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다시 와야겠군
“기세가 넘어왔다! 이대로 한 골 더 가보자!”
유건의 동점 골 이후, 가르시아가 외치는 대로 드디어 기세가 헤타페 CF에게 넘어왔다.
경합 상황에서의 흐르는 볼이나 패스 미스의 방향이 지난 5분 동안 모두 유건과 팀원들을 향했으니까.
콰앙-!
‘…그냥 때리고 보자!’
남은 시간 동안 다소 먼 거리라도 유건은 도박성이 섞인 슈팅을 날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혹시 펀칭에 튕겨 나올 세컨볼이 헤타페 팀원에게 향하는 상황을 기대하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음먹고 때린 슈팅은 가까운 쪽 포스트를 향해 뻗어져 나간다.
타아앙-!
그러나 중앙 수비수의 발이 먼저 닿았다.
뒤쪽으로 몸을 날리는 골키퍼에게 도달하기 전에, 그의 왼발이 성공적으로 클리어링을 해냈다.
스으윽-!
높게 떠오른 공 주변으로 달려가는 양 팀 선수들.
후반전이 시작된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베스트 라인업을 이미 가동했다.
우승을 확정짓고난 이후, 경험시켜주려고 투입시켰던 유스들을 모두 빼고서.
공에 가장 가까운 것은 마드리드 미드필더진의 핵심 선수.
“홈구장에서 꼴사나운 모습으로 지면 최악이라고!”
우월한 피지컬로 높게 떠오른 그가 헤딩으로 팀 동료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패스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전에 팀의 분위기를 다운시킬 수도 있는 패배는 하지 말자고 외치면서.
하지만 이미 분위기를 탄 헤타페 CF의 압박은 허술하지 않았다.
“…크윽, 이 자식들!”
공을 건네받은 미드필더가 헤타페의 골대를 향해 전진하기 전에 강하게 몸을 부딪치며 경합하는 바요스가 있었다.
그리고 압박을 위해 뛰쳐나간 그 자리를 나바스가 커버하기 위해 진형을 내린다.
결국 소유권 유지에 실패한 공은 혼잡스럽게 중앙 지역에서 머무른다.
‘…닿아라!’
‘내가 먼저….’
공에 가까운 양 팀 선수들이 서로 발을 먼저 닿게 하려고 뻗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손쉽게 공을 지켜내지 못했다.
키핑하려는 순간 달려드는 상대 팀 선수가 있었으니까.
투웅-!
나바스의 태클에 맞은 공은 처져서 공을 기다리던 바요스에게로.
하지만 그가 유건에게 전해줄 때 다시 한번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에게 차단당했다.
투웅-!
그리고 공을 잡아낸 그가 루이스에게로 패스를 건넬 때, 순간적으로 몸을 전진시킨 마르티노가 공을 빼앗는다.
이어서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해 바요스, 가르시아의 순서로 백패스가 연결된다.
“확실하게 패스해!”
뻐어엉-!
후반 85분이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승리하는 습관이 몸에 밴 마드리드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헤타페 CF의 깊숙한 지역에서 공을 받아낸 가르시아에게까지 압박을 들어갔으니까.
덕분에 다소 빠른 압박에 당황한 가르시아가 조금은 약하게 골키퍼에게 패스를 전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미리 준비하고 있던 골키퍼가 빠르게 달려 나와 클리어를 했다는 점.
“받을 수 있게 움직여!”
다행스럽지 못했던 점은 클리어한 공이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면서 스로인 상황으로 연결되었다는 것.
소유권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헤타페 CF가 올리고 있던 기세가 꺾이는 순간이기도 했고.
“마크 놓치지 마!”
앞쪽으로 길게 던지는 공을 받는 것은 루이스.
그가 거리를 두고 공을 응시하고 있는 마르티노를 앞에 두고 발을 들어 휘젓는다.
함께 흔들어대는 몸의 상체.
스윽-! 툭탁-!
안쪽으로 치려는 순간적인 움직임에, 마르티노는 왼발을 한 발자국 뻗으며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살짝 몸을 띄우며 사이드 라인 쪽을 타고 바깥쪽으로 팬텀 드리블을 치는 루이스.
몸이 왼쪽으로 치우친 상황에서 오른발을 길게 뻗어 태클을 시도하지만, 스쳐 지나간다.
공이 아니면 다리라도 걸어서 프리킥을 준다는 각오로 뻗은 다리였는데 말이다.
‘…한 번 더? 아니면 지금?’
그렇게 마르티노를 제쳐서 코너 라인 근처에 도달한 루이스.
커버를 위해 내려온 바요스를 제쳐내기 위해 한 번 더 치기에는 단 한 발자국의 공간만이 남았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프리메라리가 드리블 부문 1위의 스텟을 자랑하는 루이스로서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수비를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있는 바요스는 라인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 접을 거라고 예상했고.
타닥-!
“안쪽이라고…?”
바깥쪽으로 살짝 터치한 공에 자연스레 딸려 나오는 수비의 발.
공에 닿기 전 순간적으로 오른발 인사이드를 이용해 더 안쪽으로 파고든다.
브라질의 레전드 호나우지뉴가 자주 보여주었던 유연한 발목을 이용한 개인기.
플립 플랩이었다.
스으으-!
자신의 앞에 있는 모두를 뚫어낸 루이스의 드리블.
자연스레 헤타페 CF 수비의 진형은 붕괴되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수비수가 움찔하면서도 자신을 향해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는, 약간 뒤쪽으로 내준다.
‘저 자식이 벌써?’
“…맨온이다!”
달려 들어오고 있는 팀원을 향한 컷백.
그러나 루이스의 눈에는 그 뒤에서 함께 달려오면서 슬라이딩을 하는 유건이 보였다.
쉬지 않고 수비복귀를 위해 열심히 뛰어오면서 몸을 날린 것.
그가 보이자마자 급하게 사람이 붙는다는 ‘맨온’을 외쳐보지만 늦었다.
“…유, 유건 선수가 헤타페 CF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자신에게 오는 패스가 끊기자마자 복귀를 시작했거든요!”
“절친이라고 소문난 레알 마드리드 후안 루이스의 킬패스를, 유건 선수가 클리어합니다!”
콰아악-!
잔디를 쓸면서 들어온 유건의 발이 먼저 공을 멀리 차 냈으니까.
후반전 88분, 개인 능력으로 득점에 가까웠던 찬스를 만들어낸 레알 마드리드의 루이스였다.
***
“건! 뒤돌아서 뛰어!”
이어진 스로인 상황에서 계속해서 먼저 발을 닿는 데 성공한 헤타페 CF였다.
연속 세 번의 스로인.
기어코 마지막에 볼을 터치해서 공을 잡은 바요스.
위쪽에서 크게 소리치고 있는 유건을 보며 빠르게 건넨다.
“다 따라서 올라와!”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헤타페 CF의 역습.
공을 앞쪽으로 서서히 전진시키며 주변의 팀원들에게 독려한다.
모두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향해 달려가자고.
휘익-!
가장 가까이서 압박을 가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를 앞에 두고 동작을 크게 가져간다.
당연히 오른쪽으로 가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였지만, 페인팅이었다.
유건의 오른발은 공 위에 있는 허공을 가르며 왼발로 치고 나간다.
‘…내가 먼저!’
그러나 조금 길게 뻗는 공에 기회를 노리고 달려드는 또 한 명의 선수.
공에 확실하게 먼저 닿는 상황이라면 일반적으로 마르세유 턴으로 돌아섰겠지만 역습상황이었다.
자신의 왼쪽에서 함께 뛰고 있는 나바스에게 축구화 앞쪽을 이용해 살짝 패스한다.
동시에 들어오는 상대 선수의 발을 살짝 점프하면서 다시 전진한다.
그 타이밍에 바로 알맞게 넣어주는 나바스의 리턴 패스를 받으면서.
- 개지렸다! 미드필더 다 뚫렸으니까 그대로 가자 축따형!
- 여기서 진짜 넣으면 오늘 무조건 MOM이다
- 축따형 상대 팀에 루이스 있을 때 드리블 성공률 100%인 거 알고 있음?
└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올림픽에서도 푸스카스급 하나 넣었잖아!
순식간에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진은 골대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에 맞춰 환호하는 축따튜브의 팬들.
후반 90분이 넘은 추가 시간 상황에서, 골을 터트린다면 극장 골이었고 이런 극적인 경기는 언제나 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시즌 마지막 라운드였기에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다다다-!
레알 마드리드의 남은 수비는 포백을 구성하는 4명의 수비수.
헤타페 CF의 공격진은 비야르, 쿠아바, 실바의 삼각 편대와 공을 잡은 유건 및 그보다 살짝 아래쪽의 나바스까지 5명.
수적 우위의 상황에서 공을 받든 받지 않든 안쪽으로,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나바스.
사이드백과 중앙 수비수 사이의 애매한 공간.
스으으-!
“나바스, 흘려!”
그가 그렇게 움직여준 덕분에, 움찔하는 마드리드의 수비수들.
그 순간 비야르와 눈빛이 마주친 유건은 나바스를 향해 강하게 패스를 찌른다.
목적지는 그가 아니라 뒤쪽으로 라인을 맞추며 돌아 들어가는 비야르였으니까.
투우욱-!
성공적으로 공을 잡아낸 뒤, 곧바로 중앙 지역을 향해 크로스를 올린다.
포백 라인을 뚫어내고 전진했기에 동일선상의 쿠아바에게 패스를 보내더라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빠르게 뻗는 땅볼 크로스.
이미 준비하고 있던 쿠아바는 날렵하게 왼발로 방향을 바꾼다.
퍼억-!
그러나, 그의 발에 맞고 공중으로 떠오른 공은 마드리드의 골키퍼 안면을 강타했다.
뻗어내는 장갑을 낀 손과 벌리면서 몸을 날리는 다리는 모두 피했지만, 얼굴을 못 피했다.
당장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 상황이지만 골키퍼의 집중력이 대단했다.
자연스레 찡그린 눈으로 바라보는 제한된 시야 속에서도 흐르는 세컨볼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타앙-! 타앙-!
“으아아!”
그 장면을 보고 털썩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는 쿠아바는, 양손으로 거세게 잔디를 두드린다.
확실하게 해결했다면 이번 경기의 승자는 헤타페 CF가 될 수 있었던 마지막 찬스였다.
그 아쉬움을 애써 잔디에 풀고 있었던 것.
‘미친놈, 저걸 막아…?’
당연히 뒤에서 그 상황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던 유건의 입도 자연스레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결정지어주는 쿠아바에게 공이 도달하기도 했고, 슈팅도 잘못 맞지 않았다.
그저 골키퍼가 얼굴로 막아내고 노골이 될 줄 몰랐을 뿐이다.
***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헤타페 CF가 다음 시즌에는 유럽대항전에 진출할 것이라 믿습니다.”
쿠아바의 슈팅을 잡아낸 골키퍼가 멀리 차낸 킥은, 사이드 라인을 벗어났다.
이어지는 헤타페 CF의 스로인이 진행되는 순간 휘슬이 울렸다.
치열한 경기의 결과는 무승부.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이 인터뷰를 저마다 하면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루이스와 얘기를 하다가 늦게 시작한 유건은 아직 하고 있었고.
“다음 시즌에도 헤타페 CF에서 뛴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하하,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헤타페 CF의 다음 시즌 활약을 예상해달라는 질문에 자연스레 대답했던 유건.
그러나 이어서 들어오는 질문에는 당황했다.
약간의 시간을 침묵으로 응대하다가, 멋쩍게 웃으며 회피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창훈에게 이미 프리미어리그 워크 퍼밋이 승인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었으니까.
“오늘 팀원들의 경기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은 힘들었지만, 끝까지 버텨준 팀원들에 대한 질문.
자연스레 함박웃음이 나오는 유건이었다.
“그들의 열정, 승리를 향한 집념, 멈추지 않았던 압박 등 모든 부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리그 우승팀에 맞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헤타페 CF의 모든 팀원들과 감독, 코치진에게 이번 시즌 고생했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대답이었다.
상대 팀은 명실상부 이번 시즌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었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두 개의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끝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들어가던 유건은, 등을 돌려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었던 유건.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와야겠군, 베르나베우.’
다음을 기약하면서 재차 몸을 돌려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시즌 마지막 라운드를 마친 그의 뒷모습은 꽤 후련해 보였다.
마치, 다음 시즌 상념을 떨쳐내고 엄청난 활약으로 날아오를 모습을 예고라도 하듯.
프리메라리가 시즌 38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2 : 2 헤타페 CF.
무승부.
프리메라리가 우승, 레알 마드리드.
시즌 득점왕, 후안 루이스.
유건, 루이스, 둠바 등 11명의 선수.
이번 시즌 베스트 일레븐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