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98화 (98/208)

98화. 개미쳤네

“돌려! 돌려!”

“천천히 돌리면서 하자!”

그러나 마음과 달리, 확실하게 수준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력이 차이가 났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전까지 올라간 세계 최고의 팀 후보인 레알 마드리드와는.

두 번의 엘클라시코마저 모두 승리를 거둔 그들은 압도적이었다.

손쉽게 패스 플레이만을 이용하여 헤타페 CF를 압박해올 정도로.

콰아앙-!

“내일부터 휴가인데 오늘 지고 갈 거야?”

하지만 그런 압박을 당하는 헤타페 CF 중에서도, 유건은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볼에 터치할 기회가 많지 않고 상대의 공격권을 빼앗기 위해 수없이 움직였다.

그러던 중 중앙 미드필더의 공을 차단해서 바로 공격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골대 구석을 노리는 슈팅을 보여주면서 팀원들의 정신을 일깨운다.

비록 슈팅은 거리가 멀어서 골키퍼의 가슴팍에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이 자식들, 갑자기 왜 이래?”

“압박 타이밍이 빨라졌는데?”

그러나 마드리드 선수들이 실제 체감할 정도로, 헤타페 CF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사이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고 촘촘하게 진형을 유지한다.

등을 돌려 공을 터치하는 선수가 편하게 받지 못하도록 미리 압박도 거세게 하면서 말이다.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는 상대 팀으로서도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낄 정도로.

‘안전하게 터치하기는 불가능한데….’

그리고 20분 동안 두들겨 맞고 있는 건 사실이었지만, 아직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던 헤타페 CF.

마드리드가 바라보는 왼쪽 측면의 루이스가 올린 코너킥을 내려온 쿠아바가 헤딩으로 걷어낸다.

머리를 맞고 떠오른 세컨볼의 낙하지점 부근에는 유건이 있었다.

물론, 반대편에서 고개를 들고 공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달려오는 상대 팀 선수도 있었고.

함께 각자의 앞쪽으로 떨어지는 공을 따내기 위해 달려간다.

“나바스, 치고 나가!”

다행이었던 점은 세컨볼이 떨어지면서 유건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휘어졌다는 것.

덕분에 공에 먼저 도달할 수 있었으나, 바로 앞에서 상대 팀 선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을 트래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랬기에 유건은 곧바로 패스를 선택했다.

자신의 옆으로 움직여주며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나바스에게 신호를 주면서.

타앗-!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공중으로 몸을 띄운다.

그리고는, 떨어지는 공의 방향만을 바꾸기 위해 다리를 하늘로 치켜든다.

공중에서 물구나무서듯이 몸을 반대쪽으로 눕혀 떨어지는 공을 차려 하는 유건이었다.

바이시클킥 혹은 오버헤드킥이라고 불리는 용어의 자세를 취하면서.

투욱-! 퍼억-!

시선을 공에 끝까지 집중한 탓인지, 나바스에게로 향하는 터치는 정확하게 가져갔다.

그러나 패스를 하자마자 땅에 도착한 자신의 몸은 예상하지 못했던 유건.

큰 소리와 함께 등으로 떨어졌지만 미리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기에 부상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크윽!’

당연히 갑작스런 충격에 속으로 신음을 내뱉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오버헤드킥으로 패스를 한다는 창의적인 유건의 생각.

그것을 실제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축따튜브의 엄청난 환호를 이끌어냈다.

- 와, 진짜 개미쳤네! 저기서 오버헤드킥으로 패스를 한다고?

- 헤타페에서 리얼 오늘 쿠아바랑 축따형밖에 안보임!

- 축따형 공 잡을 때마다 기대되네. 마드리드 상대로도 공격 포인트 하나 기록하면 좋겠다!

말이나 생각으로는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실현되는 경기는 거의 없었다.

방금 유건이 만들어낸 장면은 소위 ‘입축구’라고 불리는 종류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아으, 아쉽다!”

물론 그 장면이 골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공을 건네받은 나바스가 전진을 시작하며 비야르, 실바와 호흡을 맞추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약간 선택지를 고민하며 멈춰있는 사이 중앙 수비수들이 빠르게 복귀했으니까.

그래도 전반 21분, 처음으로 슈팅까지 연결하는 데 성공하는 헤타페 CF였다.

***

그리고 두 번째 찬스는 늦지 않게 전반 29분에 찾아왔다.

유효슈팅을 다섯 번이나 내준 헤타페 CF의 골대에 비해 마드리드의 골대는 그제서야 한 번의 유효슈팅을 허용했다.

투욱-!

코파델레이 결승전에서 빌바오를 무너트렸던 프리킥 세트피스.

그와 동일한 상황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변형을 더한 것을 보여준다.

시작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나바스가 중앙에 있는 한 명의 선수에게로 패스.

투욱-!

‘굳이 힘은 주지 말고 그저 방향만….’

빌바오와의 경기에서는 그곳에 있던 바요스가 앞쪽으로 파고드는 유건에게 패스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건이 그 위치에서 패스를 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패스를 받기보다는 또 한 번의 연결을 위해서였다.

지난 번과 달리 전방이 아닌 뒤에서 달려오는 선수에게 내주는 힐패스.

상대 선수들을 속이기 위해 제자리에서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뒷발을 이용해서 보낸다.

“나, 나바스 선수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좋은 세트피스인데요!”

“헤타페 CF가 보여주는 세트피스 전술은 다른 팀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겠는데요?”

“맞습니다! 정말 참신한 세트피스를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지난 달, 코파델레이 결승전에서 보여주었던 헤타페 CF가 준비한 세 가지 세트피스.

국내 팬 중 한 명이 그것을 상세하게 분석한 글을 올림으로써 공개가 됐었다.

그들이 한 경기를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었는지.

덕분에 캐스터들과 축구팬들은 헤타페가 세트피스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기대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던 창의적인 전술이 오늘 다시 한번 나왔으니 캐스터들이 흥분할 만도 했다.

콰앙-!

그리고 가장 먼저 공에 도착한 나바스의 발은 골대의 구석을 향해 강하게 슈팅을 가져간다.

적절한 방향을 설정하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휘두르는 발에 강한 힘을 빼두고서.

‘…안, 안 보이잖아!’

그리고 그 감아서 휘어지는 슈팅은, 마드리드 골키퍼의 위치에서는 보이지가 않았다.

자신의 앞에서 슈팅 블로킹을 위해 다리를 뻗고 있는 중앙 수비수의 몸에 가려버렸으니까.

그 순간 눈의 시야 구석 부분에 나타나는 나바스의 슈팅.

당황스런 감정을 간직하는 것도 사치인 상황, 몸부터 날리고 보는 골키퍼였다.

출렁-!

그러나 나바스가 방향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때린 슈팅이었다.

보이는 상황에서도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슈팅은 막기 쉽지 않은 것이 보통.

지금으로서 골키퍼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그의 뒤로 이미 골대의 그물이 출렁거리고 있었으니까.

와아아아아-!

“으아아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울려 퍼지는 헤타페 CF 원정팬들의 함성.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침묵하고 있는 홈팬들의 목소리보다 크게 외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뛰어가는 라파 나바스.

유건이 떠날 다음 시즌 바요스와 함께 팀의 미드필더를 이끌어갈 핵심 선수였다.

‘아버지를 봐서라도 세레머니를 하기가 좀….’

그리고 그의 뒤로 양손을 들고 천천히 걸어가는 유건.

어시스트를 올렸지만 세레머니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자신에게도 많은 추억들이 있는 곳이었기에.

생애 처음으로 존경했던 선수이자 아버지, 유강의 홈구장이었으니까 말이다.

전반전 30분, 첫 번째 유효슈팅을 선제골로 꽂아 넣는 데 성공하는 헤타페 CF였다.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방심하고 있던 마드리드 선수들이 집중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고.

***

“빠르게 돌려!”

선제골 이후로 급격히 올라가는 레알 마드리드의 템포.

헤타페 CF의 입장에서는 상대 팀 선수들이 급해 보일 정도였으나, 그들은 전체적으로 한 단계 위였다.

빠르게 유지하는 템포임에도 불구하고 패스 미스 없이 볼을 돌렸으니까.

심지어 더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했다.

“루이스, 치고 들어가 봐!”

“사이드로 전환해!”

밀집된 중앙 지역을 고집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장점인 사이드 지역을 살린다.

덕분에 초반 10분 동안 고통받았던 마르티노와 페르난데스는 다시 한번 힘겨운 수비를 위해 집중한다.

루이스를 필두로 세계 최고의 공격진이라고 평가받는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시동을 걸고 있었다.

“클리어!”

“일단 걷어내!”

지금 전광판에 나타나 있는 35분까지는 잘 막았다고 생각했었던 헤타페 CF.

그들이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하자, 힘겨움을 느끼면서 세컨볼을 주지 않고 멀리 클리어하는 것을 택한다.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크윽, 이 자식!’

옅은 신음을 흘리는 것은 유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렵게 루이스의 공격을 상대하고 있는 마르티노를 지원하기 위해 내려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으로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루이스의 드리블.

혹은 뒤에서 받아주는 미드필더들이 찔러주는 공간을 향하는 패스.

역습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두들겨 맞다시피 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덕분에 헤타페 CF 골대 앞은 선수단이 내뱉는 가쁜 숨소리로 가득했다.

약간의 휴식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마드리드였으니까.

그들을 위로해주는 것은 1:0으로 앞서고 있는 스코어밖에 없었다.

티잉-!

레알 마드리드 유효슈팅 9, 슈팅 회수 17.

그러나 조금씩 늘어나는 유효슈팅은 그들이 점점 골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직전의 슈팅이 포스트바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으니까.

“리턴!”

그리고 그 순간, 바페인팅으로 마르티노의 무게중심을 빼앗은 루이스가 드리블을 시작했다.

안쪽으로 파고드는 그의 움직임에 유건이 압박을 위해 달려갔다.

하지만, 뒤쪽에서 패스를 받으려 기다려주던 미드필더에게 주면서 외치는 루이스.

한 명을 앞에 두고 두 명이 함께하는 이대일 패스는 막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바로? 아니면 한 번 더?’

유건을 제치고 오른발로 돌아오는 패스를 트래핑한 루이스.

순간적인 고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각도가 조금 부족하지만 수비수가 달려들지 않는 지금 슈팅을 때려야 할지.

한 번 더 치고 들어가 더 쉬운 각을 만들지.

스으으-!

루이스의 선택은 드리블이었다.

파고드는 쪽으로 한 번 더 쳐놓고는 곧바로 슈팅 자세를 취한다.

그 상황에서 페이크 동작인지 알 수 없기에 모든 수비수는 발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루이스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투욱-! 콰앙-!

후안 루이스가 자랑하는 슈팅 스킬 중 하나.

순간적인 페이크로 상대 수비수가 뻗는 발을 슬쩍 흘려내고,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가져가는 것.

다니 가르시아로서도 막을 수 없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위험한 장면은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니까.

‘…제발 막아라!’

그러나 다행인 점은 골키퍼가 이미 몸을 날리고 있는 것이 유건의 눈에 보였다는 것.

그가 있는 자리에서 보기에 충분히 막아낼 만한 슈팅이었다.

루이스의 발을 떠난 그 시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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