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축따-13화 (13/208)

13화. 각자의 꿈

[FA컵 3라운드에서 첫 이변 발생! 용인 FC에게 무너진 전주 FC]

[MVP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 신고식을 알린 용인 FC의 이윤성, 부상 완전 회복?]

[K리그1에서 방출된 유건, 이윤성. 화려한 복귀를 알리다]

[K리그2의 압도적인 1등 용인 FC, 승격 성공 이후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이번 경기의 결과는 보통 리그 경기와는 꽤 많이 달랐다.

보통 하나에서 두 개의 뉴스 기사가 나오던 것과 달리 거의 10개에 달하는 기사가 쏟아졌으니까.

둥둥둥-! 둥둥둥-!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경기 후 라커룸의 광기도 달랐다.

상의를 탈의하고 중앙 스테이지에 진출해 미친 듯이 몸을 흔드는 이윤성을 시작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흔들고 있는 용인 FC의 라커룸.

“박 팀장님 얼른 이리 오시라니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감독님입니다!”

강바람의 주도하에 혼자도 비트를 잘 타고 있는 이상찬 감독은 치켜세워만 주고 스카우트팀의 박 팀장을 잡아 끌어오는 선수들.

평소에 장난기 많은 그였지만 댄스 파티 때는 항상 몸을 뒤로 뺐는데 이번에는 그게 허락되지 않았다.

모든 선수 및 직원들이 함께 웃으면서 춤을 추며 노는 그 현장 상황은 보기만 해도 신났다.

물론 생생하게 촬영되어서 별튜브에 올라온 영상이지만 말이다.

- 오늘 드디어 윤성 선수도 중앙 스테이지 진출! 역시 조만간 나올 줄 알았음

- 솔직히 빅경기에서 MVP 받았는데 나라도 뛰쳐나갔을 듯

- 박 팀장 그동안 도망 잘 치더니 오늘은 잡혔나 봄

‘흐흐, 진짜 짜릿했던 순간이었지.’

“유건님, 집중하세요! 지금 악기들이 따로 놀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전주 FC와의 경기 직후를 떠올릴 때마다 웃음을 감출 수 없었던 유건은 문화회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강사의 눈에 들어 지적을 당하고 나서야 다시 집중하는 유건.

‘여기서는 조금 더 바이올린에 맞춰서….’

이번 문화회관 오케스트라 지휘 과정의 목표는 수강생마다 하나의 곡을 완전하게 이끌어가는 것.

얼마 전부터 시작된 그 과정에 참가하고 있는 유건은 마에스트로로서도 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다.

각자 다른 속도로 연주되는 악기와 흐름을 파악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이 악기, 다른 부분에서는 또 다른 악기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지휘를 조금씩 파악해가고 있었기에.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중간에 집중이 흐트러져서 죄송합니다!”

“축구 잘 보고 있습니다 유건 선수님! 다음 경기도 화이팅이에요.”

“이것도 별튜브 올라가는 거죠!?”

오늘의 수업이 끝나고 나서 단원들과의 대화.

먼저 중간에 실수를 한 유건의 사과로 진행되는 대화는 다행히도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들도 축따의 별튜브에 나오는 자신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었기에 다들 촬영을 허락해주었고, 업로드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제가 내일 같이 일하는 친구랑 여행을 가기로 해서요! 그 영상이랑 같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바로 업로드할 수 없었다.

전주 FC와의 경기 이후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의 기간이 생겨서 3일간의 휴가를 받은 용인 FC 선수들.

유건의 휴가 계획은 여름이와 여행을 가서 구독자 5만 달성기념 브이로그를 촬영하기로 한 것.

‘집에 돌아가면 옷이 배송되어 있겠지?’

인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유건의 마음속에는 나여름에게 조금 더 잘 보이고 싶어서 쇼핑한 옷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물론, 패션에 대해 무지한 그가 찾은 거라고 해봐야 간단한 티셔츠겠지만….

***

“으악 오빠! 그런 티셔츠를 돈 주고 샀다구요 지금?”

“…강해 보이지 않아? 강한 남자의 상징!”

“그냥 트레이닝복이 더 나으니까 빨리 갈아입고 와요.”

“그리고 제발 바지에 걸친 그 체인! 이리 가져와요, 당장 버리고 올 테니까!”

간단한 티셔츠가 아니었다.

커다란 흰색 해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건의 검은색 티셔츠를 보자마자, 여행 출발 전 여름이에게 지적을 받는다.

아무래도 그는 패션에 대해 무지한 게 아니라 감각 자체가 없었나 보다.

‘분명 여자들은 상남자를 좋아한다고 그랬는데!’

버스를 타기 위해 도착한 터미널 화장실에서 구시렁대며 옷을 갈아입는 유건은 아직까지도 정신은 못 차리고 있었다.

버리라는 여름의 말을 듣지 않고 몰래 가방 한구석에 챙겨놓았기에.

“버스 시간 거의 다 됐어. 가자 여름아!”

그들이 여행의 목적지로 정한 곳은 인천.

브이로그는 그래도 사람이 볼거리가 포함돼야 한다며 바다가 있는 인천으로 가기로 했다.

동해 쪽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쪽을 꺼리는 여름이 때문에 서해를 택했다.

‘오빠 덕분에 수입이 훨씬 늘어났는데 이 정도야 뭐! 딱히 오디션도 곧바로는 없으니까….’

사실 처음에는 유건이 시청자들의 의견으로 브이로그를 찍는다고 했을 때 가지 않을까도 고민을 했었던 여름.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의 별튜브에 이어 유건의 별튜브에서도 수익이 꽤 들어오게 된 이후로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을 만큼 여유로워졌고,

이틀 정도는 자신이 정해놓은 계획에 어긋나는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승낙했다.

그 결과, 그들은 서로는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데이트처럼 보이는 첫 여행을 떠나게 된 것.

“오늘 저희의 목적지는 인천이구요! 지금 버스에 막 탑승했습니다.”

“사실 밤에 바다산책이 주목적이고 나머지 일정은 가면서 급하게 짜보려고 하고 있구요.”

“시즌 중이라 긴 휴가는 못 떠나지만, 시즌을 잘 마무리한다면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서 한 번 더 브이로그를 찍어볼게요.”

“물론 시즌 종료 시에 결과가 안 좋으면…, 흠흠 한동안 잠수 탈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버스에 탑승해서 카메라를 손에 든 채 화면에 대고 얘기하는 유건.

평일 낮 시간이라 다행히도 같이 동승한 승객들은 없었고 넓은 공간에 여름과 유건 둘만 승객으로 타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오빠, 여기 어때요? 이거 맛있을 것 같은데!”

“고기는 언제나 좋지! 가는 김에 인천 경기도 있던데 보고 와도 될까?”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인데요? 그러면,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까지 보고 을왕리 쪽으로 넘어가는 걸로 해요!”

“다음 여행때는 내가 꼭 면허를 따서 편하게 갈 수 있게 해줄 테니 이번만 봐주라.”

“어차피 저도 어릴 때 빼면 대중교통만 이용하면서 살아왔는데요 뭐!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계획을 짜면서 서로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유건과 여름이었다.

아직 말하기 힘든 부분인지, 나여름이 과거에 대한 얘기는 한 적이 없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는 유건이었고,

여름도 그런 유건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일상 속에서는 쉽게 받을 수 없는 편안함을 유건 옆에서 마음껏 즐겼다.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게 영상촬영 쪽이 아니라 배우 오디션이었어? 생각도 못 했다!”

“어휴 영상촬영 쪽이 오디션이 어디 있어요. 화려한 필모 같은 걸로 서로 그냥 데려가는 거죠.”

“…확실히 연예인을 해야 될 외모긴 해.”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아, 아냐! 오늘 구름도 정말 예쁘다!”

계획을 짜고난 뒤에는 서로의 미래에 대한 얘기.

먼저 여름이 바라는 꿈에 대해 그녀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걸 말해준다.

별튜브와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면서 연기학원을 통해 오디션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그만두었다고.

마지막에 작게 읊조리는 유건의 혼잣말을 듣지 못해 되물어보는 여름이었지만 당황한 유건은 말을 돌린다.

‘치잇, 한 번 더 말해주면 어디서 잡아가기라도 한대?’

“오빠는 유럽 리그가 최종 목표인 거예요?”

사실 여름은 한 번 더 듣고 싶어 되물어본 거였다.

자신의 외모를 칭찬해주는 걸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래도 한 번이라도 들었기 때문인지, 다음 주제는 유건의 미래 쪽으로 넘어간다.

상세하게 축구선수의 진로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 들은 것은 있기 때문에 먼저 질문을 던져보는 여름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지?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경쟁하고 싶은 게 최종 목표이긴 한 것 같아.”

“그전에 만약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차출될 수 있다면 그것도 최종 목표 중 하나고.”

“어엇, 오빠 유럽 가버리면 제가 이렇게 찍으러 다닐 수가 없는데?”

“내가 찍어서 영상 보내주면 되지! 너도 만약 오디션 합격하면 어차피 이렇게 같이 다닐 수는 없을 거 아냐.”

“그것도 그래요. 나중에 저랑 친하다고 하면 남들이 부러워할 거예요 오빠.”

“서로 그렇게 될 수 있게 노력해보자고.”

간단한 꿈 얘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서로 자기를 알아두는 게 나중에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일이 될 거라며 창대한 미래를 꿈꾼다.

젊은 청춘들이 알콩달콩 대화하는 그 순간은 확실히 빛이 나는 순간이었다.

물론 유건의 머리에서 나는 빛이었지만 말이다.

와아아-!

‘이 공간에서 보는 경기의 느낌은 또 다르구나.’

관중석에서 축구를 보는 것은 새삼 느낌이 달랐다.

오래전 아버지의 환상적인 활약을 지켜보던 때나 마드리드의 VIP석에 앉아있었기에.

주변에서 느껴지는 팬들의 응원과 함성.

경기장에서 느껴지는 양 팀 선수들의 열정.

인천에 내려 식사를 하자마자 경기 시간에 맞춰 구장에 들어왔고, 여름이와 함께 응원가를 따라부르면서 홈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K리그1의 잔류 귀신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발렌시아, 마요르카에서의 힘겨웠던 시기를 지나 아약스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몇 년간 보였던 이강인 선수.

그가 고향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복귀하고 난 이후부터였다.

스페인에서 배운 유스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원래부터 유명했던 인천 유스 시설을 다른 팀과는 차별화되게 키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스템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의 리그 순위표는 현재 2위.

‘패스 타이밍이 다들 빨라. 공을 오래 가지고 있지 않고 빨리빨리 팀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것 같아.’

이강인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건지, 유건이 보고 있는 인천 선수들은 길면 세 번, 짧으면 한 번 혹은 두 번 안에 패스라는 선택을 했다.

마치 예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티키타카 전술의 부활을 보는 듯했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과 수준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확실히 유건이 보기에 그들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축구를 하고 있었다.

“오빠?”

‘사실 내 패스 타이밍은 이 팀만큼 빠른 편은 아니야. 나는 들고 있다가 더 좋은 상황일 때 주는 편이고….’

‘…와 저 선수! 저 상황에서 압박을 저런 식으로 풀어 나올 수 있구나!’

‘그래 거기서는 바로! 완벽한 패스 플레이였어.’

옆에서 말을 거는 여름의 말을 듣지 못한 채, 매력적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축구에 빠진 유건이었다.

스스로도 더 발전하기 위해 자신과 비교해보는 생각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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