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35화 (35/208)

35화. 이집트 화이팅

[K리그의 득점 선두 양두광, 올림픽에서 득점포는 언제 가동할 예정인가?]

[1승 1무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아르헨티나전을 최소한 비겨야 진출 안정권!]

[지루한 공방전의 반복이 올림픽 대표팀의 작전?]

[좋은 찬스를 놓친 양두광, “국민분들께 죄송하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기가 끝나고는 좋지 않은 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90분 내내 서로 수비에 치중하는 재미없는 공방전의 경기였고,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기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장 좋은 찬스가 왔던 양두광이 헤딩골을 못 넣으면서 팬들의 욕을 반 이상 가져갔다는 것.

[와일드카드 선택은 잘못되었나?]

가장 비난이 강했던 뉴스 기사.

송화경, 박창수가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는 것과 대비되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처음으로 출전한 양두광은 꼬리표가 붙어버렸다.

잘못된 와일드카드라는 꼬리표.

상대방 수비수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몸싸움에 밀려 첫 번째 헤딩골 찬스는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전 또 한 번 찾아온 송화경의 택배 크로스.

노마크 찬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골대를 살짝 스쳐 지나가는 헤딩슛으로 득점에 실패한 양두광이었다.

- 아니 두광아 제발 K리그 모습의 반만 보여줘라

- 어떻게 경험 젤 많은 놈이 노마크 찬스를 놓치냐!

- 진짜 올대 8강 못 가면 양두광 평생 먹을 욕 다 먹을 듯

└ 아르헨티나전은 솔직히 패배라고 써두고 봐야 됨. 이집트가 잘해주는 걸 빌 수밖에 없음

- 김진용 감독은 얘 왜 데려간 거임

└ 데려갈 만한 와일드카드 중에는 그래도 적절했음. 김수영이랑 다른 옵션도 제공해줄 수 있고 뽑을 만은 했는데 결과가 아쉽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 다른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없진 않았지만 모두 양두광을 향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팬들의 우려대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우선 조별 예선 통과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고, 다음 상대가 상대였으니 말이다.

후안 루이스를 필두로 한 세계적인 유망주가 네 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아르헨티나전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잘해봐야 무승부였다.

그러한 다음 경기였기에 양두광이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것도 비정상은 아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하지만 절망할 상황도 아니다.”

“아르헨티나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확실히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8강 진출이 아닌 그저 한 경기를 각오하고 치른다고 생각해라.”

“이집트와 코트디부아르 경기의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남은 경기에 집중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감독님!”

코트디부아르전이 끝난 다음 날, 회복훈련을 마친 뒤 침체된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김진용 감독이었다.

조별 예선 통과를 확정 지은 것은 아르헨티나가 유일했고 남은 한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싸워야만 했고, 그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진출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냥 한 경기일 뿐이라고 독려했다.

‘…골득실 싸움이 될 수도 있겠네.’

1승 1패 동률을 유지하는 대한민국과 코트디부아르.

올림픽 대표팀은 이집트전에서 3-1로 승리했기에 2포인트가 있었고, 코트디부아르는 아르헨티나에게 3-1로 패했기에 2포인트 마이너스였다.

마지막 경기에 따라 충분히 조별 예선 통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모를 골득실 싸움을 건너뛰기 위해서는 마르무쉬가 있는 이집트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변이 발생한다면, 난 그게 다음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개 들어라 다들!”

“오후에는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하는 전술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다.”

“식사하고 보자고, 모두들.”

유건이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사이, 김진용 감독이 오전 일정의 마무리를 위해 얘기를 이어갔다.

아직까지 고개를 숙이며 경기 중 자신을 자책하는 선수도 있었기에, 그런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기대치가 적은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우승 후보를 꺾는 이변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

비디오 분석을 포함한 전술 브리핑까지 끝나고 나서야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조별 예선의 마지막 경기까지는 3일.

그를 위해 막바지까지 진행할 훈련들이 계획되었고, 오늘은 컨디션 조절을 위한 자유시간이 조금 길게 주어졌다.

“으응, 다음 경기 더 잘해봐야지. 밥은 챙겨 먹었어?”

“네! 저도 이제 일어나서 아침 챙겨 먹고 나갈 거예요.”

유건은 훈련 일정이 시작되면서부터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별튜브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도 절대 빼먹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이제서야 서로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고 있는 여름과의 전화.

“별튜브는 좀 어때? 내가 너무 신경을 못 쓰고 있어서 미안해.”

“에이, 저도 오빠 경기 보면서 그냥 켜두는 건데 뭘요. 그나저나 구독자분들이 이제 완전 축따형이라고 호칭하는 게 고정이 됐던데요?”

“…크흠, 아 그거 좀 민망한데.”

처음에는 그저 축따라고 부르던 별튜브 구독자들은 유건의 대표팀 경기들을 보면서 팬들이 점점 더 유입되어 이제 끝에 형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댓글을 달았다.

그걸 보며 놀리는 주변인들 때문에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던 유건이었다.

“보기 좋으니까 걱정 마요. 강혜리 선, 아 할머님도 한 번 만나 뵙고 싶어 하세요!”

“나중에 한국 가면 할머님 한 번 모시고 식사나 하자! 나 주장 선배가 불러서 이제 가봐야겠다. 오늘도 촬영 잘하구!”

요즘 그들의 대화 주제에는 등장인물이 한 명 등장했는데, 연속극에서 여름의 할머니 역할로 나오는 연기 인생 30년의 대배우 강혜리였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그녀는 싹싹하게 구는 여름이 마음에 들었었고, 극 중 역할을 넘어서 친손녀를 대하듯이 대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유건이야 여름의 주변인들에게는 항상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한국에 복귀하고 나서의 약속까지 잡은 뒤에야 오늘의 전화를 마무리하는 둘이었다.

“어휴, 여자친구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 아주 표정에 좋아 죽는다고 써놓고 다녀라 그냥!”

사고 싶었던 명품 브랜드에 쇼핑을 가려고 했던 김수영은, 말이 통하는 유건을 데려가기 위한 목적으로 말을 걸어온 것.

하지만 통화를 끊는다고 말하면서도 삼 분을 더 붙잡고 있는 그를 보며 타박을 준다.

“헤헤, 형 오늘 구찌 가실 거라고 그랬죠? 이쪽입니다요!”

그렇게 토라진 척하는 김수영의 팔을 잡아끌며 숙소 밖을 향해 걸어가는 유건이었다.

자신이 원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본 상품들을 미리 확인했다고 말하면서 친밀하게 다가오는 막내의 넉살이 싫을 리가 있겠는가.

“형님한테 어울릴만한 다른 브랜드의 셔츠 하나도 찾아놨습니다. 제가 또 한 패션 하지 않습니까?”

“그, 그런 옷은 내가 자신이 없다. 다음번에 도전해보마.”

어떤 일이든 1절만 하고 끝맺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세를 부리며 자신이 찾은 강렬한 빨간색과 주황색, 초록색이 섞인 괴상한 디자인의 셔츠를 보여주는 유건이었는데, 김수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차라리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다니는 게 더 보기 좋은 유건의 패션이었으니까.

‘…다음에 여름이랑 어디 놀러 갈 때는 이걸 입어봐야지!’

그리고 아직 몰랐다.

패션의 완성에 필요한 잘생긴 얼굴만 가리고 올린다면 대한민국 패션 테러리스트에 손꼽힐 정도이지만, 거울로 스스로를 볼 때면 항상 만족스러움을 느꼈으니까.

물론 나여름과 인천 여행을 갔을 때 그녀가 당장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했던 경험을 잊지 않았지만 자신의 패션 세계가 난해한 편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

“상백이 발 뻗지 마! 그렇게 쉽게 발 넣는데 안 제쳐지겠냐?”

“커버가 늦잖아! 창수야 미리 백업 포지션에 가 있었어야지!”

아르헨티나를 대비해서 진행된 훈련에서 김진용 감독과 코치진이 가장 집중해서 신경 쓰는 것은 오른쪽 라인이었다.

공격에 이호준 미들에 박창수, 수비에는 정상백 등 선수들로 이어지는 경기장의 우측을 담당하는 라인.

이번 경기의 핵심 승부처가 그쪽이 될 거라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르헨티나전까지는 우선 상백이가 고생해줘야겠다. 이번 경기는 그쪽에 공이 집중될 확률이 아무래도 높겠지.”

훈련에 앞서 전달된 내용대로 오른쪽 사이드백의 주전 선수가 계속해서 다리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기에,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정상백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관계자 모두가 오른쪽 라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오른발의 리오넬 메시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 수준 유망주 후안 루이스가 왼쪽 날개의 자리에 포진해있었으니까.

또한 왼쪽 라인의 사이드백과 미드필더도 경쟁력 있는 팀에서 이미 활약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유망주들이었다.

공격적인 크로스가 부정확한 편이긴 하지만, 멈출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비야레알의 루키 알렉시스 페레스.

에버튼에서 두 시즌째 주전 미드필더 라인의 한 축을 구축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주장이자 핵심 선수 헤르만 피코.

둘 외에도 중앙에서 공을 쓸어 담는 피오렌티나의 진공청소기 리오넬 마르티네스도 요주의 인물이었다.

이집트,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그래도 핵심 선수가 한 명, 혹은 두 명이었던 반면, 아르헨티나는 4명이나 위협적인 선수로 분류되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하나의 이유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 중 세계적인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의 숫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었다.

‘페레스까지 가기는커녕 마르티네스를 뚫기도 쉽지 않겠는데.’

어쩌면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단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당연히 훈련을 시작하기 전 상대 팀에 대한 사전 분석은 대표팀 선수단 모두 끝마친 상태.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보이는 해결책이 없었기에 유건은 계속해서 돌파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외적으로 키가 크진 않지만, 악착같은 수비와 단단한 몸을 이용해서 올림픽 내 최다 커팅 스텟을 자랑하는 마르티네스를 뚫어낼 방법을.

‘미드필더 라인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유건이 찾아낸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통해 쉽게 쉽게 패스를 돌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마르티네스가 빠르게 압박을 해서 커팅을 해낸다 하더라도, 그의 몸은 하나였으니까.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료를 이용해서 간단한 패스를 통해 상대방이 다가오는 상황 자체를 피해버리는 작전,

“현규형! 수영이형!”

“그러니까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다시 훈련이 재개되기 전,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찾아낸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선배들을 찾는 유건이었다.

경기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하는 그들에게는 우승 후보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스, 우리가 이긴다!’

‘…우승 후보가 대수야? 이겨보자고!’

‘이집트 화이팅!’

오히려 그들에게 당당히 승리하기를 원하는 김수영과 유건.

그들에 동조하는듯한 표정으로 토론하고 있는 와중에 속으로 이집트 응원을 하고 있는 김현규의 속마음은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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