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75화 (75/208)

75화. 해보자고, 어디 한 번

[헤타페 CF, 엘체를 격파하고 리그 18위 도달]

[헤타페의 돌풍을 이끄는 이니에스타의 전술 분석]

[헤타페, 코파델레이 4강 1차전에서 한 골 차이로 패배한 세비야와의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다음 날 바르셀로나와 무승부를 이뤘던 날만큼은 아니었지만,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겨울 이적 시장 이후로 헤타페 CF는 달라진 모습으로 최소 무승부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리그 3위, 코파델레이 4강전에 진출해있는 세비야와의 경기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건! 건!”

“사인 좀 부탁해요, 건!”

그리고, 유건에 대한 팬들의 사랑도 조금씩 커져갔다.

유니폼 판매량이 급증한 것뿐만 아니라,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날 트레이닝센터 앞으로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헤타페 CF를 사랑하는 팬들이 말이다.

“천천히 와요, 다 해줄 테니까!”

팬들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유건으로서도, 열정적으로 그들에게 팬서비스를 해줬다.

구단에서 배정해준 기사의 차량에 탑승해 매일 훈련장에 오고 가지만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항상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별튜브를 하고 있는 유건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일쯤이야 오히려 자신으로서는 환영하는 일이었다.

- 건은 매번 훈련장에 찾아가면 차에서 내려서까지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다니까!

- 어린 선수가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정말 잘 알고 있어

- 쿠아바나 바요스도 몇 명이 됐건 간에 기다려서 팬들의 요청을 다 응해준다고

- 팀의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아지고 있어. 이니에스타가 계속해서 우리 팀의 감독을 맡아줬으면 좋겠어!

유건이 시작한 작은 행동으로, 헤타페 CF 팀 전체에 팬서비스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친하게 지내는 쿠아바가 가장 먼저 따라서 매일같이 팬들의 요청을 응했고, 베테랑 미드필더 바요스도 동참했다.

그 이후로는 대부분의 팀원들이 그런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홈구장을 찾아오는 지역의 팬들이 점차 많아지고 팀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응원 열기가 가득한 프리메라리가였으니까 말이다.

“진짜? 이제 예능에서도 볼 수 있는 거야?”

그 시각,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유건은 쿠아바와의 언어 교환시간을 마치고 연인인 나여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재벌의 사생활]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출연진들에 대한 섭외도 끊이지 않았다.

아직 메인으로 한 CF까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짤막하게 출연하는 광고 제의도 이미 받은 나여름은, 이제는 예능 섭외까지 받고 있었다.

연속극이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주연 이외에도 조연들까지 주목받고 있던 것이 행운이었다.

“응응, 종영 곧 하고 나면 스페인 갈 거야! 찾아보니까 코파델레이 결승전에 맞춰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빠가 해야 되는 게 뭔지 알지?”

“세비야를 이겨놓으면 되는 거지?”

통화의 끝은 다음 만남에 대한 기약이었다.

회차가 마지막을 향해서 가고 있었기에, 주연들의 비중이 높은 건 어쩔 수 없었기에 나여름의 분량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덕분에 스페인으로 가는 항공권을 이미 예약해두고 소속사에게 일정 공유까지 마친 상황.

갑작스런 추가 촬영이 없다면 약 한 달 뒤쯤 헤타페로 올 수 있는 여름이었다.

“대표님은 아무 말 없으셨고?”

“…지금 오빠 경기 끝날 때마다 한국에 기사 도배되는 건 알지? 오히려 빨리 공개되었으면 하는 눈치라니까.”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네!”

“그럼 난, 쿠아바 이 자식 혼내주고 올게.”

아직 유건과 나여름이 연애한다는 사실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강혜리의 조언으로 소속사에는 말해두었던 상태였다.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던 유건이 마지막에 한 번 더 물어보았지만 다행히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프리메라리가의 초신성으로 거듭나고 있는 스포츠 스타와의 열애 소식은 부정적인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으니까.

손지민의 경기만큼이나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건이었으니 말이다.

“쿠아바, 세팅 다 해놨지?”

나여름과 전화를 끊자마자 거실로 달려가면서 외치는 유건.

약 십 분 전부터 풋볼 온라인 세팅을 마쳐놓고, 스페인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된 쿠아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서로의 전적이었지만 유건이 약간 앞서나가고 있긴 했다.

“나이스, 살리바!”

“아, 살리바 게임에서 완전 사기라니까 진짜!”

아직 자신들의 헤타페 CF 이적은 로스터에 반영되지 않은 버전이었기에 둘은 대부분 동일하게 아스날을 선택해서 플레이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하고 게임 화면 안에서 세레머니를 하는 살리바를 따라서 거실에서 뛰어다니는 유건.

그를 보며 사기적인 게임 스탯을 자랑하는 살리바를 원망하며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쿠아바였다.

“으하하, 넌 안 된다니까 쿠아바!”

“으아아아!”

첫 게임을 승리로 가져가는 주인공은 바로 유건.

옆에서 괴성을 지르는 쿠아바의 아픈 마음을 한 번 더 송곳으로 찌르기 위해 놀려준다.

실제 경기뿐만 아니라 단순한 게임일지라도 승리라는 것은 언제나 매혹적인 단어였으니까 말이다.

***

“다들 알다시피 이번주에는 2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코파델레이에 조금 더 집중할 생각이고, 선발 선수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분 모두 헤타페 CF에 소속된 뛰어난 선수들이니만큼 경기에 출전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점차 다시 살아나는 팬들의 응원 열기를 끊이지 않게 만들어 보자고!”

어제는 회복훈련만 진행하고 돌아왔던 유건이었지만, 오늘은 전체적으로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리그 14위에 위치하고 있는 에스파뇰과의 리그 경기.

그리고 코파델레이 4강 2차전 세비야와의 경기.

후자가 팀의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경기임은 틀림없었지만 리그에서의 결과도 중요했다.

아직 헤타페 CF는 강등권은 18위에 위치하고 있었으니까.

“일정은 다행히도 우리에게 조금 긍정적인 부분이다.”

“세비야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베스트 멤버를 가동할 확률이 높고, 우리는 조금은 변경된 스타팅 라인업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 팀의 경우에 아직 내가 정해놓은 베스트 라인업은 없다. 누가 됐건 보여주는 활약에 따라 출전 여부를 결정할 테니 모두 최선을 다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감독님!”

훈련 시작 전,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브리핑을 하는 이니에스타 감독.

틀린 말은 없었다.

지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발 라인업이 베스트 멤버라고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부분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벤치 멤버들에게는 경쟁심을 불태워주고 선발 선수들에게는 안도감이 들지 않게 하는 것.

초짜 감독이었음에도 세계 최고팀에서 경쟁을 하던 이니에스타였기에 그런 부분은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었다.

“건, 원투!”

“돌아서도 되겠다, 건!”

“건 마크 제대로 하자고!”

훈련도 실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되는 헤타페 CF의 선수들의 훈련에서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것은 유건.

이제는 팀원들 모두가 인식할 정도로 그가 핵심적인 볼줄기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같은 팀에 배정된 선수들은 그에게 볼을 주고 주변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서.

상대 팀으로 배정된 선수들로서는 유건에게 가는 볼을 차단하고 그의 돌아서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서.

스윽-! 스윽-!

“이제 꽤나 익숙해졌다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이니에스타가 시험해보고 있는 전술은 유건을 필두로 한 4-2-3-1과 바요스를 중심으로 한 4-1-4-1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볼을 받은 유건은 주변에서 달려드는 나바스, 바요스를 마르세유턴 한 번으로 제쳐낸다.

두 명의 압박을 계속 당하면서 버티는 상황이라면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빠져나가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유건이었다.

“마르티노, 올라와!”

“한 박자 빠르게 움직여, 실바!”

그리고 그런 움직임을 가져가면서도 입은 쉬지 않았다.

사이드에 위치한 마르티노에게는 오버래핑을 요구하고, 실바에게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움직임을 원한다.

아무리 공을 뿌려주기 위해 유건이 자리를 잡고 있더라도 팀원이 제자리에 서 있다면 효과적인 공격이 되지 않았기에.

‘…지금!’

수비적인 상황에서도 유건은 많은 발전을 이뤄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전을 준비하면서 패스 차단이라는 부분의 타이밍을 잡아가고 있었기에, 조끼를 입고 있는 팀원들의 패스 플레이를 차단하는 것을 오늘만 두 번 성공해냈다.

아직 일대일 마크 상황에서의 수비적인 움직임은 모자람이 많았지만 미리 뛰쳐나가 차단하는 능력은 발전하고 있었다.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65.12%]

[훈련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압박을 벗어나세요 (6/5)]

그리고 오늘 훈련을 마친 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유건이었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경기에서는 동기화율이 조금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는데, 프리메라리가는 수준을 놓고 봤을 때는 충분한 리그였다.

심지어 어린 나이대의 선수들이 주를 이뤘던 올림픽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것을 체감할 정도.

‘…드디어!’

언제가 될지는 몰랐기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문제였는데, 오늘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던 것이다.

훈련이 종료되고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이 65%를 넘었을 때 머릿속에 울리는 메세지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 울렸다.

[3단계 동기화 65% 달성]

[첫 번째 참가자 유건, 1단계 완료]

[2단계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원하는 동기화 서비스를 선택하세요]

[1. 슈팅 2. 볼터치 3. 템포 4. 패스]

새롭게 동기화를 시작하기 위한 메세지를 말이다.

‘…3단계때도 슈팅, 볼터치, 패스는 분명 포함되어 있던 항목이야.’

‘그때 조율을 선택했던 항목이 템포로….’

처음과 똑같이 네 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머릿속의 메세지였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템포, 패스가 있었기에 내심 좋아했지만, 고민에 빠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선수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패스 부분에서는 일반적인 패스보다는 도전적이거나 킬패스가 필요했던 유건이었으니까.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그 고민은 쿠아바와의 언어 연습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아직 선택을 내리지 못한 유건은 쿠아바를 보내고, 잠들기 전까지 고민을 하고 나서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최종적인 결정은 [템포].

패스라는 선택지는 3단계에 가서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팀을 전체적으로 이끌기 위한 문구를 선택했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포함시키면서 말이다.

[…의 데이터 동기화율 61.11%]

[2단계 동기화 60% 달성]

[첫 번째 참가자 유건, 2단계 완료]

[3단계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원하는 동기화 서비스를 선택하세요]

[1. 슈팅 2. 볼터치 3. 패스]

하지만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3단계 동기화에 포함되어 있던 지네딘 지단과의 동기화율이 높았기 때문일까, 2단계 동기화는 시작부터 61%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

자연스럽게 3단계에서 선택을 한 것은 [패스].

이미 생각해놓았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아직 지단의 머리 스타일은 따라 해야 되는 건가?’

내심 바라고 있었던 다른 한 부분에 대해서는 메세지가 울리지 않았다.

대머리로 유지하고 있는 머리를 자라나게 해도 될지에 대한 의문.

아쉽지만, 새로운 동기화 대상들이 자신에게 너무나 알맞은 선수들이었기에 그 아쉬움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해보자고, 어디 한 번!’

세 명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데이터를 동기화해내는 미래를 그려보더라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자신이 그 정도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상상 말이다.

만약, 정말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리그에서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선수들에게 붙는 호칭.

월드 클래스라는 그 위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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