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70화 (70/208)

70화. 잘 못 들었습니다

[달라진 헤타페 CF, 마요르카를 잡고 프리메라리가 꼴찌 탈출!]

[헤타페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세 명의 미드필더진]

[데뷔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디데 쿠아바, “첫 경기부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

마요르카를 잡고 19위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헤타페.

한 단계 상승한 성적보다는 달라진 경기력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이 나왔고, 리그 하반기에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섞인 기사들도 있었다.

변화된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경기력이 꽤 많이 개선되었으니까 말이다.

- 팬심 담아서 말해보면 헤타페 CF가 하반기에 리그 순위표에 고춧가루 좀 뿌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마요르카가 최하위권이긴 한데 이번 경기는 진짜 완전 압살함. 다음 경기까지 한 번 지켜보긴 해야 할 듯!

- 축따형, 그대로만 가자! 활약하고 얼른 아스날로 돌아와 줘. 우리 챔스 복귀해야 돼

- 구너는 아르테타가 팀을 바꾸고 있어서 한 번 웃고, 축따형 활약에 두 번 웃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음

축따튜브에서 팬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단 세 경기 출전만으로도, 유건이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있는 것은 물론 이니에스타가 이끄는 헤타페 CF의 축구도 매력적이었으니까.

중간중간 아스날 팬인 구독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와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해달라며 달아놓은 댓글들도 있었지만, 아직 불가능이었다.

심지어 하반기에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더라도, 당장 다음 시즌에 워크 퍼밋 발급 점수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기에.

물론 이니에스타의 추천서를 받지 못한다면 말이다.

“바르셀로나는 모두 알다시피 나의 친정팀이다.”

경기가 끝난 다음 날 회복훈련을 마무리할 때까지도 좋은 기사와 댓글들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하지만 헤타페의 훈련장에서는 그 반응들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다음 경기에 대한 대비가 한창이었다.

7일 뒤 펼쳐질 바르셀로나전을 위한 준비를 위해 훈련을 시작하기 전, 이니에스타 감독이 진지하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으니까.

감독으로서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되었지만, 그는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선수 출신이었다.

심지어 유스 토너먼트 대회에서 MVP를 수상한 이후 [라 마시아]라고 칭해지는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자라왔다.

덕분에 모든 부분이 익숙했다.

그들의 문화, 전술 등에 대한 부분은 말이다.

“라 마시아에서는 티키타카 전술이 확립된 이후, 어린 시절부터 그것에 최대한 적응하면서 단계를 점차 밟아간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유기적인 패스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경기를 뛸 수 없지.”

브리핑은 바르셀로나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얘기로 출발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빈 공간에 있는 동료를 향한 패스를 1순위를 생각하는 게 전술이자 팀 자체를 대표하는 신념 같은 거라고.

유건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발보다 공이 빠르다는 말.

그 말의 대표적인 예시를 보여주는 팀이 바로 그들이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기에 약점은 있다.”

이니에스타가 예상하는 바르셀로나의 약점.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뚫기 위한 돌파구는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이야기였다.

“기다리다가, 미리 패스를 예상해서 순간적인 가속으로 치고 나가 차단하면 된다.”

축구선수로서 개개인이 상황마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패스 루트는 서로 다르다.

정말 좋은 패스길이라고 생각해서 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에 당황해서 떠넘기는 식으로 공을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예상해서 미리 상대의 패스 루트에 먼저 도달하는 것.

그것이 이니에스타가 찾아낸 다음 경기 승리를 위한 돌파구였다.

“그 역할을 우리 팀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그의 발언에 귀를 쫑긋하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헤타페 CF의 선수들.

혹시나 자신은 아닌가 싶어 모두들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과연 누굴까.

그런 추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건, 자네가 적임자다.”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패스 루트를 찾아내는 것을 통해 소유권을 잃어버리지 않고 공격을 이끌어가는 선수.

그런 사람이어야만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유건이었다.

‘…네? 잘 못 들었습니다?’

당사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던 건 비밀이다.

***

“만약 너라면 그 상황에서 어디로 줄 것 같은지 생각해라.”

브리핑이 끝나고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이니에스타가 유건에게 던진 것은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나바스, 바로스 등의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한 조끼를 입고 있는 팀의 상대편으로 나서서 맡게 된 역할.

그들의 패스 루트를 예상해서 주려는 찰나의 순간, 달려 나가서 그 위치에 도달하기 전에 끊어내는 것.

그것이 유건이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성공하면 당연히 좋은 건데, 실패하면 리스크가….’

만약 달려드는 방향으로 패스가 오지 않는다면, 유건으로서는 헛된 움직임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 전체적으로 본다면 수비를 함께해야 하는 팀원 한 명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상황이기도 하고.

어쩌면 높은 확률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는 플레이였다.

“…크으, 바요스 제발!”

“아 진짜, 이번엔 실수인 척 여기로 좀 줘라 나바스야!”

당연히 이니에스타 감독이 주문했던 추상적인 개인 전술이 쉽게 흘러갈 리는 없었다.

헤타페 CF의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선수들보다 개인적인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받지만, 그들 또한 세계적인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 말은 유건이 어색하게 뛰쳐나올 준비를 하는 순간, 의식하고 패스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결과, 첫날에는 단 한 번 성공할 수 있었다.

수십 번의 도전 상황에서.

그러니 유건으로서는 상대 팀으로 배정된 팀원들에게 애원하는 외침을 지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건, 이리 와봐!”

두 번째 날도 다를 것 없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니에스타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헤타페 CF의 주장인 다니 가르시아에게 패스 차단을 위해서 치고 나갈 타이밍을 배워보라는 지시.

가르시아는 발이 느린 편인 장신의 수비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볼 커팅 횟수가 적지 않았던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움직임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프리메라리가에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기도 하고.

‘진형을 유지하는 척하다가…, 지금!’

그 특훈이 꽤 효과적이었던 건지, 3일 차가 되는 날 속도를 올려 치고 나가야 할 타이밍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상대 팀이 돌리는 패스를 차단하는 장면을 다섯 번이나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수십 번의 도전 상황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쿠아바, 플랜 B다!”

“…오케이, 가보자!”

경기 3일 전, 훈련으로서는 4일 차.

유건에게 할당된 개인 지시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것만 신경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수비적 상황이 아닐 경우, 오른쪽 라인에서 자신이 공격을 이끌어가는 포지션인 것은 변함없으니까 말이다.

쿠아바와 같은 팀으로 뛰게 된 오후 훈련에서 그들만의 비밀 전술을 또 한 번 사용하고 있었다.

“이 멍청이들아! 우리는 A, B, C가 뭔지 알잖아!”

그러나 결과는 성공적이기는커녕, 한숨을 내쉬며 소리치는 다니 가르시아의 목소리만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는 상대 팀에게나 통할 것을 옆에서 팀 동료들이 다 듣는데 하자고 한 것이니까 말이다.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주고받아도 잘 통하는 쿠아바와의 호흡이었지만, 체력적으로 저하되는 훈련 막바지 시간이다 보니 화이팅을 위해 굳이 외쳤던 유건이다.

삐이익-!

“알지? 다른 방향으로 튀는 거…, 튀어!”

“이리 와라, 어린놈들아!”

마지막 훈련이 끝나자마자 집중력이 저하된 막내들을 혼내주기 위해 소리치면서 달려오는 주장을 피해 도망가는 유건과 쿠아바였다.

평소 말수가 없는 주장 가르시아였지만, 훈련 상황에서는 이렇게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그만의 팀원들을 이끄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부대끼면서 친밀함을 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다들 오늘도 가능해?”

“건, 삼십 분으로 늘려서 하자니까?”

어제부터 유건의 요청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그건 바로 정규 훈련 일정 이후에 추가적으로 이니에스타 감독이 내린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세 명 혹은 네 명이 번갈아 가며 유건의 주변으로 움직이면서 실제 경기처럼 패스를 돌린다.

헤타페 CF 팀원들은, 보통 두 명의 수비 선수를 중앙에 두고 함께하는 볼 돌리기 훈련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시간에는 한 명이었다.

휴식을 취하러 갈 수도 있는 그들이 흔쾌히 유건의 요청에 응한 것은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기특해서였다.

임대 온 지도 오랜 기간이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자신들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으아아, 내가 몇 번 말해 이 자식들아! 실수하는 척 한 번씩 뺏겨주라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봐주는 것은 일절 없었다.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지만 그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유건이 투정부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큭큭, 넌 조금 더 고생해야 돼 건!”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지르는 유건을 보며 쿠아바는 비웃고 있었다.

어제 훈련 이후에 붙었던 축구 게임에서 패배당한 이후 받았던 비웃음을 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

“오늘은 어떻게 보면 뜻깊은 날인데요! 프리메라리가에서 코리안 더비가 성사되는 날입니다!”

“맞습니다. 이미 발표된 라인업에서 손지민 선수와 유건 선수는 모두 선발로 출전이 예정되어 있죠.”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슈퍼스타에게 새롭게 나타난 초신성이 도전장을 내민다라…, 이건 못 참습니다!”

“아마 국내 팬분들께서도 그 기념비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중계방송을 많이 시청하고 계실 겁니다!”

5일 차 훈련을 끝으로 헤타페 CF는 바르셀로나 원정길에 올랐고, 경기 당일이 되었다.

안준성과 전지우는 보통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담당하고 있기에 다른 캐스터들이었다.

물론, 그들도 프리메라리가를 전문적으로 하기에 인기 있었지만 재미와 해설이 적절히 조합된 안준성과 전지우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렇게 재밌는 경기에서는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나 헤타페 팬이 아닌 이상 국내팬들로서는 양팀 모두 응원하면서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축따형, 이제 외쳐도 되죠? 용인 FC 입단 테스트 때부터 지켜본 팬으로서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 손지민이랑 같은 경기를 뛴다니, 미쳤다

└ 게다가 둘은 마주칠 상황도 많음. 진짜 오늘 경기 볼만할 듯

- 근데 축따형 손지민이랑 인사는 했을까?

└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갔지 않을까! 아 헤타페랑 바르셀로나가 거리가 좀 멀어서 처음 보는 상황이려나?

축따튜브에서도 다른 경기와 달리 오늘만큼은 유건에게 응원이 쏠리지 않았다.

손지민은 이미 몇 년째 슈퍼스타로서 국내 축구팬들의 새벽을 책임져주던 선수였기에 그의 팬인 사람도 많았다.

물론, 채널의 주인이다 보니 유건을 위한 응원이 더 많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여름 : 오빠, 나는 스페인 리그에서는 마드리드가 더 좋더라구. 바르셀로나한테 승점 3점 주지 마!]

유건을 좋아하고 그가 아스날, 헤타페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여름.

경기 시간에 맞춰 응원차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재촉한다.

하지만 유건은 그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엊그제 하던 대로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의 부담감을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심호흡으로 떨쳐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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