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17화 (117/208)

117화. 진짜 우리가 이길 테다

“건!”

“마틴!!”

후반 23분에 교체 투입된 유건.

이미 외데고르의 어시스트를 통한 유스 선수의 득점으로 선제골을 뽑아내고 앞서나가고 있던 아스날.

주말에 있는 리그 경기에 투입할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세 명 이상 교체가 진행되었다.

그 이후 더욱 거세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는 아스날.

전체적으로 수비를 하고 있는 상대팀을 상대로 유건과 마틴 외데고르를 동시에 투입하는 아르테타의 전술.

미드필더에서 앞선으로 들어가는 패스의 창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클락, 나이스!!”

“미친놈, 오늘 대체 몇 번을 빼앗는 거냐고!”

뒤에서 든든하게 그들을 지원하는 선수는 바로 클락.

파티노를 대신해서 출전한 수비형 미드필더 유스 선수에게 빌드업을 맡겨두고 커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의 활약은 빛이 나고 있었다.

후반 15분에 출전을 했음에도 벌써 5번 이상 공의 소유권을 빼앗아 왔으니까.

“⋯헉헉, 왜 이렇게 패스가 쉽게 들어오는 거냐고!”

“압박 좀 하라니까!”

그들을 상대하는 FK 보되/그림트의 수비수들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반코트로 진행되고 있는 경기 양상 때문에 팀의 미드필더들까지 수비 지역에 머물고 있는데 대체 왜 아스날의 공격수들에게 쉽게 공이 연결된단 말인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유건과 외데고르가 뿌리는 패스들은 좁은 공간을 뚫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그 와중에도 힘겹게 계속 막아냈었지만 조금씩 가빠져 오는 숨을 막을 수는 없었다.

“건, 공 봐!”

그리고 균형이 깨진 것은 종료를 앞두고 있던 후반 43분.

수많은 유효 슈팅에도 불구하고 상대 골키퍼의 연이은 신들린 선방에 추가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던 아스날.

그 상황을 타개한 것은 유건의 슈팅이었다.

뻐어엉-!

‘⋯바로 때린다!’

외데고르가 공을 잡는 순간, 스트라이커와 다른 윙포워드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오른쪽으로 파고들었던 유건.

그러나 자신에게 공을 연결시켜 주며 뒤에서 외치는 주장의 목소리.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체력이 빠진 중앙 수비수는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곁눈질로 흘깃 본 유건은 몸을 틀어 곧바로 강한 슈팅으로 연결한다.

티잉-! 출렁-!

골대를 보지 않고 때린 슈팅.

유건은 수비수와 공 주변으로 보이는 골대 근처 라인만 확인했음에도 머릿속에 골대의 반경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이유보다 이번 골에는 운이 많이 따라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꺾인 슈팅이 먼 쪽 포스트를 맞추고 튕기면서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으니까.

“으하하, 이거지!!”

‘에미레이츠야, 내가 사랑한다!’

그러나 굳이 내색할 필요가 있겠는가.

중계 화면으로 보거나, 다른 선수들이 보기에는 노린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저 홈구장의 기운이 주는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자신감 있게 세레머니를 한다.

“나이스 슈팅이었다, 건!!”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2어시스트를 적립하는 외데고르가 기분 좋은 외침과 함께 유건의 등에 올라탄다.

그에 화답하며 팬들에게 주장의 머리를 가리키는 손동작과 함께 포효하는 유건.

유건, 시즌 2번째 득점 성공.

아스날, 유로파리그 조에서 PSV와 공동 1위.

***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일정인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우리가 변화됐다고 확인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항상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과거를 뛰어넘어보자고!”

이번 주에 예정되어 있는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상대는 바로 크리스탈 팰리스.

이번 시즌 이적해서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수영이 있는 팀이기도 하고, 대대로 아스날에게만큼은 꽤나 강한 팀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항상 그들을 이기기 위한 원정길에서 패배를 경험했던 적이 많았다.

그것을 잘 아는 아르테타였기에 선수들에게 승리를 해야 하는 이유로서 한 번 더 언급하고 그들을 자극시킨다.

“보스의 말대로 이제까지 좋지 않았던 기록들을 하나씩 깨트려 나가다 보면 우리에게는 좋은 결과가 찾아올 거야!”

“지난 시즌 그놈들에게 더블을 당한 게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니까!”

감독의 말을 호응하면서 선수단을 한 번 더 자극시키는 주장단 선수들.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당장 지난 시즌에는 홈에서도 그들에게 패배를 당했던 치욕스러운 결과를 말이다.

파앙-! 파앙-!

“유스 시절부터 내가 크리스탈 팰리스 놈들만큼은 무조건 골을 넣었었다니까, 나를 믿으라구!”

가슴을 거세게 두어 번 두드리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은 바로 쿠아바.

성인 무대에 올라와서 유스 시절만큼의 활약은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건 그때가 워낙 괴물 같아서였다.

U-23리그에서는 지금보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축에 속했기에 매 경기 골 폭풍을 만들어냈으니까.

그 시절의 성적을 가져와서 본다면 사실 크리스탈 팰리스를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팀들에게 그는 강한 편이었다.

“그런 거 필요 없고, 그냥 우리가 이긴다고 이놈들아!”

그들과 맞붙어본 경험은 없지만, 자신감을 표출하는 또 한 명의 선수는 유건이었다.

어느새인가부터 그는 팀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긴장하기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이길지만 고민하는 스타일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아르테타와 코치진들이 머릿속으로 ‘그를 다음 시즌부터 벌써 주장단에 넣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정도였다.

“건의 말이 맞다. 어차피 여러분은 세계 최고의 클럽인 아스날 선수들이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승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오늘은 회복 훈련에 이어서 간단하게 남아서 세션을 진행하고, 내일은 원정길에 오른다.”

마지막에 선수들 앞에서 다시 말을 마무리하는 것은 아르테타였다.

유건의 말을 이어받은 그가 구단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면서 위닝 멘탈리티를 강조한다.

더불어 오늘 훈련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진다.

보통의 경우에는 경기 다음날이다 보니 회복 훈련만 진행했겠지만, 내일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전술을 위한 훈련 세션이 추가로 준비되어 있었다.

“확실하게 풀어줘라!”

“항상 몸을 최선의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방법도 프로 선수로서의 능력이다!”

전체적으로 몸을 풀어주는 회복 훈련에서도 선수들 개개인에게 지도를 아끼지 않는 감독.

그런 열정을 보여주는 아르테타가 있었기에 선수단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로 보답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중 최고의 시즌 스타트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삐이익-!

“다들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내일 늦지 않게 이곳에서 다시 보자!”

추가적인 전술 훈련의 끝을 알리는 코치진의 휘슬 소리와 함께, 오늘의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다.

그리고 유건은 끝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켜자마자 출발한다.

하지만 무언가 바빠 보이는 와중에도 트레이닝 센터 입구에 있는 팬들의 요청에 다 응해주었다.

“⋯여름아! 나 오늘 일정 끝!”

모든 것을 끝마치고 나서야 행동에 서두름이 없어진 유건이 하는 일은 바로 여름과의 전화.

훈련 전에 하던 대화가 중간에 끊겼기에, 끝나자마자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 것이다.

“출전 안 한다면서! 멋지게 골 넣는 거 못 봤잖아!”

“⋯진, 진짜 안 할 줄 알았다니까? 어제 촬영 늦게까지 해서 피곤했잖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보았지만, 실시간으로 유건의 골을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유건과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 이후 생방송으로 보는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던 여름.

그런 그녀가 고마웠지만 유건도 나름대로 배려를 한 선택이었다.

늦은 밤까지 촬영하고 새벽 경기를 보고 잠들었다면 최소 오늘 촬영장에 그녀가 지각했을 테니까.

“에이, 아무튼! 경기가 쉴 틈 없이 이어져서 피곤하지? 오늘은 들어가서 좀 쉬구!”

“응응, 걱정 마! 오늘은 집에서 방송도 안 하고 쉴 예정이니까!”

“나도 런던 다시 가야 되는데! 오빠 집 마당에서 다시 고기 구워 먹고 싶다!”

“그 전에 우선 내가 한국 가지 않을까? 아니 그거랑은 별개로 촬영 끝나면 휴식하면서 몇 달 와있어라 그냥!”

역시 마지막은 서로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동반한 애정의 언어로 마무리하는 그들이었다.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서로에 대한 생각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속에 간직한 감정의 크기를 계속해서 키워나간다.

이미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

“수영이형! 잘 지냈어요?”

“야, 이놈아! 오늘 형 얼굴 봐서라도 알아서 실수 한 번쯤은 해라!”

유로파리그 경기를 치르고 온 아스날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그들도 런던을 연고로 했기에 원정길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점.

크리스탈 팰리스의 홈구장 셀허스트 파크로 입장하기 위해 서 있는 두 팀의 선수들.

그 사이에서 웃으면서 서로의 어깨를 끌어안아 주며 얘기를 나누는 것은 유건과 김수영이었다.

올림픽에서부터 호흡을 맞춰온 그들이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봐, 경기 잘 부탁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더불어 크리스탈 팰리스의 다른 선수들까지 유건에게 아는 척을 해왔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공동 1위로 질주하고 있는 그는 아스날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전문가들이 쓴 칼럼에서도 유건의 존재는 아스날 스쿼드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평가되었다.

그랬으니 이제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해오는 것도 어색한 장면이 아니었다.

- 마음이 싱숭생숭하네! 축따튜브에 출연했던 수영이형이랑 매치라니

└ 지난번 라리가에서 호준이형이랑 붙었을 때도 느낌 이상하더니, 오늘도 진짜 뭔가 이상한 마음이다

- 다른 형들이 잘되는 것도 보고 싶지만, 그래도 축따형이 우선이지!

- 축따형이 최고다! 축따형! 축따형!

└ 수영이형이랑 호준이형이 보면 눈물 흘린다, 이 악마야!

오늘은 헤타페 CF 시절, 이호준이 이적했던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가 있었을 당시 축따튜브의 반응과 비슷했다.

양 팀에 한국 선수가 있었던 것은 바르셀로나 전과 리버풀 전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것과는 약간은 다른 느낌이었다.

김수영과 이호준은 올림픽 출전 당시 축따튜브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구독자들에게는 뭔가 더 가깝게 느껴졌으니까.

“후회 없게 좋은 승부해 보자고!”

“마틴, 오늘도 우리가 이긴다!”

축따튜브 팬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을 텐데, 양팀의 주장은 그라운드로 걸어가며 얘기를 나눈다.

노르웨이라는 같은 국적을 가진 두 명의 스타 플레이어는 후회 없게 좋은 경기를 펼쳐보자고 손을 맞잡는다.

물론, 최근 경기에서 이긴 선수가 외데고르를 도발하지만 넘어가지 않았다.

‘⋯이 자식아, 이번에는 진짜 우리가 이길 테다.’

아르테타의 선택 아래 클락이 빠진 자리에 선발 출전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외데고르.

이틀 전 경기를 뛰었기에 후반에 교체될 것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자신 있었다.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하기 위한 전술 훈련 세션에서 연습했던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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