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빛이 나는 보석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상대는 레스터 시티였다.
3라운드에 마주쳤던 늑대 군단과 비슷하게 여우군단이라고 불리우는 그들.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그 경기에서도 아스날은 러너의 결승 골과 함께 승리를 가져왔다.
그 장면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또 한 번 유건이었고 경기 이후 총 6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다.
[ (오피셜) 아스날 아르테타 감독, EPL 8월의 감독상 선정 ]
네 번째 라운드까지의 좋은 경기력은 아스날에게 또 한 번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었다.
아르테타가 펩과 클롭 감독을 제치고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한 것.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은 똑같았으나 아스날을 지난 시즌과 반전된 모습으로 만들어낸 그의 상황이 이유가 되었다.
[ (오피셜) 아스날 8월 이달의 선수는 ‘유건’ ]
유건 개인적으로도 기뻐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 있었다.
바로 임대에서 복귀하자마자 첫 달에 아스날 팬들이 뽑은 이달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1골 6어시스트.
공격 포인트만 놓고 본다면 못 받는 게 더 이상한 활약이었지만 결과로 나오는 것은 느낌이 또 달랐다.
팬들에게 실제로 인정받는 듯한 느낌을 제대로 받게 되었으니까.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상은 저에게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저뿐만이 아니라 구단 내 모든 선수들이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기쁨과 함께한 이달의 선수 인터뷰.
아스날 공식 별튜브 계정에 올라간 영상 속의 유건은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단에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뽑아준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모든 팀원들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기에.
“나이스!! 이대로만 가자고!”
다음으로 마주쳤던 5라운드에서도 아스날은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비록 유건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낸 살리바의 득점 덕분에.
후반 막바지에 터진 앞서나가는 골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살리바의 응원가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게 했다.
88분에 득점한 이후로 추가시간을 포함해서 94분이 흘러갈 때까지 계속.
‘이렇게 끝나면 너무 아쉬운데⋯.’
그리고 오늘,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첼시를 상대하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아스날이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상대 팀 핵심 미드필더의 부상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계속 몰아붙였다.
하지만 84분에 동점골을 허용한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생각하는 유건.
그러나 아직 마지막 공격을 위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재차 앞서나가는 골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시간이.
“페레이라!”
그 생각과 함께 왼쪽에 치우쳐 있던 공격의 방향을 재빠르게 반대편으로 전환시키는 유건.
이미 중앙선을 넘어 전진해오던 오른쪽 사이드백 헤나투 페레이라를 향해서.
주력을 이용해서 돌파하고 크로스를 주로 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중앙에서 미드필더진을 지원하는 인버티드 스타일의 사이드백.
그 말은 기본적으로 발밑이 좋고 킥에 자신감이 있는 선수라는 얘기였다.
투욱-! 투욱-!
주변에서 공간으로 위치를 옮기며 압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캐시와 유건.
그들 덕분에 공을 치면서 전진하는 페레이라는 하프 스페이스 공간으로 치고 들어올 수 있었다.
‘길게⋯.’
두 명의 장신 수비수가 중앙을 지키는 첼시였기에 오늘은 제아무리 쿠아바라 하더라도 공중볼을 많이 따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위치에서 휘감기는 크로스를 올리려는 페레이라의 선택은 보다 더 길게 보내는 킥이었다.
쿠아바가 목표가 아니라 왼쪽 지역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러너를 향해서.
티익-!
하지만 생각보다 더 길었던 탓에 몸을 날린 러너가 정확하게 임팩트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라인을 거의 나갈듯한 크로스에 가까스로 발을 가져다 댔지만 빗맞았다.
그 위치에서 땅으로 튕기며 바운드되는 공을 쫓아 양팀의 선수들이 달려간다.
거의 경기가 끝나가고 있는 시각, 한 골을 더 넣기 위한 기회를 잡는 팀이 되기 위해서는 그 공을 잡아야만 했으니까.
콰아악-!
러너의 발에 약하게 맞았기에 그 위치에서 공이 멀리 가진 않았다.
아스날 선수 중에 가장 가까이 있던 선수는 쿠아바였는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간 가속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잔디에 다리를 굳건하게 파묻고 양팔을 벌려 상대 수비의 스탠딩 태클을 저지한다.
투욱-!
뒤에서 첼시의 중앙 수비수가 몸을 부딪쳐오지만 훈련 중에 이미 피지컬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인 살리바와의 경합이 익숙한 쿠아바였다.
그게 모든 상황에서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거기에 이어서 발 안쪽에 지켜둔 공을 침착하게 뒤로 빼주는 데까지 성공하는 쿠아바.
콰아앙-!
‘⋯때릴 수밖에 없어!’
그 공을 강한 슈팅으로 연결 짓는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페레이라가 치고 나갈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약간 왼쪽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놓았던 그였다.
각도 자체가 주로 사용하는 오른발이 아닌 왼발 쪽이었지만, 마무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골대 앞에 모여있는 첼시 선수들이 이미 쿠아바가 자신에게로 빼준 공을 쫓아 다리를 뻗고 있었으니까.
퍼엉-! 티잉-!
“클리어!”
다급하게 처리한 약발 슈팅이었음에도 방향은 정확했다.
혼잡한 문전 앞의 상황에서 방향을 뒤늦게 캐치하고 골키퍼가 다소 늦게 몸을 날렸음에도 펀칭에 성공해내긴 했지만 말이다.
첼시의 골키퍼가 뻗어낸 장갑에 맞은 유건의 슈팅은 측면 골포스트의 바깥쪽을 맞추고는 앞쪽으로 튕겨 나간다.
넘어지는 와중에도 팀원들에게 뒤처리를 요청하는 그의 부탁.
뻐어엉-!
이번에는 신이 그 부탁을 확실하게 수용해주었다.
세컨볼이 가는 방향에 정확하게 첼시 선수가 있었으니까.
방향은 신경 쓰지 않고 멀리 클리어한다는 생각 일념 하나로 강하게 걷어낸 공은 중앙선을 넘어 날아가 사이드 라인을 벗어난다.
“아! 유건 선수의 슈팅이 골키퍼의 손에 막혔습니다!”
“코스가 정말 좋았는데 아무래도 왼발 슈팅이다 보니 파워가 조금 부족했나 봅니다.”
“아쉽습니다. 아스날이 6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요!”
안준성과 전지우가 아쉬워했지만 시간이 되돌려지는 마법 같은 일은 없었다.
오히려 주어진 추가시간이 모두 끝나기까지 단 몇 초만 남은 시간이 다가왔을 뿐이다.
삑-! 삑-! 삐이익-!
왼쪽 사이드백인 리노 소우사가 스로인을 하는 순간, 울려 퍼지는 경기 종료 휘슬.
이번 시즌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는 아스날이었다.
물론 강팀과의 매치, 그것도 원정 경기였기에 나쁜 상황보다는 좋은 상황에 가까웠다.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첼시 VS 아스날.
1 : 1의 스코어로 무승부.
***
프리미어리그 네 번째 라운드부터 여섯 번째 라운드까지 총 2승 1무의 결과를 얻으며 5승 1무라는 성적을 얻은 아스날.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서로를 상대로 한 이번 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했기에 아직 그들과 공동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 유로파 일정 시작되면 좀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이번 조별 예선 상대들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다는 건데!
- 그래도 일단 일정 자체가 좀 부담스럽다. 경기하고 거의 이틀 뒤에 바로 리그 경기네
하지만 이제부터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을 위한 일정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1위 경쟁 상대인 팀들이 진출한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보다 날짜도 늦게 치러지고, 상대팀에 따라 먼 거리를 오고 가야 했다.
다행히도 아스날의 경우에 PSV 에인트호번, 보되그림트, 취리히와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
엄청나게 장시간 비행을 요구하는 원정길은 없었다는 얘기지만 일정상으로 힘들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러한 문제가 지금까지 환상적이었던 경기력에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것은 팬들로서는 당연했다.
[일부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아스날, 이번 시즌 그들이 거둘 성적은?]
그에 대해서도 예측하는 칼럼.
팬들이 약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로테이션 멤버.
유건, 캐시, 클락 등 새롭게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된 주전 선수들의 교체 선수들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외데고르가 로테이션 멤버로 내려가면서 더 강화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
[C조에서 1위를 놓고 다툴 팀은 아스날? PSV? 혹은 그들이 아닌 다른 팀일까?]
그와 동시에 우려하는 것은 조별 예선 성적.
2022년부터 바뀐 규칙으로 만약 조별 예선에서 2위를 기록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3위를 기록하고 떨어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으니까.
- 예전부터 아르테타는 필요한 경기에서는 로테이션을 잘 가동하지 않았어
그리고 꼭 필요한 성적이 있는 상황에서 아르테타 감독은 확실한 성향이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을 알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
만약 조별 예선 초반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지 못하면 선발로 정해진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는 경우가 올 수도 있었다.
“나는 우리 팀이 적절한 로테이션을 가동해도 충분히 조 1위로 올라갈 것이라 믿고 있다.”
“리그에서 선발로 출전한다고 베스트 멤버라고 생각하지 마라. 언제라도 경기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첼시 전 이후 회복훈련에서 아르테타가 이미 공표를 했다.
적절한 로테이션을 가동하겠다고.
훈련 중에 보여주는 모든 선수들의 모습은 누가 뛰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믿음이 생겼기에.
그렇게 공식적으로 선수단에게 말한 이상, 탈락이나 조 1위를 놓칠 상황이 아니고서야 베스트 라인업을 그대로 내보겠는가.
“선발로 나가는 선수들에 대한 나이는 신경 쓰지 않는다. 훈련에서의 모습과 태도 등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모두 느꼈겠지만 이번에 콜업된 유스 선수들의 실력이 상당하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든 예외 없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는 마지막에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떤 경기든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훈련에서의 경기력과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리고 어린 선수들을 치켜세우면서 자신감을 올려주고, 기존 1군 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모든 선수단 구성원에게 경쟁심을 자극해 더 좋은 경기력을 갖추려고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래, 이곳은 그런 곳이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유건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활약만 놓고 보자면 아르테타가 일단 라인업에 넣고 시작해야 될 정도였지만, 시즌 중간에 흐트러지지 않으리란 것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유건 한 사람만 놓고 봤을 때는 경쟁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려는 아르테타의 의도는 확실하게 먹혔다.
용인 FC 이상찬 감독의 눈앞에 나타난 원석 유건.
그는 헤타페 CF의 이니에스타를 거쳐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보석으로 가공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쳐 아스날에 복귀한 이후 아르테타의 지도 아래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빛이 나는 보석이 되기 위한 스스로의 목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