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대체 얼마나 엉망인 거야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8강전 진출!!]
[다음 시즌 이적시장의 대어가 되어버린 유건, 과연 그의 행선지는 어디로?]
[환상적인 동점 골을 터트린 유건, “선배님들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 김진용, “목표는 8강이 아닙니다. 다음 경기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르헨티나전이 끝나고는 유건이 이때까지 해본 경기 중에서 가장 많은 뉴스 기사가 쏟아졌다.
주를 이룬 것은 8강 진출을 축하하는 기사들이었지만, 경기력을 칭찬하거나 개개인의 선수를 치켜세우는 기사들도 있었다.
[대한민국, 아르헨티나에게 2대1로 패배]
[코트디부아르보다 높은 골득실로 8강에 진출하는 대한민국!]
물론, 루이스의 발등에 제대로 얹힌 슈팅이 골대의 그물을 흔들면서 경기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집트를 3대1로 이겨놓았던 덕분에 골득실 1개 차이로 가까스로 8강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이었다.
“그럼 이제 방송 시작하는 거야? 정말 축하해 여름아!”
“오빠도 8강 진출 축하해요! 축하 파티 할 거라는 생각에 다음 경기에서 지지 말고 메달까지 따고 와요.”
“에이, 내가 설마 그러겠어? 너랑 전화하는 시간 빼고는 축구만 한다고.”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아무튼 한국 복귀하면 본방 사수 꼭 하는 거 잊지 마요!”
경기 전에 비해 자신과 관련된 뉴스가 훨씬 많아지고, 팬들의 관심도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지만 유건의 현재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팀 훈련 일정에 맞춰서 움직이고 시간이 날 때면 나여름과 전화하는 데만 신경을 썼으니까 말이다.
“형들! 약속 잊지 않으셨죠? 형들도 결승 가는 겁니다!”
“나만 믿어라 막내야, 범호형은 믿지 말고.”
“어허, 장유유서란 게 있다 바람아. 형만 믿어라! 서울 유나이티드한테 복수할 기회를 만들어놓을 테니 메달까지 따고 와라!”
다음 통화의 주인공들은 용인 FC의 박범호와 강바람.
한국시간으로 내일 진행될 FA컵 4강전에 대해 응원을 하기 위해 영상통화를 걸었고, 미리 연락은 하고 있었기에 바로 받는 그들이었다.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먼저 응원을 해준 팀의 선배들에게 이번에는 유건이 할 차례.
잠시 떠나있지만 자신의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결승에 가야 서울 유나이티드를 만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그들도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기고 올라와야 하겠지만.
덜컥-!
“건아! 시간 됐어 인마, 전화 끊고 가자.”
“진짜 형들만 믿…, 아 네! 저 시간돼서 먼저 가볼게요. 화이팅하시구요!”
이윤성, 김대건을 비롯한 용인 FC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통화하다가 마무리를 지으려던 중, 문을 열고 유건을 부르는 김수영.
어제 치열했던 경기가 끝난 터라 오전에는 회복훈련만 진행했고, 오후에는 대진표가 발표된 8강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하는 일정.
국제경기 특성상 한 라운드가 끝났음에도 당장 3일 뒤에 경기가 예정되어 있을 만큼 휴식을 취할 시간은 없었다.
“다들 알다시피 어제 발표된 대진표대로, 우리의 8강 상대는 멕시코다.”
“조 편성 덕분에 브라질, 프랑스, 영국, 스페인을 피한 건 다행이지만 방심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예선을 뚫고 온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감독님!”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바로 멕시코.
상대적으로 약체로 꼽히는 B조에서 1위로 올라온 팀이었기에 다른 조의 1위 팀들을 만나는 것보단 행운이었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방심을 할 수도 있는 선수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건 역시나 김진용 감독.
그 역시 용인 FC의 이상찬 감독과 비슷한 면이 있는 덕장이었다.
“…나는 직전에 우승 후보와 멋진 경기를 펼친 여러분도 우승 후보라고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여정이 어디서 멈출까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고 앞에 길이 있으니 다 진행된 뒤에 뒤를 돌아보자.”
“선발 라인업은 내일 발표할 생각이니 오늘은 휴식에 중점을 두자고.”
훈련 일정 브리핑 및 경기에서 주의할 선수 등 전술에 대한 얘기까지 진행하고 나서야 오후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끝을 장식하는 감독의 선수들을 치켜세우는 한마디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목표 의식을 세워준다.
‘멕시코라….’
모여있던 장소에서 하나둘씩 떠나는 선수들이 눈에 보였지만 아직 머릿속으로 상대를 그려보고 있는 유건.
그들 중에서도 자신이 상대했던 마르무쉬, 쿠아바, 둠바 등의 실력이 월등한 선수가 있지만 이제 두려움은 없었다.
동 나이대에서 그런 선수들이 네 명이나 포진되었던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해보았기에 말이다.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우리도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리고 아직까지 남는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미련.
후반전에 피코, 마르티네스를 필두로 한 상대 팀 선수들의 견제에 전진패스보다는 측면과 백패스를 많이 했던 게 계속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조금 더 잘했다면 충분히 동점 골과 그것을 넘어 역전 골까지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과 함께.
***
“윤성이형 나이스!”
“대건이형 믿고 있었다니까!”
“아 범호형…, 휴 다행이다!”
“아자아아아! 됐다!”
다음날, 오전 훈련을 끝낸 유건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용인 FC의 FA컵 경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연장전까지 무승부로 이어진 경기는 PK에 돌입했고, 강바람의 슛을 마지막으로 승리에 성공했다.
상대의 마지막 키커가 골대를 벗어나는 홈런을 날려준 덕분에 말이다.
파앙-! 파앙-!
“…아으, 같이 떨어질 수 있었는데!”
“이왕 올라간 거 복수나 해줘라!”
손을 번쩍 들고 침대에서 격정적으로 제자리뛰기를 하며 기쁨을 표현하는 유건.
그의 옆에서 용인 FC의 결승 진출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호준과 복수를 부탁하는 김현규.
양두광, 박창수, 정상백이 빠진 서울 유나이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는 에이스들이 빠졌다.
‘그놈들도 주전이긴 한데 말이지….’
서울 유나이티드의 3인방도 주전이었기에 큰 공백이 있었겠지만, 이호준과 김현규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크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리그 1위를 유지하는 선수단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2위 팀을 계속 몰아붙였다.
덕분에 2대0으로 승리하고 먼저 결승에 가 있었기에 용인 FC의 결과를 위해 유건의 방에 모여서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복수는 유건이에게 맡기고 우린 할 일 하러 가보자고, 친구들.”
김현규, 이호준과 동갑내기였던 김수영은 팀의 패배에 대한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해주려고 밖으로 불러낸다.
그들의 어깨를 양팔로 감싸 안으며 위로해주려는 의도와 함께 말이다.
오후 일정이 시작하려면 아직 30분가량 남았는데도 나간 것을 보면 확실히 그래 보였다.
그들을 따라나서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유건이었고, 오후 훈련 준비를 빠르게 마친 후 먼저 나간 선배들을 쫓았다.
용인 FC 선수단이 단체로 들어와있는 채팅 어플 방에 장난 섞인 칭찬을 써놓은 뒤에.
[유건 : 형님들, 오늘 너무 멋있으셨습니다! 저도 8강 이기고 메달까지 따고 돌아가겠습니다!]
[유건 : 범호형 키퍼 손에 막히는 줄 알고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
“어제 브리핑했다시피 멕시코는 양쪽 윙백이 핵심이고, 크로스를 주된 공격 루트로 삼고 있다.”
“단순한 공격을 추구하지만 그게 많은 팀에게 먹힌다는 것은 이미 좋은 전술이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그에서 각각 활약하고 있는 멕시코의 양쪽 윙백들은 정확한 크로스를 자랑했다.
앞으로 3일,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김진용 감독은 첫날부터 헤딩 연습의 시간을 엄청 늘렸다.
그들의 전술을 인정하고 핵심 공격 루트를 통한 상대 팀의 득점을 방해하기 위해서.
“호준이와 화경이는 수비 가담을 이전 경기들보다 훨씬 많이 해줘야 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바로 교체할 생각이다.”
“두광이도 언제든 들어올 수 있게 준비해두고!”
“내일은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가 진행될 것이니 다들 그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뛰어라.”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이드 라인.
김진용은 상대 쪽 윙백에서 나오는 크로스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의 양쪽 날개가 일차적으로 압박.
그리고는 이차적으로 사이드백이 최종적으로 수비를 해야 조금 더 쉽게 막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미드필더 지역에서 공이 전달되는 것을 막거나 함께 싸워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었고 말이다.
콰앙-!
코치들의 지도에 맞춰 시작된 크로스 및 수비 연습.
상대적으로 아래쪽 지역에 머무는 김현규와 박창수는 크로스에 대한 수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유건은 사이드백들과 함께 수비 연습을 하고 있는 이호준, 송화경 등 윙 포지션의 선수들의 압박을 피해서 크로스를 올리고 있었고 말이다.
“호준이 형, 이렇게 달려들면 쉽게 제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화경이형도 너무 압박이 늦어요.”
공격을 주로 하는 포지션의 선수들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수비수들보다 위치선정이나 압박이 어설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을 솔직히 말해주는 유건이었고, 덕분에 멕시코전을 위해 자신들의 수비 문제점을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었다.
‘…어중간한 속도로 압박을 하는 건 전혀 위협이 안 되는구나.’
‘이런 형들도 나보다 수비 능력이 좋다고 평가되는데, 대체 얼마나 엉망인 거야 내 수비는?’
가르치면서 배우는 건 또 다른 느낌이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엄밀히 말하면 가르치는 게 아닌 그냥 보고 느낀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지만 유건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다른 선수들이 하는 것을 지켜볼 때는 그들의 수비자세와 위치선정 등을 주의 깊게 보려고 했다.
한 명이 크로스를 올리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걸로 골대 근처에서는 어떻게 자리싸움이 일어나는지.
조금 늦게 혹은 빠르게 올라가는 크로스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록 훈련이었지만 실전처럼 생각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하는 유건.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들을 뚫고 공을 올릴 때는 윙들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직접적인 드리블이나 2대1패스를 선택했다.
뚫고 나서는 팀원이 기다리고 있는, 혹은 달려들고 있는 공간으로 찔러주는 연습.
같이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유건은 사실 크로스의 정확도에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네딘 지단의 데이터 동기화율 54.83%]
[골대 근처의 팀원에게 정확하게 크로스를 전달하세요 (25 / 40)]
머릿속에 울리는 메세지가 오늘은 그것을 시켰으니까 말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몇% 정도 되있으려나? 올림픽이 좋은데 말이지.’
그동안 유건이 체감해본 바로는 경기의 중요도가 올라가거나 걸려있는 게 많다면 동기화율이 꽤 많이 올라갔다.
그래서인지 올림픽 기간에만 지금 약 5% 정도가 늘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충분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에도 유건은 더 목말라하고 있었다.
축구를 더 잘해지고 있는 건 너무 행복하고 좋은 게 당연했지만, 그럴수록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