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세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아스날의 파상공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외데고르가 클락을 대신해서 투입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올라갔다.
기존 클락의 위치로는 유건이 내려갔고 말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점유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수비 쪽보다는 전방 압박과 공간으로 뛰어야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쪽이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하니까.
스으으-!
“쿠아바, 처리해라!”
유건이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을 올리면서 킬패스에 익숙해지고 점차 늘려나가고 있었지만, 외데고르는 레전드였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스날의 캡틴으로서 유건보다 앞서 그 위치에서 뛰고 있었던 전설적인 선수.
그 말은, 이번 시즌을 진행하며 도전적인 패스를 넣는 능력만큼은 그가 우위였다.
지금 이 순간 쿠아바에게 찔러주는 엄청난 패스처럼 말이다.
‘⋯이렇게 주면 당연히 넣지, 캡틴!’
중앙 수비수에게서 떨어져 왼쪽으로 위치하던 쿠아바.
그 상황에서 외데고르와 눈을 맞추고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치며 움직인다.
믿고 있는 자신의 캡틴이 중앙 수비수 두명 사이로 어떤 방식으로 공을 넣을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한 명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본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간다.
완벽한 골키퍼와의 일대일이었기에 놓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투욱-!
그러나 골키퍼도 긴 팔을 뻗으며 뛰쳐나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슈팅으로 가져가기에는 애매한 상황.
칩슛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
달려가고 있는 방향의 앞쪽으로 축구화의 앞쪽을 이용해 짧게 치며 날리는 골키퍼의 몸을 피해낸다.
이제 골대는 그야말로 무주공산.
투욱-!
곧바로 오른발을 이용해 살짝 옆으로 꺾어놓는 쿠아바.
잔디를 가르며 천천히 굴러가는 축구공의 방향은 PSV의 골대였다.
주변에는 가까스로 막아내기 위해 슬라이딩하는 수비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미 쿠아바는 코너 플랫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멀리까지 원정을 와준 아스날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으하, 으하!!”
양손을 위쪽으로 두어번 올리면서 팬들과 함께 포효하더니, 혼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항상 함께 옆에 있었던 유건이 달려와서 참여할 거라고 생각해서 특유의 기합 소리를 넣으면서 말이다.
그런 마음이 잘못 전달되었을까.
항상 모범생처럼 선수단을 진중하게 이끌어가던 외데고르가 그 춤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리듬을 이상하게 타며 우스꽝스럽게 말이다.
“으하하, 마틴! 어디 가서 춤추지 말라고 했지?”
“진짜 감독님보다 춤 못 추는 사람은 처음 본다!”
몇 번 본적이 있었던 살리바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와서 자신들의 캡틴을 나무란다.
옆에서는 파티노가 핀잔을 주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도 함께 춤에 동참하는 순간, 중계화면에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레머니가 보인다.
마치 아스날 선수들이 하나로 단합된 것처럼 보이는 댄스 세레머니 말이다.
“으하, 으하!!”
뒤늦게 도착한 유건도 쿠아바가 내뱉는 특유의 기합 소리를 따라 하면서 춤춘다.
카메라로 자신들의 지인이 보고 있다면 행복할까라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과 함께.
유로파 조별 예선 4차전, 아스날 VS PSV.
3:1의 스코어로 아스날 승리.
***
10라운드에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이번 시즌 다시 재차 승격한 풀럼을 상대로 경기가 펼쳐졌다.
유건과 파티노의 골로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온 아스날.
아직까지도 리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구단에 팬들이 보여주는 응원은 정말 미쳤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응원 문화가 활발하지는 않아 원정 팬들의 함성이 더 크게 들리던 예전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팬들에게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풀럼전 이후 회복훈련 일정에서 추첨을 통해 선수당 몇 개의 집을 돌아다니며 방문할 생각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해?”
그런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아르테타가 직접 보드진에 제안한 소소한 이벤트.
원하는 선수들에 대해 투표를 하면 추첨을 통해 당첨자들에 한해 직접 방문하며 사인 유니폼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는 것.
“찬성이요!!”
“어휴, 저놈 나보다 빠르게 말하네! 모두 저번에 한 번 얘기하셨을 때 동의했어요.”
그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유건.
그런 그를 자제시키며 선수단을 대표해서 말하는 외데고르였다.
지나가는 얘기로 아르테타가 언급했던 내용을 이미 선수단에게 말하면서 의견을 종합해놓았던 것.
확실히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고 미리 준비해놓는 최고의 주장이었다.
“건! 건!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어렵지도 않은 일인데요! 오히려 엄청난 팬의 사랑을 받아 가는 걸요.”
그렇게 성사된 이벤트.
유건은 지금 마지막 열 번째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어린 소녀팬이 유건을 너무 좋아한다는 사연과 함께 보내주었던 그들에게.
이번 이벤트에 조금 의외라고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건을 원하는 팬들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레전드인 외데고르, 살리바, 파티노 등을 제치고 말이다.
꼬옥-!
“건, 아스날에 계속 있을거죠?”
“그럼요! 그러면 계속 아스날 팬으로 남아준다고 약속해요.”
“당연하죠! 건, 너무 좋아해요!”
“좋아해 줘서 감사해요!”
꼬마 소녀팬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유건.
자신을 항상 사랑해주는 나여름과는 조금 다른 의미겠지만,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의심 없이 믿음과 응원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다.
‘시즌이 끝나면 구독자분들을 위한 이벤트도⋯.’
차를 타고 돌아오는 유건의 머릿속에는 시즌이 끝나고 진행될 축따튜브에 대한 생각도 잠깐 있었다.
최창훈과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있었지만, 확정되지는 않은 사항들이었기에.
어린 시절을 예외로 한다면 그들이 다시 시작한 자신의 프로 인생에서 초창기 팬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름아! 촬영은 잘 끝났어?”
“응응, 지연이랑 아침 먹구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지!”
어느새 도착한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하고 여름에게 연락을 하며 들어간다.
이제는 절친이 되어버린 여배우의 이름은 바로 김지연.
아역부터 시작해서 연기를 오래 하며 인기를 엄청 끌고 있는 스타였다.
“와, 팬들은 진짜 기분 좋았겠다!”
“지금 너랑 전화하는 내 기분이 더 좋아! 나 아마 2주쯤 뒤에 들어갈 것 같아.”
“이제 그거밖에 안 남았어? 벌써 설레잖아!”
통화를 하면서 하는 얘기의 주제들은 항상 비슷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반응해주고, 함께 기뻐해주거나 슬퍼해준다.
이후에는 다음에 만날 때를 기약하고 말이다.
A매치 기간이었지만 이번에는 한 번 더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평가전이 진행되었기에 유건으로서는 휴가였다.
그때를 기약하며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런던 오는 일정도 확정되면 말해줘. 아스날 사람들이 너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
“내가 그만 말하랬지, 그거 은근 부담 주는 말이라고!”
물론, 그녀가 런던에 방문할 일정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고.
유건의 집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릴 거라며 알려주었을 때 당황하던 여름의 목소리가 기억났기에 전화할 때마다 이렇게 놀린다.
의도하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로서는 당연히 유건의 주변인들이었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 오빠, 유니폼 챙겨오는 거 잊지 말구!”
“응응, 챙겨놓을게! 그러면 또 내일 전화하자!”
“알겠어, 귀국하기 전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되는 것도 잊지 말고!”
“그거 지면 진짜 큰일 난다. 말하면 불행 타니까 말하지 말자.”
여름의 주변 배우들이 부탁한 사인 유니폼을 챙겨야 한다고 메모를 해두는 유건.
그들도 사람이었기에 한국에서 인기를 엄청나게 끌고 있는 인기 스포츠 스타라는 다른 분야의 사람에 대해 환호하는 것은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건네는 여름의 말은 부정 타지 않기 위해 빠르게 끊는다.
어떻게 보면 성적에 관계 없이 무조건 이겨야 되는 경기였으니까.
북런던 더비.
아스날 VS 토트넘.
서로를 극도로 싫어하는 두 팀 간의 경기가 귀국하기 전에 예정되어 있었다.
***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스날의 유건에게 관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 등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팀이 유건을 영입하기 위해 관심]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등 타 리그의 최상위팀들도 유건 영입에 참전]
최근 들어 기사가 수없이 나고 있는 첫 번째 종류는 유건에 대한 이적 소식.
아스날에서 맺은 첫 번째 계약이었기에 현재 주급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관심을 가지는 팀들은 다 영입할 자금이 있는 팀들.
덕분에 아스날 팬들로서는 조금 불안해지고 있었다.
당장 내년이면 유건을 대신해서 뛸 수 있는 외데고르의 은퇴가 예정되어 있고, 존재감 자체가 빼놓을 수 없는 이번 시즌 활약이었으니까.
[아르센 벵거, “아직 감독을 하고 있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건을 영입했을 것이다”]
[아르센 벵거, “지금 그가 내가 사랑하는 아스날에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티에리 앙리, “만약 아스날이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유건에게 킹의 별명을 주고 싶다”]
그 외에도 아스날 출신 레전드들의 칭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실력에 비해 겸손하고 아스날로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인터뷰를 하고, 경기에서는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뛰어다닌다.
아스날 그 자체라고 불렸던 아르센 벵거에서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앙리까지.
그들은 모두 유건을 아스날의 차세대 에이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날의 유건, “저는 아스날을 사랑합니다”]
[아스날, “유건 선수와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홈에서 PSV를 상대로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 5차전 경기 전날인 오늘에서야 팬들의 불안함을 잠재워줄 인터뷰가 나왔다.
최창훈이 그동안 콜니 트레이닝 센터를 매주 방문할 정도로 사전에 얘기가 나오고 있었던 사항이 완료가 되었던 것이다.
[(오피셜)아스날, 유건과 6년 재계약 체결! 파격적인 급여 인상]
해외축구 팬들이라면 항상 자신의 팀에 뜨길 바라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진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르테타와 손을 맞잡고 있는 채로 말이다.
[아스날의 유건, “재계약은 그저 사인할 펜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뒤이어 나오는 유건의 추가 인터뷰 내용들.
팬들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터뷰였다.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계약서와 펜만 있으면 된다는 그의 인터뷰.
[아스날의 유건, “누가 아스날이 세계 최고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제가 세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나아가 구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팀원들이 보더라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인터뷰였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활약이라면 정말 현실이 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유건은 평생 아스날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수준의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