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11화 (111/208)

111화.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이 위치에⋯.’

왼쪽 지역에서 골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역에서 시작된 프리킥은 왼발보다는 오른발잡이가 감아차기에 좋은 각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공 주변에 외데고르만 있다는 얘기는 직접 슈팅이 아닌 크로스를 선택하겠다는 암묵적인 표현.

수비를 정비하며 자리를 잡고 있는 울버햄튼으로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스날 선수들은 주장의 신호에 따라 약속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유건도 물론 자신의 자리로 움직였고.

투욱-!

중앙 지역으로 올라올 거라 생각했던 크로스.

하지만 아스날의 주장 외데고르가 선택한 것은 땅볼 패스였다.

크로스를 올리는 척 한 발자국 도움닫기를 하며 공에 다리가 맞기 직전, 발목을 꺾어 오른쪽으로 패스를 보낸다.

투욱-!

그것을 받는 것은 크로스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세컨볼을 잡기 위해 뒤쪽에 자리 잡고 있던 오른쪽 사이드백 페레이라.

하지만 그도 공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지 않았다.

골대를 등지면서 몸을 틀어 다가오는 패스를 뒤로 살짝 빼줬으니까.

“집중해!”

예상과는 다른 프리킥 세트피스에 울버햄튼 수비의 핵심 선수가 크게 외쳐보지만, 이미 틀어졌다.

각자 마크하는 선수에게 붙어있는 것은 똑같았지만 세트피스 전의 상황과는 위치가 달랐다.

아스날 선수들이 실제로 크로스를 준비하는 것처럼 모두 헤딩을 위한 자리를 찾아갔으니까.

덕분에 혼잡했던 골대 앞의 선수들 사이로 공간이 열렸다.

콰앙-!

그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을 이용해 골대를 향해 슈팅을 하는 선수는 바로 파티노.

이미 앞서 펼쳐졌던 라운드 중에서 한 골을 넣었기도 하고, 중거리 슈팅 부분에서는 아스날에서 일 순위로 꼽히는 선수였다.

그런 그의 슈팅이었기에 방향 조절에 초점을 맞추었음에도 공이 터질듯한 소리를 내면서 날아갔다.

“⋯크윽, 세컨볼!”

그러나 엄청난 선방을 보여주는 울버햄튼의 골키퍼였다.

아스날이 바라보는 방향에서는 골대의 오른쪽 구석으로 감아 찬 슈팅에 손을 끝까지 뻗어냈다.

덕분에 곧바로 실점하는 것은 막았지만, 정확하게 쳐내지 못하다 보니 세컨볼의 방향은 반대로 흐르면서 바로 앞쪽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몸이 잔디에 떨어지며 신음하면서도 팀원들에게 집중을 요구해본다.

‘오, 이게 무슨 일이야!’

하지만 가장 집중하고 있었던 선수에게 공이 스스로 찾아가는 것도 아닌데, 아스날에게 행운이 따랐다.

흘러나오는 세컨볼의 방향이 마침 유건이 서 있는 곳이었으니까.

속으로 생각하는 기쁨의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가져다 댄다.

투욱-!

강하게 찰 필요도 없었다.

이미 골키퍼의 자세가 무너졌기에 약하게 튕겨나온 세컨볼을 밀어 넣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공을 인지하자마자 다리를 살짝 들고 공을 발바닥으로 밀어버리는 유건.

자신의 마크맨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최대한 빠르게 슈팅을 처리하기 위해 선택한 슈팅이었다.

“아스날의 세트피스가 완벽했습니다. 저 좋은 위치에서 이런 세트피스 전술을 가져왔을지 모르는 게 당연하거든요!”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파티노의 슈팅 스킬에 모든 것을 거는 전술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먹히면 되는 거죠!”

“세컨볼이 유건 선수가 있는 위치로 흐르면서, 이번 시즌 첫 골을 터트리게 됩니다!”

“팀에게 필요한 한 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는군요!”

그러나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골키퍼가 쳐낸 파티노의 슈팅이 예상치 못하게 반대쪽으로 흐른 상황이었다.

덕분에 유건이 급하게 밀어 넣는 공을 막아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굳건하게 골대를 지키고 있어야 할 수문장마저도 말이다.

와아아아-!

“건! 건! 건!”

골을 넣자마자 팬들을 향해 달려가 점프하면서 두 손으로 백넘버를 가리키는 유건.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그들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중요한 골을 만들어낸 기쁨을 만끽한다.

“으아아아!”

“나이스다, 이놈아!!”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며 점프하는 팀원들을 하나둘씩 껴안는다.

‘살리바 너는 인마 점프하지 말⋯, 크악!’

거구의 쿠아바가 이미 달려든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유건.

마지막에 거대한 덩치로 점프하면서 덮쳐드는 살리바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외쳐본다.

파묻히게 되면서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속으로만.

“우리에게는 슈퍼 미켈 아르테타가 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확한 것을 아는 사람!”

“수비에는 살리바, 공격에는 건!”

“아스날을 챔피언스리그로 이끌어주는 사람!”

그런 아스날 선수들의 뒤쪽에서, 만들어진 이후로 예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아르테타 감독의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당시에는 키어런 티어니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가사에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살리바와 유건으로 바꿔 부르면서.

아마 거기에는 팬들의 바람이 다소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하고 리그 상위권으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소망들이.

***

[리그 1위를 경쟁하는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그리고 아스날]

[이번 시즌 아스날은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4위 안으로 리그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

[무서운 기세로 시즌을 출발하는 아스날,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강팀들과의 경기가 중요하다]

3라운드까지 3승을 거머쥔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총 3팀.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

위르겐 클롭의 리버풀.

꾸준하게 최상위권을 아직까지도 유지해오고 있는 두 명의 레전드 감독이 이끄는 두 개의 팀과 아르테타의 아스날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아스날의 분전에 분석글과 칼럼이 쏟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번 시즌은 챔피언스리그 복귀가 보인다!”

“우리 진짜 우승 경쟁에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아스날 팬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당장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유로파 리그에 겨우 진출할 수 있는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르테타 부임 이후의 성적만을 놓고 산출해본다면 아스날은 최상위권의 순위였다.

그래서일까 팬들 사이에서는 챔피언스 리그 복귀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

[아스날 FC의 아르테타 감독, “우승 경쟁이요? 시즌은 긴 여정입니다. 우리는 당장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서 나아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감독인 아르테타가 그들의 너무 많은 기대를 우선적으로는 일축시켰다.

울버햄튼에게서 승리를 거두고 난 이후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가 아스날을 대표해서 말했다시피 아스날은 설레발을 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경기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이변이 생길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이기도 하고,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이 시작되고 나면 힘겨운 일정이 계속될 테니까.

“클락, 준비했지?”

“내가 어제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페레이라!”

오늘로써 리그 3연승을 달리게 된 구단에 대한 뉴스 기사와 팬들의 흥분된 반응이 한창일 때쯤, 선수단은 한곳에 모여있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영입된 클락과 페레이라.

더불어 1군으로 올라온 캐시와 콜업되서 훈련을 함께 하고 있는 다른 유스들.

그들에 대한 환영식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두두두두-!

“와하하하!”

“클락의 노래 실력은 의외인데!”

“캐시, 웃긴 노래 부를 거면 확실하게 망가지라고!”

마틴, 살리바 등 베테랑이 포함된 테이블에 앉은 유건은 테이블을 힘차게 두드리며 호응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그가 조금 더 흥분한 이유는 지금 이 상황이 아르테타와 선수단의 사전 동의를 얻은 덕분에 축따튜브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으니까.

추후 편집 영상은 공식 아스날 별튜브 계정에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라이브로는 보여줘도 된다는 답변을 구단으로부터 얻었던 것.

“여러분, 우리 선수들 분위기 좋지 않나요?”

“훈련할 때도 분위기 진짜 좋고 재밌게 즐기는데, 이거 참 전술을 공개하기는 힘들어서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덕분에 상황을 보여주면서 간간이 구독자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던 유건.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1군 선수단의 장기자랑이 끝나고 유스 선수들 차례 전에 주장 마틴 외데고르의 호출이 있었기에.

“건! 어린 친구들이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시범 한번 보여주라고!”

승리할 때마다 댄스 파티를 조금씩 벌이며 아스날 최고의 춤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유건.

그는 주장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일어나며 멋쩍은 표정으로 우선은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해본다.

“아니 주장! 이런 거 갑자기 시키면 내가 어떻게⋯.”

그러나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일어나자마자 무대 중간으로 꿈틀꿈틀거리면서 나가는 그의 모습.

마이클 잭슨이 보여준 문워크를 우스꽝스러운 팔 동작과 함께 따라 하며 뒤로 후진하는 유건.

- 크크, 축따형 미쳤냐고! 이제 센스가 어엿한 별튜버라니까!

- 아스날 선수들 보고 있나! 이게 K-별튜버의 힘이다!

- 축따형의 댄스 실력 발전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 솔직히 아직도 실감 안 나네. 지금 방송되고 있는 장소가 용인 FC 구단이 아니라 아스날이라는 게!

순간적으로 센스 있는 유건의 행동은 축따튜브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낸다.

처음 별튜브를 시작할 때 어색했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새삼 많은 변화를 깨닫는다.

방송을 시작한 지 일 년 반이 조금 넘는 이 시간 동안, 유건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아주 많이 바뀌었으니까.

“와하하! 저 웃긴 놈!!”

“크크, 저놈도 제정신은 아니라니까!”

폭발적으로 호응하는 것은 환영회 장소의 선수단도 마찬가지.

멋쩍어하는 입과는 다르게 리듬에 몸을 맡긴 채로 문워크를 하는 유건이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스날의 분위기가 점차 좋은 쪽으로 변화되는 데에는, 어린 나이임에도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유건의 존재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경기력 면에서도 흠잡을 곳 없이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 뿐더러, 경기 외적으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

“네? 그게 정말입니까?”

“⋯우선 유건 선수와 얘기를 나눠본 이후, 공식적인 답변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건과 아스날 선수단이 한창 즐기고 있을 그 시각, 최창훈은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고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중에서도 선택받는 소수의 선수만이 쟁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 관해서.

“⋯저에게 수수료를 얼마나 주시는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에이전트이며 제가 강제로 설득하는 것보다는, 유건 선수의 의사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통화상으로 어떤 내용이 오고 가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유건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최창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잡아야 될 기회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에게 유건을 설득할 권한은 없었다.

그저 그에게 고용된 입장으로서 들어온 좋은 제안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받은 답변을 통해 일을 처리해나갈 뿐.

‘⋯건이가 들으면 아주 좋아하겠는데!’

그러나 전화를 끊은 뒤 최창훈은 들떠있었다.

자신이 아는 유건이라면 엄청 놀라면서도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언젠가 한 번쯤 장난식으로 꿈꾸면서 대화를 나눴던 주제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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