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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따-74화 (74/208)

74화. 이 자식은 편안하게 준단 말이야

“축구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그가 바로 상대 팀의 에이스니까.”

다음날부터 진행된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헤타페 CF의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포함된 이니에스타의 브리핑.

이전 라운드에서 패배한 엘체의 에이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3~4주 아웃된다는 뉴스가 나왔다는 소식.

그는 왼쪽 날개 포지션에서 팀의 공격을 도맡아 하며 골, 어시스트를 가리지 않고 기록하는 선수였다.

거기에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매치.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기에 이전보다 조금 더 긴 브리핑 시간을 가져가는 이니에스타였다.

“미드필더 라인은 아직 스위칭이 부자연스럽다.”

“공격진이나 수비진들도 아직 서로 콜플레이가 부족하다. 당장 어제도 그런 모습이 있었지?”

전체적인 전술, 진형에서의 부족한 점을 짚어주는 부분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지도.

전설적인 커리어를 보유했기 때문일까, 그런 감독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집중하는 헤타페 CF의 선수단이었다.

지금 모습보다 발전하기를 원하는 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있었으니까.

“바요스는 전체적인 수비 진형에서의 리딩.”

“나바스는 볼을 간수하고 타이밍이 오면 전진해서 공격을 주도.”

“쿠아바는 단순하다. 볼을 받아 팀원에게 돌려주거나 골을 넣어라.”

“건은,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프리로 움직인다.”

마지막은 선수단 한 명, 한 명에게 세세하게 하달되는 임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주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건은 프리롤을 부여받았다.

보통 감독이 한 선수에게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의미가 동일했다.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고 팀에 도움되는 플레이를 할 거라 감독이 가장 믿고 있는 선수.

‘…그저 원석인 줄 알았는데, 이미 어느 정도 세공된 보석이었어.’

그건 대부분 한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니에스타도 임대로 영입할 당시까지만 해도 몰랐다.

유건이 적응의 기간도 거치지 않고 바로 팀원들 사이에 녹아들 줄은.

하지만 단 몇 경기만에 그가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라, 세계적인 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숨겨져 있는 게 있었어.’

팀원이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상황, 위치, 움직임을 고려하여 패스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간단한 개인기를 섞거나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다려주는 것.

단순히만 보면 그게 유건의 장점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네는 보는 눈이 좋다니까….’

그러나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장점.

미켈 아르테타와 산티 카솔라가 가장 먼저 알아보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나 감독의 눈에는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야 알아차린 이니에스타는 임대를 보내준 자신의 친구에게 내심 감탄하면서도 다시 한번 유건의 보물 같은 장점을 생각한다.

팀원들이 마주한 상황에서 각자의 특성에 맞게 활약할 수 있도록 알맞는 패스를 보내준다는 것.

다시 말해, 공을 전달받는 팀원이 가장 날뛸 수 있는 상황을 패스를 통해서 만들어준다는 점이었다.

경기 전체를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면서.

***

“나바스, 커버 좀 부탁해!”

엘체와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헤타페 CF의 홈구장.

나바스에게 외치면서 전진을 시작하려 하는 유건.

와아아아-!

“건! 건! 건!”

그가 앞으로 공을 터치하자마자, 터지는 팬들의 환호성.

그것만 보더라도 오늘 유건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예상이 가능했다.

심지어 이름을 연속적으로 호명하는 헤타페 CF의 홈팬들.

물 만난 고기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유건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아, 쿠아바 선수! 좋은 트래핑으로 한 번에 넘어온 공을 지켜내…, 유건 선수에게 빼주는데요!”

“고오오올! 땅으로 깔린 슈팅이 엘체의 골키퍼를 넘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첫 번째 득점은 전반 30분 만에 나왔다.

빠르게 치고 달리며 올린 얼리 크로스를 쿠아바가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두고, 뛰어 들어오는 선수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한 패스.

그 주인공이 유건이었고, 살짝 뒤로 빼주는 공을 땅볼로 깔아서 강하게 찼고 가까운쪽 포스트로 꽂아 넣었다.

다음 찬스는 후반전 10분경.

볼을 지키며 팀원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발견한, 나바스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그가 왼쪽 하프 스페이스 지역으로 전진하며 손짓하고 있었으니까.

- 진짜 나바스가 순간적으로 툭툭 치면서 상대 팀 압박 벗겨내는 거 보면 너무 멋지다니까

└ 이니에스타 선수 시절 때 딱 저랬는데, 감독으로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음

- 오 축따형! 가보자!

- 미친! 쿠아바 뛰는…

패스를 주자마자 유건은 중앙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나바스를 받쳐주었다.

그래서 나바스 자신이 한 명을 끌어들이면서 침투하고, 드리블로 제치고 만들어낸 공간에 유건이 있었던 덕분에 리턴 패스를 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패스를 지체하지 않고 쿠아바에게 다이렉트로 전달하는 유건이었다.

이미 수비수의 측면에 위치하여 왼발 슈팅 각도를 열어놓은 채로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런 그를 믿고 공을 건넨 유건, 당연히 패스가 들어올 거라고 믿은 쿠아바.

같은 그림을 본 둘의 플레이는 망설임이 없었고 그 덕분에 골대의 그물을 한 번 더 흔들었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1골 1어시스트.

후반전 70분까지, 유건이 이번 경기에서 만들어낸 공격포인트였다.

덕분에 헤타페 CF가 2:0으로 앞서고 있는 이유였고, 홈구장의 팬들이 유건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엄청난 환호로 화답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바요스, 전진해!”

또 한 번 찬스를 만들기 위해 팀을 이끌어가는 유건의 외침.

나바스와 신호를 주고받은 뒤 스위칭해서 왼쪽 지역에 위치한 지도 약 2분이 흘렀다.

자신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바요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주변에 있는 상대 팀 선수들을 지금 이 공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들에게 들릴 정도로 말이다.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루키.’

정기적인 선발 출전을 위해 헤타페 CF로의 이적을 결정하면서도, 이게 맞는 선택일까 의문을 품었었던 바요스.

그 마음은 도착하여 훈련을 진행하면서 점차 사라져갔고 지난 바르셀로나전 이후로는 오히려 반전되었다.

최선을 넘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지금 자신에게 큰 목소리로 외치는 루키의 존재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해준 가장 큰 이유였다.

어린 에이스가 그려놓은 그림을 베테랑 미드필더로서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의심하지 않고 그 외침에 응한다.

뻐엉-!

‘…역시, 이 자식은 편안하게 준단 말이야.’

유건이 바요스의 지원을 바라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까지 노리고 있었던 것은 순간적인 반대 전환이었다.

왼쪽 지역에 상대 선수들을 불러들이고, 중앙 라인을 넘어서까지 슬금슬금 올라오던 마르티노에게로 향하는 롱패스.

자신이 달리고 있던지 사이드 지역에 벌려서 제자리에 서 있던지, 유건의 패스는 받아내는데 편안함을 주었다.

그런 감정을 또다시 느끼면서 공이 발에 닿는 순간, 질주를 시작하는 마르티노였다.

“나바스!”

이어지는 2대1 패스의 주인공은 바로 라파 나바스.

유건과의 스위칭으로 오른쪽 메짤라에 위치하고 있던 그가 전환되는 패스를 보자마자 전진을 시작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자신에게 붙는 상대 미드필더의 압박을 벗겨내기 위해 그를 이용하는 마르티노였다.

“계속 치고 나가, 마르티노!”

여기서 맞물려 들어가는 팀적인 움직임.

그것을 보여주는 것은 헤타페 CF의 오른쪽 날개 카를로스 실바였다.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사이드백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던 것.

그와 동시에 마르티노에게 외치는 것처럼, 오버래핑 각을 열어준다.

투욱-!

실바의 도움으로 열린 오른쪽 사이드 공간으로 질주를 지속하는 마르티노.

마크를 하는 상대 선수가 없었기에, 선택지가 많았다.

한 번 더 치고 들어가는 마르티노의 움직임에 엘체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스를 위한 각은 이미 열려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투욱-!

‘확실하게 건네준다, 내가.’

마르티노가 내린 선택은 또 한 번의 전진.

엘체의 선수들은 크로스와 컷백을 의식하면서 자리 잡고 있었기에, 한 번 더 드리블을 치는 그의 움직임에 타이밍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헤타페 CF의 선수들은 각자 빈 공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당황하지 않았던 이유는 훈련에서 이미 반복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간이 완전하게 열려있는 경우, 자신들의 팀원 마르티노는 마지막까지 기회를 보고 정확한 크로스나 컷백을 내주는 것을 추구했으니까.

“여기!”

“비었다, 마르티노!”

“컷백!”

쿠아바, 실바, 나바스의 순서.

서로 다른 말이었지만, 목적은 동일했다.

자신에게 크로스나 컷백을 내달라며 마르티노에게 전달하기 위한 외침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외침 하나하나가 엘체의 선수들에게는 더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누구에게로 패스가 들어올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내가 그냥 간다!”

마르티노의 드리블이 골대 측면 코너 라인에 가까워질 때쯤, 인내심에 바닥이 난 엘체의 미드필더 한 명이 움직이며 크로스를 막기 위해 다리를 뻗으며 몸을 날렸다.

직선적인 크로스를 막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자신이 마크하던 선수는 자유로워졌다.

그 말은, 그 선수에게 패스가 들어가면 완전히 프리 찬스라는 것.

투욱-!

그리고 마르티노는 충분히 비어있는 팀원을 순간적으로 발견하고 패스를 내줄 수준이 되는 선수였다.

더군다나 달리면서 크로스를 올리는 게 장기인 만큼, 정확도도 일품이었다.

자신을 마크하던 미드필더가 마르티노를 막으러 가자 두 손을 앞으로 펼치며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몸을 이용해 시늉하고 있었던 나바스.

그에게로 45도로 꺾이는, 컷백 크로스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투욱-!

완벽하게 노마크 찬스를 맞이한 상황.

강한 슈팅도 좋은 선택이겠지만, 나바스는 보다 더 정확한 코스로 공을 보내기 위해 인사이드를 이용해 방향만 꺾어 슈팅을 날린다.

그리고 그게 골대 안으로 들어갈 거라고 자신이라도 하는 듯 공을 차자마자 두 팔을 벌리며 뛰어갈 준비를 한다.

‘…안 닿을걸?’

눈으로는 아직 날아가는 공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골키퍼의 손이 자신이 마무리지었던 공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보였지만, 자신 있었던 나바스였다.

정확한 코스로 보낸 공은 어떻게 보면 강한 슈팅보다 막기가 어려운 슈팅이었으니까.

출렁-!

“아자아아아!”

“나바스, 나이스 슛!!”

나바스의 자신감은 헛되지 않았던 것인지, 그의 슈팅은 골대의 그물을 출렁였다.

팀의 엠블럼을 두드리며 홈구장의 팬들에게 달려가며 포효하는 그의 뒤로, 팀원들이 따른다.

겨울 이적 시장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들.

오늘을 기점으로 리그 순위표에서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헤타페 CF였다.

강등권 탈출에 가까워지고 있는 그들에게는 좋은 대진과 운이 따라주었던 결과들로 진출을 성공한 코파델레이도 기다리고 있었다.

1차전에서는 패배했지만, 달라진 경기력으로 맞붙게 될 4강 2차전 경기가.

헤타페 CF, 리그 18위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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