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68화 (68/208)

68화. 꽤나 멋진 조합

[헤타페 CF, 아스날 FC에서 또 한 명의 선수를 임대 영입하다]

[헤타페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스날 유스 최고 기대주 디데 쿠아바]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온 이후, 이적 시장 마감날까지 쉴 시간이 없었던 이니에스타였다.

에제를 판매하고 나서 쿠아바를 빠르게 영입해온 것은 좋았으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한정된 이적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될만한 선수를 영입해야 했으니까.

[25m 유로의 가격에 비야레알에서 헤타페 CF로 이적하는 마르코 바요스]

이니에스타의 최종 선택은 마르코 바요스였다.

비야레알의 베테랑이자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미드필더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선수.

나이가 다소 있어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그를 영입한 것이었다.

빌드업보다는 커팅과 포백 보호 역할을 담당하는 그는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유건의 반대인 왼쪽 메짤라 지역에 있는 선수도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났으니까 말이다.

“으하하!”

“너무 웃기다고, 건!”

쿠아바와 바요스의 합류로 인해 헤타페 CF의 영입생들을 위한 신고식의 스케일이 커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별튜버의 경험을 살려 자신을 희생하여 팀원들을 웃게 해주는 유건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

새롭게 환기되는 팀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현재 순위가 20위라는 게 거짓말이기라도 한 듯.

***

“건, 여기로 줘!”

“반대로 돌려 바요스!”

겨울 이적 시장이 끝난 뒤로, 헤타페 CF는 이제 본격적으로 리그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마르코 바요스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에는 유건, 왼쪽에는 라파 나바스로 구성되는 세 명의 미드필더 라인.

4-3-3의 대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요스가 아래쪽으로 처지면서 어떻게 보면 4-1-2-3의 진형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나바스, 돌아서도 돼!”

라파 나바스.

지난 시즌까지는 불안한 모습으로 주전 자리를 확고히 다지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은 달라졌다.

새로운 모습으로 팀의 왼쪽 라인을 이끌어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의 장기는 패스와 드리블 두 가지로 표현되었지만, 조금 더 드리블을 선택하는 횟수가 빈번했다.

쉽게 한 명, 두 명을 벗겨내고 팀의 공격권을 유지하는 성향.

동일한 두 가지 장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패스를 통해서 전체적인 경기를 풀어가는 유건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의 선수였다.

‘…꽤나 멋진 조합이란 말이야.’

그리고 자신이 구상한 미드필더진의 훈련을 바라보는 이니에스타 감독도 만족하고 있었다.

아직도 회자되는, [세 얼간이]라는 별명으로 국내 팬들에게 전설로 취급받았던 자신과 팀원들의 레전드 조합.

세르히오 부스케츠, 사비 에르난데스와 함께 세계를 지배했던 그 시절과 조합상으로는 비슷했으니까.

물론 실력 차이는 존재하는 게 당연했지만 말이다.

“쿠아바, 나이스!!”

“괴물 같은 놈!”

게다가 헤타페 CF의 마지막 퍼즐을 찾았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유건과 함께 아스날에서 임대로 영입을 해온 쿠아바.

연계는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볼을 키핑하거나, 돌아서면서 파고드는 움직임이 모두 수준급이었다.

만약 유건이나, 나바스 둘 중에서 한 명이 킬패스를 뿌려주는 선수로 바뀐다면 전설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었다.

노르웨이 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낸 마틴 외데고르와 엘링 홀란드의 전설적인 조합이.

“거기서는 한 번 더 드리블을 쳐서 압박을 나왔어야지!”

“나바스, 패스를 한 템포 빠르게!”

“그 위치는 절대 실수가 나와서는 안 되는 포지션이다, 바요스!”

입맛에 맞게 구성된 스쿼드로 전술을 짜고, 유기적인 흐름으로 플레이하는 것.

그건 바로 헤타페 CF의 감독인 이니에스타의 역할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답게 엄청난 전술 지시까지는 필요도 없었지만, 세부적인 움직임이라면 지도해줄 수 있었다.

공간을 이해하는 움직임과 티키타카라 불리는 패스, 패스 그리고 또 패스를 통해 플레이하며 득점을 노리는 전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그였으니까.

“마르티노, 올라와!”

“리턴 주고 안쪽으로 움직여, 실바! 오버래핑 공간 만들어줘 봐!”

유건도 훈련을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계속해서 맞춰가고 있었다.

특히 공을 가장 많이 주고받을 나바스, 바로스는 물론이고 함께 오른쪽 라인을 담당할 마르티노, 실바와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일정이 끝나고 돌아간 집에서 매일같이 길게 전화하는 나여름을 제외하면,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다가올 경기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었다.

실전에서 나올 상황에 대해 토론하거나, 거기에 대한 대처 방법까지 예상해보는 게 결국 훈련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였으니까.

“자, 오늘은 여기까지!”

마지막 체력훈련에서 각자 남은 힘을 쥐어짜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훈련 종료를 알리는 이니에스타의 목소리가.

새로운 영입생들이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 덕분에 헤타페 CF는 전체적으로 활기가 돌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들의 현재 분위기로만 본다면 일차적인 목표인 리그 강등권 탈출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성공적으로 해낼 것 같았다.

그게 끝난다면, 리그에서는 매경기 승리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국왕컵에서 좋은 성적을 목표로 뛸 예정이었다.

“쿠아바, 오늘은 빨리 끝내자. 파티 가야 된다!”

훈련 이후에 예정된 일정은, 가장 먼저 쿠아바가 도착한 뒤 매일같이 하고 있는 언어연습.

영어가 부족한 유건과 스페인어가 부족한 쿠아바가 서로 가르쳐주면서 언어교환을 통해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면 할수록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친구 사이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 특별하게 오늘 준비된 일정은 비슷한 시기에 이적을 한 바요스가 매매한 새로운 집에서 진행되는 파티.

“알고 있다니까! 그만 좀 보채, 이 춤에 미친놈아.”

임대를 온 유건과 쿠아바는 구단에서 마련해준 집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수영장이 있는 팀원들의 집에서 파티가 있을 때는 빠짐없이 참석했다.

오히려 이제는 광란의 파티를 먼저 나서서 하게 되어버린 유건이 풀파티 느낌을 내기 위해 그런 곳에 빠지지 않는 것은 비밀.

그리고 사실 쿠아바는 춤을 추기보다는 항상 참석하는 유건과 노는 게 재밌어서 함께 따라가는 것도 비밀이었다.

물론, 그가 나중에는 어떻게 변화될지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아는가.

리듬을 타는 유건의 몸짓을 보며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이제는 댄스파티를 주도할 정도가 돼버린 용인 FC의 이윤성처럼 변할지.

***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경기가 우리에게는 결승전이다.”

“강등권을 탈출한다는 일차적인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 다가오는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된다.”

“우리보다 한 계단 위, 지난 시즌에 승격한 19위의 마요르카를 이기지 못한다면 어려울 거다.”

어느새 이틀 뒤로 다가온 다음 일정.

약 17,000여 명을 수용 가능한 홈구장 콜리세움으로 상대 팀을 불러들이는 경기였다.

승점 2점을 앞서가고 있는 19위 마요르카와의 최하위 결정전.

양팀 모두 다음 시즌에도 프리메라리가 1부리그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라는 단어가 필요한 경기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예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통 강팀을 상대로는 5백 전술, 이길 수 있는 상대 팀이라고 생각하면 변칙적인 전술을 선택하는 상대 감독이다.”

마요르카를 이끄는 감독은 보통 확실하게 평가되는 강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상위권 팀들을 상대할 때는 5백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 팀들을 상대로는 변칙적으로 전술을 변형시켜 지난 시즌 우수한 성적으로 마요르카를 승격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1부리그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자주 전술이 변경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선수들이 매번 포지션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였으니까.

더군다나 이곳은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그쪽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닌가.

프리메라리가라는 리그는 말이다.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어떤 전술이라도 상대할 수 있게 훈련하자고, 자 시작하자!”

그에 반해 이니에스타는 전술을 하나로 고정시키고자 했다.

이니에스타가 헤타페 CF의 후반기를 위해서 준비한 것은 4-3-3 포지션에서, 비대칭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스위칭하는 전술.

빌드업 과정에서는 3-2-2-3의 포지션으로 바로스가 아래쪽에서 전체적인 플레이의 안정감을 가져온다.

그러나 공격 과정에서는 센터백과 사이드백 한 명을 포함해서 총 3명이 쓰리백을 만든다.

오른쪽으로 공격을 할 때는 마르티노가, 왼쪽으로 공격을 할 때는 왼쪽 사이드백이 올라가 미드필더진에 숫자를 더해준다.

‘…단순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편해지네.’

그 효과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유건이 체감하고 있었다.

사이드백이 올라와 주면서 순간적으로 미드필더진의 숫자는 4명이 되고, 그로 인해 패스 루트가 하나 추가가 된다.

그리고 만약 오른쪽 사이드백이 올라오면 유건이 조금 더 전진해서 공격을 진행하고 나바스가 중앙 쪽으로 지원을 온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

그렇게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약간 뒤에서 받쳐주는 진형을 만드는 전술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나이스 커팅, 바요스!”

“완전 날아다니는데?”

이니에스타가 그 전술을 선택한 것은 바요스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베테랑 선수답게 적절한 위치에서 볼 배급을 하고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

올림픽 대표팀으로 치자면 박창수와 김현규를 조금 합쳐놓은 선수였고, 커팅과 수비 능력도 꽤 뛰어났다.

그러나 전 소속팀에서는 그런 부분보다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전이 밀려서 이적을 결심하게 되었고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유건과 나바스가 양쪽의 공격을 주도하고 전방에서 버텨줄 수 있는 쿠아바의 합류로 인해서.

덕분에 바로스는 굳이 전진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만을 활용해서 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후우, 후우! 다들 고생했다, 젊은 놈들아!”

젊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되는 와중, 최고참으로 영입된 게 마르코 바요스였다.

35살의 나이인 그가 훈련이 끝난 지금 이 순간 체력이 가장 방전된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힘이었다.

그의 존재감이 필요한 전술이었기에 부상이나 체력 부분에서 관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가 경기장에 없다면 유기적인 움직임과 플레이들이 뚝뚝 끊어질 것이다.

맞물려있는 톱니바퀴 중 가장 큰 톱니바퀴가 멈추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니까.

‘…자리는 잡은 건가.’

유건이 걱정했던 주전의 자리.

이미 이니에스타가 주전으로 생각하면서 임대를 요청했지만, 그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자리 잡았다는 생각은 이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다음 경기에 대한 활약을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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