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93화 (93/208)

93화. 특종이다

[헤타페 CF, 창단 최초로 메이저 대회 코파델레이 우승!]

[헤타페 CF, 바르셀로나를 격파한 빌바오를 꺾고 스페인 국왕컵 정상에 오르다!]

헤타페 CF 선수단이 마드리드에서 돌아오고 나서, 도시의 시내 중심가에서는 엄청난 광기의 현장이 펼쳐졌다.

원래도 시내 중심가의 시벨리나 동상 앞에서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한 헤타페.

그날은 정말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돌아온 선수들도 그들과 어울려서 함께 환호하면서 즐긴 것은 물론, 새벽까지 사람들은 집에 복귀하지 않았다.

헤타페가 창단된 이후로 처음으로 우승하는 메이저 대회였기에.

[스페인 국왕컵 우승 트로피 들고서 환호하는 쿠아바와 유건]

아스날에서 임대를 온 두 명의 초신성을 주목하는 뉴스 기사도 나왔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정말 나이에 비해 엄청났으니까.

메이저 대회에서 팀의 주역으로 우승을 이끌었으니 말이다.

[가르시아, 국왕컵 우승 후 옷까지 벗어 던져…, “팬티 바람으로 인증샷”]

물론 승리의 기쁨에 정신줄을 놓은 가르시아의 팬티 바람 인증샷.

미쳐서 SNS에 올린 그 사진으로 잠깐 떠들썩했지만, 팬들은 기분 좋게 웃어넘겨 주었다.

오랜 기간 활동한 팀의 주장으로서 얼마나 기쁘겠는가.

그 사진을 떡하니 올려놓은 뉴스가 많았기에 평생 흑역사가 되겠지만 그건 가르시아가 알아서 할 일 아니겠는가.

“저를 선택해주신 감독님과, 헤타페 CF의 팬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두 번째 골은 바요스의 패스가 완벽해서 못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승전 MOM(Man Of the Match)을 차지한 유건의 인터뷰도 화제가 되었다.

가장 먼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내뱉고 시작했으니까.

자신을 칭찬하는 질문이 들어와도 동료를 치켜세우며 나이에 맞지 않는 겸손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헤타페 CF는 정말 앞으로 계속해서 뛰고 싶을 만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능구렁이같이 질문에서 빠져나가는 모습도 있었다.

헤타페에서 영입 제안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단에 대한 칭찬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쿠아바와의 호흡은 정말 좋습니다. 물론 다른 팀원들과도 그렇구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니에스타 감독님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뒤에서 노력해주시는 코치진, 직원분들의 많은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기자가 물어보는 것은 한 개개인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유건은 굳이 한 사람을 꼽지 않았다.

쿠아바에 대한 질문은 팀원들까지 포함시켜서, 이니에스타에 관한 질문은 코치진과 직원들을 포함시켜서 대답했다.

그들 모두 이번 우승컵의 주인공들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우승을 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A매치 이후에 남아있는 경기들에서 팬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대답 팬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었다.

리그 순위표에서 15위로 올라갔지만, 남아있는 경기도 중요했다.

유럽대항전이나 강등권과 관계없이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경기였으니까.

“여, 여름아! 그거 그만 보라니까!”

“헤헤, 오빠 이거 인터뷰 잘했다니까 왜 부끄러워하냐구.”

그런 일이 있었고, 지금 이 시각 유건의 MOM 인터뷰를 스마트 TV 화면에 띄워놓은 것은 나여름이었다.

그녀로서는 자신의 연인이 엄청난 활약을 하고, 팬들을 챙기는 대답을 하는 게 자랑스러운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결승골을 넣고 세레머니까지 받지 않았는가.

아직은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크흐음, 빨리 짐 싸자니까! 조금 있으면 공항으로 가야 돼.”

“알겠다니까, 한 번만 더 보구!”

리모컨을 빼앗으며 귀국을 위한 짐을 싸자고 말하는 유건.

그런 그의 손에서 재차 리모컨을 빼앗아 오며 혀를 내밀며 애교를 부리는 여름.

그리고는 곧바로 되감기 버튼을 눌러 인터뷰의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한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니까!’

소파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보는 나여름.

그녀가 미울 리가 있겠는가.

자신을 자랑해주고 뿌듯하게 생각해주는 것을 넘어서, 아름다웠다.

눈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은.

아니, 마음이 말이다.

***

찰칵-! 찰칵-!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공항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거라는 것은.

대표팀 평가전을 위해 해외파 선수들이 하나둘씩 귀국을 시작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여름과 얘기한 대로 먼저 나간 뒤, 그녀가 차를 끌고 오기로 한 것.

유건이 스페인에 간 사이 면허를 딴 여름의 운전실력이 더 좋았던 것은 비밀이었다.

“강병훈 선수와의 경쟁이요? 저는 경쟁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 같은 놈, 벤치에 앉아있을 니 표정이 기대된다.’

동일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사우스햄튼의 유망주 강병훈.

함께 소집된 그에 관련된 질문도 나왔으나, 웃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입 밖으로 내뱉는 기대된다는 단어 안에 속으로 생각하는 기대를 숨기면서.

부상에서 복귀한 뒤 폼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그였으나 유건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으니까.

현재 활약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팬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간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까지 간단하게 대답한 유건은, 서둘러서 공항을 나간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나여름이 생각났기에.

보통 합숙 일정에 맞춰 귀국하는 선수들이 많았으나 유건은 빠르게 귀국한 편이었다.

그 이유가 여름과의 데이트였다는 것이 아직은 소문나지 않았다.

터억-!

“여, 여름아? 혹시 서, 서울에서 운전 많이 해봤니?”

“내가 하는 게 낫다고 그랬지? 오빠가 했으면 우리 아직 도로 위야.”

막힘없이 운전하는 여름은 길을 한 번도 잘못 들어서지 않고 집을 잘 찾아왔다.

물론 그때에 비해 유건의 운전실력도 늘었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자신 없었다.

서로 장난치며 차에서 내린 둘은 차문을 열고 짐을 챙긴다.

“오늘은 그럼 소고기?”

“삼겹살! 오빠가 그걸 제일 먹고 싶어 했잖아.”

그리고 캐리어를 챙기는 잠깐 사이에도 서로가 나누는 말은 애정이 넘쳤다.

유건은 여름이 좋아하는, 여름은 유건이 반복적으로 말했던 메뉴를 말했기에.

그리고,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저녁 메뉴를 정한 둘은 재빠르게 집으로 올라간다.

‘…특종이다!’

그들의 차를 뒤쫓아온 누군가가 카메라로 찍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스페인에서 붙어있었다 하더라도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둘이었으니까.

미처 여기까지 누가 따라왔을 거라는 생각은 할 리가 없었다.

***

[‘깜짝’ 열애설 유건…, 상대는 20살 신인 여배우 나여름!]

[올해 두 번째 열애설 보도 주인공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건과 여배우 나여름]

[유건, 나여름 서울 아파트에서 데이트]

며칠 뒤 유건이 합숙소에서 한창 평가전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사이, 뉴스가 터져 나왔다.

그와 나여름에 대한 열애설 기사가.

둘은 이런 상황이 왔을 때 공개를 하기로 얘기는 되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당장 내일 있는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유건이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에는.

“…좋게 생각하자! 대표님에게는 내일 경기 후에 내가 인터뷰 먼저 한다고 말씀드려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닌데 당황스럽긴 하다.”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며, 부재중 전화가 100통이 넘게 쌓여있는 것을 본 유건.

이미 도착한 수많은 메시지들은 이유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가장 최근에 보낸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메시지만 확인했는데도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우선 여름과의 통화가 먼저였기에 방에 도착해서 바로 전화를 거는 유건이었다.

“오히려 좋아! 밝히고 나면 밖에서 당당히 데이트해도 되잖아!”

통화의 결론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였다.

굳이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 소속사 대표와도 얘기가 미리 되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던 일이기에.

오히려 내일 공개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거리낌 없이 밖에서 손을 잡거나 껴안아도 되니까 말이다.

- 형수님이 진짜 이분이실까? 축따형 대답해줘!

- 진짜라도 대박이고 찌라시라도 대박이지! 이제 축따형이 이만한 사람이 된 거야

- 아니, 축따형 진짜 좋아하는데 여름 누나는 선 넘었지

- [재벌의 사생활] 보면 진짜 엄청 예쁨. 화면에서 그 정도면 실물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아무튼 그런 탓에, 유건의 경기가 없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축따튜브는 불타고 있었다.

열애설의 상대 나여름.

그녀는 성공적인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꽤 인지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예능에도 얼굴을 비췄던 탓에 아는 사람이 많았던 게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예뻤다.

“…크흠, 형? 여름이랑은 공개하는 쪽으로 얘기를 했어.”

“그래, 니 형수도 그렇게 말하더라! 차라리 지금 공개하는 게 좋은 선택이야.”

최창훈에게도 미리 알려주었다.

이제 축구 외적으로 유건에 관련된 문제는 최창훈이 전담해주기로 했기에.

당황하면서도 결심이 내린 말투로 이어 나가는 유건의 의견을 지지해준다.

자신의 부인인 박하린도 그렇게 말했다고 하면서.

“고마워, 형!”

만약 유건이 여름과 교제를 시작한 이후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었으면 말이 달랐겠지만,

그는 지금 세계 최고 수준에서 경쟁뿐만 아니라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축따튜브에서도 만약 열애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구독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창훈이 거절할 리가 있겠는가.

‘…우선 내일 경기를 이기고!’

전화를 끊고, 내일 있을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를 생각하는 유건이었다.

1인 2실로 지정된 방이었으나 추가 훈련을 진행하는 김수영으로 인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올림픽 때 서로 불편하지 않았던 그들이 이번에도 함께 방을 쓰게 되었던 것.

덜컥-!

“흐아, 힘들다 힘들어!”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수영이었다.

한국 선수 중에서 동일 포지션에서 가장 폼이 좋고,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스트라이커.

그는 오늘 다른 공격진들과 함께 김진용 감독의 지도하에 추가적인 훈련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체력이 많이 방전된 모습으로 돌아온 김수영은 곧바로 샤워 물품들을 챙겨 왔던 문으로 다시 나간다.

“그나저나, 진짜냐?”

그리고 몸에 있는 땀을 씻어낸 후에 돌아온 방안에서, 자신의 옆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유건을 부른다.

훈련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확인한 것들이 진짜냐고.

지금 나오고 있는 뉴스들이 진짜냐고 말이다.

“올림픽 때 계속 전화하던 제수씨가….”

더군다나 그는 오래되지 않은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올림픽때 함께 방을 쓰면서 자신에게 연애 상담을 했던 유건의 모습을.

그 상대가 예쁜 외모와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배우 나여름인지를 몰랐을 뿐이다.

“에이 설마요, 내일 경기 후에 인터뷰하려구요.”

왠지 장난치고 싶었던 유건은 부인했다.

그럴 리가 있겠냐고.

내일 밝히고 돌아와서 말을 바꾸면 되지 않겠는가.

그럴 리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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