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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따-82화 (82/208)

82화. 조금 거슬리는데

“…아씨, 미안!”

그들이 자랑하는 포백 사이의 공간은 꽤 촘촘했는데, 유건은 계속해서 거기를 뚫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둠바에게 막혀있는 쿠아바를 이용해서 뚫어보려는 시도는 나머지 한 명의 센터백과 미드필더의 지원에 막혔다.

비요르나 실바를 이용한 사이드 플레이도 사이드백과 크로스를 칼같이 차단하는 중앙 수비수들에 의해 막혔다.

이번에는 답답함을 조금 느낀 유건이 아예 사이 공간으로 킬패스를 보내려 했는데, 그것도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파고들어오는 오른쪽 날개 카를로스 실바에게 닿기 전 먼저 차단당했으니까.

“미들! 뒤에 없으니까 돌자!”

도전적인 킬패스를 실패한다는 것은, 역습의 기회를 준다는 것과 동일했다.

팀 전체적으로 진형을 올려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 유건의 패스가 차단당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올라온 게 무용지물 아닌가.

아틀레티코는 그 상황을 이용하기 위해 빠르게 공을 전개시키려 했다.

둠바가 후방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과 함께 돌아서라고 말하며 미드필더에게 공을 건네준다.

“전체적으로 가보자고!”

뻐엉-!

발밑에 공을 잡아둔 미드필더가 전체적으로 팀을 이끌기 위한 외침을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사이드로 크게 벌리는 패스를 쏘아낸다.

“옆쪽에 커버해줘!”

공이 도달한 곳은 마르티노가 응시하며 수비 준비를 하고 있는 헤타페 CF의 오른쪽 사이드 지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창의적인 공격 작업을 창출해내는 왼쪽 날개에게 패스가 전달된 것이다.

그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도 움직이는 주변 선수들을 곁눈질로 확인한다.

팀원들에게 수비적인 지원을 요구하면서.

“여기는 내가 마크!”

“나도 내려왔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미드필더를 막기 위해 바요스가 먼저 수비 지역으로 내려왔다.

그 뒤쪽을 받쳐주는 한 명의 선수를 추가적으로 마크하기 위해 내려온 유건.

팀원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직접 말을 전하는 바요스와 유건.

‘…자, 조급해져라!’

그 이유는 심리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말이었기에.

“우리가 마크하고 있는데 너희에게 빈 공간이 있을까?”라고 말하듯이.

게다가 팀원들에게는 우리가 붙어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전하는 의도.

“우습게 보지 말라고!”

그런 상황이었기에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주변 동료가 모두 마크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뒤로 빼주는 백패스가 아니면 직접 뚫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돌파.

순간적인 가속을 이용해 수비를 스쳐 지나가며 크로스를 올리려 했지만, 마르티노는 주력이 느린 선수가 아니었다.

몸을 급히 틀며 쫓아가서 뻗는 다리는 크로스를 차단하며 공을 밖으로 걷어낸다.

“다들 한 명씩 마크하고! 둠바는 내가 붙는다!”

“쿠아바, 와서 키 큰 선수 잡아!”

하지만 마르티노의 발이 맞고 골대의 측면으로 공이 나갔기에, 코너킥이 선언되었다.

수비를 잘해냈지만 헤타페 CF가 가장 우려하던 상황으로 연결된 셈.

세트피스를 걱정하며 준비했던 훈련의 진형대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들이었다.

비야르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비를 위해 내려오며 한 명씩 마크를 시작한다.

휘이익-!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바람 소리를 내며 휘어져 들어온다.

키커가 일 순위로 원했던 종착지는 바로 알렉스 둠바.

그러나 그에게는 헤타페 CF 수비의 핵심인 다니 가르시아가 붙어있었다.

아무리 둠바라고 해도 쉽게 헤딩을 따낼 수 없게 괴롭힐 수 있는 수준의 선수 말이다.

퍼엉-!

하지만 이번에는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간 선수에게 공이 정확히 도착했다.

코너킥을 올린 선수의 의도보다는 조금 짧게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팀원의 머리에 맞는 것을 보았으니, 다행 아니겠는가.

수비를 마크하면서 점프를 함께 뛴 쿠아바의 경합 덕분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의 헤딩은 골대를 향하지 못했다.

약간 머리의 측면에 맞고 옆으로 튕겨 나갔기 때문에.

“나이스 움직임이었어!”

공이 튕겨 나가는 방향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그 주인공은 바로 둠바였다.

가르시아보다 조금 더 민첩하게 움직였던 그가, 세컨볼의 방향을 정확히 캐치해낸 것.

“아, 흘러나오는 볼이 둠바에게 가는데요!”

“가르시아가 둠바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속도가 더 빠릅니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지만…!”

중계화면에는 빈 공간에 헤딩을 내려찍기 위한 둠바가 점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아내기 위해 몸을 던져서 그쪽으로 향하는 골키퍼도 잡히고 있었고 말이다.

출렁-!

그러나 강하게 땅을 향해 내려찍는 헤딩은 골키퍼가 인지하고 막기에는 너무 가까웠다.

홈구장에서 상대 팀에게 선제골을 헌납한 것은 헤타페 CF.

전반 32분, 앞서나가는 골을 넣는 것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

- 엄청 확실한 찬스는 두팀 다 만들지 못했는데, 세트피스 하나가 진짜 컸다.

- 지난 시즌부터 맞춰놓은 아틀레티코라 헤타페 CF도 한 골쯤은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듯.

- 헤타페는 마지막에 축따형이 뿌렸던 패스가 그나마 가장 골에 가까웠지?

└ 그게 유일한 유효슈팅이었으니 맞지! 포백 진짜 토나오 게 단단하네

조금 전에 울린 전반전 종료휘슬과 함께 축따튜브에서는 후반전에 전반전 리뷰가 한창이었다.

이제까지의 경기 중에서 가장 헤타페 CF가 힘들어하는 게 중계화면으로도 느껴졌다.

포백을 뚫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중거리 슈팅이라.’

그리고 그 시각, 라커룸의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어떤 식으로 후반전을 풀어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는 유건.

그는 최근에 최창훈에게서 건네받은 아스날에서 만들어준 레포트의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르테타가 경기 화면을 보며 말했던 한 마디.

“건은 저런 상황이라면 슛을 시도해도 되는데 항상 패스를 선택한다니까!”

“상대 선수들에게 ‘어차피 패스하겠지’라는 생각이 각인된다구.”

그 말의 핵심은 유건은 정말로 확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슈팅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확실히 공간이 비어있음에도 상대를 끌어들여서 패스를 하려고 했던 유건이었다.

가지고 있는 공격권을 조금이라도 더 골에 가까운 찬스로 마무리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나, 아르테타의 말대로 중거리 슈팅을 섞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프리미어리그, 넘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돼!”

세계적인 축구 리그에서 상대 선수에게 눈앞의 선수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중요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단조로운 패턴의 플레이로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물론 유건은 지단, 로시츠키, 외질을 따라하고 있으니 플레이가 단조롭진 않았는데 슈팅을 아끼는 성향이 있었다.

게다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 등의 확실한 찬스가 아니라면 높은 비율로 패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망설이기 이전에, 해보자고.’

곧 후반전이 시작할 시간이었기에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마음먹었다면 일단 해보는 수밖에.

득점까지 연결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다만, 아주 잠깐 틈새를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철벽같은 포백을 뚫고 들어갈 틈새 말이다.

***

콰앙-!

벌써 유건의 슈팅이 꽤 먼 거리에서 쏘아지는 것도 세 번째였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빼앗은 공격권을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한 뒤로 말이다.

그 후 약 20분의 시간 동안 두 번 정도 찬스를 더 만들어냈던 것.

“…크윽, 이제 조금 거슬리는데?”

앞선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슈팅은 골대 밖을 벗어나는 슛.

그러나 이번에는 정확히 골대의 구석을 향해 날아왔기에 골키퍼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와 함께 포백에게 전달되는 골키퍼의 혼잣말.

유건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다.

마크하러 나오지 않는다면, 멀리서 득점을 해버리겠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의도 말이다.

“공격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봐!”

하지만 언제라도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공격진에게 패스를 주기 위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슈팅으로 골을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그걸 마크하기 위해 한 명이 나오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치명적인 킬패스를 꽂아 넣기 위해서.

“나바스, 그대로 올라가!”

그 와중에 유건을 살짝 스쳐 지나가는 나바스의 드리블.

각자를 마크하는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더 두 명과 겹쳐있는 상황에서, 슬쩍 빠져준다.

가던 길 그대로 방해받지 말고 올라가라고.

‘나이스, 건!’

나바스의 드리블이 끝나는 지역에 유건이 있었기에 충분히 받아서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수비하는 선수들은 큰 동작으로 출발하려는 유건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음에 공을 가져가는 사람은 바로 저 선수일 거라고.

그렇게 유건을 마크하러 나오는 상대 선수들이 멈칫하는 사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나바스는 속으로 감사를 표시한다.

“쿠아바!”

미드필더진을 뚫어낸 나바스의 선택지는 쿠아바.

비요르와 실바에게는 한 명씩 밀착해서 붙어있었기에, 주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등 뒤의 둠바와 경합을 하면서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건 쿠아바도 마찬가지였다.

투욱-!

“건!”

그러나, 압박이 거세더라도 리턴 패스를 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뒤로 팔을 둘러 등 뒤의 둠바가 자신의 몸 앞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막으면서 말이다.

리턴 패스를 건네받는 것은 바로 유건이었다.

“나이스 패스!”

살짝 빠지며 나바스의 드리블을 도와준 이후, 곧바로 올라가기 시작한 유건에게 쿠아바가 공을 빼준 것이다.

그리고 그건 유건이 감탄하면서 외치는 것처럼 나이스 패스였다.

달려오는 동작 그대로 중거리 슈팅으로 이어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막아낸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나머지 한 명의 중앙 수비수로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점점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때리고 있는 유건이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으니까.

하지만 그가 뛰쳐나오는 순간, 벌어지고 말았다.

포백라인으로 구성된 철벽이 말이다.

스으으-!

자신의 슈팅을 막기 위해 달려 나오는 수비수의 등 뒤로 보이는 헤타페 CF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

그 주인공은 바로 카를로스 실바였다.

유건의 중거리 슈팅 각이 만들어지는 순간, 중앙 수비수가 뛰쳐나간다면 바로 움직임을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실바.

그에게로 향하는 패스는 잔디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건의 발을 떠난다.

“크윽! 이 정도는 닿는다고!”

대놓고 달려 나가고 있는 자신의 발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공을 인지한 아틀레티코의 중앙 수비수.

옅은 신음과 함께 발을 뻗어낸다.

자신의 등뒤에 있는 선수에게 공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닿지 마라!’

그 공이 차단되지 않고 뻗어나가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건, 유건이었다.

동점 골을 넣을 수 있는 너무나 좋은 찬스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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