요!”

“으음, 어렵군요! 그렇게 된다면 아직 남은 20여 분의 시간 동안 공격에서 어려울 수가 있을 것 같거든요?”

안준성과 전지우도 전술적인 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현재 첼시의 전술은 경기장을 넓게 쓰면서 측면에서부터 풀어가는 형태로 아예 아스날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있었다.

그런 경기 양상을 지켜보며 아르테타가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갈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는 수비적인 클락이나 수비수의 숫자를 늘리려고 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삐익-!

그러던 중 공이 아웃되자, 대기하고 있는 외데고르와 교체하는 선수는 카마메니였다.

측면이 계속 열리는 것이 수비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미드필더와 사이드백의 호흡이라고 느꼈던 아르테타.

그 부분을 개선하고 수비형, 공격형으로 나뉘어 제약이 있었던 미드필더의 움직임에 자유도를 더 부여하기 위해서 4-3-3으로 전술을 변경했다.

유건과 외데고르를 메짤라 형태로 좌우에 포진시켜 수비 지역에서부터 공격 지역까지 전 범위를 커버할 수 있도록.

삐익-!

그리고 몇 분 뒤, 추가적으로 새롭게 보여주는 아스날 선수들의 위치.

러너와 교체시킨 자코를 오른쪽 날개에, 기존에 그 위치에 있던 캐시를 왼쪽 날개로 배치한다.

정발을 이용한 크로스를 위해서 그렇게 진형을 연습했던 것.

첼시가 후반전 들어 계속해서 반복했던 전술은 아스날도 충분히 세션에서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것이었기에.

리그 득점왕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최고의 공격수 유망주 중 한 명, 쿠아바의 존재 덕분에 말이다.

“사이드에 숫자가 많다. 중앙으로 파고들자!”

“⋯그런 거에는 안 뚫린다니까!”

아스날이 자코의 투입 이전보다 확연하게 측면 공격의 비율을 늘림으로써, 첼시 선수들 입장에서는 선수가 많은 사이드보다는 이제 비어있는 중앙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양 옆에서 유건과 외데고르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덕분에 수비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은 파티노가 있었다.

그 말은 온전하게 자신의 앞에서 드리블을 치면서 다가오는 선수의 발동작에 속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다는 말.

확실한 찬스를 엿보다가 단 한 번의 스탠딩 태클로 공을 빼앗아 온다.

“나이스 수비야, 파티노!”

“바로 돌아서 뛰어, 건!”

그 모습을 보고 팀원을 향해 큰 소리로 칭찬을 해주는 유건.

하지만 되돌아오는 대답에 곧바로 몸을 첼시 골대 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리며 패스를 건네받는다.

‘⋯젠장, 이 자식 대체 언제까지 잘하는 거야?’

파티노를 뚫으려고 했던 첼시의 미드필더 선수는 결국 그에게 공의 소유권을 헌납하고, 속으로 짜증 낸다.

당장 지난 시즌보다 파티노는 발전된 실력으로 굳건하게 서 있었으니까.

나이를 생각하면 당장 폼이 떨어져도 이상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토마스 에르난데스의 복귀가 계속해서 늦어진다면, 이번 시즌 최고의 원 볼란치는 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전술을 가리지 않고 무결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

“쿠아바!”

“움직여, 쿠아바!”

“중앙으로 붙인다!”

아스날이 전술을 변경한 이후부터는, 두 팀의 경기 스타일이 완전 반대로 바뀌었다.

양쪽의 메짤라를 넓게까지 벌리면서 사이드 지역에서의 크로스를 위주로 풀어나가는 아스날.

사이드 지역의 주도권을 뺏기자 두 명의 볼란치가 굳건하게 지켜내던 중앙 지역의 파수꾼 파티노를 뚫어보려 노력하는 첼시.

아스날의 선제골 이외에 아직 추가적인 골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만 본다면 언제 터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터억-! 투욱-!

“나이스 키핑!”

그리고, 현재 전술의 핵심 쿠아바는 맡은 역할에 대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포백 라인 전부 피지컬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첼시 수비수들의 압박 속에서도 높은 확률로 크로스를 따내고 있었으니까.

뒤에서 전달되는 직선적인 롱패스도 받아서 소유권을 유지하다가 뒤로 내주는 플레이도 보여주었다.

“마틴, 측면으로 벌리자!”

“건, 반대도 열려있어!”

덕분에 아스날이 자랑하는 강력한 미드필더 라인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전보다 덜 수비적이었지만, 훨씬 공격적이었다.

더불어 양쪽에 포진된 건과 외데고르는 패스를 통해 게임을 풀어나가고 도전적인 패스를 곧잘 넣는 스타일.

크로스를 이용하는 전술을 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움직이는 팀원들에게 킬패스를 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압박 좀 제대로 해달라고, 미드필더!”

“공격까지 좀 내려와서 압박해!”

사이드 지역만 의식하기에는 그들의 패스는 너무 날카로웠고, 덕분에 첼시의 수비진은 팀원들에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패스를 쉽게 돌리지 못하게 미리 압박좀 해달라고.

역습을 나가는 것도 좋은데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 아니겠냐면서 공격 라인에게까지 요청한다.

- 와, 근데 진짜 악바리처럼 수비하고 키퍼가 미쳤네

- 사실 전반 쿠아바 페널티킥도 죽어라 때려서 그렇지 조금만 약했어도 막혔을듯?

- 주전 키퍼 부상이라서 이번엔 진짜 이길 수 있겠다 했는데 저 친구 대체 뭐임

└ 진짜 오늘 활약 서브로 두기 아까울 정도네. 경기 제발 이대로 끝나길 빌자

하지만 그렇게 첼시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는 아스날 선수단으로서도 답답함은 남아있었다.

경기 양상이 꽤나 쉬운 쪽으로 풀려가고 있었던 건 다행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추가골을 못 넣고 있었으니까.

몸을 던지며 악바리처럼 수비하는 포백 라인과, 이번 경기 약점이라고 지목되었던 서브 키퍼.

그가 보여주는 신들린 선방 덕분에 1:0이라는 점수 차는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경기 종료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투욱-!

“⋯크윽, 이 자식이!”

그러던 중 이번에는 쿠아바의 키핑을 성공적으로 방해한 첼시의 중앙 수비수가 그에게서 공을 가져왔다.

위험한 지역은 아니었지만 소유권 자체를 주기가 싫었던 쿠아바는 유니폼을 잡아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생각보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이미 빠르게 빠져나갔기에.

투욱-! 투욱-!

“우리 거!”

그러나 곧바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던 외데고르가 바로 압박을 들어갔다.

그것을 보면서 미드필더와의 이대일 패스를 시도하는 첼시의 수비수.

돌려주는 패스가 조금 길 거라고 예측한 외데고르는 주변에 있는 팀원들이 들을 수 있도록 공의 소유권을 가져와달라고 외쳐본다.

물론, 쿠아바의 키핑이 성공할 줄 알고 유건은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있었기에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말이다.

투우욱-!

‘⋯치고 간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건 아니었기에 유건은 그를 붙잡기 위해 빠르게 복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첼시의 수비수는 길게 치고 나가면서 팔로 버틴다면 공을 지켜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공을 앞쪽으로 보다 길게 보내고는, 뒤쪽에서 들어오는 선수를 저지하기 위해 언제라도 팔을 쓸 준비를 하면서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간다.

“유건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사실 다른 장점들이 너무 많아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유건 선수의 활동량은 리그 상위권에 속하거든요!”

“아무리 그런 기록이 있어도 후반 90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저렇게 뛰는 것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맞습⋯, 아 뒤쪽에서 몸을 날립니다!”

그런 그를 계속해서 쫓아가는 유건을 보고 캐스터들이 장점을 언급한다.

한 경기에 평균 11km를 뛰고 있는 기록을 가진 활동량에 기반한 유건의 장점이었다.

아스날 체력 훈련에서도 1등을 꽤 자주 할 정도였으니 어찌 보면 예견되어 있던 일이기도 했다.

언젠가 이런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힐 일 말이다.

스으으-!

‘⋯닿아라!’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첼시의 수비수가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것.

유건이 거대한 피지컬을 가진 자신의 몸을 돌려 어깨를 집어넣기보다는 잔디를 쓸며 슬라이딩하는 것을 선택할 줄을 몰랐다.

다리를 길게 뻗으면서 공에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토옥-!

포기하지 않았던 유건의 마음이 이끌어낸 건지, 소유권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굴러가는 공에 발을 가져다 댈 수 있었다.

칭찬받을 만한 점은 상대 선수의 몸을 건드리지도 않고 깔끔하게 공만 건드리는 태클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레전드 박지상 선수의 태클을 다시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공이 튕겨 나가는 방향은 그가 의도한 곳이 아니었다.

그저 발을 가져다 대고 싶다는 생각에 뻗었을 뿐, 그 이후까지는 그려내지 못했다.

타닷-! 타닷-!

“잘했다, 건!”

“어딜! 아직 우리 거라고!”

후반 37분, 추가시간을 포함하면 경기 종료까지 약 10분 남은 상황에서 유건의 발에 닿은 공을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가 쳐다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파티노와 첼시의 미드필더는 발을 움직여 공을 쫓는다.

소유권이 없는 볼을 획득하고 그것을 골대에 집어넣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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