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03화 (103/208)

103화. 첫 경기부터

“여름이는 이제 돌아가면 바빠지겠네.”

“그러니까요 언니, 조카 보러 조금 늦게 와도 이해해줄 거죠?”

여름이 한국으로 복귀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은 이틀 뒤.

마지막 날에는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려고 계획했기에 오늘 최창훈의 집에 방문했다.

이제는 여름도 그들과 서로 꽤나 친해진 상태이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가 다음 촬영 때문에 돌아갈 예정이라 배웅하는 자리였다.

“이제 좀 친해진 것 같지?”

“둘 다 밝은 성격이라 다행이야.”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둘을 기억하며 얘기를 나누는 유건과 창훈이었다.

이제는 꽤 친해진 여름과 하린은 이제 만나면 붙어서 수다를 떨었으니까.

신기하기도 했다.

대화 주제를 계속 바꿔가면서 그렇게 얘기할 게 많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런던으로 돌아온 기분은 어때?”

“좋지, 자신감도 있구.”

“혹시나 못하더라도 프리메라리가는 너한테 잘 맞는 것 같으니 부담감 좀 내려놔라.”

“…걱정 마, 지금 내 폼은 최고야.”

그리고, 그런 그들은 소파에 앉아 얘기하고 있었기에 유건과 창훈은 바닥에 앉아있었다.

다음 시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넨 창훈의 말.

그러나 지금 유건의 자신감은 최고조였다.

코파델레이 우승컵을 거머쥐고 얼마 전의 A매치까지 좋은 활약으로 마무리했으니까.

이 느낌을 유지하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아스날에서 성공적으로 생활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빠! 슬슬 저녁 준비하게 야채 좀 사러 다녀와!”

“…건아, 왜 너 신발 안 신고 있냐? 같이 갔다 오자고!”

서로 각자의 대화 주제들로 얘기를 나누다가, 최창훈을 호출하는 박하린이었다.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좀 나가서 사 오라고.

준비를 하면서도 유건과 함께 가고 싶어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형수, 배불러오면서 어깨는 안 아파요? 제가 주물러줄게요.”

오히려 박하린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무르는 시늉을 한다.

그와 동시에 손짓으로 잘 가라는 인사를 하는 유건.

장난 섞인 그 행동에 최창훈은 귀를 잡고 끌고 갈까라고도 생각했지만, 무리였다.

유건에게 어깨 안마를 받으면서 자신을 향해 눈빛을 부라리는 박하린이 있었으니까.

‘나쁜 놈! 오늘 집에 돌아가다가 새똥이나 맞아라.’

그랬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게 동생을 장난스럽게 저주하는 것 말고 따로 있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

‘…드디어!’

며칠이 지나고 후속작 촬영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나여름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난 뒤 유건은 행복하게 휴가를 보내던 어제까지와는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일정을 준비했다.

바로 오늘부터 프리시즌을 위해 아스날 선수들이 소집되는 첫날이었으니까.

작년에 구단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조금 더 늦게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유건과 다른 몇 명은 아니었다.

자신을 비롯하여 새롭게 적응이 필요한 선수들 위주로 미리 소집이 진행되었기에.

“만나서 반가워!”

“건이라고 해.”

빠르게 콜니 트레이닝 센터로 출근했지만, 유건보다 빠르게 도착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아직 엄청나게 많은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 율리안 클락.

새롭게 영입된 그가 가장 먼저 도착해서 몸을 풀고 있었던 것.

간단하게 통성명을 하며 말을 트기 시작하는 둘.

별튜버 생활은 헛된 게 아니었던 건지 나이가 어렸음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건 유건이었다.

다다다-!

“먼저 와있었구나! 이쪽이 건이고, 그쪽은 클락 맞지?”

“반가워! 페레이라라고 부르면 돼?”

그러던 중 그들의 옆으로 달려오면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바로 헤나투 페레이라였다.

지난 시즌 혜성처럼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오른쪽 사이드백.

이번 시즌에는 리즈에서 아스날로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영입된 선수였다.

그는 오자마자 임대를 다녀온 유건, 이번에 영입된 클락을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확인한다.

“총 4명이면, 내가 마지막이구나!”

마지막에 도착해서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바로 쿠아바.

유건과 비슷한 일정으로 복귀했던 그도 미리 아르테타의 호출을 받았다.

오늘 모인 사람들 중 1군 스쿼드에 곧바로 기용할 만한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경기 영상이나 관중석에서 보는 게 아닌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보기 위해서.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잘 맞아 들어간다면, 우리 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엄청난 팬들이 지속적으로 사랑해주는 아스날이라는 팀에 와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첫날이니까 간단하게 시작하자고.”

그라운드에 꺼내져 있는 공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던 유건과 쿠아바, 영입생들.

그런 그들을 위해 휴가를 앞당겨서 복귀한 아르테타와 코치들.

이번 시즌 스쿼드를 구상하는 데 참고가 될 임대 복귀생들과 영입생들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증명해내야만 했다.

경기가 시작할 때부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더 미리 움직여! 그곳에서 공을 받아내도 둘러싸이면 답이 없다.”

“억지로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돼! 이곳에서 네가 소유권을 유지한다면….”

“잘하는 걸 보여주라고!”

그와 함께 시작된 훈련에서 아르테타는 직접 그들을 이끌었다.

상황을 재연하고 묘사하면서 각자에게 요구하는 바를 추가적으로 말한다.

프리미어리그라는 곳은 그렇게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개인의 발전을 토대로 팀의 능력을 전체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원하는 아르테타였다.

“건, 더 빠르게!”

“그렇지! 이 타이밍에….”

당연히 지적을 받는 것은 유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아르테타가 요구하는 수준이 높았기에,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유건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팀에 적응해야겠다는 생각만을 머릿속에 가득 채워놓은 채로.

***

“살리바, 여기로!”

“조금 더 빠르게 볼을 처리해봐, 클락!”

어느덧 유건이 아스날 프리시즌에 참여를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던 것과 동시에 리그 개막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스날 선수단의 훈련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팀원들이었지만 서로 마음속으로는 경쟁심을 불태웠다.

개막전을 위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소우사, 같이 지원해줘야 돼!”

오늘 함께 배정된 조끼팀의 왼쪽 사이드백은 리노 소우사.

밸런스가 잡힌 아스날의 왼쪽 윙백이었다.

수비력보다는 공격적인 능력이 좋긴 했지만 말이다.

유건은 그에게 조금 더 빈번한 오버래핑을 요구했다.

상대 팀으로 배정된 파티노와 클락의 미드필더 조합을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건, 받고 돌아!”

유건과 함께 경기장에 있을 때는 3선 미드필더에 위치하여 아래쪽에 자리 잡는 마틴 외데고르.

아스날의 주장인 그에게서 전달되는 패스와 함께 몸을 180도 틀어 상대 팀의 골대를 바라본다.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타이밍임을 알아채고 방향을 정하는 순간적인 결심과 함께.

‘…보여주라고, 막내!’

유건 팀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왼쪽에서 빌드업이 진행되고 있던 중에 찾아온 기회.

몸을 돌렸지만 왼쪽 날개와 스트라이커 위치의 쿠아바에게는 압박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은 건 하나, 프리시즌에 아르테타가 불러들인 초신성 오른쪽 날개 제이든 캐시.

“드리블이다!”

배정된 오늘의 팀 전술에 대해서는 쉬는 시간에 팀원들끼리 얘기를 마친 사항이었다.

자신감이 끝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 캐시에게 아이솔레이션 상황을 만들어주기로.

측면에서 발생되는 아이솔레이션.

수비를 한쪽 지역으로 집중시키고 중앙 지역 선수들의 시선마저 빼앗은 상황에서의 반대 전환.

자신들의 윙어와 상대의 사이드백 혹은 다른 선수가 일대일로 마주하는 상황을 강제로 유도하는 것이었다.

“저놈 왼발로 치고 들어오는 거 조심해!”

“확실하게 막아!”

캐시의 아이솔레이션은 실제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효과적인 아스날의 공격 루트 중 하나가 되었다.

한 명 혹은 두 명까지 수비를 해도 짧고 간결한 드리블과 바디페인팅만으로 끝내 공을 마무리했으니까.

왼발을 이용해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놓은 뒤 크로스.

오히려 바깥쪽으로 라인에 붙어 드리블하다가 오른발 크로스.

혹은 치고 들어와서 슛.

타앗-!

‘이번에도 치고 들어가겠지!’

주전 왼쪽 사이드백인 리노 소우사의 후보를 담당하는 선수.

그는 오늘 캐시의 드리블에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실제 골까지 연결되는 건 아직 없었지만, 계속해서 유효슈팅을 허용하고 있었다.

오늘 반복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갔던 캐시였기에 이번에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예상하고 몸을 기울인다.

뻐어엉-!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오히려 왼발 인사이드를 이용해 한 번 더 코너라인 쪽으로 친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반 박자 빠르게 쿠아바의 머리를 보면서 크로스를 올린다.

살리바의 유니폼을 잡으며 몸싸움에 한창인 그가 헤딩을 차지하길 희망하면서.

퍼억-!

물론 희망처럼 되는 건 쉽지 않았다.

중앙 지역까지 볼이 전달되기 이전에 앞을 육탄방어로 가로막는 상대 팀의 다른 중앙 수비수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게 굴절되어 행운 섞인 동점 골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삐이익-!

“다들 모여보자!”

굴절이 되면서 행운으로 터진 동점골.

그와 함께 아르테타가 쥔 손에 들고 있는 휘슬이 울렸다.

다들 한 곳에 모여 어떤 내용에 대해서 브리핑을 해보자는 의도가 담긴 외침과 함께.

“이제 우리는 시즌 개막 전까지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라인업을 거의 확정했지만 개막전 전날까지 변경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참고해두도록.”

세비야, 첼시.

남아있는 프리시즌 경기들이었다.

두 팀 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아스날보다 순위가 높았고,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들이었다.

그랬기에 시즌이 개막하기 전 경기력을 테스트하기에는 좋은 상대였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면서 스타팅 라인업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여지를 주는 아르테타였다.

‘…에라이, 첫 경기부터.’

개막전 상대가 쉽지 않은, 아니 어려운 팀이 걸렸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팀을 뽑는다면 언급될 몇 개의 팀 중 하나.

1라운드에서 그들을 만나는게 부담도 되었지만, 어찌 보면 어차피 한 번 혹은 두 번은 만나야 될 팀이었다.

리그의 모든 라운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번 시즌의 첫 번째 목표는 남은 프리시즌 경기에서 강약점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완해서 개막전 상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서 승리를 얻는 법.

그게 아르테타가 이번 시즌 만들어낸 목표들 중 첫 번째였다.

아스날, 프리시즌 종료 2주 전.

이번 시즌 출전 대회.

프리미어리그.

유로파리그.

잉글랜드 리그컵.

FA컵.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