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축따형의 댄스 누가 막냐
“나는 건 팀에게 한 표!”
“나이 든 바요스가 제일 잘한다니까!”
시즌이 마무리되고 유건과 쿠아바의 송별회까지 마무리되었지만 그들은 스페인에 며칠 더 머무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팀의 소속이 달라진 그들과 작별하기 위해 팀원들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었다.
오늘 펼쳐지고 있는 장면은 유건이 주최한 헤타페 CF 풋볼 온라인 대회.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된 대회는 결승전만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두고 바요스의 집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파티를 준비할 사람을 뽑기 위해 내기가 진행되었다.
유건, 쿠아바 VS 마르티노, 바요스.
결승전에서 맞붙는 두 팀의 구성은 이랬다.
매주 붙어 다니면서 최소 한 경기씩은 함께 플레이한 유건과 쿠아바 조합.
젊음과 베테랑의 조합으로 호흡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마르티노와 바요스 조합.
“으하하, 이거라고!!”
“골, 골입니다!!”
시작된 게임은 쿠아바가 올린 크로스에 유건이 조작한 은케티아가 골을 넣으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스날을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으하, 으하!!”
투욱-!
다시 한번 유건의 휴대폰을 통해 별튜브로 생중계되는 쿠아바와의 댄스 타임.
이미 손에 들고 있었던 조이스틱은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풋볼 온라인상에서의 실점 후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는 마르티노와 바요스의 바로 앞에서 말이다.
- 진짜 바로 앞에서 저렇게 춤추면 킹받을듯
- 용인 FC부터 춤 실력을 키워온 축따형의 댄스? 누가 막냐!
- 쿠아바는 진짜 저 덩치에 발 재빠르게 흔드는 거 엄청 귀엽네
- 아니, 근데 생각보다 잘하는데? 현역 군인만큼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을 보고 있는 축따튜브의 채팅창에서도 대화가 활발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풋볼 온라인 게임이었으니까.
“가자아!!”
“마르티노, 위에 비어있다!”
이윽고 재개되는 게임 경기는 마치 실제 축구를 하는 것처럼 활발하게 소통이 오갔다.
서로 선택한 한 선수를 조작하며 빈 공간에 파고들었다면서 말이다.
세트피스 후의 역습 상황에서도 각자의 팀원에게 전진을 요구하는 것도 똑같았고.
우우우우-!
마침내 끝난 경기화면에는 결과가 크게 나오고 있었다.
아스날 FC 2 : 1 첼시 FC.
그것과 동시에 관중의 마음으로 지켜보던 헤타페 CF 팀원들은 일제히 야유를 시작했다.
승리자가 아닌 패배자들에게.
“으하하, 유건이랑 쿠아바가 당연히 이긴다고!”
이긴 팀의 승리를 점친 선수들은 편안하게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대회와 상관없이 게임을 하면서 즐기기 위해서.
반면에, 패배한 팀의 승리를 점친 선수들은 이미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으아아! 마르티노 이 자식아!”
그들 중간에서 등을 숙이고 인디안 밥을 당하고 있는 한 명의 선수.
바요스가 보낸 킬패스로 만들어낸 마지막 일대일 찬스를 허공으로 날려버린 마르티노였다.
그렇게 그들은 반년이란 기간 동안 동고동락한 기억들을 마무리했다.
당장 내일부터는 추억으로 간직될.
***
[가까스로 유로파 리그에 진출한 아스날 FC, 그들의 이적시장 계획은?]
[에디 은케티아의 은퇴로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한 아스날 FC]
[아르테타 재부임 이후 경기력이 개선된 아스날의 다음 시즌 분석]
시즌이 끝났음에도, 해외 축구 소식은 빈번하게 뉴스 기사로 나왔다.
축구팬들에게는 어쩌면 실제 경기 시청만큼 흥미진진한 여름 이적시장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이제 막 끝났다 보니 시장이 열리려면 기간이 남았지만, 각 팀의 팬들은 희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팀별로 쏟아져나오는 칼럼과 분석글은 생소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들 모두 응원하는 팀은 달랐지만 다음 시즌에는 약한 포지션을 보강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스쿼드를 기대했기에.
- 마틴의 폼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걱정돼
- 그래도 임대를 다녀온 건이 있잖아! 그 친구가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빨리 하면 좋겠어
- 쿠아바가 성공적인 활약을 하고 돌아왔지만, 아직 어린 선수인데 과연 에디를 대체할 수 있을까?
- 윙어와 수비진의 정비도 필요해. 아르테타가 복귀한 이상 우리는 챔피언스리그를 꿈꿔야 한다고!
소속팀에 대해 팬들이 의견을 나누는 사이트에서도 많은 얘기가 오고 갔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아스날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캡틴 외데고르는 선발보다는 로테이션으로 활약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았다.
유건과 쿠아바가 외데고르와 은케티아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미켈 아르테타, “다음 시즌을 위해 프리시즌을 앞서서 시작할 예정”]
[아르테타, “전체적인 스쿼드를 강화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
그나마 시즌 막바지에 진행되었던 아르테타의 인터뷰.
아스날 팬들은 그가 짧게 남겨준 영입계획에 희망을 품었다.
첫 감독 데뷔를 아스날에서 하게 되면서 저조한 성적 당시 경질을 원하는 팬들의 수많은 압박.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결국 리그 우승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가져다준 자신들의 감독이었으니까.
“…후, 이제 한국으로 가자!”
“고생했다, 건아!”
소속팀에 대한 팬들의 다양한 걱정과 희망이 공존하는 그 시기에, 유건은 런던에서 빌라 매매를 완료했다.
수영장 및 운동공간과 사우나 시설 등이 갖춰진 고급 저택.
엄청난 비용이 계좌에서 빠져나가긴 했지만, 이제는 사생활 보호와 편안한 휴식 조건에 대한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창훈이 거주하는 집과 거리가 조금 있긴 했으나 차량을 이용하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다음 시즌에 대한 준비를 끝마치고 가는 유건이었다.
“형도 좀 쉬어가면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유건이 계약을 체결하고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에는 사실 크게 최창훈이 할 일은 없었다.
큰 역할을 하지도 않았는데 수수료를 엄청 많이 챙겨준 유건에게 미안함이 느껴져 스스로 나서서 간단한 스케줄을 관리해줬다.
그게 CF나 방송 섭외 등의 요청들을 최창훈이 연락받는 이유였다.
“…이 친구까지만 계약하고 이제 네 형수 옆에 붙어있어야지!”
그리고 그런 여유시간을 이용해서 에이전트가 필요한 선수들을 찾아다녔다.
물론 경력이 없기에 계약체결까지는 쉽지 않았었기에, 그가 선택한 것은 지역의 유스팀이었다.
1부리그 유스팀이 아니더라도 축구의 고장 영국에는 수많은 클럽팀이 있었으니까.
“그때 그 친구는 테스트에 떨어졌다고 했었나?”
“…아쉽게도 그렇게 됐다. 그래도 왓포드 쪽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줘서 기대해봐야지.”
덕분에 유건을 제외하고도 두 명의 유스 선수를 관리하게 된 최창훈.
최근 쫓아다니는 한 명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총 4명이었다.
그중 가장 처음으로 만난 어린 친구는 최근에 아스날과 왓포드의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스날에서는 아쉽게도 불합격이라는 답변을 주었지만, 왓포드의 반응은 꽤 긍정적.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점차 에이전트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유건을 대상으로 또 다른 이적 제의나 재계약 제의가 온다면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말이다.
“건아, 네 형은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비행기 타러 가봐!”
“아까 전화 안 받아서 여름이가 나한테 계속 연락 온다.”
어느덧 런던에서의 일을 모두 끝낸 유건에게 비행기 이륙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최창훈과의 얘기하느라 휴대폰 진동을 듣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여름이 박하린에게 연락한 것.
유건의 눈에 보이는 그 메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나여름 : 언니, 우리 오빠 출발했어? 아까 곧 한다고 그랬는데, 갑자기 연락 없어서 걱정돼서]
‘…비행시간은 왜 이렇게 긴 걸까.’
‘우리 오빠’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짐을 챙겨 공항으로 출발하는 유건이었다.
괜시리 빠르게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애꿎은 비행 시간을 탓해본다.
***
찰칵-! 찰칵-!
“유건 선수, 조금만 더 표정 자연스럽게 부탁드릴게요!”
“이, 이렇게요?”
한국에 도착한 이후 나여름과의 데이트를 제외한 유건의 공식적인 첫 일정은 CF 촬영이었다.
평가전 때 체결했던 계약조건에 따라 열심히 촬영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구단의 공식적인 사진이나 훈련 영상에서 가끔 마주치는 카메라는 편하기만 했다.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고 팀원들과 장난치면서 찍었었으니까.
“오빠, 감독님이 찍을 때 내 생각해봐! 지금 미소가 부자연스러워서 그래.”
CF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포털 사이트 등에 홍보용으로 걸어둘 사진부터 찍는 유건.
지적을 받고도 나아지지 않는 모습에 촬영이 길어지는 것을 보고 비법을 전수하는 여름이었다.
그녀도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보여주는 그의 멋진 미소가 사진으로 찍혔으면 했으니까.
“내, 내가 도레트 면도기를 선택한 이유? 가로막는 모든 것을 밀, 밀어버리니까.”
“이제 말만 안 더듬으면 끝날 것 같은데, 한 번 더 갈게요!”
“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잘해보겠습니다!”
힘든 촬영은 마지막까지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누가 이런 말을 하면서 면도를 해본 경험이 있겠는가.
게다가 광고 촬영에 대한 초짜인 유건으로서는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던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의 바른 유건의 태도가 그 이유였다.
“참 어린데, 성공하는 이유가 다 있네요.”
“저번에 촬영을 같이해본 쓰레기 같은 강병훈이랑은 완전 딴판이네.”
“그렇지! 저런 인성을 가진 선수가 성공해야지.”
심지어 촬영 감독을 제외하고 그들끼리 은밀하게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
나이가 어린 유건이 보여주는 올바른 인성만 보더라도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겠다고.
더욱이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연예인, 운동선수 중에서는 특히 강병훈과 촬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모두 치를 떨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과 상반되는 유건이 좋아 보이는 게 당연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죄송합니다!”
“어휴, 우리가 오히려 고맙죠, 유건 선수! 고생하셨고 다음 촬영 때 다시 뵐게요.”
마침내 성공적으로 촬영이 끝난 이후, 허리를 깊숙하게 숙이면서 인사를 다니는 유건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명에게까지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줬던 그였기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오히려 고마워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게 분명한데 그는 티 내지 않았으니까.
철컥-!
“오빠, 촬영이란 거 아침부터 하기 쉽지 않지? 좀 멀리 가니까 한숨 자.”
“으응, 금방 자고 일어날게!”
끝나는 것을 기다리며 차를 대기시켜둔 여름은, 도착하자마자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의자를 뒤로 눕혀준다.
살짝 눈만 붙이자는 생각으로 잠이 든 유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적지가 조금 이상한 곳을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로.
덜컥-!
“유건 선수, 여름씨! [아침, 점심, 저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엉?”
한적한 곳으로 찾아간 그들의 차량을 여는 누군가가 이 상황을 말해주었다.
그러한 소음에 잠을 깬 유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 여름아? 이거 다음주에 촬영 간다고 그랬잖아!”
“헤헤, 서프라이즈!”
예능을 위한 촬영은 다음 주 초에 진행된다고 얘기를 전해준 여름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당황하며 확인해보는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금방 현실을 자각하고 수긍한다.
사랑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여름과 같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으니까.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감독은 생각했다.
젊은 청춘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아주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