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06화 (106/208)

106화. 멍청한 작전

“나이스!!”

“이렇게 들어간다는 건, 우리가 이기는 날이지!”

“으하하!!”

그러나 생각보다, 유건이 말했던 작전을 써보기까지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프리킥이 주어졌는데, 그게 벽에 맞고 굴절되어 들어가 버렸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 승리를 위해서라면 최소 한 골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 와 진짜 굴절 에바다. 저게 저기서 수비 발에 걸려서 꺾이네

- 오늘 경기력 압도적인데 실제 스코어가 똑같네

- 슬로우로 보니까 확실히 골키퍼가 막기는 쉽지 않을 듯

“아, 이게 골로 연결되는군요!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굴절이 발생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굴절이면 어떻고, 아니라면 어떻습니까? 해외파 선수들이 각자의 팀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서 기쁩니다!”

동점 골이 터지는 장면을 중계하는 안준성과 전지우.

그들 말대로 과정은 상관없었다.

그렇게 스코어가 1:1이 된 게 후반전 17분이었다.

정규 시간이 28분 남아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었고, 우연이 겹쳐 들어간 골이었다.

굴절의 방향,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방향 등까지는 미리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다시 천천히 가보자! 운 좋게 하나 얻어걸린 것뿐이야.”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어!”

몸을 날리던 방향과 역동작에 걸려 굴절되는 슈팅을 그저 바라보면서 땅을 치는 아스날의 골키퍼.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하는 것은 바로 살리바.

오늘 벤치에 있는 외데고르를 대신해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부주장이었다.

“건!”

“아까 말했던 거, 해보자!”

그리고 그가 부르는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꽤 먼 거리였기에 크게 외치는 살리바의 목소리는 주변 맨유 선수들의 귀에도 들렸다.

덕분에 그들이 무엇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는 있었다.

비록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파티노! 미들 라인 좀 더 올려!”

유건이 생각해낸 전술은 단순했다.

계속해서 수비에 틀어박힌 채로 역습만을 노리는 맨유.

자신들을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이려는 그들을 오히려 끌어내기 위해서.

확실한 역습 찬스라는 것을 인지한 그들이 모두 출발했을 때, 그때를 노리기 위해서였다.

적진에 수비를 담당하는 선수들이 최대한 많이 빠져있는 그 상황을.

‘…살리바면 충분히 가능해.’

그리도, 단순하게 한 명의 존재 때문에 생각해낸 전술이었다.

발을 먼저 넣기보다는 끝까지 기다리며 최고의 대인 수비를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수비수 살리바.

그의 존재 자체가 이 전술을 완성시켜 줄 무기이기에.

***

‘…크윽, 이거 진짜 가능한 건가.’

유건과 살리바의 주도하에 아스날은 수비 라인 자체를 엄청 높은 위치에서 유지했다.

실제 그것을 컨트롤하는 살리바조차 적들의 역습을 노리는 패스 한 번 한 번에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중앙선 부근에서 애매하게 걸쳐있는 오프사이드 트랩은 오히려 맨유 선수들에게는 기회.

뒤에서 찔러주는 긴 패스를 잡기 위해 그저 라인을 넘어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몇 번 반복되는 위협적인 기회에 옅은 신음을 흘리는 살리바.

“살리바, 준비해! 이제 곧 찾아온다!”

물론 유건도 그러한 역습을 예상하고 미리 내려와 있었다.

확실하게 너네가 원하는 역습을 하라고 라인을 그렇게 올려놓은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어느 정도 뒤에서 출발해도 빠른 주력으로 대인마크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살리바를 믿고서 말이다.

위험천만한 작전이었지만 결국 살리바는 뚫리지 않았고, 그런 몇 번의 과정 속에서 유건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역습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선수 외에도, 수비를 하던 맨유 선수 몇몇이 중앙선 부근을 넘어 빠르게 올라오는 것이.

콰앙-!

이번에는 캐시의 드리블이 실패하면서 맨유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강하게 앞으로 찌르는 중앙 수비의 패스와 함께 뛰기 시작하는 양쪽 날개.

그들은 역습을 위해 이미 배치된 선수들이었고, 그 뒤를 많은 선수들이 따랐다.

맨유 선수들은 중앙 수비를 제외한 사이드백들까지 전부 라인을 올리며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내려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다들 사람 잡아!”

“미들 체크! 사이드도 확인해!”

그에 맞춰 클락을 대신해서 투입된 쿠아바, 캡틴 외데고르만 위쪽 지역에 남았고 대부분 내려오고 있었다.

상대 팀 선수들을 한 명씩 마크하면서.

그러나 이미 맨유의 역습 자체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스날의 오른쪽 필드에서 공을 잡은 윙어를 살리바가 마크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이 짓도 끝이다!”

그리고 가장 뒤쪽에 있던 맨유의 볼란치 한 명이 중앙선을 넘는 순간, 빠르게 다리를 넣는 살리바.

상대 선수에게 접촉하지 않고도 길게 뻗은 다리를 이용해 공을 슬쩍 가져온다.

마치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복해서 받아낸 위협적인 찬스에 대한 분노를 표하면서.

투욱-!

가장 앞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던 선수가 공을 패스하기 이전에 빼앗길 거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던 맨유 팀원들.

그런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당황하며 멈칫거렸다.

그 순간 이미 내려온 유건은 살리바가 건네주는 패스를 받아 몸을 돌리고 있었고 말이다.

콰앙-!

“마틴!!!”

‘…제발!’

그리고 가장 앞서 있는 쿠아바와 외데고르의 형체가 곁눈질로 보인다.

그들에게 중앙 수비수가 두 명 붙어있었지만, 이미 유건이 길게 보낼 것은 얘기된 사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전방 지역으로 공을 보낸다.

“쿠아바, 이거 성공해내야겠는데?”

“저놈 내가 저거 성공한다고 그랬잖아!”

“이제 우리 차례야.”

멀리서 강하게 날아오는 공에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섞어 대화하는 외데고르와 쿠아바였다.

지나가면서 슬쩍 말했던 것을 실현해낸 유건에 대한 보답.

그건 수비를 대부분 끌어낸 이 상황에 골로 보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퍼억-!

“마틴, 앞으로 뛰어!”

떨어지는 공을 보며 먼저 도전하는 것은 쿠아바였다.

만약 정말 이런 상황이 온다면, 더 피지컬이 좋은 쿠아바가 헤딩 경합을 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유건이라면 자신들이 있는 위치 근처로 정확하게 공을 보내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덕분에 먼저 자리를 잡은 쿠아바가 견제를 위해 양팔을 벌리는 것과 동시에 점프하며 경합한다.

‘…크크, 대단한 놈이라니까! 진짜 이런 멍청한 작전이 성공할 줄이야.’

쿠아바의 머리를 맞고 맨유의 골대 쪽으로 흐르는 공에 달려가는 것은 단 한 사람, 외데고르였다.

맨유의 수비는 헤딩 경합 상황에서 그게 백헤딩 형태로 되면서 뒤로 흐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마무리의 시간만이 남았다.

“살리바 선수가 또 한 번 아스날을 구해냈습니다! 오늘 완전 철벽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습을 나가는 맨유 선수들의 패스가 조금씩 부정확했던 게 그 이유 중 하나겠죠!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를 성공시키지 못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유건 선수가 패스를 받자마자 몸을 돌리며, 곧바로 앞쪽으로 찌릅니다!”

“쿠, 쿠아바 선수의 머리에 맞고! 외데고르 선수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출렁-!

골대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골키퍼가 미리 뛰쳐나왔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눈에 골대의 빈 공간들이 많이 보였고 발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골키퍼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 지나가는 외데고르의 슛은 골대의 그물을 흔든다.

“나이스 슛이야, 캡틴!!”

“이대로 남은 시간 버텨보자고!”

가장 가까이 있던 쿠아바가 먼저 달려가서 그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시늉을 한다.

확실하게 따낸 자신의 헤딩을 어시스트로 만들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서.

“가자아!!”

“살리바, 진짜 미친 수비였다고 오늘!”

“네놈이 시킨 거 아니냐? 그나저나 다음번부터는 이건 안 되겠다.”

“동의한다! 이런 건 하지 말자.”

모든 팀원들이 홈팬들 앞에서 포효하는 외데고르와 쿠아바를 둘러싸고 있을 때, 따로 얘기를 나누는 둘.

바로 유건과 살리바였다.

간단하게 상상해보고 써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작전.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큰 위험부담에 앞으로 써먹지는 못할 것 같다고.

후반전 33분, 추가골을 넣으며 상대 팀과의 스코어를 벌리는 아스날이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의 승자에 가까워지기도 했고 말이다.

***

콰아앙-!

한 골을 넣은 뒤에 아스날은 다시 한번 전반전에 가동했던 밸런스 위주의 전술로 게임을 풀어갔다.

라인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역습을 조심하는 진형으로 말이다.

그런 와중에 유건의 발밑에 안착된 공.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다가 반 박자 빠르게 강한 힘으로 밀어 찬다.

‘…무조건 마무리 지어야지.’

그러나, 그런 생각과 함께 우선 앞쪽으로 처리하기 위해 때렸던 유건의 슈팅이었기에 엄청 잡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꽤 강하게 날아갔지만 골키퍼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정중앙으로 날아왔다.

덕분애 맨유의 골키퍼도 성공적으로 슈팅을 막아낼 수 있었다.

삑! 삑! 삐이익-!

그러나 시간 자체가 많이 없었다.

빠르게 차낸 그의 골킥이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경기를 종료하는 휘슬이 울렸다.

개막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오늘 펼쳐진 개막전의 승리는 아스날에게로 돌아갔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바로 이 함성이 울려 퍼지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주인인 그들에게 말이다.

아스날 선수단은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팬들의 함성에 보답하는 박수를 치면서 경기장을 거닐었다.

승리의 기쁨을 최대한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 시각, 나여름은 섭외를 받아 후속작의 촬영장에 있었다.

연인인 유건의 경기를 휴대폰으로 보면서 말이다.

“아싸, 이겼다! 나이스으!”

운이 좋았던 건지 유건의 경기 시간에 다행히 촬영이 길지 않았고, 덕분에 대기를 하면서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두 손을 꽉 쥐며 좋아하는 여름.

그녀의 등 뒤편으로는 다른 연예인들도 보였다.

“여름아, 다음번에 유건 선수 만나면 나 사인 좀!”

“진짜 신기한 인연이네!”

“맨유 안 돼! 아스날 너무 잘해진 것 같은데.”

또래의 배우들은 유건의 사인을 요청하거나 신기해했다.

크게 접점이 없는 둘이 공식적으로 연애를 한다는 것에 대해.

촬영장에 있는 맨유 팬이 안타까움에 읊조리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지만, 이번엔 졌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부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었으니까.

‘…조금 더 못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장면을 유건이 본다면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항상 리그의 막바지가 다가올 때면 그들은 항상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었다.

리그의 최상위권,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는 강팀들은 항상 그랬다.

이미 그들은 몇십 년간 위닝 멘탈리티를 만들어왔던 팀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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