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조쉬, 저입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45.18%]
유건의 4단계 데이터 동기화 대상은 잉글랜드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
그의 킥이 사진으로 남겨질 때마다 디딤발에 무리가 가지 않냐는 전문가들의 많은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베컴의 발목은 기이한 각도로 꺾이더라도 괜찮았었다.
거기서 나오는 엄청난 회전이 가미된 킥은 주요한 세트피스, 크로스 상황에서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에서 말이다.
쉬이익-! 출렁-!
벽을 살짝 넘어서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유건의 프리킥.
회전이 급격하게 걸리며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코스로 들어간다.
프리킥의 귀재로 축구계의 여러 팀들을 떨게 했던 데이비드 베컴의 프리킥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전설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데이터 동기화율 46.75%
[세트피스 상황에서 프리킥으로 유효슈팅을 기록하세요 (1/1)]
이미 월드 클래스로 거듭나고 있는 유건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무기가 생겨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베컴의 프리킥과 비슷한 코스로 들어간 골은 아스날의 승리를 견인한다.
더불어 내년에 진출할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경쟁을 앞두고 유건의 개인적인 능력이 발전하고 있는 타이밍은 참으로 적절했다.
그곳은 지난 시즌에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둔 팀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단일팀을 가리기 위한 대회였으니까 말이다.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아스날 VS 브렌트포드.
2:0으로 승리를 거두는 아스날, 리그 1위 유지.
유건, 리그 10골 21어시스트.
압도적으로 도움 부문 1위 기록 중.
***
“클락, 패스 조금 더 세밀하게 돌려보자고!”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미리 움직여야 한다니까!”
“밀집된 곳에서 더 빠르게 빠져나와야지, 클락!”
리그 경기 이후 당장 다가오는 FA컵 5차전, 한 주 뒤에 펼쳐질 리그 다음 라운드와 유로파 리그 16강 토너먼트.
그 경기들을 대비하기 위해서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변함없이 훈련 세션이 펼쳐지고 있었다.
최근 아르테타와 코치진들에게 가장 이름이 많이 불리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클락이었다.
파티노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영입한 카마메니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에게 밀려 부족한 점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물론 수비적인 전술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었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볼을 전개하는 능력 면에서는 발전이 필요했다.
“건, 파티노! 방금 상황에서 내가 조금 더 낮은 위치까지 내려가는 게 나았을까?”
“충분히 그 위치도 좋았는데, 보스가 말한 위치에 있었다면 곧바로 전진패스라든지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수월했을 거야.”
“정답은 없어, 클락. 나 같은 경우는 건이나 너, 카마나 스미스에게 패스를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그쪽 코스를 인지하면서 움직이는 편이야.”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다가 자연스럽게 벤치로 밀린 것이 억울할 만도 한데, 클락은 오히려 부족함을 인정하고 경쟁심을 불태웠다.
공간을 인지하는 부분에서 팀 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건과 파티노에게 물어보면서.
“카마,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거기서 대체 그런 키핑을 어떻게 해내는 거야, 카마!”
심지어 자신을 벤치로 밀어낸 카마메니에게까지 질문하고 그의 실력으로 만들어낸 멋진 장면들에 순전히 감탄하면서 말이다.
사실 클락은 처음 영입 당시 팬들이 우려했던 대로 롱패스에서는 큰 약점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일까 자신 없는 롱패스 대신 기본적인 간단한 패스와 장점을 살리기 위해 볼란치를 서더라도 보다 위쪽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받기 힘들다면, 바로 뒤로 빼준다.’
클락은 여러 선수들의 스타일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롱패스에 비해 꽤나 기본적인 패스는 줄곧 잘했었고 그 장점을 더 낮은 위치에서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습을 이어 나간다.
만약 그렇게 그가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서 업그레이드해나간다면 자연스레 파티노가 은퇴하더라도, 미드필더진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유건과 카마메니, 그리고 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유스의 스미스를 포함한 클락은 십 년 이상 계속 스쿼드를 구성할 수 있는 창창한 나이였으니까.
“자코, 움직임을 그렇게 정적으로 가져가면 패턴이 읽히기 쉽다니까!”
“사이드 지역에 수비가 밀집된다면 한 명쯤은 제치고 크로스 공간을 만들어내야지!”
“네가 자랑하는 크로스를 보여줄 상황을 직접 만들려고 노력하라고!”
“왜 곧바로 선택지를 단정짓는 거야? 바디 페인팅을 한 번만 더 섞어봐!"
다음으로 많이 불리는 이름은 바로 이번에 영입된 윌프레드 자코.
로테이션 선수에게 기대할만한 쏠쏠한 활약을 이어 나가고 있었지만, 아르테타는 그에게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별했다.
주력이나 드리블이 장점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수비를 앞에 두고도 정확한 크로스를 구사할 만큼의 침착함이란 무기가 있었다.
그 말은 간단한 바디 페인팅만으로 수비를 속여낸다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노릴 수 있다는 말.
그런 장면을 기대하고 있는 아르테타는 그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소우사, 잠깐만! 방금 내가 바디 페인팅을 했을 때, 왜 안 속은 거야?”
“미안한데 자코, 동작이 아직 너무 커! 페인팅한다는 걸 알려주고 하는 느낌이랄까?”
“페레이라의 말이 맞아. 나도 그런 걸 좀 많이 느꼈어.”
같은 포지션의 팀원들에게 물어보며 도움을 구하던 클락과는 다른 방향의 돌파구를 선택한 자코.
그는 자신을 번갈아 가면서 마크하는 사이드백들에게 다가가 스스로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받는다.
아무리 아스날의 주전들이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손쉽게 바디 페인팅을 읽어 냈기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계속된 훈련의 끝에서 결국 그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부분이 어떤 능력인지.
뻐엉-! 출렁-!
“⋯허참, 저렇게 갑작스럽게 발전할 수도 있는 거야?”
“힐슨, 저놈이 언제 우리들의 상식선에 들어온 적이 있었어?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그들만이 발전을 해나가고 있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공격진은 아르테타와 코치진들의 개인 지도를 통해서 각자 세부적인 움직임을 발전시켜나갔다.
데이비드 베컴의 동기화를 시작한 이후 매일같이 프리킥 세션에 참가하는 유건도 있었다.
그의 킥은 날카로웠고, 급격한 휘어짐을 보여주면서 높은 확률로 막을 수 없는 코스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며 허탈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아스날의 골키퍼 힐슨과 마세코.
‘크흠, 센터백에 대한 문제는⋯’
하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좋은 아스날의 훈련장에서도 아르테타와 코치진이 걱정하는 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유일하게 팀의 약점이라고 지목되는 센터백 자리.
살리바와 파트너를 이루며 출전하는 선수들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이나 전문가의 눈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번 시즌 초반부터 계속해왔던 아르테타.
그러나 문제는 눈에 차는 선수들은 다른 팀의 핵심들.
삐이익-! 삐이익-!
훈련을 끝내는 코치진의 휘슬.
그 청명한 소리와 함께 오늘 진행되는 콜니 트레이닝 센터의 세션은 모두 종료된다.
이후 모두가 하나둘씩 떠나가고 있는 시각에, 아르테타는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결정을 내렸을 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뚜루루루-! 뚜루루루-!
“⋯조쉬, 아르테타입니다.”
“여름 이적시장에 대한 얘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살리바 선수의 파트너 자리는 구단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월드 클래스 중앙 수비수를 영입할 생각입니다.”
붙잡고 있는 수화기 너머의 대상은 바로 조쉬 크뢴케.
아스날을 운영하고 있는 구단주이자 아르테타의 희망이었다.
자신의 눈에 차는 중앙 수비수들은 다른 팀의 핵심, 그 말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조쉬 크뢴케였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장 리그 우승을 원하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조쉬.’
그러나 아르테타가 원하는 금액은 클럽 레코드급의 액수.
아무리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구단주인 조쉬 크뢴케라고 해도 당장 확답을 줄 수 없었다.
몇 년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지 못한 탓에 예상한 중계권료를 받지 못해 적자 운영이 지속되었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믿고 맡겨준 아버지에게 명분을 삼기 위해 최소한의 성적을 요구한다.
‘유로파에, 리그라⋯’
최소한 유로파 리그 우승, 리그 4위를 거두어야 그만큼의 금액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
더불어 리그 우승까지 만들어낸다면 추가적으로 돈을 더 풀겠다는 말.
선수단을 이끌어 나가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아르테타.
그가 남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채 너무 늦은 시간이 되기 전에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서 퇴근한다.
약속을 받아낸 이상 내일부터는 다시 팀의 승리를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니까 말이다.
***
“여름아!! 여기야 여기!!”
“오빠! 힘든데 왜 나와 있어, 집에서 쉬고 있으라니까!”
FA컵 5차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날, 런던 히드로 공항에는 유건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촬영 이후 섭외된 예능과 다른 방송 촬영까지 마친 나여름이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것.
몇 개월간 바쁜 일정을 보낸 그녀가 소속사와 협의한 휴가를 내고, 세 달 정도 여행 허락을 받았다.
물론 여행이 아니라 유건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보낼 동거 생활이 목적이었지만.
“창훈 오빠, 하린 언니는 잘 지내고 있죠? 조카 너무 예쁘던데!”
“하하, 니가 온다고 해서 맛있는 거 준비하고 있어. 그래도 아직 힘들어하고 있는데, 네가 와서 좀 다행이다.”
“오빠, 저녁에 선글라스 쓰고 오면 딱 봐도 유명인인 줄 알겠다! 이 바보야!”
유건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은 것은 고급 차량으로 공항에서 시선을 끌기 싫었던 이유가 있었고, 최창훈과 함께 왔다.
그와도 해후를 나누는 여름이었고 이내 유건의 복장을 지적한다.
밝은 공항에서 비니에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착용하며 남들에게 유명인이라는 것을 티 내고 있는 유건이었으니까.
“⋯으으, 그래도 이래야만 안 들킨다니까!”
“에이 바보,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창훈 오빠도 고생했어.”
“하린이가 아주 극진한 대접으로 데려오라고 신신당부를 며칠 전부터 했다!”
그래도 그렇게 마중을 나와준 그들이 고마울 따름인 여름이었다.
각자 사정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심지어 유건은 오늘 오후까지 훈련 세션을 진행하고 왔으니까.
그리고 누가 알까.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유건이 한 여자 앞에서 이렇게 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경기장의 중앙 지역을 누비면서 존재감을 뽐내는 것과 완전 상반된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