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수준 높은 경기
- 오늘 경기 진짜 재밌겠다. 아스날이 과연 리버풀까지 이길 수 있을까?
└ 축따형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중생이여. 그저 믿으면 되는 거야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페레이라 오고 나서 미드필더 라인에서 안정감이 생겨서 리버풀한테도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음
에미레이츠로 입장하는 양 팀의 선수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축따튜브의 구독자들.
축따튜브답게 그저 유건을 추종하는 광신도들도 있는 반면, 실제 경기 양상을 예측해보는 팬들도 있었다.
한 팬의 말처럼 리즈의 스타 유망주 헤나투 페레이라의 영입으로 공격 상황에서는 그가 파티노와 투 볼란치 형태를 이루는 아르테타의 전술.
그보다 앞선으로 유건과 클락을 전진시키면서 미드필더의 늘어난 숫자를 통해 안정감을 가지는 중앙 지역이었다.
- 그래도 미드필더 싸움에서 아직 시티나 리버풀한테는 이기기 힘들 것 같긴 한데, 공격이랑 수비진 폼도 좋아서 경기 자체가 재밌을 것 같아
세계 최상위권 팀들의 공통점.
미드필더 지역에서 서로의 호흡과 개인 능력 등으로 볼을 소유하는 데 성공하는 것.
티키타카, 게겐 프레싱 등 대부분의 전술에서 출발점이 되는 선제조건이 바로 강력한 미드필더 라인이었다.
- 클락이랑 페레이라가 준철이형이 있는 리버풀의 왼쪽 라인을 막을 수 있냐도 핵심일 듯
굳이 오른쪽 왼쪽을 가리지는 않지만 주로 왼쪽 날개로 출전하는 대한민국의 슈퍼스타이자 리버풀의 핵심 윙포워드 박준철.
아쉽게 작년 득점왕을 놓쳤지만, 자유로운 양발 슈팅 능력으로 어떤 위치에서든 골을 넣어주는 선수였다.
사실 팬심을 빼놓고 본다면 리버풀로 이적하기 전까지는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많았으나 클롭 감독 아래서 기량이 만개했다.
엄청난 활동량을 기반으로 많은 수비 가담을 하면서 팀에서 수비에 관련된 지표 순위를 매긴다면 순위권에 들 정도로.
“박준철 선수가 유건 선수를 웃으면서 안아주네요!”
“보기 좋은 장면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두 선수는 우리 대한민국의 슈퍼스타들 아니겠습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팬 여러분들께서도 오늘 경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실 듯합니다!”
이번 라운드의 가장 빅매치.
아스날과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를 중계하게 된 것은 역시 안준성과 전지우였다.
좋은 호흡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캐스터들이었으니까.
삐이익-!
한국 시간으로는 주말 10시, 황금 시간대에 치러지는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
방송사로서도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은 오늘이 이번 시즌 경기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기 때문.
박준철의 팬들을 포함한 콥이라 불리며 리버풀을 응원하는 사람들.
유건의 팬들을 포함한 구너라 불리며 아스날을 응원하는 사람들.
과연 리그 테이블의 1위에서 미끄러지는 팀은 어디일까 궁금해하면서 시청하는 해외축구 팬들.
콰앙-!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을 반박하듯이 그들의 경기는 전반 3분경부터 치열함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공을 키핑하던 아스날의 오른쪽 날개 캐시가 중앙 지역으로 빼주는 공을 지체하지 않고 마무리 짓는 유건의 슈팅.
티잉-!
그러나 손끝으로 막아내는 리버풀의 골키퍼.
그의 펀칭 덕분에 굴절된 슈팅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다.
투욱-!
세컨볼마저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에게 흘러간 상황에서, 중앙선 바로 앞에는 대기하며 질주를 준비하는 박준철이 있었다.
손을 들고 애타게 팀원들이 자신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 와중에 중앙 수비수에게서 받아낸 공을 돌아서면서 터치한 미드필더와 눈이 마주친다.
뻐어엉-!
“팍!!”
이윽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공에 발을 맞추는 순간,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중앙 지역에 치우쳐있던 페레이라로서는 가속을 붙이는 박준철의 주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 와, 패스 개좋았다. 준철이형 보여주자!
- 페레이라도 준철이형은 쉽지 않나 보네
움직임과 가속력만으로 페레이라를 제쳐내고 중앙선을 넘어 공격에 나서는 박준철.
유건의 축따튜브였다 하더라도 환호성을 내지르는 팬들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누가 무엇이라 해도 그는 유건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슈퍼스타였으니까.
“페레이라, 중앙으로!!”
하지만 아직 아스날에게는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뿐만 아니라 한 명의 수호신이 더 남아있었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최고의 지표를 기록하고 있는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가.
사실 그는 지난 시즌 장기간 부상으로 고생했기에 복귀하면서 폼을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폼을 최절정으로 끌어올리며 부활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살리바가 페레이라의 자리로 커버를 들어가며 오히려 그에게 중앙으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스윽-! 투욱-!
‘…여전하네, 이 자식은.’
최고의 수비수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도 박준철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마주쳤었기도 하고 뚫어냈었던 경험도 가지고 있으니까.
물론 그 말이 경기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살리바를 단번에 뚫어낸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발바닥으로 공을 이리저리 키핑하며 치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빈틈을 쉽게 보여주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투욱-!
결국 선택지는 패스였다.
오히려 그게 좋은 선택이었던 것이, 이미 팀원들이 자신을 믿고 골대 근처까지 올라와 주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내주는 컷백 형태의 뒤로 빼주는 패스는 각을 열어주었다.
아스날의 골대를 뚫어낼 가능성이 있는 작은 공간에 대해서 말이다.
“…어딜!”
촤아아-! 퍼억-!
그러나 아스날이 그런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겠는가.
박준철에게 패스가 전달된 순간부터 쉬지 않고 복귀한 율리안 클락.
그가 잔디를 쓸며 뻗어내는 다리가, 리버풀 미드필더의 슈팅을 성공적으로 차단해낸다.
“…지, 지금 겨우 전반 4분을 향해서 가고 있거든요! 양 팀 선수들 정말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경기의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아스날 선수단에 대해서 아직 리버풀에게는 부족할 거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오늘 과연 그들이 증명을 해낼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됩니다.”
초반부터 팽팽하게 흘러가는 경기 상황.
경기 자체가 빠르게 전개되고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아스날과 리버풀의 공격, 수비.
프리미어리그 1위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그들의 경기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직접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재미보다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
‘터치는 발밑에, 패스는 더 빠르게…’
리버풀이 자랑하는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수비 라인까지 끊임없이 달려드는 전방 압박.
그러한 폭풍의 중심에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두 가지를 잊지 않으려는 유건이었다.
터치를 조금이라도 길게 가져가면 안 된다.
패스의 타이밍이 늦어지면 안 된다.
아스날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버풀의 압박에 고전하지 않기 위해서.
“클락, 안 겹치게 뛰어야 돼!”
그리고 유건뿐만 아니라 영입 당시 자신에 대한 좋지 않았던 반응들마저 점차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활약을 보여주는 클락.
빌드업 쪽에 특화된 패스 스킬은 없었지만, 파티노와 유건의 지원 아래 자리를 잡고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물론 오늘 리버풀의 압박 상황 속에서는 미스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으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를 위해 준비했었던 패스 훈련에서부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면서 말이다.
“러너, 한 박자 빠르게 뛰어줘!”
“소우사도 더 올라와!”
“볼 받을 준비 미리 하고 있으라고, 건!”
“살리바! 패스 타이밍이 조금 늦어지고 있어!”
유건과 클락을 제외한 선수들도 모두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파티노, 살리바 같은 베테랑들은 몇 년 동안 이기지 못했던 리버풀을 이번에는 꼭 잡아내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둘을 뺀 나머지 어린 선수들은 강팀의 이름 앞에 긴장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플레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팀이 오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전체적으로 조금씩 내려와!”
“중앙 지역에서 밀리면 안 돼!”
그에 대응하는 리버풀의 게겐 프레싱.
경기장 내에서 클롭 감독이 원하는 전술 방향으로 팀원들을 이끌고, 그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두 명의 미드필더였다.
자리를 잡지 못하던 시절을 견뎌내고, 클롭 산하에서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고정시키면서 아직까지도 건재하게 뛰고 있는 두 명의 레전드.
커티스 존스와 하비 엘리엇이었다.
이제는 최고참이 된 그들이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선수단을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쿠아바도 내려오고! 우리가 미드필더 라인 잡는다!”
“아직 우리에게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려주자고!”
중앙선 부근.
오늘 경기에서 가장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펼치고 있는 지역.
그곳에서 아스날의 주장 완장을 찬 찰리 파티노와, 리버풀의 주장 완장을 찬 커티스 존스가 끊임없이 큰 소리로 외치며 각자의 팀을 이끌어나간다.
지금 이 지역을 차지하고 결과적으로는 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와 함께.
투욱-!
경기를 보고 있는 축구팬들로서는 양팀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한시도 눈을 떼기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스포츠는 무승부보다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빅매치도 마찬가지.
다시 한번, 오늘 경기에서 균형의 추를 무너트릴 수 있는 가능성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유건이었다.
투욱-!
“소우사, 오버래핑 나가!”
파티노에게서 전달되는 패스를 몸을 돌리며 키핑한다.
이미 주변을 살펴놓았기에 시선을 리버풀의 골대 쪽으로 돌리며 몸을 트는 것은 문제없었지만, 이미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수없이 겪었던 상황이었으니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리를 잡고 사이드로 크게 벌려있는 러너에게 패스를 보낸다.
적절한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왼쪽 사이드백 소우사에게 더 빠른 오버래핑을 요구하면서.
“클락도 맞춰서 올라가고! 캐시, 안쪽으로 들어와야지!”
“살리바, 아래쪽 커버 잘 부탁해!”
그런 팀원들의 움직임에 전체적으로 후방에서 진형을 조절해주는 것은 파티노.
상대적으로 왼쪽에 집중된 선수들과 공격 상황에 맞춰 오른쪽 라인을 올리면서 중앙으로 들어오게 한다.
그와 동시에 수비 라인에는 비어있는 리노 소우사의 자리를 커버해달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대단하다니까!’
눈을 살짝 돌리면서 그 상황을 지켜보는 유건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공격 상황에서 팀원들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수비 지역을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역할을 대신해주는 아스날의 부주장을 바라보면서 다시 공격에 집중한다.
마침 오버래핑을 올라온 소우사가 아스날의 왼쪽 날개 카일 러너를 스쳐 지나가려는 상황이었으니까.
투욱-!
전반 29분, 중요한 상황에서 공을 잡고 있는 러너의 선택이 내려졌다.
리버풀의 골대를 흔들겠다는 일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