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66화 (266/270)

266화 추가 변수

선수가 경기를 바라보는 입장과, 시청자가 경기를 바라보는 입장은 꽤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코어만 보면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라고 하더라도, 딱 한 순간의 판단만 잘못되었더라도 반대로 패배했을 걸 아는 선수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완벽하고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중국이 일본에 승리한 경기만 보더라도 그랬다.

[일본놈들한테 4명이나 줘팸당하면서 이긴 중국수준ㅋㅋ]

ㄴ 확실히 압도적으로 이긴 한국이 유리할듯 ㅋㅋㅋㅋㅋ

ㄴ 와 ... 실화냐? 그러면 한국이 아시아 국제교류전 1등인데?

ㄴ 일본잡듯이 중국도 컷 해버릴 듯.

ㄴ 국제 교류전 쉽다 쉬워~

중국과 일본의 경기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에도.

거기서 보여준 중국의 무력이 어마어마했음에도, 단순히 몇대 몇으로 승리했느냐만을 따지며 한국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는 넛튜브에 이런 제목의 영상까지 올라와 있었다.

[미국이 경악하고, 일본이 사죄하고 중국이 전전긍긍하는 한국 헌터스리그 선수단의 정체?]

[한국 경기력에 충격받은 중국 선수단. 웨이, ‘한국 선수단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고, 혹시나 해서 틀어보니 평범하게 저번 일본경기에서 이긴 중국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팀이다. 다만, 최근의 행적으로 보아하니 지금까지 잘못 알았던 것 같다. 한국과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 웨이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별로 나쁜 내용은 아니긴 했지만…… ‘한국 선수단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따위의 내용은 없었거늘.

더 문제인 것은 일본대 중국 경기의 라이브 채팅창처럼, 그 넛튜브의 댓글창도 어마어마했다는 점이었다.

[응 ㅋㅋ 웨이 개같이 컷.]

ㄴ 왜캐 고고하냐. 똥줄 타야하는거 아니냐? 7대4로 이긴 중국 vs 7대0 퍼펙트게임한 한국

ㄴ ㄹㅇㅋㅋ 존경의 모습을 보여야지.

ㄴ 이번에 한국이 국제리그까지 우뚝 서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거…… 졌다간 제대로 큰일 나겠는걸?

일본 때에는 사람들이 기대라도 덜 한 것 같은데.

일본 경기에서 너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일까.

‘물론, 질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다음 경기에 대한 흥분이 벌써부터 느껴졌다.

***

이근택. 이번 한국 선수단의 총괄이자, 한국 헌터스리그의 협회장. 그런 그가 일본에 오며 혼자 왔을 리는 단연 없었고……

이근택이 자랑하는 분석팀과 함께였다.

기존이라면 한국 헌터협회에서, 헌터협회에 등록된 헌터들의 능력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다양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는 분석계의 최고 엘리트들.

그들이 이번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거두는 뒷배경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면 시뮬레이션 결과, 승률이 그리 높게 나오진 않습니다.”

“흐음…….”

그런 그들이 전술회의실에서 이근택에게 이번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일본 때도 시뮬레이션 결과는 꽤 안 좋지 않았었나?”

“그렇습니다만…… 그때의 그것은, 이창현 선수가 가져온 신 전술을 포함시키지 않았었던 시뮬레이션이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또 이전처럼 이창현이 신 전술을 가져오는 것.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헌터스리그에서 전술이란 것은 선수의 능력과 숙련도. 그 모든 것이 조합되어야 하는 것.

미리 오래 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경기에서 쓰기엔 어려웠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이번 국제교류전의 모든 데이터. 그러니까 일본대 한국 전의 데이터까지 모두 포함된 수치라…… 여기서 추가 변수가 없다면, 이 시뮬레이션이 아마 맞을 겁니다.”

‘……!’

이번 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울 것이라는. 그리고 승리 확률이 높지 않다는 분석관의 통보. 하지만 그 말에 오히려 이근택은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일까? 오히려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이번 국제교류전의 모든 데이터라…….’

그건 즉, 이근택이 생각하기에 아직 그 데이터에 ‘명확하게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있었으므로.

그것이 추가되면 완전히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문제는 여기에 있는 유수의 분석관들도 캐치하지 못했는데, 지금 사실상 팀의 전권을 쥐어준 이창현이 눈치챌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금껏 검집에만 들어있었던 칼이니, 그리 강력한 칼이 손에 쥐어져있는지조차 모르겠지.’

과연 이창현은 알아볼까? 돌파할 방법이 팀 내부에 있다는 것을.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처럼 승리에 취한 상황일수록, 경험이 적은 신인일수록 알아채기 힘드리라는 사실을.

이건 실전을 수도 없이 겪은 연륜과 경험이 있어야 눈치챌 수 있다는 사실을.

“……에게 준비해두라고 이르게.”

“네…… 네. 알겠습니다.

분석관에게 말하니, 잠깐 놀란 듯하더니. 이내 이해하고 수긍했다는 듯.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이근택은 먼저 준비를 시작했다. 이창현이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경기에선 성과를 거둬야 할 테니까.

경기 전 마지막 날까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직접 알려줘야 할 테니.

***

중국에 무력하게 질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쉽사리 이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새 전술을 짜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변수인 맵과 중립몬스터의 변수는 당장 그 경기가 시작되어야만 알 수 있었으니까.

중국과의 경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지금. 혼자 회의실에 틀어박혀 전술고민을 하는 나날이었다.

‘여기서 이지훈을 빼고 이준서를 넣어봐? 아니. 이지훈을 뺐다간 강력하게 먹일 수 있는 한 방 파워가 약해진다…… 그럼 진수혁 대신 재준이를 넣는 건……?’

이미 사용했던 가장 확실했고 승률이 높았던 전술을 시작으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멤버의 조합. 거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전술까지, 완전히 새롭게 검토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씩은 다 생각해봤던 것이 대부분.

‘새로 나올 만한 게 별로 없는데…….’

그럼 결국 남은 것은 원래 쓰던 것 중 제일 강한 것. 효율적이었던 것을 사용하는 것뿐.

하지만 원 톱 전략으로 가자니, 중국 상대로 승산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다.

일본전에 썼던 ‘폭격기전략(改)’의 경우는 먹힌다면 꽤나 잘 들어가겠지만……

‘한 번 그 전술을 보인 이상…… 준비시간이 필요한 전략이라는 걸 간파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지난번 일본 전의 경우 일본은 그 전술을 몰랐기에, 강준혁을 던져주고 시간을 벌어 그 전략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윤한결이 어마어마한 양의 이기어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줄 리가 없었다.

아마 강준혁을 던져주는 낌새만 보이더라도, 한 명도 빠짐없이 전방위적으로 모든 한국선수들을 압박하겠지.

‘즉, 전술로 커버하기는 힘들다는 건데…… 이걸 어쩐다?’

웨이를 강준혁이든 나든 이지훈의 버프를 받고 감당한다고 해도.

하이옌, 젠화, 위메이……나머지 선수들의 체급은 이쪽이 밀릴 심산이 컸다.

마나전개 사용자만 셋.

그에 반해 이쪽은 마나전개 사용자는 강준혁 뿐.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가진 자료. 한국선수단의 전력을 처음부터 다시 보던 도중.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처음에도 그리 생각했지만, 한국 선수단의 멤버 자체가. 국제교류전의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지금까지 이걸 놓치고 있었지?’

아니, 놓치고 있는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았기에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뒤로 미뤄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사실은 분명했다. 단순 마나전개 사용자 수로만 보면 밀리지만, 실속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거…… 재미있게 되었는걸.’

상위권 선수일수록 견적짜기에 능한 법. 지금 한국과 정석대결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리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쩌면 중국과의 경기. 별 특별한 전술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그들 예상 밖의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면…… 반반승부는 될지도?’

벌써부터 예상되는 치열한 승부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

한편, 중국선수단의 회의실에서는 한국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전술회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것이. 이번 국제교류전의 경우 이전보다도 훨씬 좋은 전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으로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번 국제교류전. 마지막 경기만 승리한다면, 전례없는 호성적으로 마무리하게 될 겁니다.”

“전승이 되는 것이니, 당연한 말이겠지.”

“그렇지만 일본과의 경기의 경우, 다들 너무 분위기에 취한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 점은 알고 있겠죠?”

그 와중에 신입 코치가 냉철한 피드백을 이어갔다.

저번 일본경기에서의 경기 내용이 골자였다.

“어차피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지만, 디테일하게. 전력을 다해 경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법.

이번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경기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신입 코치의 말에 순간, 회의실은 놀랍도록 조용해졌다.

딴청을 피우고 있는 감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잠시 멈추고 표정을 굳힌 채로 코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무패행진을 하다보니, 중국 선수단이 너무 강해 코치가 할 법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 이번에 처음 피드백이랄 만한 것을 한 것인데……

코치가 제 할 일을 한 것인데, 어째서 다들 이렇게 바라보는 것일까. 신입 코치는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이 장린펑이라고 했던가?”

이름을 물어보는 웨이의 말에, 정적이 깨졌다.

“……그렇습니다만.”

“중국에서 대충 쓸어오다시피 데리고 온 애들이고, 그래서 완벽한 합. 더 나은 전술. 그런 건 몰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가 아는척 하고자 꺼낸 그 알량한 이야기를 이 친구들이 몰랐을까?”

웨이가 조소했다.

주변 선수들도 그 신입 코치를 조소하고 있었다.

웨이의 말엔 그들이 ‘대충 쓸어오다시피’ 한 선수들이면서도, 코치보다 훨씬 낫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으니까.

“도움이 되고 싶거든, 그런 다 알만한 이야기를 지껄이지 말고. 무언가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걸 가져오도록 해. 나는 시간 낭비시키는 녀석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위다바오 감독.”

놀랍게도 웨이의 그 말에 감독이 이번 회의의 해산을 명령했다.

그걸로 선수들이 물밀듯 빠져나가고, 감독과 신입 코치 장린펑만 남았다.

“감독님! 이러시면 코치진의 체면이!”

“뭐, 낙하산 신입이니까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어.”

장린펑은 확실히 뒷배가 짱짱했기에 경력이 짧았음에도 국제전 선수단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건 맞다.

하지만 그 능력은 분명 인정받아 주변 코치들 중 명성을 떨치고 있는 건 맞았기에, 반발하려던 찰나. 감독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웨이가 어디까지 보고 있다고 보나?”

“백전노장의 노련함까지는 엿보았습니다만, 완벽한 승리에 대한 열망이 부족해 보이더군요. 한국팀처럼 중국 선수단도 분명 7대0으로 퍼펙트 게임이 가능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웨이가 자네를 비웃는 거네.”

“…….”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나 더 압도적인 승부. 완벽한 승리를 원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것이 더 안전한 길이며 더 좋아하는 길인데……

“자네는 한 치 앞만 보고 있지만, 웨이는 그렇지 않지.”

“그게 무슨…….”

“경기가 끝난 후. 일본 선수들의 반응을 보았나?”

생각해보니 그런 것까지 자세히 지켜보진 않았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중요한 건 경기 내의 경기내용…….”

“다들 굳어있었지. 그뿐만인가? 지나가다가 중국 선수를 만난 선수는 눈을 마주치지 못해 옆으로 피했어. 왜 그런 줄 아나?”

거기까지 감독이 말하고서야 장린펑은 알아차렸다.

왜 7대4의 경기가 나오도록 혈전이 되는 경기를 한 것인지.

왜 완벽하고 깔끔한 경기가 이어지지 않게 된 것인지.

“아무리 싸움에 익숙한 헌터스리그 선수라도, 뼛 속에 한 번 각인된 공포는 쉽게 잊혀지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중국 선수들은 더 큰 피해를 입더라도. 뼛속에 각인시킬 정도의 공포를 몸에 주입하기 위해.

미친 듯한. 마치 폭력적인 그 순간의 희열과 감정에 지배된 듯한 파괴적인 경기를 벌인 것이겠지.

장린펑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인자해 보이는 얼굴과 격식에 맞춰 딱딱 떨어지는 웨이라는 선수가 실은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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