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Hello
[승점 3점이 절실히 필요했던 바르셀로나, 헤타페 CF에 발목이 잡히다!]
[아스날 FC에서 임대온 두 명의 어린 영웅들이 헤타페를 강등 위기에서 구하다]
[헤타페 CF의 감독 이니에스타, “건과 쿠아바의 호흡은 우리 팀의 새로운 공격 루트다”]
[헤타페 CF의 감독 이니에스타, “나바스, 바요스, 건으로 구성되는 미드필더진은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유건의 동점 골 이후 종료된 경기는, 수많은 기사를 쏟아지게 했다.
항상 프리메라리가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두 팀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가 무승부를 기록했으니까.
그것도 당연히 이길 거라고, 이기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19위 팀과의 경기에서 말이다.
경기 이후, 이니에스타 감독의 자신감 있는 인터뷰도 헤타페 CF에 대한 관심도를 급증시켰다.
경기력으로 입증을 해낸 근거 있는 인터뷰였기에.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미쳤다, 진짜. 바르셀로나 상대로도 축따형이 통한다 이거지?
- 더 이상 웅장해질 가슴이 없는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축따형!
- 거지 같은 워크 퍼밋! 지금 아스날 미들에 왼쪽 메짤라로 뛰었으면 더 날아다닐 것 같은데
유건이 어떤 경기를 하든,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로 축따튜브였다.
축따형이 세계 최고의 강팀 중 하나를 상대로 이렇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건 단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자신들의 영웅이 그것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팬의 입장에서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불어 헤타페 CF의 상황 자체가 드라마에 가까웠다.
강등권에 있던 팀, 심지어 리그 최하위에 있던 팀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도전이 진행 중인 시즌은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손지민 선수의 유니폼.’
그런 기사가 나고 있는 와중, 숙소로 복귀한 유건은 가방에서 꺼낸 땀에 젖은 유니폼 하나를 품에 쥐고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레전드 박지성 선수가 생각날 정도로 예의가 바르고, 대표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몇 년째 보여주고 있는 손지민.
그는 박준철과 함께 유건에게는 그저 중계로만 바라볼 수 있는 월드클래스 선수였다.
내심 그들을 우상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니폼 교환까지 한 이 상황에 진정이 될 리가 없었다.
‘으흐흐, 다음에 밥도 먹자고 하셨지?’
이어지는 흐뭇한 생각.
“건아, 나중에 시간 될 때 한 번 밥이나 먹자!”
“예, 행님!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그것은 유니폼을 교환하며 건넨 손지민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답하는 데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면서 말이다.
물론 서로의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하기가 애매하게 리그 일정, A매치 일정이 걸려있어 약속을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그런 요청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유건에게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루이스 : 고맙다, 친구야!]
유니폼을 한쪽 벽에 걸어두고 확인한 휴대폰에는 수많은 연락이 와있었지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절친 후안 루이스의 메세지.
바르셀로나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로서 유건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프리메라리가는 승점 1점 차이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팀이 바뀔 수도 있었으니까.
[루이스 : 이왕 할 거면 한 골만 더 만들지 그랬냐?]
아쉬움도 토로하는 친구였다.
이왕이면 승점 1점마저 주지 말고, 아예 승리를 해버리지 그랬냐고 말하면서.
하지만 무승부라는 결과만으로도 바르셀로나의 경쟁에는 고춧가루를 뿌려버린 모양새이긴 했다.
[루이스 : 골은 멋졌다, 이 자식아]
마지막으로 남겨둔 메세지는 칭찬.
쿠아바와의 좋은 호흡으로 만들어낸 유건의 골 장면은 헤타페 CF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공을 차단하고, 이대일 패스를 통해서 골까지 연결시킨 장면.
그리고 유건 스스로에게도 스페인으로 임대 이적을 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누캄프에서 바르셀로나 팬들의 응원을 순간적으로 멈추게 만드는 경험은 너무나 짜릿했던 경험이었으니까.
***
“나바스! 바요스!”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었기 때문일까, 유건은 이제 헤타페 CF에 완전하게 적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이가 더 많은 라파 나바스, 마르코 바요스에게 먼저 의견을 제시하며 세부적인 움직임에 대한 대화 주제를 던질 정도였으니까.
유건이 제안한 것은 유기적인 스위칭이었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왼쪽, 오른쪽 라인에서 펼쳐지는 플레이를 스위칭하는 것.
이 정도 레벨에서는 거의 모든 상대 팀이 맞붙기 전에 헤타페 CF의 공격 전술 정도는 미리 분석하고 경기에 임한다.
그 틀을 깨버리는 움직임을 경기 중 강제적으로 가져가 보자는 의견 제안이었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너희가 일 년 이상을 함께 뛴다면 그렇게 강제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옆에서 동의하는 의견을 표하는 것은 이니에스타였다.
그의 말대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팀원이 빠진 빈 공간을 채워주면서 자연스럽게 스위칭되는 경우는 흔했다.
특히 오른쪽, 왼쪽 날개에 위치한 선수들이 서로 스위칭을 통해 상대 팀 사이드백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경기 중에 몇 번씩이나 나오는 장면이었다.
몇십 분간 한 명을 마크하면서 익숙해진 드리블이나 크로스의 패턴이, 순간적으로 변경되면 발을 뻗기까지 망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르티노! 조금 더 앞쪽으로 올려줘!”
미드필더진이 조끼를 입고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좁은 지역에서 패스 플레이와 세부 전술을 짜고 있을 때, 반대편 골대에서는 크로스가 한창이었다.
쿠아바와 다른 스트라이커들이 한 명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오른쪽과 왼쪽에서 번갈아 날아오는 크로스를 마무리하는 연습.
“이제 약간 뒤쪽으로!”
준비하고 있는 사이드 지역의 선수들을 향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패스를 말하고 앞으로 뛰어간다.
기계가 아닌 이상 프로선수들일지라도 오차가 있긴 했지만, 압박이 없는 프리 상황에서의 크로스였기에 대부분은 정확하게 공격수들이 원하는 방향을 향했다.
특히 마르티노가 올려주는 크로스는 높은 확률로 정확하게 스트라이커에게 전달되었다.
덕분에 쿠아바를 비롯한 공격수들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해 연습해볼 수 있는 훈련 시간이었다.
물론 그들을 마크하는 수비수가 없는 상황이라 편하긴 했지만, 팀원들 간의 호흡을 맞추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유익했다.
“자, 세부적인 훈련은 오늘로 마무리 짓고 내일부터는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바르셀로나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뒤, 회복훈련에 이어 정해져 있던 전술과 포지셔닝 플레이에 대한 훈련 일정까지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이니에스타의 목소리였다.
힘차게 대답하는 헤타페 CF 선수들의 표정은 겨울 이적 시장 전의 표정과 사뭇 달랐다.
새로운 영입생들의 활약에 힘입어 강등권 탈출에 대한 희망을 실현하는 게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 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획득한 헤타페 CF와 달리, 현재 18위인 엘체가 중위권 팀과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덕분에 그들과의 승점 차이는 겨우 2점 차.
“이번에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다음 경기는 홈구장에서 펼쳐지니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
18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도 필요한 승리였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헤타페 CF가 리그 순위표의 최하위에 위치하며 돌아섰던 팬들마저 조금씩 다시 응원을 열정적으로 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도 이겨야만 했다.
다음 경기가 펼쳐지는 장소.
바로 홈구장이었으니까 말이다.
***
“Hello!”
쿠아바와의 언어 교환시간까지 마치고 난 뒤, 별튜브 방송을 켜는 유건이었다.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최창훈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니에스타 감독을 바라본 게 효과가 있었다.
팀이 좋지 않은 분위기일 때나, 경기가 3일 내에 예정되어 있지 않다면 별튜브 방송을 가볍게 해도 된다는 것.
어떻게 보면 SNS보다 노출이 심한 별튜브였기에 처음에는 반대했던 이니에스타 감독을 겨우 설득해서 협의한 계약조건이었다.
서명하는 순간까지 유건에게 “꼭 해야 되냐?”라고 물어봤던 것은 비밀.
어떤 과정을 거쳤건 간에 지금 축따튜브의 팬들에게 영어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유건이었다.
- 축따형, 영어 좀 늘었어? 프리미어리그 빨리 씹어먹는 모습 보여줘!
- 일단 헬로우 발음하는 거에서 조금 실력이 늘긴 했음. 스페인 처음 도착했을 때 생각해봐 형들
└ 그때 떠올리면 진짜 지금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네
- 다음 시즌 축따형의 복귀만을 바라고 있는 구너 1인
└ 여기 1인 추가. 진짜 잘할 것 같아서 너무 기대됌
“쿠아바가 칭찬할 정도라니까요!”
여느 때와 같이 방송을 켜자마자 댓글을 달아주는 팬들.
항상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순간이었지만, 무한한 감사가 느껴지는 것은 똑같았다.
그렇기에 유건은 방송을 그만두기 싫었고 항상 공식적으로 구단에 허락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을 하나라도 더 늘리고 싶었던 마음으로.
“제가 다음번에는 합동 방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 팀이 강등권을 탈출하면, 팀원들과 풋볼 온라인을 붙는 것을 별튜브에 내보내기로 약속했거든요.”
“다들 그 게임은 알고 계시죠?”
이번 방송에서는 새로운 소식도 들고 온 유건이었다.
쿠아바와 영어,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날마다 1~2판을 진행하는 풋볼 온라인.
최근 바요스와 마르티노의 도전장을 받고 주기적으로 게임을 하던 중, 팬들에게 공지한 내용대로 대결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로 얘기가 되었던 것.
- 축따형, 형이 축구는 더 잘하지만 풋볼 온라인은 내가 더 잘한다!
- 2사격대 풋볼 온라인 4천왕 출신 대기 중입니다, 형님
└ 거기 내가 있었으면 형 4천왕에서 빠졌을 듯, 작년에 풋신 아냐고 물어보면 부대 사람들 다 알았음
그리고 그 게임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게임이었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개인 정비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할 정도로 접하기가 쉬웠고, 여자들마저 한 번쯤 경험해본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니까.
“…그럼 그때를 위해 저는 또 내일부터 훈련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방송에 찾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약 삼십 분간을 더 방송한 유건은 종료를 알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 한 시간 선에서 항상 그날의 방송을 끝내는 유건이었다.
팬들과 소통하고 지단을 따라 하는 훈련 방송 등을 보여주는 게 재밌긴 했지만, 본업 자체에 영향이 안 간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그 정도였다.
누가 뭐래도 자신은 프로축구선수였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