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25화 (125/208)

125화. 뜻깊은 나날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러분!”

여름의 오늘 촬영은 약 한두 시간 정도 더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차로 돌아온 유건.

그리고는 바로 별튜브 방송을 켰다.

유로파 조별 예선과 리그가 함께 진행되는 동안 하지 못했으니까.

- 축따형!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야! 요즘 너무 방송 뜸한 거 아니야?

- 축따형은 다시 초심을 찾아라! 찾아라!

- 형, 휴가받고 온 거 아니까 이번 주에는 최소 3번은 방송하자!

오랜만에 실시간 방송을 켠 유건의 축따튜브에는 시청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미리 바쁜 유로파 조별 예선 기간이 끝나고 나면 꼭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겨놨었으니까.

그럼에도 더 많은 방송을 바라는 팬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근 6주 동안은 정말 고된 일정으로 훈련과 경기의 반복이었기에.

“에이, 세 번만 할까요? 네 번은 하려고 계획 짜왔는데….”

오래 기다린 팬들 중에는 휴가 기간 동안만큼은 빈번한 방송을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유건은 그것보다 많은 방송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재치 있게 받아친다.

그중에서도 하루는 특별한 걸 준비하기도 했고 말이다.

- 차 안에서 방송하는 것 같은데, 축따형 어디 놀러가신 거임?

딱히 오늘은 주제 없이 진행하려고 했기에 눈에 띄는 채팅들을 잡아 대답해주는 유건이었다.

가장 처음은 축따튜브에서는 낯선 배경.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동차 안에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친구 촬영하고 있는 곳에 응원하러 왔어요! 아, 촬영 장면은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제 얼굴만 찍을게요.”

여름이가 있는 곳에 있다고 말하니 촬영장을 한 번 비춰달라는 구독자도 있었지만 보여줄 수가 없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에 혹시 모를 피해를 끼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팀 분위기는 정말 너무 좋고 아르테타 감독님은 최고예요.”

“아, 물론 용인 FC도 아스날만큼 좋았었고 이상찬 감독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의 분위기에 대한 질문.

당연하게 현재 구단, 경기 중 라커룸 분위기는 환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대회에서든 1위라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우승까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구요. 선수단 전부 한 경기 한 경기씩 결승전처럼 임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승에 대한 질문은 솔직히 설레발이었다.

당장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도 안필드에서의 무승부를 제외하면 전승으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들과의 경기도 남았고 안필드, 올드 트래포드 등 힘들 것이라 예상되는 원정 경기들도 아직 치르기 전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남은 리그 경기의 수가 더 많았기도 하고.

“그러면 저는 내일모레 저녁에 다시 방송 준비해서 올게요! 복귀하기 전 방송에서는 깜짝 손님도 있을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다음 방송에 대한 힌트를 간단히 주고 종료를 알린다.

이미 초대에 성공한 누군가가 나올 거라는 힌트.

방송을 종료한다고 알린 이유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때문이었다.

CF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대충 보더라도 촬영이 마무리되는 느낌이었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김지연과 나여름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오빠, 얘가 지연이야!”

“안녕하세요! 여름이 친구 김지연이라고 하구요, 오빠 저 사인 좀 부탁드려요!”

“하하, 안녕하세요! 저도 사인 부탁드려요!”

이번 휴가 기간 내에 집에서 김지연과 강혜리를 초대하는 약속 자리가 있었지만 그 전에 먼저 인사를 하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숙이자마자 인사를 부탁하는 그녀였기에 당황스럽긴 했다.

연예계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자신조차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 스타였었기에.

그런 김지연이 민망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자신도 사인을 요청하는 유건이었다.

“저, 저도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저두요!”

그러나 거기서부터 이어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여름이의 다른 동료 배우들을 시작으로, 모든 촬영장 스태프들이 유건의 사인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줄을 서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감독님! 제가 괜히 방해가 된 것 같아서….”

이런 상황을 자초하려고 방문한 게 아니었기에 마지막에 줄을 서 있는 촬영 감독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그로서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남자라면 대부분 좋아할 축구 스타인 유건을 직접 보고, 그가 준 선물과 사인까지 받고 사진까지 찍지 않았는가.

사실 유건이 그렇게 촬영에 크게 방해가 된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

“많은 선수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클래스 있는 선수, 현재 선발 라인업 선수들과 경쟁을 해줄 만한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알버트, 준비한 자료들 좀 보여주게.”

그렇게 북런던 더비 이후 거의 곧바로 출발한 유건이 여름의 촬영장에 방문하고 있을 시각, 아스날에서는 보드진들이 참여한 미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의 가장 핵심 주제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추가적인 영입이 필요한가?]였다.

보드진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이미 코치진들, 스카우트 팀과 함께 필요한 포지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오늘 미팅에서 결정될 자금 지원 여부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었다.

“현재 우리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은 세 명입니다.”

“최근에 재계약을 체결한 건, 파티노, 그리고 캐시입니다.”

“해당 포지션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사실 아직 발전이 필요한 유스 선수들이 뛰기에는 너무 중요한 자리입니다.”

아르테타와 코치진의 생각은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이었기에 유스 선수들을 포함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16강부터 진행되는 토너먼트에서는 어떠한 팀이든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유건은 지금 어떤 팀에서 누구를 데려오더라도 그 존재를 밀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파티노를 장기적으로 대체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 캐시와 선의의 경쟁을 해줄 확실한 윙포워드.”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해당 포지션들에 적절한 두 선수가 영입될 경우 우리는 시즌 마지막까지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유건을 밀어낼 수 있는 경쟁자는 없었다.

그보다 연봉이 높거나, 다른 팀의 핵심 선수들뿐.

그래서 다른 두 선수의 포지션에 영입이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

리빌딩 개념을 섞어 나이가 들어가는 파티노를 장기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일 순위로.

캐시의 체력을 관리해주고 함께 발전해나갈 오른쪽 윙포워드 한 명이 두 번째 순위였다.

“당장 클락의 부상을 채워야 하는 것도 있으니 윙포워드는 아니더라도 미드필더는 무조건 영입해야 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사실 아스날은 아주 좋지 않은 전통이 있었다.

시즌의 중요한 시기에 꼭 핵심 선수의 부상으로 순위가 떨어지고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것.

당장 지난 경기였던 북런던 더비에서 외데고르를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하고 있었던 율리안 클락이 부상당했다.

그게 다시 한번 좋지 않은 전통의 시작이 되지 않기를 모든 코치진들이 원했기에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선수들은 있나요?”

오늘 이 미팅에서 상석에 앉아있는 것은 바로 조쉬 크뢴케.

자금줄을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었던 그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필요한 선수라면 후보를 제시해달라고 말이다.

“사실 마음으로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된다면 이 선수가 오면 좋겠습니다.”

“짧고 긴 패스, 빌드업, 수비 리딩, 리더십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고 파티노와 지금 당장 경쟁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가장 먼저 아르테타의 신호에 따라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영입이 불가능한 선수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 출신으로 충성도가 남다른 선수이자 팀의 핵심으로서 보물 취급을 받는 유망주.

유건도 맞붙어본 경험이 있는 토마스 에르난데스였다.

“물론 불가능하겠죠.”

“그저 예를 들고 싶었습니다.”

“파티노야 전천후 미드필더이다 보니 완벽하지만, 그런 선수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클락과의 조합을 고려해서 영입이 필요합니다.”

금액을 맞춰주더라도 영입이 불가능할 것 같은 선수가 화면에 띄워지자 의문의 표정으로 바라봤던 크뢴케.

그러나 이어지는 아르테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 명을 대체하기 힘들다면 두 명의 시너지를 이용해서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팀을 강하게 만들면 된다.

부족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크뢴케는 아르테타의 재량을 믿고 있었다.

그는 선수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숨겨져 있던 부분까지 끌어낼 만한 감독이었으니까.

“60m 파운드 정도면 충분합니까? 내년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다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더 많은 자금이 지원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대가는 아르테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60m 정도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지원한다.

심지어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금액을 약속하면서.

“…접촉하자고.”

“네, 감독님!”

그 말을 듣는 순간, 옆에 있는 알버트에게 작게 전달하는 아르테타.

내일이면 스카우트 팀에게 바로 전달될 예정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A매치 기간이기에 아스날 구단 자체도 며칠간 휴가라는 것.

내일부터 머리를 쥐어짜야 할 스카우트 팀장은 아마 휴가가 휴가 같지 않겠지만 말이다.

***

“할머니, 조심히 들어가세요! 지연이도 잘 들어가고!”

“그래, 영국 돌아가서도 몸조심하는 거 잊지 말렴.”

“오빠, 주변에 좋은 남자 있으면 내가 1순위인 거 잊지 말구요.”

어느덧 유건의 휴가가 끝나가고 다시 시즌에 집중하기 위해 영국으로 복귀해야 할 날이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씩은 개인 훈련을 하긴 했지만,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틀 정도 빨리 들어가는 일정.

그날이 다가오기 전 오늘 유건의 집에 모였던 강혜리와 김지연을 배웅하고 있는 지금이었다.

이제는 정말 유건과 여름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강혜리와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을 말하며 외국 스타 축구선수를 소개해달라는 김지연.

후자의 경우에는 확답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그만큼 그녀와도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예고했던 특별 손님이 나오셨는데요, 들어오시죠!”

“안, 안녕하세요! 축, 축따튜브 초대 편집자이자 오빠 여자친구인 나여름입니다!”

그녀들을 배웅한 뒤 유건은 집에서 별튜브 방송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번 휴가를 맞아 한국에 귀국했을 때 켰던 첫 번째 방송에서 예고했던 대로, 특별 손님인 나여름과 함께.

- 으아아, 형수님이 나오셨다!! 특별 손님 용인 FC 형들일 줄 알았는데 더 대박!

- 형수님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 축따형수님! 축따형수님! 축따형수님!

- 진짜 얼굴에서 빛이 나신다. 축따형 정말로 허튼짓하지 말고 형수님께 잘하자

축따튜브는 난리가 났다.

예상을 했던 구독자들도 있었지만, 진짜 인기를 서서히 끌고 있는 연예인인 그녀가 직접 게스트로 나오기에는 쉽지 않으리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 되는 순간 모두 놀랐던 것.

그렇게 이번 휴가에는 서로의 삶에 한 발자국씩 더 나아간 뜻깊은 나날들을 보냈다.

유건, 약 10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런던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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