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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따-50화 (50/208)

50화. 패스도 잘합니다, 선배님들

- 축따형! 축따형! 축따형!

- 제발 침착하게 차자 형. 이때까지 잘해왔잖아!

공을 내려놓는 유건에게 많은 이들의 기대가 달려있었다.

축따의 팬들마저도 오늘은 유건이 무조건 골을 넣는 것이 아닌, 못 넣을 수도 있을 상황에 긴장하고 있었다.

“유건 선수!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오늘 그 종지부를 찍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선수단 중에서 유건 선수가 가장 나이가 어리거든요! 긴장하지 않고 막내의 패기를 보여주기를 바라봅니다!”

승리와 동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단 한 골이 필요했기에 캐스터들도 본분을 잊고 극도로 흥분하며 중계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 키커가 실수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어차피 알고 있잖아, 따라야지.’

머릿속에 울리는 메세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건의 선택은 당연했다.

파넨카킥을 시도하겠다는 그 도박.

‘후우, 후우!’

하지만 그것도 긴장한 상태에서는 찰 수 없었기에, 깊게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아본다.

새까만 암흑이 가득한 시야 속에서 약 2초가 1분처럼 느껴졌던 유건.

마침내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다시 눈을 뜨고 골대를 바라본다.

힐긋-! 힐긋-! 힐긋-!

골대의 왼쪽, 오른쪽, 중앙.

차례대로 시선을 한 번씩 돌려보는 유건의 눈동자를 잉글랜드의 골키퍼가 쫓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목적지는 정해둔 상황이기에.

우우우우-!

공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진 유건의 발이 떨어지는 그 순간, 경기장에는 야유가 더 많았다.

바르셀로나라는 지역 특성상 한국인들보다는 잉글랜드인들이 더 거리가 가까웠기에 잉글랜드 원정팬들이 더 많았던 것.

그들의 야유를 들으며 두 번째 발자국을 내디딘다.

마지막 도움닫기.

슈팅을 위한 오른발이 공에 닿기 전, 디딤발이 되는 왼발이 세 번째로 도착한다.

그리고 곧바로…,

투욱-!

‘…아 미친, 좀 세게 맞았는데!’

보통 슈팅을 차는 소리와 다르게 땅볼로 밀어 넣을 때나 나는 사운드가 들렸던 건 착각일까.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제발 나가라!!”

그중 보통의 파넨카보다 조금 더 높게 떠오르고 있는 유건의 공을 보며 소리치는 한 사람.

바로 잉글랜드의 골키퍼였다.

오른발을 많이 쓰는 선수 특성상 왼쪽으로 차는 게 편하기에 분석이 되지 않은 유건의 페널티킥을 막기 위해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게 뭔가, 어린 선수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파넨카킥을 찰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발로도 막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오는 그 공을 보며,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티잉-! 투욱, 투욱-!

하지만, 골대의 위쪽 크로스바의 중간 부분보다 약간 아래를 맞히고는 힘이 빠진 채 땅으로 떨어지는 공.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봤을 때, 아슬아슬하게 골라인에 걸친 것 같아 보이는 공에 손을 들며 노골이라고 주장하려 했던 잉글랜드 골키퍼.

심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골인을 선언한다.

“으아아아아아아!!”

“이 미친놈아! 이 상황에 간도 크다!”

“으하하, 우리 동메달이다!!”

바로 그 순간, 땀에 젖은 유니폼을 벗어 던지며 포효와 함께 달려가는 유건은 페널티킥을 하나 막아낸 대한민국의 골키퍼와 힘차게 포옹한다.

그리고 그 둘을 껴안으러 달려오면서 한 마디씩 외치는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감독과 코치들.

원정팬들 앞에서 감사의 인사를 하며 승리를 만끽하는 그들 뒤로 보이는 광경.

유건이 파넨카킥으로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들어가 있었다.

골라인을 아주 살짝 넘어서, 골인으로 인정되는 안쪽으로.

“파, 파넨카킥이라니요! 이 상황에서 유건 선수, 정말 대단한 강심장입니다!”

“…말이 안 나오는군요. 저 어린 선수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하고 싶은 유일한 말은 확실하게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로 나타나 줘서 고맙다는 말입니다!”

중계를 하는 안준성과 전지우가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파넨카킥.

골키퍼가 몸을 먼저 날렸을 경우에만 골대 안으로 골인시킬 수 있는, 살짝 찍어 차듯이 차는 페널티킥의 한 종류.

그건 어떻게 보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 으아아 축따형! 미친 거 아니냐고!

- 와, 이건 인정한다. 미친 강심장 아니면 진짜 시도도 못 할 슛인데

- 축따형 설마 이것도 지단 따라 한 거 아님?

└ 그랬으면 진짜 축따형 초심 지키는 거 인정. 월드컵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그 미친 걸 따라 하다니!

축따튜브의 채팅창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

유건의 별튜브가 만들어졌을 당시만 해도 지금 이 순간을 상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단언컨데, 유건 스스로도 먼 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으아아아!”

그리고 아직까지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포효를 계속 내지르는 경기장 위의 유건이었다.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메세지가 행운을 가져다준 것도 까맣게 잊은 채로 말이다.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수상하세요 (1/1)]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서 파넨카킥으로 골을 넣으세요 (1/1)]

[전설적인 장면을 완벽하게 따라 했습니다]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59.32%]

게다가 반쯤 떠난 유건의 정신으로는 정말 들을 수가 없었다.

행운은 겹쳐서 찾아온다는 말처럼 한 번 더 울려 퍼지는 행운의 메세지를.

동기화율이 한 번에 3%나 올랐는데도 말이다.

***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동메달!]

[멋지게 경기를 마무리 짓는 데 성공한 유건의 파넨카킥]

[김진용 감독,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메달을 딸 수 있었고, 좋은 결과의 공을 그들에게 돌리고 싶다”]

[강병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유건, 명실상부 에이스!]

경기가 끝나고 뉴스 기사는 무지막지하게 쏟아졌다.

세계인의 스포츠인 축구라는 종목에서 올림픽 대표팀이 만들어낸 동메달이라는 성과에.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경기의 결과가 나오고 난 후, 다른 선수들도 조명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주인공은 유건이었다.

그가 올림픽에서 5경기에서 만들어낸 공격포인트는 2골 3어시스트.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쌓은 유건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마셔, 마셔라!”

“오늘은 마음껏 마셔도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분의… 잠, 잠깐!”

“으하하,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물론, 동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은 숙소로 복귀하자마자 파티를 벌이느라 기사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잔을 들고 선수단에게 축하를 전달하는 김진용 감독은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김수영의 주도하에 감독과 코치진을 위해서 번갈아 가며 헹가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 막내, 한잔하자!”

“얘들아 다들 수고 많았어!”

“형들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행히도 유건의 위치선정은 빛을 발했는데, 김수영과 송화경, 김현규가 있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아직 올림픽 대표팀에는 서울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유건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친한 선배들 옆에 붙어있다가 냉큼 앉아버렸던 것.

짜안-! 짜안-!

‘…한국 가서도 꼭 용인 FC 사람들이랑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원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실 수 있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유건이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즐기고 마실 수 있는 자리를 소속팀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서 더 바라고 있었다.

돌아가서 치르게 될 FA컵의 트로피를.

[루이스 : 형 못 믿냐? 잘 지켜봐라, 월드클래스란 무엇인지 보여줄 테니]

한창 자리가 무르익어가던 중에도 유건은 꽤 자주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두 명과의 연락 때문이었다.

바로 내일 브라질과의 경기가 있는 자신의 절친 루이스.

지지 말라고 장난스레 연락했을 뿐인데 허세를 부리며 답장을 해오는 루이스가 첫 번째 연락의 주인공.

[여름이 : 그럼 모레 아침에 바로 출국하시는 거네요? 세 밤만 자면 우리, 다시 보네요?]

조금씩 마음을 내비치며 다가가는 유건에게 거부하지 않고 다가와 주는 나여름이 두 번째 주인공이었다.

꽤나 길었던 그들의 썸은 한 시즌이 끝나가고 있는 시기에,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각자에게 조금 더 소중한 존재로 새 출발을 하는 그곳으로.

***

“루이스! 한 골 더 넣으라고!”

다음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올림픽 축구 결승전이 치러지는 스타디움.

경기가 끝나고 메달 시상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선수단도 모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 목소리를 크게 내며 루이스를 응원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유건.

한 골을 더 애타게 넣으라고 외치는 이유는 후반전 35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전광판은 전반 38분경부터 1:1이란 스코어를 나타내고 있었으니까.

“…에르난데스 저놈은 다시 봐도 패스 정확도 같은 게 대단하네. 브라질이 이길 수도 있겠는데?”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잡아주니까 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나도 브라질에 한 표.”

“저두요!”

유건의 주변에서 얘기를 나누는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는 브라질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오늘 토마스 에르난데스는 미드필더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리오넬 마르티네스, 헤르만 피코가 압박을 끊임없이 가해도 어떤 방법으로든 풀어서 공격지역까지 연결시켜 주었다.

“미들이 밀리니까 아르헨티나에서 패스 뿌려줄 사람이 없어져 버렸네.”

그런 얘기가 나올 만큼 중앙 지역을 뺏긴 아르헨티나는 볼을 점유하는 부분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말에 틀린 점이 하나 있었다.

‘…루이스는 패스도 잘합니다, 선배님들.’

패스보다 드리블을 더 잘할 뿐인, 축구 자체를 환상적으로 하는 자신의 친구를 대신해서 말의 모순을 속으로 짚어준다.

그리고, 유건의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후반 41분경, 토마스 에르난데스의 체력이 떨어진 건지, 롱패스가 살짝 짧게 떨어졌고 곧바로 아르헨티나의 공이 되었다.

그것을 이어받는 것은 사이드 지역에 빠져있던 후안 루이스.

이번에 그가 선택한 것은 치고 나가는 드리블이 아닌 킬패스였다.

에르난데스가 롱패스를 뿌리는 순간 전체적으로 진형을 올리고 있던 브라질의 중앙 수비 사이를 통과하는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를 향한 패스.

스으으-!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왼쪽 사이드에서 감아 찬 공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을 하며 차단하기 위한 수비수의 발을 피해, 달려가는 공격수의 발에 정확하게 안착된다.

명백한 일대일의 상황.

빠르게 뛰쳐나온 편이었던 브라질의 골키퍼였지만, 침착하게 가속을 이용해 한쪽 방향으로 툭 쳐놓고 달리면서 제쳐내고는 골대를 향해 밀어 넣는다.

와아아-!

“미, 미쳤네 저놈!”

경기장에 있는 아르헨티나 원정팬들뿐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시에 환호를 내뱉었다.

대지를 가로질렀던 루이스의 패스는 환상적이었으니까.

물론, 브라질의 원정팬들이 있는 자리는 침묵만이 가득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종료를 알리는 결승 골이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축구 종목.

금메달, 아르헨티나.

은메달, 브라질.

동메달, 대한민국.

득점왕, 후안 루이스.

결승전 MVP, 후안 루이스.

유건의 첫 국제대회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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