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35화 (135/208)

135화. 세 가지의 금

[맨체스터 시티에게 승리를 거두며 한 경기 이상 앞서가는 아스날, 이번 시즌 마지막에 그들의 순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리오 퍼디난드, “나는 요즘 아스날 경기를 보는 맛에 살고 있다. 그들의 경기력은 미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게리 네빌, “아스날이 잘하고 있지만 항상 마지막에 미끄러진다. 어차피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이 할 것”]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맨체스터 시티를 어떻게 따라잡을 예정이냐구요? 우리의 목표는 아스날입니다. 그들이 1위니까요”]

전반기 리그 경기 중에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매치였던 탓에 쏟아지는 뉴스 기사도 상당했다.

전문가들의 칼럼에서부터 축구 관련 방송 패널로 출연하는 레전드들의 평가까지.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스날이 이번 시즌에는 최소 4위 안에 위치하리란 것.

그들이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로 다시 복귀한다는 말이었다.

[(오피셜) 아스날 FC, 계약기간 6개월 남은 프랑스 신성 카마메니 700억에 영입!]

그 세간의 평가들을 확정 짓기 위해 아스날은 겨울 이적시장 전 합의된 영입 선수들에 대해 오피셜 기사를 냈다.

일전에 합의 완료라는 기사가 나오긴 했었지만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다른 팀의 하이재킹 시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

로리앙에서 뛰면서 프랑스 리그의 베스트 미드필더 중 하나라고 꼽히고 있었던 초신성 카마메니.

원래라면 시작 가격 자체가 1000억이 넘었겠지만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였기에, 적당한 오버 페이로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는 파티노의 장기적 대체자이자 지금 현재 단계에서부터 경쟁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수준의 선수였다.

[(오피셜) 아스날 FC, 분데스리가 10년 차 공격수 윌프레드 자코 영입!]

또 한 건의 영입은 윌프레드 자코.

라이프치히에서 꾸준한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로서, 현재 아스날이 가진 윙포워드들과 다른 옵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선수였다.

파고드는 움직임이 장기인 왼쪽 날개 카일 러너, 아이솔레이션 상황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오른쪽 날개 제이든 캐시.

그들보다는 조금 더 정적이고 스탠딩 윙어로서 크로스를 위주로 플레이하는 선수였고 수비 지역에 대한 커버도 뛰어난 선수였다.

34살의 적지 않은 나이와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적절한 가격에 영입했다.

- 카마메니 영입은 진짜 미쳤어! 만약 이 친구가 파티노나 클락과 호흡을 맞추고 적응한다면 우리는 진짜 우승까지 할 수 있어!

- 자코 영입도 나쁘지 않아. 로테이션을 목적으로 영입했겠지만 하이라이트를 보니까 충분히 상대 팀에 따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될 수도 있겠는데?

-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주는 크뢴케 찬양해. 이게 다 슈퍼 미켈 아르테타가 믿음을 줬기 때문이겠지!

- 작년에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질 위기였던 우리 팀을 생각하면 지금 꿈만 같은 스쿼드라니까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아스날 팬들의 반응도 불안함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영입된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는 문제보다는, 그들이 활약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봐야 알 수 있었고 기뻐하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필요해 보이는 포지션에 맞춰 겨울 이적시장에서 적절한 보강이 이루어졌으니까.

“새로운 선수들과 인사하고 잘 환영해주도록!”

런던에 도착하여 사인한 뒤, 그들은 간단한 소개와 함께 곧바로 아스날 훈련에 합류했다.

시즌이 진행 중인 겨울에 영입되었다 보니 프리 시즌을 거치며 기존 선수단과 호흡을 맞출 시간은 없었다.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그저 훈련 세션을 함께 진행하면서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18라운드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방문할 예정인 리즈 유나이티드를 대비한 트레이닝이 끝날 때, 아르테타의 주도하에 조촐하게 환영식이 열렸다.

“홈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온 뒤에 거하게 환영식을 하자고!”

조촐했던 이유는 이틀 뒤 치러지는 경기가 있었기에 제대로 된 환영식을 뒤로 미뤄두었기 때문이다.

정해진 날짜는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매치 다음 날 회복훈련을 진행한 뒤의 저녁.

트레이닝 센터의 세미나 세션을 위한 공간에서 카마메니와 자코를 다시 한번 정식으로 맞이하는 자리였다.

그들의 간단한 장기자랑과 함께 말이다.

***

“건, 마틴! 조금 더 높게 올라가도 돼!”

한국 시간으로 저녁 8시에 열리는 아스날과 리즈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황금시간대이기도 했고, 미친 활약을 하는 유건이 선발로 출전했기에 축구팬들은 치킨을 주문하여 중계를 보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이후 타박상으로 불편함을 호소한 클락 대신 우선 오늘 선발로 출전한 것은 외데고르.

파티노와 미드필더 라인까지 올라온 페레이라의 지원 아래 공격 지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유건과 스위칭하며 리즈 유나이티드를 괴롭히고 있었다.

“경기가 정말 치열하긴 한데, 스코어가 이런 상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오늘 아스날에서는 새로운 선수의 데뷔전을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

“맞습니다! 당장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은 많이 없었겠지만, 영입된 두 명의 선수는 기본적인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저희가 중계하지 않는 프랑스 리그의 카마메니 선수를 한번 보고 싶습니다!”

“차세대 월드 클래스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만큼, 보여줄 모습들이 정말 기대됩니다! 아스날 팬분들도 아마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습니다”

캐스터들이 중계방송에서 언급한 대로, 한 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팀답게 리즈 유나이티드의 압박은 거세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이제까지 가장 힘들었던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을 뛰어넘을 정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득점을 못 하고 있었기에, 전광판에 나오는 스코어는 차이가 나고 있었다.

거기에 표시된 아스날 2:0 리즈 유나이티드라는 문구처럼 말이다.

“으하하, 미친 헤딩이었다 쿠아바!”

“다들 찬양하라고! 오늘 내 폼은 절정에 달했으니까!”

거기에 후반 73분, 코너킥 상황에서 캐시가 중앙 지역으로 붙인 세트피스 킥을 높은 점프력과 함께 강한 헤딩으로 추가골을 득점했다.

리플레이로 나오는 그의 점프력은 상대 수비보다 머리 하나가 높은 정도였고 이번 골로서 그는 오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무한한 자신감은 세레머니를 함께하고 있는 주변 팀원들에게 허세로 전달된다.

이걸로 매치볼을 집으로 가져갈 그는 다시 킥오프를 위해 센터 서클로 돌아가기 전까지 팬들 앞에서 가슴을 치며 포효를 지속했다.

아스날 1군 소속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건 오늘이 처음이니까 기분이 말로 표현되지 않을 정도였기에.

- 으아아, 쿠아바 오늘 개미쳤다! 쏘는 족족 유효 슈팅 아니면 골이네

- 이쯤되면 카마메니랑 자코 데뷔를 오늘 바로 할 수도 있겠는데?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오늘도 공격포인트 기록했음. 이걸로 리그 어시 20개인가?

└ 리그는 19개가 맞음. 유로파에서 하나 기록해서 시즌으로 치면 도움 20개!

축따튜브의 팬들도 흥분되는 기분을 대화창에 쏟아내고 있었다.

엄청난 활약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쿠아바가 오늘 채팅 내용의 지분을 꽤 차지하고 있었고, 영입생들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 중이었다.

물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유건에 대한 내용이었고 말이다.

삐이익-!

“예정된 교체를 진행하자고! 건과 파티노, 그리고 러너 대신 캐시랑 말일세.”

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아르테타와 코치진은 미리 예정된 교체를 시행하기로 했다.

최근 좋은 모습으로 5경기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이튼이 다음 라운드 상대였기에, 주요 선수들의 체력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카마메니와 유스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넣으면서 투 볼란치 가동으로 수비에 힘을 싣는 게 두 번째.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영입 선수들인 자코와 카마메니를 투입시킴으로써 그들의 적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게 마지막 이유였다.

삐익-!

“행운을 빌게, 친구들!”

공이 나가고 76분에 이뤄지는 교체.

가장 먼저 들어온 건은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과 포옹을 하며 응원을 해준다.

리그 경기에는 처음 출전하는 유스 출신 로테이션 선수는 물론이고 데뷔전을 치르는 영입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터억-!

‘⋯후우, 후욱! 이걸로 20개다!’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며 갑자기 풀린 긴장감으로 체력이 더 빠져버린 유건.

벤치의 빈자리에 앉으며 오늘 달성하고 싶었던 목표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오랜만에 둘만의 플랜 A와 함께 쿠아바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시즌 9골 20어시스트.

리그 도움왕은 거의 확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한 어시스트 개수였다.

물론, 유건의 목표는 역대 최고 도움 기록을 넘겨버리는 거였고.

***

“촬영하느라 다들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건이 교체된 그 시각, 이번에 김지연과 함께 촬영하는 작품의 마지막 씬을 찍은 기념으로 여름은 회식을 하고 있었다.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문자 중계에 떠 있는 어시스트 기록 내용을 보면서 기분은 좋은 채로 말이다.

자리를 시작하며 간단하지만 듣기 좋은 말로 촬영 스텝들과 어울리는 그녀였다.

그런 예쁜 말솜씨에 이어 촬영장에 방문한 이후 유건이 최창훈을 통해서 커피차, 간식차 등 꾸준한 서포트를 해주었기에 예쁨을 많이 받으며 지냈다.

“오늘도 멋진 활약을 펼친 유건 선수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여름씨가 건배 제의 한 번 어때요?”

“아, 그럴까요?”

“그, 그래요! 한 번⋯”

자리가 무르익어가던 중, 촬영감독은 밝으면서도 평소에 조용한 여름에게 남자친구를 칭찬하며 건배사를 요청한다.

사실 진짜로 하는 걸 보고 싶다기보다는 마지막으로 하는 회식의 분위기를 조금 장난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여름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볍게 승낙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그 이후로는 잔을 들고 중앙으로 나가는 그녀를 기대감을 가진 채로 쳐다본다.

‘⋯황금, 소금, 지금이었지?’

감독뿐만 아니라 이 자리의 사람들에게 집중된 시선을 받고 있는 여름은 건배 제의를 하기 전 유건에게 배웠던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세상에는요! 살아가는데 정말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세 가지의 금이 있습니다!”

“여, 여름씨⋯”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금전적인 거죠. 바로 돈에 관련된 황금!”

“다음으로는⋯”

용인 FC 입단 환영식에서 보여주었던 유건의 고전 건배사.

누가 그의 여자친구 아니랄까 봐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중간에 제지하는 스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름의 건배 제의는 이어진다.

축따튜브 초기, 장난식으로 유건에게 이것을 알려주었던 한 구독자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아름다운 미모로 주목받고,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여배우가 따라 하게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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