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04화 (104/208)

104화. 주인은 바로 우리다

“나이스 패스!”

지난주에 있었던 세비야전에 이어서, 또 한 번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유건이었다.

그때는 쿠아바의 머리를 향해서 올렸던 살짝 찍어 차는 패스.

이번에는 파고드는 캐시의 발동작에 맞춰 그대로 보냈던 것.

그와 함께 패스에 만족하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캐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잡아두지도 않고 슈팅을 때려도 되는 각도가 나왔으니까.

‘지난 경기보다 훨씬 낫군.’

두 팀 다 전력을 다하기보다는 선수들의 조합을 확인하고 테스트하는 목적이 더 큰 프리시즌.

그러나 오늘 득점을 올린다는 것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런던을 연고로 하는 또 다른 강팀, 첼시가 오늘의 상대였으니까 말이다.

이번 경기를 지켜보는 아르테타도 지난 시즌 그들과의 경기를 기억하며 달라진 경기력에 만족하고 있었다.

당시의 결과는 패배였지만 오늘은 오히려 리드하고 있었다.

“클락, 앞으로 줘!”

“맨온이야, 건!!”

“전체적으로 라인 맞춰!”

그 변화는 클락의 영입함으로써 프리시즌 동안 미드필더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영입생이 혼자서 모든 빌드업을 담당한다면 부정확한 롱패스가 여실히 드러나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의 옆에서 빌드업을 이끌어주는 파티노나 외데고르가 파트너를 구성해주었으니까.

그리고 3선 미드필더들의 앞선에는 [GUN]이라고 적힌 유니폼의 뒷모습이 보였고 말이다.

게다가 클락 그 자신으로서도 롱패스가 아닌 가까이에 있는 팀원에게 공을 주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밸런스가 좋아.’

중원 전체 지역을 미친 듯한 활동량으로 커버하며 인터셉트와 헤딩 경합을 통해 얻어낸 공을 다른 미드필더에게 패스하는 클락.

조금 더 낮은 위치에서 사이드로 벌리거나, 전진 혹은 백패스를 통해 팀의 소유권 유지를 담당하는 파티노나 외데고르.

그들이 건네주는 공을 받아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아스날의 공격을 이끌어가는 유건.

클락의 단점을 가려주고 장점만을 돋보이게 해주는 미드필더 조합은 밸런스가 좋아 보였다.

공을 예쁘게 찬다고 볼 수 있는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클락은 다소 투박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수비적인 부분을 집중하여 담당했으니까.

“소우사, 더 올라가!”

“쿠아바도 미리 움직여!”

“파티노 빼고는 전체적으로 한 칸 올려!”

게다가 전체적으로 오른쪽 사이드백에 위치한 헤나투 페레이라가 아스날의 공격 상황에서는 미드필더 지역에 위치한다.

유건이 전진을 시작하며 쿠아바보다 약간 아래쪽에 위치한다.

다음으로 위치하는 선수는 더 앞선 지역에서 세컨볼을 따내기 위한 클락.

그보다 아래쪽으로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페레이라가 파티노나 외데고르와 호흡을 맞춰 후방에서 볼 배급을 담당했다.

그렇게 그가 인버티드 윙백 역할을 수행해주었기에 상대적으로 왼쪽의 리노 소우사가 장점인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수비를 한 명 끌어냄으로써 윙어나 스트라이커에게 빈 공간을 제공해주었고 말이다.

“프리시즌에 보여주는 아스날의 경기력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기존 스쿼드에서 변경이, 네 명인가요?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모습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자리를 차지하면서 스쿼드 뎁스도 두꺼워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건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게 기쁜 소식이죠.”

“맞습니다! 클래식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사용하는 4-2-3-1 전술에서 지금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죠!”

오늘 첼시전에서의 기록을 합한다면 2골 3어시스트.

헤타페 CF시절보다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내는 순간들이 올라가고 있었던 유건.

그런 그의 활약을 중계하는 인기 캐스터들, 안준성과 전지우로서는 그 부분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 당연했다.

실제적으로 아스날 팬들이 “이번 시즌에는 챔스 복귀하나?”라는 설레발을 칠 정도의 최근 경기력이었으니까.

[미켈 아르테타, “건의 복귀는 새로운 영입과도 같다”]

[아스날 FC, 첼시마저 격파하며 프리시즌 5전 5승으로 마무리]

[아스날 FC의 주장 마틴 외데고르,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무언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마지막 경기를 한 골 차로 승리하게 되면서 프리시즌 전체 경기를 승리한 아스날.

뉴스 기사들만 보더라도 지난 시즌보다 그들이 훨씬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케티아, 커피, 외데고르 등 전체적으로 은퇴를 앞둔 선수들의 대체.

유건, 페레이라, 클락 등 더 발전할 여지가 충분한 유망주들을 영입하며 시작한 리빌딩.

그러한 부분들은 다시 아스날이 강팀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가 다시 한번 해내겠지.’

‘천재적인 전술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

그 리빌딩의 과정에 있는 선수단을 이끌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

미켈 아르테타.

그가 부임했던 시기에 보여준 것들이 엄청났기에 수많은 팬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팀이 최상위권으로 복귀할 수 있겠다는 믿음과 함께.

***

- 건의 팬 서비스는 미쳤어! 콜니 트레이닝 센터 앞에서 그의 유니폼을 손에 들고 있어 봐

└ 진짜 가고 싶다! 들리는 얘기만 들어보면 나이도 어린 친구가 팬의 중요성을 확실히 아는 것 같아

- 나도 그는 누가 기다리든, 몇 명이 기다리든 출퇴근길에 멈춰 서서 사인해준다고 들었어

- 지난주에 갔었는데 퇴근길에 차를 옆쪽으로 빼서 주차해두고 내려서까지 해주더라니까!

- 그렇게 해주는데 당연히 팬으로서는 유니폼을 살 수밖에 없지! 그가 이미 유니폼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구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조금씩 다가오는 사이, 팬들 사이에서는 유건이 대화 주제로 많이 거론됐다.

콜니 트레이닝 센터에 방문했던 팬들이 그와의 잊지 못할 추억을 SNS에 공유했으니까.

짖궃은 표정으로 같이 찍은 사진을 함께 첨부한 그들 덕분에 유건의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달보다 유니폼이 몇 배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 헤타페 CF에서의 좋은 임대 생활을 보내고 복귀하게 되면서 꽤 적당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건, 넌 최고야!”

“건! 건! 건!”

그런 일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도 아니기에 팬서비스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유건.

열 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는 인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나서 들어가는 그의 차량.

그 뒤로 트레이닝 센터의 입구에서 장난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유건을 찬양하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수에게는 단순한 일이지만 팬들로서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경우가 될 것이기에.

‘…기특한 놈이라니까!’

그리고 그의 차량 뒤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선수도 있었다.

자신도 이런 팬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자주 멈춰 섰다.

그러나 변함없이 매번 동일하게 행동하지는 못했다.

인기 있는 프로축구선수이기 이전에 피로감이나 귀찮음을 느낄 수밖에 없는 한 명의 사람이었으니까.

‘기분이다! 오늘은 훈련 중에 한 번 뚫려준다!”

유건을 따라 차를 멈춰 세우고 장난스럽게 팬들과 대화하며 사진을 찍는 선수의 정체는 바로 살리바였다.

팀에 몸을 담은 지 10년이 넘어가는 월드 클래스 수비수.

그는 안 그래도 최근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가져오는 기분 좋은 변화를 느끼고,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팀원들끼리 장난스럽게 얘기를 나누던 유건의 팬서비스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이다.

흐뭇한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 훈련을 하며, 유건에게는 드리블 돌파를 한 번 정도는 허용해주겠다고.

***

“오늘 우리가 사용할 전략은 단 하나다. 팬들을 위해 이곳에서 승리한다는 것.”

“상대가 지난 시즌 3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고 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느새 다가온 개막전 날.

오늘이 오기까지 유건은 훈련, 집, 여름과의 전화 혹은 별튜브.

그 일상적인 생활을 반복했고, 리그 시작부터 마주칠 강팀에게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노력해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이끄는 아르테타의 요구에는 특별한 요청사항이 없었다.

단지 이곳,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찾아준 팬들을 기쁘게 하라는 것.

단순한 전술임과 동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을 상대로는 쉽지 않은 요청이었다.

“그라운드에 나가서 여러분을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을 들어라.”

“그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주심의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 집중해라.”

“여러분의 가슴속에 있는 열정이 구장을 뒤덮는다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라커룸에서 팀원, 코치진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만들어놓은 원.

그 한가운데에는 아스날의 감독 아르테타가 있었다.

그는 유건이 지나쳐온 감독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절대 약간의 방심조차 허용하지 않는 리그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리고 바로 이곳,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모든 것을 관통하는 마지막 말.

다른 구장에서는 패배하는 경우에 변명이라도 댈 수 있겠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홈팬들의 함성과 익숙한 규격의 그라운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홈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들, 아스날이 바로 이곳의 주인이었으니까.

“다들 집중하고,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인다!”

“압박 확실하게 하면서 쟤네한테 공간 주지 말자!”

아르테타의 말이 끝나고 난 뒤, 외데고르는 그라운드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집중을 요구한다.

언제라도 치고 나올 수 있는 상대 팀을 상대로 끝까지 달려들어서 압박하자고.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빈 공간을 허락하지 말자고.

캡틴의 그 말과 함께 팬들이 가득 들어찬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들어간다.

와아아아아-!!

홈팬들과 원정팬들을 합치면 50000명이 넘는 관중들.

그들이 일제히 외치는 함성 소리는 유건의 팔에 닭살을 돋게 하고 전율을 불러온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었지만 마음 한편에 남았던 아쉬움은 당시에는 원정팀의 입장이었다는 것.

지금 이곳은 함성 소리의 대상이 대부분 자신과 팀원들을 향하는 홈구장이었고 말이다.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프리미어리그 데뷔 축하해!

- 10년 넘게 구너입니다. 이번 시즌 축따형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게 해주세요!

- 개막전부터 맨유라니! 살살 부탁한다

- 축따형이 골 넣고 맨유가 이기길 바라는 1인

킥오프를 기다리며 관중석을 둘러보고 있는 멍한 표정의 유건.

중계화면에 잡히는 그 모습을 보고, 축따튜브의 채팅창이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면이었으니 시작부터 함께했던 팬들이라면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용인 FC 입단 테스트를 보러 간 유건이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하는 바로 이 순간은 말이다.

삐이익-!

그렇게, 휘슬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또 한 번 유건이 스타트를 끊었다.

프리미어리그, 세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바로 그 리그에서.

K리그 2, 올림픽, 프리메라리그, 국가대표라는 과정을 거치고 도착한 그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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