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4화 (14/208)

14화. 먹칠 안 하고 오겠습니다

“여기는 진짜 연인이랑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바다 냄새도 많이 나고 저희가 방금 먹고 나온 횟집도 너무 맛있네요.”

“이것으로 축따의 첫 번째 브이로그를 마치겠습니다!”

- 아니 그래서 축따야 같이 있는 분 누구신데?

- 횟집에서 살짝 비쳤는데 여자 손이었음

- 같이 일하는 친구가 여자였던 거임?

- 연인이랑 오라는 거부터 일단 단둘이 여행 갔다는 거 자체가 여자친구 아닐까?

“아, 제 별튜브를 관리해주는 친구입니다! 사적인 영역이라 얼굴 공개는 불가합니다 여러분!”

올라온 지 꽤 된 브이로그였지만, 댓글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이유는 유건이 브이로그를 찍는 과정에서 나여름의 손이 살짝 나왔는데, 확연히 길고 예쁜 여자 손이었기에.

유건은 그저 별튜브 관리자로만 소개했지만, 댓글에서는 단둘이 여행까지 갈 사이면 단순 같이 일하는 건 아닐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나도 여름이랑 연애하고 싶다고 이 사람들아.’

오늘 경기도 좋은 결과를 내고 집에 도착한 유건은 그 영상의 댓글을 살펴보았다.

여러 추측이 있지만 자신도 답답하긴 했다.

반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름을 홀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빠 얼굴 너무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죠!”

하지만 편집할 때마다 여름이가 외치는 말을 들으면 고백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녀는 자신을 진짜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기에.

덕분에 별튜브가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데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이가 어색해질뿐더러, 별튜브에도 지장이 갈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유건.

‘서로 좀 자리를 잡게 되면 나중에는 혹시나….’

브레이크가 없는 듯 계속해서 질주하는 용인 FC의 상황과는 다르게, 유건은 여자 문제에 있어서는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마음을 말할 계획은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자신도 유럽 리그는커녕 A매치 평가전에도 선발돼본 적이 없으니까.

여름이가 오디션에 합격을 해서 배우라는 꿈을 이루든지, 유건이 더 좋은 활약으로 세계 유명 팀의 오퍼를 받게 되는 상황.

둘 모두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들의 사이도 조금은 발전이 있지 않을까?

***

“다 끝났어! 조금만 더 뛰자!”

“범호형 여기!”

“대건아 왼쪽 비었어!”

약간의 휴식 이후 19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용인 FC 홈구장.

목포 FC를 맞이해 압도적인 공격력을 터트리고 있는 유건과 팀원들이었다.

3-0으로 리드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습관이 되었고, K리그2를 파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중간에 생길 이변이 없다면 말이다.

삑! 삑! 삐이익-!

승리를 앞둔 팀에게는 마치 천사의 목소리처럼 아름다운 호각 소리가 울린다.

이로써 3위에 위치한 목포 FC와 승점을 또 한 번 벌렸고 여전히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주 FC와도 간격을 유지했다.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K리그1로 직행하는 팀은 리그 선두밖에 없었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필사적이었기에 승리는 항상 소중했다.

“대건이형, 오늘 골 너무 멋있었어요!”

“건아 거기서 니가 뒤로 빼준 게 더 대단해 인마. 어떻게 내가 달려오고 있는 걸 알았던 거냐?”

“…크흠, 형의 몸에서 나는 특유의 체취가 진동을 하는데 당연히 알죠.”

“오늘도 고생했다, 이놈들아!”

경기가 끝나고 오늘 자신의 어시스트를 하나 추가해준 김대건에게 고맙다며 칭찬하는 유건이었다.

반 장난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대건의 말대로 앞을 보고 있던 상황에서 그에게 공을 준 그 상황은 충분히 감탄할 만했다.

사실 유건도 연습하던 게 효과를 봐서 놀란 상황이었기에 그저 장난식으로 말한 것뿐.

‘…조금은 익숙해진 건가?’

좋은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해서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각 악기의 악보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 좋다.

거기서 착안해서 유건이 연습하고 있는 것은 바로 팀원들의 위치.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리면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연습을 최근에 하고 있었다.

목표는 언젠가 그게 습관이 될 때까지였고 그동안은 크게 효과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성공했던 것.

둥-둥! 둠-칫!

“이놈들아! 요즘 너네 때문에 내가 얼마나 행복한 줄 아냐!”

“감독님, 이게 다 감독님의 전술 때문 아니겠습니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광란의 파티가 일어나는 라커룸.

요즘 이상찬 감독과 박범호가 서로를 칭찬하며 호흡을 맞춰 춤을 추는데 그게 또 가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축따의 별튜브에서는 꽤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플이었지만.

[K리그2 순위표]

1. 용인 FC 16승 1무 2패 49점

2. 경주 FC 10승 5무 4패 35점

3. 목포 FC 9승 6무 4패 33점

이것으로 용인 FC는 승점 14점이라는 큰 격차로 앞서나가게 되었다.

리그가 이제 딱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이지만 지금 시기부터 약 5경기 차이는 의미가 컸다.

용인 FC가 남은 21경기 중 다섯 번은 미끄러져야 순위가 변동된다는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만 하자고! 이제 반 남았다 반!”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집으로 각자 돌아가기 전 댄스파티 이후 함께 모여 화이팅을 외친다.

쉬지 않고 계속 예정된 일정이 있는 리그였기에 금방 다시 만나겠지만, 각자만의 시간이 있을 때는 써야 하지 않겠는가.

부우웅-!

그동안 용인 FC가 아닌 유건 스스로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면허를 취득했다는 것.

물론 벼락치기를 통해 시험만 대충 합격한 따끈따끈한 면허증.

오늘을 시작으로 홈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이렇게 당일 렌트를 이용해서 출퇴근이 가능했다.

‘사이드 미러를 보면서…, 연습한 대로만 하자.’

‘아 왜 이렇게 꼼지락꼼지락 가는 거야? 끼어들기 애매하네.’

아직은 집으로 돌아가는 3차선의 도로에서 2차선에 붙박이처럼 붙어있는 유건이었지만 말이다.

경기가 종료되고 밤으로 변화되고 있는 저녁 시간이었기에 차량이 많이 없는 건 다행이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어떻게든 한 번은 우회전을 하기 위한 3차선으로 빠져나가야 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랜만에 생방송으로 인사드리네요.”

“오늘도 운 좋게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었구요. 하이라이트는 편집해서 올라갈 예정입니다!”

“팀원들이 다들 너무 합이 좋고 컨디션이 좋아서 저도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오 생방 오랜만이다 축따야

- 나만의 축따일 줄 알았는데 이제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 용인 FC 승리 축하드려요

- 오늘 대건이형 골 개멋있었음

“내일 훈련도 있고 엄청 길게는 못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저번에 이어서 Q&A 이어서 할까 해요.”

“첫 번째는 음…, ‘축따형도 해외리그에서 응원하는 팀이 있을까요?’ 요걸로 가보죠.”

“저도 당연히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축구팬이니까요! 당연히 응원하는 팀이 있고 경기도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제 이적시장이 곧 열리니까 두근두근해요.”

“각 리그마다 한 팀을 응원하면서 그 리그 경기를 보면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초에 개막하는 K리그와 달리, 영국과 스페인 그리고 다른 리그들은 모두 가을이 찾아오는 시기쯤에 개막전을 맞이한다.

지지난 주, 지난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으로 해외 축구는 휴식기에 접어들었고, 세계 축구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적시장이 곧 열릴 시기였다.

유건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영입과 방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혹시나 나중에는 자기가 그 팀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지고 있었고.

“지단 선수 이후에 따라 하고 싶은 선수요? 으음…, 솔직히 아직은 생각 안 하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지단 선수를 한 40% 정도는 따라잡은 것 같지만, 60%가 남았죠.”

“한 선수를 완전히 따라 하고 다른 선수를 찾을지, 중간에 다른 선수를 함께 따라 할지 등은 아직 저도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

“축따의 두 번째 롤모델이 생기게 되면 바로 알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쇼 여러분.”

사실 이 부분은 유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대답을 피했다.

[지네딘 지단과의 데이터 동기화율 42.18%]

[리그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세요]

공격포인트를 기록해야 했던 오늘의 경기가 끝나고 유건이 확인했던 동기화율은 42.18%.

다른 선수를 동기화하는 게 언제쯤일지 스스로도 몰랐기에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고, 필요로 하는 능력 자체는 몇 가지를 골라둔 유건이었다.

‘처음에 선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슈팅, 패스 등 그런 선택지 중에서 고를 확률이 높겠지.’

‘경기 템포를 확 끌어올릴 수 있거나…, 위협적인 세트피스를 만들어내는 그런 선수가 있으려나?’

“자 그럼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의 목표가 뭐예요?’에 대한 답변은….”

“팀이 지금의 분위기를 잘 유지해서 플레이오프 없이 K리그1로 승격을 했으면 좋겠구요.”

“아직 살아남은 FA컵에서도 최대한 높게 올라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강병훈 선수를 밀어낼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을 해보고 싶기는 하네요.”

“저는 그럼 내일 훈련을 위해서 이쯤 방송을 마치도록 하고,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습니다!”

- 축따도 진짜 아쉽긴 할 듯. 올림픽 대표팀 포지션 경쟁자가 강병훈이라니

- 국대에서도 붙박이 주전인데 올림픽 멤버에서 밀어낼 사람이 있겠누

- 신경 쓰지 말고 용인 FC에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면 기회 받을 거라고 봄

- 김진용 감독이 실력만 본다고는 했음. K리그2까지 관찰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

***

둥-둥! 둠-칫!

“건아! 이거 뭐냐, 너 알고 있었냐?”

“우리 막내 대박인데!”

“나도 한때는 그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

20라운드를 마친 용인 FC의 라커룸에서는 경기 중에 있었던 기자회견에 다들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상찬 감독이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보여주며 유건에게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다들 하나둘씩 그 동영상을 확인한다.

“미드필더 선수진은 우선 강병훈, 김현규 ……, 그리고 유건 선수입니다.”

약 45여 일 뒤 시작할 올림픽 대표팀 멤버를 가리기 위한 최종 평가전에 부름을 받는 유건.

김진용 감독의 입에서 마지막에 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용인 FC의 라커룸은 환호했다.

자신들의 막내가 자랑스럽기도 했고, 최종 멤버에 선정되었으면 해서 등을 두드리며 유건을 응원하기도 했다.

“우선 따로 연락을 받은 건 없었구요. 기존 명단에 한 분이 빠진 걸로 보아 그분 대체로 뽑힌 게 아닐까….”

“그게 중요한 거냐? 여기서 하는 것처럼만 해라. 난 니가 강병훈보다 더 잘할 거라고 믿는다!”

“감독님, 아무리 우리 막내가 예뻐도 그건 좀….”

“강병훈은 조금 선 넘긴 했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던 건 유건도 마찬가지였기에 당황한 채 둘러대 본다.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치켜세워주는 건 바로 이상찬 감독이었다.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박범호와 강바람에게 칼같이 태클이 들어오긴 했지만 말이다.

“막내로서 용인 FC의 이름에 먹칠 안 하고 오겠습니다!”

소집을 위해 유건은 다음 라운드 경기까지만 하고 대표팀으로 이동이 필요했는데,

대표팀 차출이 유건에게는 좋은 부분이겠지만 사실 질주하고 있는 용인 FC로서는 큰 이변이었다.

에이스가 몇 경기 동안 뛰지 못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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