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32화 (132/208)

132화. 우리가 가져간다

“급해지지 마! 놈들 템포에 굳이 따라갈 필요 없어!”

오늘 아스날의 주장 완장은 벤치에 있는 외데고르를 대신하여 파티노가 착용하고 있었다.

그가 경기 초반부터 맨체스터 시티의 빠른 패스 템포에 흔들리는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준다.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플레이하자고.

투욱-! 투욱-! 투욱-!

그러나 생각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는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 플레이에 처음 겪는 선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것도 스쿼드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던 선수 중 네 명이나 말이다.

쿠아바와 유건을 비롯해 이번 시즌 1군에 자리 잡은 캐시와 분데스리가에서 넘어온 클락까지 네 명.

특히 바르셀로나를 겪어보았던 유건은 그들보다 한 단계 위의 티키타카를 구사하는 상대팀의 패스 플레이를 벙쪄서 바라보는 순간도 있을 정도였다.

‘⋯아니, 그때 아무리 주전 두 명이 부상으로 빠져있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사정이 있었는데, 헤타페 CF랑 붙을 때의 바르셀로나는 손지민과 패스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핵심 선수가 부상으로 빠져있었다는 것.

덕분에 유건이 본 그들의 실력은 백 퍼센트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마 그가 뛰고 있었더라도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티키타카에는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로 구성되는 세 얼간이 조합이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무적이라고 불렸던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

그들의 존재와 축구의 신인 메시가 없는 현재 시대에서는 맨시티가 티키타카 전술에 있어서 선두주자였다.

“더 빠르게 압박 나가고! 받기 불편하게 만들어주자고!”

“각자 맡고 있는 선수 확실하게 지키자! 우리에게 기세가 넘어오는 순간이 온다!”

그런 그들의 완성된 전술 때문에 전반 20분 동안 갇혀서 두드려 맞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점유율을 빼앗긴 아스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준비해온 대로 각자의 마크맨을 확실하게 잡아두자고 외친다.

90분이라는 긴 경기 시간 속에서 서로의 팀이 치고 나갈 수 있는 순간은 분명히 찾아오기에 그것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때 마무리를 짓는 것이 한 경기의 승부를 가를 수도 있었다.

“내놔, 이 자식아!”

“드리블로는 못 뚫겠지, 이놈들아?”

그렇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비하기 위해 연습한 대형을 이뤄서 끈질기게 압박한다.

각자 마크맨에게 도발이 섞인 한 마디를 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건, 이거 좀 키핑하자!”

결국 성공적으로 태클을 해서 공을 빼앗아 유건에게까지 전달해주는 것은 바로 클락.

수비적인 진형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선수였고 아스날에 와서 기본적인 짧은 패스 능력도 많이 발전하고 있었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의 역할을 했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주연 배우였다.

그는 아스날 팀 내 경기 중 인터셉트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1위 스텟을 가지고 있었다.

휘릭-! 휘릭-!

‘이건 성공적으로 한 번⋯, 이놈이!’

그 공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왼쪽, 오른쪽 돌리며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유건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지금 이번 공격에서는 최소한 유효 슈팅이라도 기록해야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

그런 간절함으로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그림을 실현하기 위해 발로 공을 컨트롤한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동안 이미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는 재차 압박을 들어오고 있었다.

투욱-!

개인기를 통해서 뒤돈다면 압박을 들어오고 있는 바로 앞의 선수는 제쳐내겠지만, 근처의 선수가 지원을 온다면 소유권을 뺏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 부분까지 순간적으로 고려한 유건은 클락에게 다시 뒤로 내주는 백패스를 선택하고 움직임을 가져간다.

투욱-!

“돌아도 되겠다!”

유건의 동작에 맞춰서 바로 리턴 패스를 보내주는 클락은 뒤쪽에 선수가 없다는 것도 알려준다.

압박을 피하기 위해 백패스를 하고 살짝 뒤로 처지는 움직임을 보였기에, 맨체스터 시티의 골대와는 멀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패스를 주고받고 하는 과정에서 이미 아스날의 양쪽 사이드백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에 맞춰 파티노가 한 칸 내려가면서 혹시 모를 역습을 대비한다.

스으윽-!

“소우사, 그대로 앞으로 뛰어야 돼!”

클락의 말을 듣고 공을 발밑에 잡아두면서 몸을 바로 상대 골대 쪽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리는 유건.

이미 패스를 줄 곳을 정해두긴 했지만 한 번 더 코스를 확인한다.

자신의 옆까지 다가와 패스를 받는 움직임으로 바꾸려고 하는 소우사에게 멈추지 말라고 외치면서.

그 이유는 유건이 주려고 했던 곳이 바로 왼쪽 날개인 러너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그를 마크하는 선수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는데 러너의 주력이라면 충분히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욱-!

‘⋯그러게, 확실하게 붙어서 막았어야지!’

유건의 생각대로 잔디를 가르며 날아간 패스는 깊었고, 러너와 그를 마크하는 선수는 공을 쫓아서 달려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이미 속도를 붙이며 움직임을 먼저 가져간 러너가 공도 먼저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지체하지 않고 터치를 바로 골대 쪽으로 바꾸면서 폭발적으로 치고 나간다.

옆에서 거리를 두고 여유롭게 서 있던 자신의 마크맨을 비웃으면서.

투욱-! 투욱-! 콰앙-!

양쪽 윙포워드들이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갈 때, 아르테타가 좋아하는 마무리 과정.

골대의 측면인 코너 라인에 붙어서 파고들어 오는 러너가 커버를 위해 달려오는 중앙 수비수를 피하기 위해 드리블의 방향을 바꾼다.

슈팅을 위해 오른발 각도를 만들어놓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었기에, 자신의 파트너가 제쳐지는 것을 보고 달려오는 또 한 명의 중앙 수비수.

그러나 거기서 한 번 더 같은 방향으로 드리블하며 수비를 속이고 반 박자 빠른 속도로 방향을 정해 슈팅을 차는 것.

그게 아르테타가 윙포워드들에게 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출렁-!

“으하하하, 리그 1위는 우리가 가져간다!”

수비수가 순간적으로 뚫리면서 길을 내주고, 심지어 팀의 수비수들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상황.

그런 경우에 공격수들이 정확하게 방향을 생각하고 차는 슈팅은 골키퍼의 입장에서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자기 뒤쪽에 있는 골대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볼 뿐.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러너의 세레머니.

검지만을 펴고 양쪽으로 까딱까딱하며 손가락을 흔들며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에게 도발 섞인 언사를 내뱉는다.

“꺼져, 이 새끼야!”

“운 좋게 한 골 넣고 기고만장해서는!”

“결국 우리가 이길 거다!”

그런 도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비속어와 저주를 퍼붓는 맨체스터 시티 팬들.

하지만 그걸 들으면서 원정 팬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러너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골을 넣은 기쁨에 아스날 팬들의 목소리만 기억하기에도 바빴으니까.

“나이스! 끊임없이 훈련 세션에서 연습했던 효과가 있구만!”

“감독님이 저 움직임은 꼭 필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대단하십니다.”

러너의 포효에 이어 아스날 선수들이 하나둘씩 원정 팬들 앞에서 세레머니하는 것을 보고 있는 아스날의 벤치.

예전부터 마르티넬리와 사카를 월드 클래스로 키워낼 때부터 추구했던 윙포워드들의 움직임.

그게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나타나서 기쁨의 감탄을 내뱉는 아르테타를 보며, 코치진은 환호한다.

자신들의 감독이 확신을 가지고 무언가를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면 꼭 그게 실현되는 순간이 적지 않았으니까.

- 크크, 아니 러너 드리블 개미쳤는데? 이러면 축따형 어시인가?

- 거리가 있긴 했는데 드리블 터치 수로만 따지면 3번임. 어시스트로 기록될 것 같은데!

- 그나저나 형들, 지금 나만 꿈 꾸는 거 아니지? 우리 축따형이 프리미어리그 1위 팀에서 뛰면서 매번 공격포인트 기록하는 게 현실인 거지?

- 진짜 맨체스터 시티까지 쓰러트린다고? 축따형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진짜!

축따튜브에서는 이제 이 순간이 꿈은 아니냐며 착각하는 사람마저 생길 정도의 활약을 이어나가는 유건이었다.

애매한 상황이긴 했지만 러너가 세 번의 터치 이후 슈팅을 통해 골을 기록하면서 아마 어시스트로 기록될 확률이 높았다.

아직 경기 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팬들은 없었고, 다들 그저 희망하고 있을 뿐이었다.

- 축따형은 매년 트로피 들 거라니까!

축따 유건, 첫 번째 시즌 용인 FC FA컵 우승.

축따 유건, 반 시즌이지만 두 번째 시즌으로 친다면 헤타페 CF에서 코파델레이 국왕컵 우승.

그리고 이곳 영국에서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FA컵의 우승에 도전하는 유건의 이번 시즌.

어떤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유건의 우승 커리어를 보면서 아스날 팬들은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축따형이 아스날로 왔으니 이미 떨어진 리그컵을 제외한 세 개의 대회에서 하나는 우승하지 않겠냐면서 말이다.

전반 26분, 유건의 어시스트와 함께 러너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순간적인 리그 테이블을 확인하면 1위와 2위가 승점 5점이 차이 나는 순간이기도 했고.

***

삐익-!

‘⋯젠장, 빨리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건, 한 번 더 그러면 카드 받는다.”

“미안, 고의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선제골을 넣고 경기를 리드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더 날카로운 패스 플레이로 강하게 몰아붙이는 맨체스터 시티.

그것을 수비 지역 깊숙하게까지 내려온 유건이 수비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발을 걸어버렸다.

즉시 울리는 휘슬은 생각보다 훨씬 골대와 가까운 위치에서 프리킥을 선언했고, 구두경고까지 주는 주심이었다.

물론 한 귀로 들어오는 얘기를 반대쪽 귀로 흘리면서도 밉보이지 않기 위해 사과하는 유건.

“오른쪽으로 더 붙어!”

“반대쪽으로 한 발자국만 옮겨!”

하지만 프리킥이 주어지는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다.

직접적인 프리킥이 날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유건은 벽을 형성했고, 골키퍼인 힐슨의 외침에 따라 발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빠른 역습에 최적화된 선수들과 함께 벽을 구성한다.

혹시나 맨체스터 시티의 키커가 실수한다면 곧바로 역습으로 전환할 수 있게.

투우욱-!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자신의 머리 위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상대 선수의 킥이 나왔으니까.

그게 넘어가는 것을 보자마자 고개를 급히 돌려 아스날의 골대를 확인하는 유건.

‘⋯힐슨, 제발!’

벽을 넘어 빨려들어가고 있는 공을 향해 점프를 뛰는 힐슨이 보이는 순간, 속으로 염원한다.

그의 손끝에 스쳐서라도 제발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제발 들어가라!’

‘막아라, 힐슨!’

유건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머릿속에서도 염원은 이어지고 있었다.

들어가라고 희망하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과 막아내라는 아스날 선수들.

엄청나게 짧은 순간이었으나, 그들에게는 아마 시간이 멈춘 듯했을 것이다.

1위 자리라는 중요한 것이 걸려있는 경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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