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환상적이었어
삐이익-!
- 축따형 활약이 눈부셔서 희미하게 보이는데 정상임?
- 아아, 축따형의 몸에서 빛이 납니다
- 킬패스 넣는 거 진짜 기가 막힌다! 강병훈 경기보다가 보니까 눈정화되네
└ 이미 올림픽 이후로 강병훈은 확실하게 뛰어넘은 듯? 라리가에서도 눈부시게 활약하고 왔는데!
축따튜브는 환호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더욱 끌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유건의 오늘 경기력은 눈이 부실 정도였으니까.
전반전이 끝난 이 순간, 이미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캐시의 첫 골과 파티노의 엄청난 중거리 슈팅으로 강제 어시스트를 올리면서.
“지금 경기력은 충분히 좋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열정은 멈추어서는 안 된다.”
“기회가 난다면 무조건 밀어붙여서 추가 골을 만드는 게 이곳까지 응원 와준 팬들에 대한 보답이다!”
하프타임을 맞이하는 아르테타의 브리핑 시간에는 선수들에 대한 격려만 이어졌다.
슈팅을 허용한 것은 단 한 번이었고, 빌라의 공격수가 먼 거리에서 다급하게 때렸었기에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만큼 스타팅 라인업 선수들의 경기력은 비난보다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상황이었고 말이다.
“쿠아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활발하게 수비랑 경합해라!”
“러너는 침투, 캐시는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유도한다.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은 전반전처럼 유지하자!”
“페레이라와 소우사는 오버래핑을 망설이지 마라! 한 명의 선수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들어줘라.”
그러나 세부적으로 개인 전술은 지시해주는 아르테타였다.
기세를 잡았을 때, 성공적으로 쐐기 골을 연이어 넣기 위해서.
최상위권을 경쟁하기 위해서는 리드하고 있는 경기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얻어낼 수 있는 위닝 멘탈리티를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다득점을 목표로 하자고! 바로 이곳 빌라 파크에서 상대 홈팬들을 침묵하게 만들어버리자!”
은퇴를 앞두고 폼이 떨어지면서, 코치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 배우며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는 마틴 외데고르.
하지만 그는 명실상부 아스날의 캡틴이었다.
자신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출전할 준비가 되어있기에, 잘하고 있는 선발 선수들을 독려한다.
오늘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몇 골 더 넣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가자아아!!”
“이놈들아, 더 크게 소리 질러!”
그를 이어서 라커룸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부주장 살리바와 파티노.
점점 어려지고 있는 선수단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스쿼드를 전체적으로 리빌딩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팀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
“건! 앞쪽으로 파고들어 줘!”
후반전을 시작한 지 10분 뒤, 유건에게 팀원들이 추가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에서 패스를 위해 기다리지 말고, 쿠아바가 있는 깊은 지역까지 올라가달라고.
다른 선수들이 시선을 끌어줄수록 활동반경이 넓어질 수 있는 사이드 지역의 날개 러너와 캐시, 사이드백들인 소우사와 페레이라의 요청이었다.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올라가!”
유건이 그 요청을 마음 놓고 수용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파티노의 존재 덕분이었다.
그는 뒤쪽에서 충분하게 볼을 안전하게 소유하면서 경기의 패스를 이끌어갈 수 있는 수준의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팀적인 움직임들이 갖춰지면서 아스날의 공격은 조금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앞쪽으로 찔러!”
“여기로 줘!”
4-2-3-1 포지션에서 유건이 올라갈 때마다 순간적으로 4-1-3-2 포지션으로의 변경.
쿠아바와 유건이 동시에 자신들을 마크하고 있는 중앙 수비를 떨쳐내면서 공을 요구하고 있었기에, 아스톤 빌라의 수비진은 정신이 없었다.
누구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선수들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사이드 지역에서는 충분히 드리블을 통해 일대일 돌파를 할 수 있는 아스날의 양쪽 날개의 존재도 있었기에.
“캐시, 나 돌아 뛴다!”
여러 번 반복된 캐시의 일대일 매치업 상황.
그를 지원하기 위해 빠르게 오버래핑해서 올라온 페레이라가 질주하면서 슬쩍 패스를 요청한다.
미드필더가 수비를 도와주기 위해 자리를 잡아보지만 사이드백으로서는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예 방해 없이 공을 받아서 페레이라가 크로스를 한다면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이다.
스윽-! 투욱-!
그리고 그런 장면에서 캐시는 다른 움직임을 가져간다.
사이드백의 시선을 빼앗아준 페레이라 덕분에, 바깥쪽으로 공을 쳐놓으며 크로스 각도를 만든다.
물론 수비를 위해 내려온 미드필더가 압박을 들어가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긴 했지만.
스으으-!
“나이스!”
하지만 세기를 적당히 조절해야 하는 공중 크로스가 아닌, 땅볼 패스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계속 중앙 수비수의 시선을 빼앗으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유건이 조금 뒤처져서 공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른발로 바로 슈팅을 때릴 수도 있는 각이었기에, 의식해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빌라의 수비.
‘⋯반대쪽으로 돌려놓고.’
수비가 달려 나오고 있었기에 바로 공을 슈팅으로 가져가기에는 애매했다.
그 상황에서 오른발로 터치하는 척하다가 몸을 돌려 왼발로 잡아놓는 유건.
그 단순한 움직임으로 몸을 열면서 자신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각도를 만든다.
투욱-!
망설이지 않고 유건이 패스를 전달하는 것은 바로 쿠아바.
그가 상대 선수의 가슴팍을 손으로 밀면서 손짓하고 있었으니까.
“뒤로 내줘도 돼!”
뒤에서 위치한 파티노가 또 한 번의 중거리 슈팅을 위해 콜을 해보지만, 쿠아바의 머릿속에는 그 선택지가 없었다.
측면에서 자신을 마크하는 수비 한 명을 등진 상황.
지금 같은 장면에서 수없이 연습했던 자신 있는 슈팅이 있었으니까.
투욱-! 콰앙-!
돌아서면서 오른발 슈팅을 가져가려는 바디페인팅.
마크하는 중앙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시전한 그 동작은, 완벽하게 쿠아바가 의도한 대로 되었다.
그는 페인팅을 준 방향과는 반대로 왼발로 돌아서면서 터닝 슈팅을 하려 했기에.
살짝 쳐놓고 곧바로 몸을 돌리면서 찬 공은 중앙 수비의 발에 걸리지 않고 마치 대포처럼 날아갔다.
출렁-!
크게 흔들리는 아스톤 빌라의 골대.
눈앞에서 날아오는 아주 강한 슈팅에 골키퍼는 눈을 깜박거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손을 뻗으려는 생각을 하는 그 찰나에, 공이 자신의 옆으로 지나갔으니까.
- 으아아아! 축따형 또 어시스트다!
- 두 번째, 세 번째 골은 솔직히 축따형 지분 99%
- 우리 축따형 어시스트 두개 떠먹여 줘서 고맙다 파티노, 쿠아바!
└ 아스날 전통이 공미가 뿌리는 킬패스를 공격수가 뱉어내는 거였는데, 감회가 새롭다 진짜
쿠아바와 유건이 자랑하는 전통춤 자울리가 빌라파크에 모습을 보이는 이 순간, 축따튜브는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이번 골을 기점으로 유건이 어시트릭을 기록하게 되었으니까.
더군다나,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2라운드 기준으로 프리미어리그 도움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한 번 쿠아바 선수와 핸드 쉐이크를 하는 유건 선수입니다!”
“표정이 아주 밝아 보입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니까요!”
“이대로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유건 선수가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도움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삐이익!
그리고 세레머니가 끝나는 그 순간, 아르테타가 가져간 전술적 변화는 교체였다.
따로 지금의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유건을 대신해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캡틴 외데고르.
오늘 유건의 경기는 후반전 23분이 표시되고 있는 전광판의 지금 이 시간까지였다.
“건, 환상적이었어.”
경기장에서 나오는 유건을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환영하는 캡틴.
외데고르의 말대로 운이 따라주었다고 하더라도, 3개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낸 것은 유건의 능력이었다.
“주장 덕분인걸!”
자신의 활약에 대해 찬사를 보내주는 동료를 향해 마찬가지로 함박웃음을 짓는 유건.
단 두 경기였지만, 이 장면은 아스날의 이번 시즌 성공 가도를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오늘도 해냈다!’
그리고 유건 스스로에게도 밝은 미래가 보이고 있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메세지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었으니까.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70.26%]
[마르세유 턴으로 상대 수비의 압박을 벗어나세요 (2/1)]
[토마스 로시츠키의 데이터 동기화율 72.15%]
[이대일 패스로 상대 팀 지역으로 전진하세요 (5/3)]
[메수트 외질의 데이터 동기화율 55.17%]
[상대 팀 선수 사이로 지나가는 패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하세요 (3/1)]
조금은 정체되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했었던 동기화율.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대표팀 평가전, 프리시즌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경기까지.
수준 높은 경기를 치르면서 그것은 가속을 붙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발전하며 아스날의 승리 행진을 이끌고 있는 유건의 모습과 같이.
***
“건, 방금은 한 번 봐. 이런 식으로 패스해보는 건 어때?”
“⋯주장, 그거 주장이라서 가능한 건데?”
아스톤 빌라와의 2차전에서 4대0으로 승리를 이끌어낸 아스날의 훈련장 분위기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훈련을 직접 이끌어가는 아르테타의 주도하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메꿔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 연습경기가 끝나고 외데고르에게 개인적으로 지도받고 있는 유건.
자신이 보지 못한 길을 보여주는 레전드 선수에게 감탄하며 그를 치켜세운다.
아니 사실 정말 그건 시도할 생각도 하지 못한 패스 루트였다.
“에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마틴, 우리 보물 혼내지 마라! 니 패스루트는 에디나 가브리엘만 이해한다고.”
상대 선수를 바로 앞에 두고 툭 찍어서 로빙패스로 슈팅 각을 열어주는 루트를 알려주는 외데고르.
장난스레 지도하는 그를 보며 벙쪄 있는 유건의 목을 감으며 주장에게 핀잔을 주는 것은 살리바였다.
그런 환상적인 패스를 미리 알아채고 줄곧 득점하던 레전드 스트라이커 에디 은케티아와 가브리엘 제수스를 떠올리면서.
“크크, 마틴 그렇게 가르치면 코치 라이센스 발급 못 받는다?”
“무서운 얘기 하지 마 파티노!”
그 대화에 끼는 또 한 명의 베테랑은 파티노.
외데고르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코치 라이센스에 대해 놀리면서 말이다.
“저기 있는 유스 친구들이 말하더라고! 못 알아듣게 가르쳐준다고.”
“⋯끄으, 이놈들이!”
자주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이런 말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엄청난 천재는 다른 보통의 천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기가 쉽게 해내는 것을 왜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니까.
“으하하, 캡틴 걱정 마 잘할 수 있을 거야!”
멍청한 쿠아바마저 위로해주는 이유.
아스날의 레전드 캡틴, 마틴 외데고르.
그는 그런 사람에 조금 가까웠기 때문에.
그에게 코치의 길은 아마 힘든 도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