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99화 (99/208)

99화. 미드필더진은 완성이다

퍼억-!

‘…아아, 이런!’

그러나 헤타페 CF의 골키퍼도, 뒤에서 바라보는 유건도 그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먼쪽 포스트로 감아 차는 루이스의 슈팅.

그것을 발로 막아보기 위해서 발을 뻗는 왼쪽 사이드백 페르난데스.

그의 발에 걸려서 공이 순간적으로 굴절될 것이라고는.

날리던 몸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공이 굴절되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출렁-!

당연히 결과는 골이었다.

순간적으로 페르난데스의 발에 맞고 공이 날아오던 방향을 틀어버렸으니까.

그물이 흔들리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헤타페 선수들.

와아아아-!

그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울렸다.

수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홈팬들의 함성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론 그것이 익숙한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는 그저 행복한 세레머니에 힘을 실어주는 응원이었다.

파앙-! 파앙-!

“어쩔 수 없었잖아! 다시 천천히 가보자!”

그러나 헤타페 CF로서는 소름이 돋는 팔을 애써 붙잡아야 했다.

실점의 슬픔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거의 반코트 경기라도 말해도 좋을 정도로 밀리던 상황에서의 동점 골.

지금에서라도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추가 골을 헌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을 두 번 정도 크게 치면서 페르난데스를 위로해준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아서.

삐이익-!

다시 한번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

전광판이 36분이라는 시간을 표시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헤타페 CF가 골을 넣은 지 6분 만에 실점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했고.

“이기고 떠날 거라고!”

킥오프를 하며 쿠아바가 건네주는 공을 받은 유건은, 헤타페 CF 선수들이 모두 들리는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이번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자신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이지 않냐고 한 번 더 언질을 주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

“나는 아직까지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부터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군.”

동점 골 이후에도 반전 없이 계속 공격을 당하다가 맞이한 하프타임.

헤타페 CF를 이끄는 것은 캡틴 가르시아도 있겠지만, 이니에스타가 핵심이었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선수단에게 이정표를 제공하는 것은.

다음 시즌에 대한 걱정으로 마드리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가 평소보다 무신경했었던 것은 사실.

어쩌면 하반기 헤타페 CF의 경기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오늘의 경기력은 그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몰랐다.

“상대는 사이드 플레이가 장점이자 핵심이다.”

“세계 어느 팀에서도 지금 그들의 양쪽 날개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상대의 장점을 깔끔하게 인정한다.

전술을 수정하기에 앞서 팀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마드리드가 보여주는 공격력의 수준은 이미 세계의 여러 팀들이 체감했다.

그들을 물리치고 챔피언스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입증까지도 했고 말이다.

“지금 당장 막는 전술을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만은, 딱히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이니에스타였다.

극단적으로 양쪽 날개들 한 사람당 두 명씩 마크를 설정하면 그들의 중앙은 그저 보고만 있겠는가.

단순하게 위치만으로 수비를 성공적으로 하기에는 불가능했다.

“모든 클리어는 왼쪽 사이드의 비야르를 향해서 공을 멀리 차낸다.”

“만약 짧게 갈 수 있다면 바요스나 유건, 둘에게 준다.”

“오늘은 나바스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가는 4-2-3-1의 형태로 변경한다.”

플레이 방향을 설정해주는 게 다였다.

전체적으로는 역습을 노리면서,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자고.

조금 더 안전한 빌드업을 노리면서 급박하게 클리어할 때는 주력이 빠른 비야르 쪽으로 보내자고.

삐이익-!

후반전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오는 헤타페 CF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최상위권인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좋은 경기를 펼쳤던 기억들.

그것들을 떠올리면서 지금부터 펼쳐질 45분간의 경기를 준비한다.

“루이스!”

하지만 마드리드의 경기력도 오히려 전반전보다 날카로워졌다.

어떤 사이드백을 마주하더라도 왼쪽 라인을 파괴하는 후안 루이스는 오늘도 여전했으니까.

헤타페 CF 이적 후,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룬 클라우디오 마르티노.

그가 패스 차단을 한 번도 못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까지만 해라, 이놈아!”

그러나 이번에는 커버를 들어온 유건의 발이 마르티노를 제쳐낸 루이스의 드리블을 건드렸다.

스로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자, 숨을 몰아쉬며 루이스에게 핀잔 섞인 한 마디를 건네는 유건.

“크크, 내가 이겨야 된다고!”

그런 자신의 친구를 돌아보며 무서운 말로 되돌려주는 루이스였다.

지금 자신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다고.

당장 역전 골을 넣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세컨볼 따고, 클리어하자!”

“감독님이 지시한 대로 가보자!”

이어지는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타페 CF 선수단은 다시 집중력을 올리기 시작한다.

서로서로 이니에스타의 말이 기억나게 반복해서 말해주면서.

클리어할 수 있다면 비야르를 노리라는 말을 기억하자고.

뻐어엉-!

루이스가 올린 크로스가 골대 앞쪽을 향해 날아간다.

그 중, 공에 머리를 먼저 맞추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

중앙 지역에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잘라 들어오는 움직임을 가져갔던 것.

콰앙-!

“키퍼!”

강하게 들어오는 크로스에 머리를 가져다 대며 방향만 틀어버린다.

원체 힘이 많이 실려있던 탓에 강한 소리를 내며 부딪힌 공은, 각도를 틀어 골대를 향해 날아간다.

그리고 그 공을 보며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골키퍼를 찾는 헤타페 CF 선수단.

출렁-!

‘…제발!’

하지만 그러한 간절한 외침이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튕겨내 주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변경되는 슈팅의 코스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뒤늦게 시야에 들어오는 공을 막기 위해 손을 뻗지만, 이미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뒤에 있는 골대의 그물을 출렁거리면서.

와아아아-!

다시 한번,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구장을 떨게 하는 홈팬들의 함성.

헤타페 CF로서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협적인 역습을 보여주기도 전에 역전 골을 허용했으니까.

후반 60분, 앞서나가는 골을 먼저 넣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들로서는 우승을 자축하는 승리에 한발 가깝게 다가서는 순간이었기도 하고.

***

“나이스!”

그러나 역전 골을 허용한 이후부터는 헤타페 CF가 성공적인 수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진형을 만들어 제쳐지는 팀원을 가까이 있는 선수가 커버해주면서 말이다.

덕분에 이니에스타가 준비한 비야르를 이용한 역습이 두 번 정도 나왔다.

그중에 한 번은 슈팅까지도 가져갔다.

“한 번 더!”

“다시 가보자!”

비록 한 번뿐일지라도, 그게 헤타페 CF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었다.

이전 경기까지 보여준 자신들만의 경기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바스, 돌아서 전환가도 되겠다!”

이번에 공을 들고 전진을 시작한 것은 유건.

가르시아가 헤딩으로 건네준 패스를 몸을 돌리면서 키핑.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한 나바스에게까지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오랜 시간 공을 잡지 못하고 있는 카를로스 실바에게까지 벌려보자는 의도와 함께.

투욱-!

‘…좋은데?’

그러나, 나바스는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오른쪽으로 패스를 주는 척 몸을 열어놓은 다음 뒷발로 들어오는 유건에게 다시 내주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패스를 받는 유건은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한다.

스으으-!

그리고 패스에 대한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간다.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유니폼의 팀원에게.

헤타페 CF의 공격진에서 가장 덩치가 큰 선수를 향한 패스를.

콰아악-!

‘지켜낸다!’

두 다리를 굳건하게 잔디에 강하게 박고, 양팔을 크게 벌리는 쿠아바.

앞으로 뻗은 왼발바닥으로 잡아둔 유건의 패스를 키핑한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서.

투욱-!

‘…건, 여기다!’

곧바로 자신을 향해서 손을 뻗으며 달려 들어오는 유건에게 공을 다시 한번 내준다.

그와 동시에, 등지고 있던 자신의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 열어젖힌다.

리턴이 들어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각도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투욱-!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둘은 이 상황에서 서로가 원하는 선택을 이해하고 있었다.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이 없는 방향으로 공을 주기 위해 약간 바깥쪽의 코스로 패스를 하는 유건.

공을 잡기 위해 다시 한번 몸을 돌려야 하는 쿠아바였지만, 아까보다 골대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리턴!”

또 한 번 방금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크게 리턴 패스를 달라고 외치는 쿠아바였다.

등쪽에 있는 중앙 수비수로서는 당연히 다시 쿠아바에게 공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빼준 공 아닌가.

하지만, 남들은 알 수 없는 둘만의 약속.

이 상황에서 둘이 짜놓은 선택지의 정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콰아앙-!

오히려 골대의 어느 쪽으로 가는 건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이 강하게 슈팅으로 처리하는 유건이었다.

눈앞에 있는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

그들로서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번개 같은 유건의 슈팅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헤타페 CF의 공격진이 패스를 서로 주고받다가 갑작스럽게 날아왔으니까.

출렁-!

그랬기에 손을 뻗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자신의 몸과는 떨어진 방향으로 슈팅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철썩이는 소리와 함께 출렁이는 골대의 그물.

후반전 75분, 다시 스코어를 원점으로 만드는 유건의 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어시스트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레머니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유건의 강한 슈팅이 동점 골을 만들어낸 그 시각, 아스날의 이적 시장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유건 워크 퍼밋 발급 승인 완료]라는 문구가 떠진 아르테타의 컴퓨터.

그 앞에 있는 의자를 반 바퀴 돌려 앉아서 통화하는 아르테타가 있었으니까.

“우리는 당신을 그런 역할로 출전시키고자 합니다.”

“제가 구상하는 미드필더진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고 합니다!”

왼쪽 손가락을 깨물며 통화하고 있는 선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입하고 싶은 선수와의 합의를 하고 있는 아르테타.

긍정적인 대화의 시작이었지만, 꽤 고민하는 그에게 애가 타고 있었다.

“기다리던 대답이군요! 에이전트를 통해서 구단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약 30초 동안 고민하던 선수가 대답하는 순간, 마음으로 ‘나이스!’라는 소리를 외치고 싶었던 아르테타.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해 곧바로 공식적인 절차로 넘어가겠다고 알려준다.

‘…미드필더진은 완성이다!’

전화를 끊은 뒤 사무실을 떠나는 아르테타의 표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자신이 구상한 미드필더의 마지막 퍼즐을 영입할 예정이었으니까.

분데스리가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피지컬의 유망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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