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07화 (107/208)

107화. 한 발자국만 더 움직여라

[최고의 데뷔전을 치른 아스날의 유건, “기다려오던 순간이었다”]

[헤일 엔드에서 또 한 번 나타난 초특급 유망주 제이든 캐시, 부카요 사카를 떠올리게 만들다]

[율리안 클락의 영입을 실패라고 보는 건 옳지 않다]

세계 최고로 인기 있는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그곳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개막전 빅매치.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이후 수많은 기사들이 나왔다.

팬들이 우려하고 있던 스타팅 라인업 멤버들에 대한 칼럼들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나왔다.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시절의 에미레이츠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를 위해 응원해주는 팬들은 미치도록 놀라웠습니다.”

“건, 쿠아바 등 영입생들과 새로운 멤버들은 모두 뛰어난 선수들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스쿼드를 강화시켜 주었다고 확신합니다.”

경기 이후 MOM 이터뷰를 한 윌리엄 살리바.

그의 답변들은 벌써부터 이번 시즌 결과를 예측해보고 있는 아스날 팬들의 설레발 같은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그때 당시의 에미레이츠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우리 팀은 지금 그렇게 단합되어 있다고.

결과적으로 앞으로도 응원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말이다.

- 내가 이 순간을 진짜 너무 기다렸다고 축따형!

- 구너로서 행복한 미래만을 꿈꾸고 있습니다!

- 근데 살리바 없었으면 경기는 졌을듯? 다 막네 혼자

└ 얘는 그냥 괴물. 마르세유 임대 다녀와서 아스날 데뷔한 이후로 쭉 월클이었음

그 분위기에 편승한 축따튜브의 팬들은 환호했다.

비록 한 경기만을 치렀지만, 개선된 경기력으로 분투했던 지난 시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반응과 함께 말이다.

물론, 아직 최상위 팀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꽤 보이긴 했지만.

***

“건! 건! 사인 부탁해요!”

“축따형! 저 한국에서 왔어요!”

맨유전에서 승리한 이후, 유건에게는 뿌듯한 날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콜니 트레이닝 센터로 들어가는 매 순간마다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있는 팬들이 최소 한 명씩은 있었다.

심지어 헤타페에서는 가끔 보였던 한국인 팬들이 매일 있을 정도.

그건 바로 국내 사이트와 해외사이트에 각각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 덕분이었다.

[제목 : 유건 선수 영접하고 왔습니다!]

어제 콜니에서 축따형 뵙고 왔습니다!

진짜 친절하시고 열명 넘게 기다렸는데 차에서 내려서 한 분 한 분 다 사인하고 사진 찍어주고 가셨음

팬서비스 최고입니다

[제목 : 건은 미쳤어]

다들 이번 시즌에 우리 팀의 기대주 건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임대에서 복귀하자마자 활약하는 것은 이미 봤잖아

놀라운 건 내가 봤던 우리 팀 선수 중에 콜니 입구에서 보여주는 팬서비스가 탑급이야

마치 옛날의 그라니트 쟈카를 보는 느낌이라니까

두 글의 공통적인 내용은 유건에게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싶으면 트레이닝 센터로 가라는 것.

출근길에 차를 세워주지 못하면 퇴근길에는 무조건 세워준다는 말과 함께 작성된 글이었다.

아스날 팬카페에도 전달된 그 소문 덕분에 적으면 5명 이하의 사람이 대기하던 콜니에 팬들의 방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멀리까지 오시느라 피곤하셨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하게 움직이면 다치세요! 다 찍어드릴 테니까 서로 밀지 마시고 천천히 기다려주세요!”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를 위해 빌라 파크로 떠나야 하는 아스날.

아스톤 빌라와의 대전을 앞두고 원정길을 출발하는 것은 바로 내일.

오늘 훈련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은 스무 명이 넘었다.

퇴근길에 쿠아바, 캐시와 함께 주차하고 내린 유건은 하나둘씩 그들이 원하는 바에 응하고 있었다.

서로 사인을 받기 위해 달려드는 팬들을 직접 줄을 세우면서까지 말이다.

“캐시! 데뷔전 너무 멋있었어요!”

“쿠아바, 다치지 말고 다음 경기도 잘 부탁해요!”

유건이 만들어낸 팬서비스 문화에 가장 열심히 동참하는 것은 동갑내기 선수들이었다.

헤일 엔드 출신의 디데 쿠아바와 제이든 캐시.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쿠아바라는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유건과 캐시 역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세 명이 일자로 서서 팬들의 요청을 하나둘씩 응해주면서 대화를 나눈다.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 사항을 조금씩 전달하고 기분 좋은 칭찬을 받으면서.

“하하, 그래요? 아직 첫 번째 경기일 뿐이니까요. 앞으로 더 잘해야죠!”

“마틴이 선수단을 잘 이끌어줘서 분위기는 되게 좋아요.”

“에이 당연히 기억하죠! 이틀 전에는 혼자 왔었는데, 오늘은 친구랑 왔네요?”

그중에서도 유건은 너무 익숙하게 앞에 서 있는 팬들에게 먼저 말을 붙일 정도였다.

한 번 왔던 사람들을 기억해주면서 그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한다.

그렇게 서서히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유건이었다.

***

“오늘도 아스날의 경기력은 놀랍습니다! 선수들이 엄청난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있는 것 같은 아스날 팬들의 응원도 대단합니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당연히 응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빌라 선수들이 공을 잡는 순간, 압박을 가하면서 거의 반코트 경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빌라 파크에서 시작된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전반전 25분이 지나가는 이 시점까지, 그들은 단 한 번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드리블을 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경우에도 옆에 있는 선수가 바로 압박을 가해주고 있었으니까.

“클락!”

“러너, 이쪽으로 줘! 전환하자.”

그 중심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을 빼앗기지 않으며 빈 공간으로 열어주는 유건의 패스가 있었다.

그보다 아래쪽에는 두 명의 선수가 받쳐주고 있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체력을 유지하면서 소유권을 유지해주는 파티노.

미친 듯한 활동량으로 아스날의 턴오버 상황에서 다시 공을 빼앗아오는 클락.

둘의 지원 아래 유건은 마음 놓고 공격 상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윽-! 휘릭-!

전반 4분경에는, 수비의 발이 들어오는 타이밍을 노린 마르세유 턴으로 순간적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곧바로 일대일의 상황에 놓여있는 캐시에게 드리블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스를 선보였다.

슈팅까지는 연결되었으나 득점은 하지 못한 채로 상황이 마무리되었지만 말이다.

그 장면을 만들어낸 유건은 마치 지네딘 지단의 플레이를 떠올리게 했다.

- 진짜 축따형 미쳤다! 아니 몸싸움 엄청 거는데 공 안 뺏기네

- 축따형인지 모르고 보면 이제 리얼 지단 보는 느낌이라니까

- 캐시도 드리블이 예전 사카 생각나게 하네. 일대일 상황에서 매번 뚫어버림

└ 아스날 입장에서 너무 좋은 공격 루트가 생긴 거임. 아이솔레이션에서 이겨내주니까

투욱-!

더불어 전반 13분경에 유건이 보여준 모습은 아스날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아르센 벵거 시절, 아름다운 패스 플레이를 기반으로 상대 팀을 가둬두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내던 선수.

토마스 로시츠키라는 그리운 향수를 말이다.

“다시 줘봐!”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있는 러너에게 공을 건네주는 것과 동시에 전진했던 유건.

리턴 패스를 요구하는 손짓과 함께 시작된 이대일 패스 플레이는 마지막에 크로스까지 연계되었다.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해 골대 밖으로 벗어나는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아! 아쉽습니다. 패스 플레이로 순간적으로 전진한 유건 선수가 왼발로 크로스를 올렸는데요.”

“안타깝게도 쿠아바의 오른발에 걸려서 정확도가 조금 떨어졌죠!”

“그러나 점점 골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전반전에 한 골 넣고 가겠다는 각오가 보여집니다!”

안준성, 전지우 캐스터의 중계대로 아스날 선수들은 이대로 전반전을 마무리할 마음이 없었다.

빈 공간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아스톤 빌라의 골대로 꽂아 넣을 생각만이 머릿속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는 상황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유건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여라.’

아스톤 빌라의 수비진,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공을 키핑하며 타이밍을 재고 있던 유건.

그가 바라보는 패스 루트가 만들어지기까지 단 한 발자국 남아있었다.

자신의 유니폼을 잡고 있는 한 명의 미드필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미드필더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는 선수의 가슴팍에 손을 대면서 버티고 있던 유건.

자신이 곁눈질로 살피던 미드필더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손바닥으로 몸싸움을 하던 선수의 가슴팍을 살짝 밀어버린다.

그 반동을 이용해 반대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이미 그런 움직임을 위해 공을 앞쪽으로 밀어둔 상황이었기에 다음 동작으로 부드럽게 연결되었다.

“건!”

패스를 할 수 있는 순간적인 볼터치를 가져간 유건.

그것을 지켜보면서 사이드백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한 사람.

훈련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그 장면이 경기장에서 재현된다.

쿠아바에게 중앙 수비가 붙어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기장의 오른쪽에 위치했던 유건.

그곳에서 찔러줄 수 있는 오른발 각도는 한 명밖에 없었다.

스으으-!

“이미 보고 있었다고, 이놈아!”

약간은 멍청한 매력이 있는 쿠아바와는 다르게, 깐족대는 매력이 있는 캐시.

동갑내기 선수들의 호흡이었다.

돌아 들어가는 그의 왼발에 정확하게 찔러넣어 주는 유건의 패스.

스윽-! 스윽-!

쿠아바를 마크하는 중앙 수비의 파트너 선수가 마크하러 곧바로 달려 나왔다.

그러나 이미 슈팅각도가 열린 상황.

캐시에게는 선택지가 많았다.

자신의 주발인 왼발로 먼 포스트를 향해 감아 차거나, 한 번 더 치고 나가는 것.

머릿속에 그려내는 장면을 실현하기 위해 몸을 두어 번 흔들며 바디페인팅을 시전한다.

투욱-!

페인팅을 주어도 발을 뻗지 않는 앞의 선수를 바라보며 왼발을 크게 휘두르며 슈팅 동작을 가져가는 캐시.

그제서야 다급하게 발을 뻗어보지만, 선택은 수비의 예상을 벗어났다.

수비는 그의 왼발을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방향을 갑자기 안쪽으로 바꿔놓는 드리블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정도 각도라면, 충분하지!’

오른발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양발잡이는 아니었지만, 타이밍을 빼앗았기에 충분했다.

골키퍼는 이제 막 뛰쳐나오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골대의 빈 공간은 많았다.

가까운 포스트로 땅볼로 밀어 넣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출렁-!

와아아아-!

아스날의 선제골을 알리는 제이든 캐시의 멋진 드리블에 이은 슈팅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함성을 지르며 일어나는 원정석의 아스날 팬들.

그들 앞으로 달려가서 엠블럼을 두드리며 자신이 만들어낸 골을 마음껏 만끽하는 캐시.

헤일 엔드에서 데뷔한 초특급 유망주 캐시가 성공적으로 첫 골을 기록하는 이 순간,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또 한 번 유건 선수가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돌아 들어가는 캐시 선수에게 완벽하게 찔러주었거든요! 유건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 아스날을 상대하는 팀들은 유건 선수를 막는 게 중요한 숙제가 되겠는데요!”

기분 좋은 아스날의 세레머니를 지켜보는 캐스터들은 흥분을 숨기지 않고 중계를 이어갔다.

국내 선수가 활약하는 이 순간은 보지 않아도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머릿속에 그려졌으니까.

전반 30분, 빌라파크에서 펼쳐지는 아스톤 빌라 VS 아스날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선제골을 가져가는 것은 유건의 팀, 아스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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