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수준 높은 세트피스
출렁-!
추가적으로 행운의 신마저 유건의 손을 들어주었다.
골대 앞에 밀집된 수비들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으니까.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공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그 말은 이번 슈팅에 대한 반응이 늦었다는 것.
곧 그물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유건의 다이렉트 발리킥이 골대에 꽂힌다.
“골, 골입니다!! 유건 선수의 멋진 다이렉트 슈팅이 맨체스터 시티의 골대를 흔듭니다!”
“전반전에 먼저 보여주었던 맨체스터 시티도 그렇고 더 성공적으로 따라 한 아스날, 양 팀의 수준 높은 세트피스 전술입니다!”
“이게 사실 입으로는 말하기 쉬운데 실제로 득점까지 연결시킨다는 건 상당히 놀라운 일이거든요?”
“맞습니다! 리플레이를 보시면 골이 들어가는 순간, 골대 앞의 아스날 선수들마저 입을 벌리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중계를 하고 있는 캐스터들이 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후반 18분에 터진 유건의 추가골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축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한 골 차이가 나는 것과 두 골 차이가 나는 것은 아주 크다고 체감될 정도이기에.
추격의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의지를 잠시 꺾어놓는 득점이었다.
“으하하하, 내가 오늘 컨디션 좋다 그랬잖아!”
물론 아스날 선수단에게는 지쳐가던 몸이 다시 한번 활기를 되찾는 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느낌은 유건도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옆에서 함께 달려가며 목을 걸어오는 팀원들에게 외친다.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오늘 컨디션이 좋다고 나대던 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그래, 이 자식아! 오늘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운이든 실력이든 상관없다고! 들어갔으면 끝이야!”
그리고 어린 에이스의 그런 허세를 받아주는 건 지금 이 순간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만큼 중요한 득점이었고, 그저 이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님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70분을 기점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그동안 훈련장에서 이날만을 위해 연습했던 그 전술로 변경한다. 마틴! 건과 교체하면서 선수들에게 전달해주게.”
“네, 보스.”
하지만 벤치에서는 잠깐 동안만 기뻐했고, 곧바로 전술의 변경을 지시하는 아르테타였다.
한때 스승이었던 펩에게 존칭을 쓰며 동양에서 말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단어를 실현시키려 한다.
리버풀전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던 특별 훈련.
아스날의 색깔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수비 위주의 쓰리백 전술이었다.
“건과 쿠아바를 불러들이고, 마틴과⋯”
후반 70분이 되는 시점은 선수들의 세레머니가 끝나고 거의 곧바로였다.
아르테타의 지시대로 교체가 준비되고, 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익-!
마침내 골대 뒤쪽으로 나가며 골킥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온다.
머리 위로 양손으로 회전하는 팽이를 묘사하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경기장의 선수들에게 교체 타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고생했다, 이놈들아!”
“캡틴, 지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는 유건과 쿠아바의 표정도, 교체를 기다리는 마틴과 유스 중앙 수비수 선수도 모두 밝았다.
공은 둥글다 보니 20분이라는 시간은 어떤 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자신이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에 맞서서 우리 골문을 걸어 잠글 자신이.
***
뻐어엉-!
‘⋯젠장, 그래도 뚫고 들어오는군.’
하지만 이번 변형 전술에서 쓰리백 중앙지역 자리를 맡고 있는 살리바의 현재 생각처럼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75분까지는 문제없이 갑작스레 많아진 아스날의 수비에 당황하던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
그러나 곧 적응하고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밀집된 수비 사이사이에 위치하며 골대까지 향하는 패스 길을 만들어낸다.
결국 후반 78분, 다섯 명이 포진되어 있는 미드필더 지역을 뚫어내고 수비 라인까지 접근하는 것을 가까스로 클리어해내는 살리바였다.
“가까이에 있는 팀원한테 확실하게 못 주겠으면, 어떤 위치에 있든지 신경 쓰지 말고 멀리 클리어해!”
“우린 경기장 최대한 넓게 쓰면서 역습을 노린다!”
“파티노, 미들 지역에서 너무 쉽게 공 안 나오게 압박 좀 더 세게 해줘!”
물론 그들처럼 변화되는 경기 양상에 적응하는 것은 아스날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파티노에게서 주장 완장을 건네받은 외데고르를 중심으로 부주장들이 함께 팀원들에게 외친다.
서로 한 발자국씩 더 뛰어 주면 다른 팀원들이 배로 편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투욱-! 투욱-! 투욱-!
순식간에 패스를 주고받으며 들어오는 삼각 패스.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끼리 주고받더니 어느새 윙포워드가 그 지역으로 파고들면서 유기적인 플레이에 도움을 준다.
팀원들간의 호흡을 따진다면 몇 년 동안 맞춰온 그들이 한 수 위.
공을 빼앗기는커녕, 패스를 쫓아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자신이 마크하는 선수의 발에서 공이 떠날 때까지 태클을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끊임없이 쫓아갔다.
투욱-! 콰앙-!
“⋯크윽, 세컨볼!”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을 뚫고 유효 슈팅까지 가져가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은 확실히 세계 최고 자리를 두고 다투는 팀다웠다.
힐슨이 선방을 해내긴 했지만 이번 공격을 성공시킨 베스트 라인업 11명 선수들의 몸값을 다 합친다면 1조 이상.
여유 있는 이적시장 자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열정적인 감독 등 그들은 선수를 영입하는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유 덕분에 매 시즌 월드 클래스 선수들로 구멍이 생기는 자리를 보강해왔던 것이다.
투욱-!
구성원 개개인들이 모두 해당 포지션 월드 베스트를 뽑는다면 거론되는 선수들.
그런 선수들이 움직이며 또 한 번 준비해온 새로운 세트피스 전략을 사용하려 했다.
아스날의 오른쪽 사이드에서 주어진 킥이었기에, 기존 오른발잡이 키커와 왼발잡이인 그들의 에이스가 함께 서 있었다.
그 상황에서 공을 살짝 패스하며 짧은 코너킥으로 전개한다.
“내가 나갈 테니까 커버해줘!”
오른쪽 라인에서 최종 수비를 담당하고 있던 것은 바로 기존 사이드백 페레이라.
코너 플랫 근처에서 킥이 올라오기 이전에 막아 보기 위해서 빠르게 다가가면서 외친다.
만약 자신이 놓치는 선수가 있다면 뒤에서 확실하게 커버해주길 부탁하면서.
스으으-!
하지만, 공은 어떤 축구선수의 발보다도 빠른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
페레이라가 도착하기도 전에 맨체스터 시티 에이스의 발에서는 공이 떠났으니까.
헤딩을 위해 머리를 노리고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아닌, 땅볼로 깔아서.
게다가 조금 어색했던 것은 중앙 지역이 아닌 약간 뒤쪽으로 내주는 패스였다.
‘⋯어, 어? 저게 왜?’
불행이었던 것은 그 어색함을 느끼는 선수들이 아스날 선수단밖에 없었다는 것.
신호와 함께 준비해온 대로 하는 세트피스 전술인데 그들이 당황할 게 있겠는가.
그 약간의 타이밍을 빼앗긴 대가는 가혹했다.
스으윽-!
뒤쪽에 물러나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메짤라 중 한 명.
마지막 자리에 위치한 슈팅을 차는 선수마저 더 정확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왼발잡이 선수로 배치해둔 그들.
덕분에 밀집되어 있는 수비들에게 걸리지 않으면서 가까운 포스트의 하단으로 빨려들 어간다.
컷백으로 내주는 패스를 보았기에 시야가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도 예측하고 몸을 날려봤던 힐슨이었지만, 손에 닿지 않았다.
와아아아-!
그와 함께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맨체스터 시티 홈팬들의 함성.
그들의 환호성에는 혹시나 하는 희망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광판에 보이는 경기의 시간은 85:13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추가 시간을 포함하면 약 10분이 남아 있었으니까.
- 아, 제발 10분만 더 버티자! 아스날!!
- 축따형이 너무 빨리 빠진거 아닌가? 오늘도 폼 미쳤었는데!
└ 아르테타로서는 솔직히 전술적으로 바꿔볼 만했다 생각함. 저걸 뚫어내는 맨체스터 시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자
- 제발! 신이시여 부처님이시여 성모 마리아이시여 무교이지만 이번 경기 아스날이 10분만 더 버티게 해주세요!
그에 반해 최창훈의 관리하에 있는 별튜브 직원들이 켜놓은 축따튜브의 채팅창에서는 환호성보다는 걱정이 담긴 대화가 많았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은 아니지만 기세가 오른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은 더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경기가 끝나길 바라는 유건의 팬들이었다.
“자, 자! 이미 들어간 골을 되돌릴 수는 없다. 멘탈 잡고 남은 시간 전술을 유지한다!”
“다시 한번 집중해서 가보자!”
시티 선수들의 세레머니는 거의 없었다.
그저 홈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아스날 골대로 빨려들어 간 공을 달려가서 잡고 다시 중앙선까지 들고 왔을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외데고르는 혹시나 모를 팀원들의 정신적인 두려움을 먼저 막아준다.
남은 시간 동안 집중하면 아직 우리가 승리를 따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
“끝까지 버텨!”
“바로 클리어해!”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는 시간은 4분이 더 주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아스날에게는 긴 시간처럼 느껴졌고, 악착같이 수비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역습 찬스가 두 번 정도 있었으나 유효 슈팅으로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 이후 러너를 원톱으로 한 채 캐시까지 미드필더로 교체하는 아르테타.
극단적으로 수비를 지향하는 3-6-1의 자리 배치였다.
“원터치로 가야 돼!”
“아직 시간 남았을 거야! 마지막 하나 더 만들어보자”
그러나 계속해서 공격을 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도 초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바로 지난 경기 뉴캐슬을 상대하면서도 패배라는 무력한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는데,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될 수도 있었으니까.
심지어 지게 된다면 승점도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었고 이제는 1위보다는 3위인 리버풀과 가까워졌다.
삑-! 삑-! 삐이익-!
마침내 울리는 휘슬.
마지막 공을 수비 지역까지 내려온 외데고르가 클리어하는 순간, 경기는 끝이 났다.
몇 년 동안 홈, 원정 경기를 포함하여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아스날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리그 테이블에서 압도적인 1위로 한 발 더 치고 나가는 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으아아아!! 이겼다!!”
“으하하, 우리가 이겼다고!!”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아스날의 벤치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정정당당한 승부로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를 꺾는다는 것은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꿈만 같은 일이었으니까.
단 한 경기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게 세상 일이었다.
펩과 악수, 포옹 등을 하러 가는 아르테타와 수석 코치인 알버트를 제외하고는 벤치의 사람들 모두 경기장에 뛰어 들어갔다.
엄청난 승리를 가져온 선수들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함께 기뻐하기 위해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VS 아스날.
1:2의 스코어로 아스날 승리.
승점 5점 차로 1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아스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