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36화 (136/208)

136화. 오랜만에

[FA컵 4라운드에서 행운이 깃든 아스날, 브라이튼전을 앞두고 EFL 리그1 소속인 링컨 시티와 매치 성사!]

[리그 순위 유지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할 기회를 얻은 아스날, FA컵 최다 우승팀의 행운?]

그리고 브라이튼전에 펼쳐지는 매치, FA컵 4라운드 상대는 EFL 리그1이라고 명명되는 3부리그의 팀으로 결정되었다.

쉽지 않은 일정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정말 행운이 따라주었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상위권의 문턱을 두드리고 있는 브라이튼 원정길을 떠나기 전에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2부리그 정도만 되더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후보 선수만으로 출전시키면 패배할 수도 있었지만 3부는 얘기가 달랐다.

다른 팀들에 비해 훨씬 쉽게 5라운드 진출을 생각해도 된다는 소리였다.

- 나이스!! 로테이션 돌릴 수 있겠다!

- 스타팅 라인업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경기를 뛰긴 했음

팬들의 반응도 정말 다행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챔피언스 리그만 진출하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리그의 중반을 지나는 지금 시점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승점 5점을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남은 세 개의 대회 중 사실 리그를 가장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게 맞았고 팬들도 바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링컨 시티가 상대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 나이스, 카마메니랑 자코 또 볼 수 있겠는데!

- 데뷔전도 나쁘지 않았음. 아직 자코는 잘 모르겠지만 카마메니는 확실히 좋은 영입인 것 같음

- 솔직히 크로스를 장기로 하는 선수라 쿠아바랑 같이 뛸 때 더 빛을 볼 것 같은데

영입된 두 선수가 데뷔전을 치르긴 했어도 아직 호흡이 엇나가는 장면들이 꽤 있었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잘 걸리게 됨으로써 그들이 선발로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팬들이 많았다.

사실 자코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있었지만, 그건 그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란 그런 곳이니까 말이다.

“다들 이제 이번 시즌 여정의 반을 지나왔을 뿐이다!”

“지치지 말고 남은 경기에서 우리의 열정을 불태워 팬들을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당장 다음 경기에 맞붙는 링컨 시티를 두고 방심하는 선수가 있다면, 실제 경기에서 큰코다칠 것이다.”

FA컵의 상대가 결정됨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그 시점에, 아스날 선수단은 평소보다 더 빡세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일정에 거의 모든 경기를 출전한 선수들이 회복 훈련에서 퍼지는 모습을 보이자 아르테타가 크게 호통을 쳤으니까.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인간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을 이해했지만 그 시점이 지금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현재 아스날의 분위기는 구단과 팬들이 하나 되어 엄청난 응원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였으니까.

“링컨 시티 전에서 미드필더 라인은 마틴, 카마메니, 스미스가 구성할 예정이다.”

FA컵 3라운드에서는 2부 리그의 팀을 만났었기에 대부분 주전으로 출전을 했었고, 덕분에 손쉽게 승리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내일 있을 경기는 더 낮은 수준의 팀이다 보니 외데고르에게 중심을 잡게 하고 유스 선수와 영입된 카마메니를 출전시키려 했다.

유스 선수의 정체는 애런 스미스.

헤일 엔드에서 특급 유망주로 불리고 있었고, 이번 시즌 로테이션 1순위 미드필더였다.

다만 카마메니를 추가적으로 영입한 이유는 볼란치보다는 메짤라에서 기량을 최고로 발휘하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자코는 오른쪽으로⋯”

“쿠아바 대신⋯”

원정을 떠나기 전 오늘 마지막 훈련에서는 아르테타가 선발 라인업에 대한 브리핑을 끝내고 나서야 자리가 마쳤다.

물론 내일 원정길에 혹시나 모를 부상을 당한다면 다른 선수로 변경될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특별한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살리바와 페레이라가 없는 수비라인이 불안해지긴 했지만 외데고르, 스미스, 카마메니로 이루어지는 미드필더 라인이 단단했다.

그들이 링컨 시티를 상대로 확실하게 중앙지역을 점유해준 덕분에 경기 자체가 쉽게 흘러갔다.

“파티노, 저 친구한테 안 밀리려면 잘해야겠는데?”

“젊음은 역시 좋다니까!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것 같은데.”

“스미스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이 없어졌어. 저 녀석 처음에 같이 훈련할 때 얼어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겨우 한 살 더 많은 주제에 애 취급하지 마라.”

2:0의 스코어로 순조롭게 리드하는 경기를 보면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선발 멤버들.

유건이 먼저 파티노에게 카마메니를 언급하면서 장난치기 시작했고, 쿠아바와 캐시는 스미스의 움직임을 칭찬했다.

스미스가 귀엽다며 얘기를 나누는 둘에게는 러너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고.

“저, 저놈이! 누가 그렇게 한 번에 뚫리라고 가르쳤냐!”

그리고 가장 열정적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선발 라인업 선수 중 한 명은 살리바였다.

현재 수비라인을 구성하는 것은 유스 선수들.

훈련 중에 자신이 가르쳐준 움직임과 진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앙지역으로 돌파를 당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링컨 시티의 스트라이커가 중앙선에서부터 공을 몰고 온 탓에 순간적인 체력 저하로 정확한 슛을 때리진 못했지만 말이다.

- 휴, 이번에는 많이 위험했다. 마세코가 적절한 타이밍에 잘 뛰쳐나왔어!

- 그나마 미들 지역에서 선방하고 있어서 오늘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것 같네

- 확실히 공격이나 수비 쪽은 스타팅 라인업에 비해서 실력 차이가 있어

└ 그래도 자코는 선발로 첫 번째 뛰는 경기치고 잘하는듯? 어시도 두 개나 하고

└ 크로스가 진짜 날카롭더라. 나중에 게임 안 풀릴 때 자코 넣고 쿠아바 머리 노리는 전술도 나올 것 같음!

유건을 응원하면서 많은 구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아스날 팬으로 진화했다.

덕분에 유건이 선발로 출전하지 않는 오늘 같은 경기에도 자연스럽게 채팅창에서 대화를 나눌 정도.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해외축구를 좋아하고 얘기하면서 경기를 보고 싶은 축구팬들도 자주 찾아왔다.

평소 같은 경우는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지만 경기가 중계 중일 때는 보통 그와 관련된 대화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넓게 쓰자, 파티노!”

“카마, 바로 줘!”

그 이후 후반 70분을 기점으로 경기력 유지를 위해 지난 라운드에서 빨리 교체되었던 건과 파티노, 쿠아바가 투입되었다.

카마메니와 스미스를 대신해서 들어온 파티노가 투 볼란치를 이루고 외데고르를 대신해서 들어온 건이 공격형 미드필더.

아스날 최고의 스트라이커 쿠아바까지.

그때부터는 링컨 시티가 공격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반코트 경기가 진행되었다.

호흡을 계속 맞춰온 유건과 파티노가 훨씬 더 공을 경기장 넓게 넓게 돌리며 상대팀의 체력을 바닥나게 했기에.

삐이익-!

자코가 마침내 쿠아바의 머리를 노리는 정확한 크로스를 한 번 보여준 뒤, 경기는 오래 지나지 않아 종료되었다.

비록 마지막에 어시스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오늘 보여준 활약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했다.

“모두들 고생했어! 오늘 너무 잘하던데?”

경기 이후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아스날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FA컵 5라운드에 진출하기도 했고, 로테이션 선수들과 유스 선수들까지 경험을 쌓았다.

리그를 제외한 다른 대회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였다.

소규모의 대회더라도 상위 토너먼트까지 올라가게 되면 주전 라인업으로 출전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늦게 들어온 유건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유스 선수들에게는 칭찬과 조언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로테이션 선수들에게는 입바른 소리를 했다.

“자, 이제! 우리는 브라이튼을 잡으러 갈 예정이다.”

“그러기 전에, 일단 타라 얼른 복귀하게!”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긴 아스날.

며칠 뒤에 치러질 브라이튼과의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를 위해 빠르게 복귀한다.

리그 전반기의 끝을 알리는 매치였으니 꼭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 말이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축따입니다.”

“제가 너무 오랜만에 방송을 켰죠? 여러분 보고 싶었는데 경기 준비로 쉴 틈이 없었네요!”

돌아온 유건은 다음날 훈련에 늦지 않으려고 이른 잠에 들기 전, 별튜브 방송을 오랜만에 진행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전후로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축구를 제외하고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확실하게 본업에 집중이 필요할 때 한눈팔지 않는 것은 유건의 장점이었다.

- 괜찮아, 형! 나중에 휴가받으면 지난번처럼 자주 해줘!

- 중계방송에서 형 활약하는 것만 봐도 기쁘니까 다치지 말고 앞으로도 잘해줘

- 솔직히 형 프리미어리그 가면 방송 아예 안 할 줄 알았는데,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들어온 수많은 구독자들은 유건이 오랜만에 켰음에도 크게 비난하지 않았다.

몇 주 전, A매치 기간에 국내에 들어갔을 당시 몰아서 방송을 했기도 하고 오히려 팬들은 고마워하고 있었다.

사실 프리미어리그 스타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해진 건데도 같은 자리에서 별튜브 방송을 계속해주었으니까.

유명세와는 관계없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도 첫 방송 때와 동일했고 말이다.

- 형, 아스날에서 누구랑 제일 친해요?

“이거 솔직히⋯, 저는 다 친하거든요? 근데 어색한 애들이 있긴 있죠!”

“그래도 뽑으라고 한다면 쿠아바, 캐시, 마틴이나 살리바 및 파티노 정도?”

“그리고⋯”

약 오십 분 정도 방송을 진행한 유건은 마무리를 위해 Q&A 타임으로 넘어갔다.

가장 첫 질문은 누구랑 가장 친하냐는 것.

근데 대답하다 보니 거의 모든 아스날 선수들이 나와버렸고 적절한 대답은 되지 못했다.

한 명만 뽑았다가 나중에 그들이 방송이라도 보게 되면 어떻게 둘러댈 방법이 없지 않은가.

- 형, 여름 누나랑 결혼하실 거예요?

“이 질문은 지금 당장 답변드릴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서 패스하겠습니다!”

꽤나 당황스러웠던 질문도 있었다.

교제하고 있는 나여름과 관계를 발전시켜 결혼에 대한 생각까지도 가지고 있는지 물어오는 구독자의 질문.

당장 “당연하죠!”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프러포즈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 방도가 없었다.

그저 서로 통해서 같은 종착지를 생각하고 있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빠르게 스킵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쯤에서! 오늘 방송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추가적으로 몇 개의 질문에 대답해준 뒤에 오늘 방송 종료를 알리는 유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건은 이후 간단하게 여름과 전화를 하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했고, 침대에 몸을 던지자마자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잠깐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아스날 VS 브라이튼 경기 삼 일 전 오랜만에 축따튜브를 통해 방송을 진행한 유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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