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격변의 시기
“건아, 여름아! 그만 꽁냥대고 간식 먹으러 와라!”
“네, 네!”
촬영의 마지막 날, 아침을 먹고 난 뒤 지정된 숙소 주변을 산책하던 유건과 여름.
친해진 연예인들이 서로 투닥거리면서도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그들을 부른다.
그만 꽁냥대라는 말에 당황하면서 대답하고 손을 잡은 채로 뛰어오는 그들은 참 예뻐 보이는 커플이었다.
“아주 꿀이 떨어진다, 떨어져!”
“어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장난을 치는 다른 연예인들도 다들 나쁘게 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교제를 인정하고, 이번 방송분에서 둘의 케미를 충분히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방송의 화제성을 올려줄 거라 생각하니 좋은 게 당연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린 두 스타가 함께하는 예쁜 모습은 보면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될 정도였다.
“여름이는 나물 따러 나랑 같이 다녀오자.”
“네!”
다음 일정은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대본에 쓰인 일정인 점심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서로 조합을 바꿨을 때의 방송분을 촬영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유건 조, 재료를 준비해오는 여름 조로 편성되었다.
같은 조에 배정된 연예인이 호출하자, 망설임 없이 아주 밝게 대답하는 나여름이었다.
‘…크크, 진짜 표정에 다 드러나네! 생각보다 인간적인 모습이 많은 친구야.’
그리고 그런 여름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유건의 표정.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붙어있고 싶어 하는 그의 감정은 촬영감독의 카메라에 아주 잘 잡혔다.
더불어 사람들이 꽤나 좋아할 것 같은 유건의 안타까운 눈빛이 담긴 이 장면은 감독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만약 축따튜브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경기에서는 보지 못한 스포츠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느낄 테니까.
그렇게 유건이 예능을 촬영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을 그 시각에, 영국에서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적시장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구단과의 협상까지 마무리 짓고 신호탄을 쏘아 올린 구단이 있었으니까.
[아스날 FC, 600억으로 율리안 클락 선수의 이적료 합의 완료!]
[이적시장이 열리면 곧바로 아스날에 합류할 분데스리가의 율리안 클락]
[여름 이적시장 아르테타의 첫 선택은 마인츠의 미드필더 클락]
바로 아스날이었다.
아르테타가 구상한 미드필더 조합의 마지막 한 조각.
그게 바로 율리안 클락이었다.
긍정적으로 그의 장점만 놓고 봤을때는 전문가들이 칭찬할 정도로 엄청난 영입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스타일에서 부정적이었던 부분이 기대하던 팀의 첫 영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비난의 기사 혹은 댓글들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율리안 클락은 분데스리가 롱패스 스텟 최하위 선수, 아르테타는 무엇을 본 것인가?]
[분데스리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600억이라는 돈은 적절한가?]
기자들이 지적하는 대로 그는 롱패스를 할 때마다 성공보다 실수하는 경우가 많은 선수였다.
투 볼란치를 사용했던 마인츠로서는 그들에게서 나오는 패스가 경기의 시작점이었는데, 시작 자체가 쉽지 않았다.
클락과 그보다 더 발기술이 투박한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의 조합으로는.
그 때문에 마인츠는 지난 시즌 초반부터 강등권을 맴돌다가 막바지에 와서 겨우 강등을 면했다.
- 하이라이트를 봐도 별로 안 끌리는 선수는 오랜만인 것 같은데
- 솔직히 아르테타가 선택한 선수인지 잘 모르겠네! 윗선에서 마음대로 결정한 거 아님?
- 이 친구 쓸 거면 차라리 플레잉 코치로 뛸 마틴이 그대로 출전하는 게 낫겠다
- 미드필더로서의 피지컬은 진짜 우리가 원하던 선수인데…, 그거 빼고는 뭔가 모자란 느낌이다
구단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팬사이트에서도 비난의 여론이 더 많았다.
당장 다음 시즌에는 외데고르가 버티고 있었지만, 리빌딩의 목적이라면 그보다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영입하기를 원했으니까.
미드필더로서 롱패스 정확도가 낮다는 큰 단점은 대부분의 팬들에게 걱정을 안겨주었다.
[괴물 같은 피지컬의 율리안 클락, 분데스리가 볼 탈취 부분 스텟 최상위권]
- 단점만 찾으려면 모든 선수 다 있음. 좋은 피지컬에 인터셉트, 그리고 짧은 패스는 정확하게 한다는 장점에 주목해야 돼
└ 나는 하이라이트 보고 나서 기대감은 사라졌는데, 아르테타가 픽한 선수라면 환영!
물론 긍정적인 면을 주목하는 기사와 댓글도 있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제공권을 더해주고, 터프하게 싸우면서 공을 빼앗아내는 선수.
게다가 긴 패스로 한 번에 찌르는 게 아닌 팀원들을 향해 짧게 패스하는 것은 곧잘 하는 선수.
만약 더 좋은 팀에서, 더 뛰어난 파트너를 만난다면 확실히 빛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
24살이라는 나이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선수.
그런 부분이 율리안 클락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장점들을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최상위권의 팀들을 제외하고는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음 시즌이 시작함과 동시에, 증명이 필요한 아스날이었다.
600억을 지불하고 결정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
[아스날의 노턴 커피, 200억의 이적료로 프리메라리가로 이적!]
[첼시의 그레이엄 포터, “스쿼드를 강화할 수 있는 선수를 찾을 것”]
[헤르만 피코를 영입하며 미드필더를 강화한 리버풀]
[후안 루이스를 원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이번 이적시장은 여러모로 격변의 시기였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은 지난 시즌 리그 순위표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상관없었다.
엄청난 인기를 보여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선수들은 넘쳐났으니까.
더불어 부족했던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보강하면서 모든 팀들의 전력은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다.
[아스날,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리즈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다]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헤나투 페레이라, “항상 아르테타 감독 밑에서 뛰는 것을 꿈꿔왔다”]
[약 1000억에 아스날로 이적하는 리즈의 핵심 유망주 헤나투 페레이라]
아스날도 마찬가지.
이번 영입시장에서 아르테타는 예산의 대부분을 쓰더라도 확실한 선수를 원했다.
율리안 클락에게 600억, 헤나투 페레이라에게 1000억.
총 예산이었던 1600억을 모두 탕진한 것이다.
물론 노턴 커피가 이적하게 되면서 200억이 추가로 들어왔지만 말이다.
‘…벌써 끝나가네.’
서서히 아르테타가 그렸던 다음 시즌 스쿼드가 완성되어 가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말은 여름을 약속 장소에 데려다주고 집에서 쉬고 있는 유건의 휴가가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적시장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프리시즌 경기들을 위해 미리 합류해야 했으니까.
“창훈이형, 필요한 건 없어?”
“또 뭘 사주려고!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푹 쉬면서 건강하게만 돌아오라니까.”
박하린의 배가 점점 불러온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던 유건은, 얼마전 영아 의류 매장에서 엄청난 양을 구매해서 보냈다.
덕분에 따로 애기 옷을 사지도 않아도 되는 최창훈이었다.
런던으로 가기 전에 그에게 또 한 번 필요한 걸 물어보지만 이만큼 받았는데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그저 자신의 첫 계약선수인 유건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에게 이제 자신이 어엿한 에이전트가 되었다고 확인시켜줄 날이 오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알겠어, 우선 모레쯤 여름이랑 같이 런던으로 갈 것 같아!”
“그렇게 빨리?”
“사실 개인 훈련을 한다고 해도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 될 것 같아. 물론 여름이가 집을 보고 싶어 하는 이유도 있는데 아무튼!”
최창훈과 전화를 끊기 전 그에게 돌아가는 일정을 알렸다.
예정대로였다면 프리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약 2주 뒤에 들어가기로 했던 유건.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빠르게 복귀를 원했다.
프리메라리가와는 또 다른 점이 많은 프리미어리그의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이 살게될 집을 소중한 사람에게 소개도 시켜줄 겸 말이다.
‘호흡도 다시 맞춰야하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적응이 필요한 자신의 상태였다.
이적하자마자 헤타페 CF로 임대를 떠나게 되면서, 지금으로서는 다시 새롭게 아스날 팀원들의 플레이 성향부터 파악해야 했다.
각 팀마다 추구하는 플레이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선수들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
게다가 만약 스페인에서 겪은 것과 큰 차이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그 템포에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으로 필요했기에.
***
“…와, 오빠 집미쳤다! 나 살면서 이런 곳은 처음인데, 진짜 여기 오빠집 맞아?”
이틀 뒤, 공항에 떨어진 유건과 여름을 데리러 온 것은 바로 최창훈.
아직 출산예정일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유건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여름이 내뱉는 감탄.
그만큼 상상으로만 해보던 집이었다.
단지에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됐어. 친한 친구들 생기면 같이 놀러 오라고 큰 곳으로 구했어.”
“아니, 그런 이유라기에는 너무 큰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하는 유건이었다.
덕분에 오히려 당황해서 작게 혼잣말을 하는 여름.
환상적인 집이었기에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우리 방은 여기!”
“저기가 화장실이구, 저기가….”
한 달이 넘게 매일같이 붙어 다니면서 서로가 질릴 만도 한 시기.
그러나 유건은 여름과 함께 런던에 있는 보금자리에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이 났다.
이미 함께 쓸 방까지 정해둔 상태였고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었었으니까.
“오빠 덕분에 나중에는 런던에서도 살아보겠다, 그치?”
“그럼, 당연하지!”
흥분한 채로 자신을 끌고 돌아다니면서 집을 소개시켜 주는 유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에 대한 감정을 담아 지나가는 말로 내뱉는다.
나중에는 우리가 같이 살아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 말에 대답하는 유건에게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가 과연 말뜻을 파악하고 대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후, 훅 들어오네 진짜!’
대답을 하자마자 붉게 달아오른 볼을 감추며 화장실을 가는척하는 유건의 마음을 여름이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그들이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소식이 국내에 퍼져나갔다.
해외파 선수들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환영할만한.
[다음 시즌에는 주전의 자리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김수영?]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게 된 김수영]
바로 교체 출전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김수영의 이적.
팬들이 환영하는 이유는 조금은 더 알맞은 팀으로 이적을 했기 때문이었다.
피지컬적인 부분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팀원들과의 호흡을 이용한 플레이도 곧잘 했으니까.
[번리에서 활약하는 김수영, 스트라이커를 떠나보낸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
비에이라 감독이 만들어놓고 떠나간 팰리스의 팀 스타일.
분명 번리처럼 피지컬적인 부분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패스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한 번에 찌르는 롱패스도 위협적인 팀이었고 말이다.
그랬기에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기대하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많은 장점들을 활용해서 리그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