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67화 (67/208)

67화. 전화 한번 바꿔보겠나

[헤타페 CF 간판 스트라이커 엠마누엘 에제, 아틀레틱 빌바오로 이적!]

[20m 유로(한화 약 260억)에 팀 에이스를 팔아버린 헤타페, 자연스레 강등의 길로 향하나?]

[스트라이커가 없는 팀 스쿼드에서 이니에스타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헤타페 CF의 이니에스타, “그는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선수라고 해서 규율을 어기거나 자기 자신만 아는 행동들은 옳지 못하다”]

겨울 이적 시장을 약 10일 남기고, 개인 합의를 완료한 채 구단으로 복귀했던 에제였다.

이니에스타 감독으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마음이 떠나서 팬들을 위해서, 팀의 승리를 위해서 악착같이 뛰지 않는 선수는 필요 없었으니까.

게다가 좋은 유망주를 사기에는 많이 모자란 돈이었지만 이게 어디인가.

벤치에 두었다가 FA로 이적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조건이었다.

- 축따형 괜찮은 거 맞지? 에제 쟤 헤타페 에이스 아니냐

- 이니에스타가 생각 잘하고 보낸거 아닐까! 다른 선수 영입하겠지

└ 이거 에제가 땡깡 부려서 마지못해 보내주고, 급하게 찾고 있는 상황 같은데 진짜 최악 아님?

- 마르티노까지 영입될 때는 진짜 잘 될 줄 알았는데, 아직 이적 시장 남았으니까 기다려보자!

축따튜브에서도 헤타페 CF의 현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는 얘기가 오고 갔다.

채널의 주인인 유건이 지금 임대를 가 있는 팀이었으니까.

축따형을 응원하는 팬들로서는 희망회로를 돌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대비책이 있기에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제가 생각하는 후보는 이렇게 세 명입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방향은 알겠지만, 앞의 두 선수는 구단의 재정으로는 불가한 영입입니다.”

하지만, 헤타페 CF의 내부 사정은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었다.

이니에스타가 원하는 세 명의 후보를 제시해보지만 바로 돌아오는 대답은 재정 문제.

에제를 판매한 금액까지 포함해서 30m 유로가 이번 이적 시장에서 남은 금액이었다.

외국인 쿼터로 영입할 수 있지만, 그 정도 금액으로는 에제보다 좋은 스트라이커를 사기에는 불가능.

“역시 마지막 선수가 베스트 아닌가요? 이 선수를 데리고 오면, 우리는 자금을 미드필더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도박입니다, 너무! 우리는 강등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구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미들진 뎁스를 강하게 가져간다면 충분히 활약할 만한 선수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일종의 도박 수를 생각해낸 이니에스타였다.

누구를 사더라도 에제보다 못한 스트라이커라면 공격수는 가능성에 투자하고 스쿼드를 강화하자는 것.

그 마지막 선수에 대한 스카우터 팀의 의견은 반반.

꽤나 극명하게 갈렸다.

“이사진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자구요, 매물로 나온 공격수 자체가 많지 않아서 후보 자체가 없습니다.”

“그때까지 공격수는 더 찾아보는 걸로 하시죠.”

“아…, 혹시 제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 괜찮은 미드필더도 찾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니에스타의 주장은 어차피 에제보다 못한 공격수를 영입할 거라면, 도박성이 짙은 공격수를 영입하고 숫자가 적은 미드필더를 보강하자는 의견.

그리고 반대되는 의견은 그래도 팀의 득점을 책임지는 스트라이커인데 더 좋은 선수가 와야 한다는 의견.

그 의견들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주어진 기간은 길지 않았다.

단 10일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스쿼드야, 그대로 되어야만 해.’

그러나 이니에스타는 마음속으로는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야만 가장 좋은 스쿼드가 완성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여타 다른 부자 팀들처럼 지원되는 자금이 많다면, 다른 얘기긴 하겠지만 말이다.

***

“감독님도 이 생각에 동의를 하신 겁니까?”

“제가 구상한 스쿼드를 제안했습니다.”

“혹시, 시즌이 끝나면 다른 팀으로 가기로 얘기가 되었습니까? 이게 대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사님께서는 다른 대안이 있으신지요?”

“….”

에제를 판매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 상황을 대처할지는 오늘 처음 듣는 헤타페 CF의 이사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계획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자금이 충분한 구단주들이 축구계로 들어오면서 시작된 이적료 인플레이션.

어느샌가부터 그 가격이 시세가 돼버리면서, 30m 유로라는 금액은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니었으니까.

특히 공격수는 더 비싼 편이었으니 이사들이라고 해도 확실한 대안을 내줄 수가 없었다.

“먼저 제 추가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보셨듯이, 유건 선수의 볼키핑과 공격 전개 및 좌우 전환 능력은 아주 출중합니다.”

“답답했던 공격 코스를 유연하게 바꿔줄 수 있는 선수죠.”

그럼에도 반응이 미진한 이사진을 설득하기 위해서, 설득을 위해 준비해온 말을 천천히 이어 나가는 이니에스타였다.

유건의 사진을 화면에 띄우면서 지난 경기의 영상들을 틀어준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압박을 벗어나면서 공을 지켜낸다.

그리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왼쪽이 막힌다면 오른쪽을, 반대라면 다시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시키는 장면들.

아직 단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이니에스타가 말하는 유건의 장점만은 아주 잘 드러났다.

“그리고, 원래 우리 팀 왼쪽 라인은 강했습니다.”

“거기에 실바와 궁합이 좋은 마르티노가 영입되면서 지난 경기부터 바로 오른쪽 라인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원하는 건 유건 선수의 패스 선택지를 늘리면서도 중앙 지역에서마저 강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꼭 그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출중한 연계 능력만 보여주어도 가능한 일입니다.”

다음으로는 팀의 약점을 먼저 언급하고, 그게 어떻게 보완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약점으로 언급되던 오른쪽 라인이 강해진 것은 사실 유건보다는 마르티노의 스타일이 실바와 맞아서인데, 자연스럽게 그런 말은 넘어가는 이니에스타였다.

그럼에도 설득력이 있었다.

앞으로 전술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말을 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으니까.

“…저는 동의하겠습니다.”

“그럼 저도, 잘 부탁해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성공이었다.

이사진의 승인이 떨어진 그 순간, 양팔을 크게 뻗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이니에스타였다.

하나의 숙제를 끝낸 이상 마음이 편안해질 수도 있었지만,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내일 당장 원정 경기를 위해 떠나게 됨으로써 전술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보강을 위한 미드필더를 누구로 영입할지에 대한 고민도 잊으면 안 되는 생각이었고.

‘…친구, 내가 곧 전화하겠네.’

그리고,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영입 후보로 꼽혔던 선수의 감독에게 말이다.

***

“나이스, 건!!”

헤타페 CF 1 : 0 셀타비고

레알 베티스전에 이어서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셀타비고에서 펼쳐지는 원정 경기.

그래도 두 번째 경기라서 그런지, 팀원들에게서 유건에게로 들어오는 주문이 지난 경기보다 훨씬 많았다.

훈련에서 점차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고,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는 경기에서 왼쪽,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고 있는 유건이었으니까.

전반 32분, 헤타페 CF에서 먼저 터트린 선제골도 그의 발에서 나왔다.

“잡지 않고 실바가 바로 돌려준 덕분이지! 이대로만 가자.”

멋진 기점 패스를 건네준 자신에게 칭찬을 하는 팀원들의 목소리에, 그 공을 카를로스 실바에게 돌리는 유건이었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이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마르티노의 패스를 곧바로 자신에게까지 다이렉트로 연결시켜 준 그였다.

실바의 등 뒤에는 사이드백이 붙어있는 상태였었기에 그저 희망이었었다.

하지만 팔을 뒤로 뻗어 수비의 움직임을 방해하면서 정확하게 리턴 패스를 준 것.

“마르티노도 오버래핑 나이스였어!”

그리고 그 패스를 실바가 공을 잡기도 전에 앞의 공간으로 뛰어가는 마르티노에게 전달시킨 유건.

오른쪽 사이드백, 미드필더, 윙어가 만들어낸 삼각 대형의 패스.

모두 원터치로 일어난 패스 플레이였기에 셀타비고의 수비수들은 그저 쫓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공이 마르티노의 발을 떠난 것이 불행이었지만 말이다.

곧바로 달려 들어오는 왼쪽 날개 선수의 머리를 향해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덕분에 그 이후로 골이 터지지 않았던 경기가 후반 40분이 되는 지금 이 순간, 리드하고 있었던 헤타페 CF였다.

“전환하게 더 벌려서 서줘!”

“지금 나한테 찔러줘!”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유지하며, 아직까지 쉬지 않고 팀원들과 위치를 조절하면서 패스를 주고받는 유건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방심할 생각이 없었다.

작은 실수만으로도 그게 실점으로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는 수준 높은 리그였으니까.

‘아! 조금 더 감아서 찼으면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추가골이자 데뷔골을 넣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꽤 멀리서 찬 것 치고는 임팩트가 좋아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조금 발로 밀어 차게 되면서 회전이 덜한 채로 빠르게 날아갔기에 골대 옆을 살짝 스쳐 지나갔던 것.

삐이익-!

하지만, 경기가 끝나는 휘슬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리그 20위에 위치한 헤타페 CF가 연패를 끊고 승점 3점을 따내는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유건으로서는 프리메라리가에서 첫 승을 거두게 되는 순간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리고 경기가 종료되고 모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그때쯤, 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뒤늦게 들어오던 이니에스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그가 최근 가장 기다리고 있던 사람.

영입을 위해 일전에 연락을 했었던 선수 시절 당시 친구였다.

“아르테타! 혹시 결정 났나?”

“…1부의 경험은 그에게도 좋으니까, 게다가 건이랑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것 아닌가.”

“고맙네, 고마워! 내가 자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부상 조심하도록 하면서 출전시키겠네!”

발신자의 정체는 아스날 FC 소속 유건의 감독, 아르테타였다.

그리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임대를 해온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이 될 정도의 선수의 감독 말이다.

“전화 한 번 바꿔보겠나? 화상으로 돌리자고.”

“환영이지!”

아르테타의 제안과 함께 휴대폰의 액정에는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쁘게 대답하며 이니에스타가 화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가는 순간,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아르테타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거대한 피지컬의 흑인 선수가.

“안녕하세요, 쿠아바입니다.”

아스날에서 주전으로 데뷔하기 전에, U-23 리그를 무참히 폭격하고 있는 디데 쿠아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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