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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64화 (264/270)

264화 기록

이창현. 그 녀석이 국제 교류전에 나서기 전. PER에서 뽑은 국제교류전 참여 인선을 보고서 대화를 나눴던 적이 새삼 떠올랐다.

‘녀석…… 그 인선을 보고서 네가 3부 때나 썼던 폭격기전략이 생각난다고 했더니, 내 생각을 바꿔준다고 했었나.’

첫째로 그 녀석이 보이는 당돌함이 즐거웠고, 둘째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 전술은 실제 이근택. 자신이 했던 말대로 3부에서나 통할 전략이었으니까.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다. 마나봄버를, 윤한결이 다루는 몇 개의 검에 달아 상대에게 접근시켜 폭발시킨다.

하지만 국제무대 시점에서 보면 어떤가?

윤한결의 이기어검, 이연주의 위치파악 능력, 한지수의 중력능력 거기에 마나봄버까지 총동원하여 사용하지만, 그 파괴력은 고작 마나봄버 몇 개 수준.

국제 무대에서는 날고기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쉽게 피하거나 막을 터였다.

그뿐만인가? 겨우 마나봄버 좀 맞춘다고 세 명이나 되는 선수의 능력이 총동원된다는 것. 그건 최대한 적은 인원수로 다양한 전술을 체화시켜 구현하는 것이 좋을 국제무대에서는 큰 패널티나 다름없었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이게 네 답이냐.’

이근택은 놀랍게도 국제무대에서 이창현이 3부에서나 썼던 폭격기전략을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마나를 이용해 만든 것이기에, 미약하나마 물리력이 있는 환검과 진검을 섞어 이기어검의 물결을 만들어 숨기고.

이연주의 걸출해진 [속박]능력으로 하여금, 위협성을 강화시키며 상대의 혼을 빼놓는다.

그렇게 이기어검의 물결 속 숨겨진 치명적 칼날. ‘마나봄버’가 섞인 수많은 이기어검을 감추어냈다.

그리고 지금, 상대가 궁지에 몰려 본신의 힘을 드러내 막은 순간.

다소 약한 이기어검들이 상대의 강력한 방어능력에 막히고, 정체되어 표류하고, 쌓인 순간.

3부 때와 달리, 이연주의 [속박]이 트리거로 작용해 그 속에 숨은 이기어검의 마나봄버 하나를 터뜨린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냐고? 뻔하다.

적체되어 상대의 방어막 앞에 쌓여있던 수많은 이기어검. 또 그 속에 섞여있던 수많은 마나봄버가,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그래. 마치 고궁 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허허……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주겠다더니.”

확실히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장관이긴 장관이렸다.

***

전투의 진행이 너무나 압도적으로 휙휙 유불리가 바뀌었기에, 전반적으로 정신이 없는 전투였고.

그렇기에 빠르게 빠르게 해설하고 넘어갔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캐스터 : 한국 선수단!!! 결국 일을 냅니다! 상대의 방어능력에 막혀버렸던 이기어검이 일제히 폭발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 입니까!]

캐스터가 포효하는 소리가, 울려퍼졌으며 곧바로 해설자가 랩하듯 속사포로 해설하는 소리가 뒤이어졌다.

[해설자 : 과거 PER에서 사용했던 [폭격기 전략]의 개조버전으로 보입니다! 이기어검에 마나봄버를 달고, 일제히 폭발시켰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적절히 잘 가려서 상대가 대응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그게 가능한 건……]

물론 그런 세세한 해설보다, 흥이. 이 분위기가. 흐름이 중요했으므로, 포효하는 캐스터의 외침에 묻히긴 했지만.

[캐스터 : 마치 빵빵 터지는 게, 그냥 불꽃놀이라도 보는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단! 강준혁 선수가 위기에 처한 후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은데, 아주 속이 시원해지는 광경입니다!]

그걸 보는 시청자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강준혁 궁지에 몰렸을 때 물로켓 푸슈~라던 놈들 어디감? ㅋㅋ]

ㄴ 마나봄버와 같이 개같이 폭발ㅋㅋ

ㄴ 물로켓 푸슈~ (우주돌파)

ㄴ 와 근데 개지리네. 이기어검 겁나많이 등장할 때부터 가슴웅장했음.

ㄴ 이제 외국 가면 두유노 PER? 한다 ㅋㅋ

ㄴ 국뽕 거하게 말아먹었네

[일본이 불쌍해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ㄹㅇ……막 모여서 강준혁 선수 잡아먹으려 할 때랑 딴판이네

ㄴ 내가보기엔 PER놈들이 악질임.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헌터 ㅋㅋ

ㄴ 이창현 김도준……거기에 이번엔 윤한결과 이연주까지. 진짜 라인업이 악귀긴 해.

ㄴ 일본도 근데 개 멋지긴 했음. 마나비트랬나? 막 날아다니면서 실드만드는거 걍 개멋지던데.

그런데 그런 반응이 이어지는 것도 잠시.

미친듯한 연쇄 폭발이 끝난 후, 먼지 구름이 드러났을 때. 또 한 번의 경악이 좌중을 휩쓸었다.

희비가 엇갈렸다.

일본 현지 홈 경기장에서는 압도적인 환호가.

중계되고 있는 한국의 채팅창에서는 경악의 감정이 요동쳤다.

폭발의 여파로 일어난 먼지구름이 걷히자, 일본 선수들이 한 데 꽁꽁 뭉쳐, 수많은 마나비트로 둘러싸 막아낸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마나봄버의 수가, 폭발의 규모가 만만치 않았기에.

[마나전개]와 마나비트를 이용해 마나실드를 강화시켰다고 한들, 일본 선수들의 선수가 완전히 멀쩡해보이진 않았다.

제대로 막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인지, 옷이 타버린 부분도.

폭발해버린 여파로 까맣게 그을리고 머리카락이 타버린 곳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처음엔 경악이 일어 조용해졌던 채팅창에, 다시금 불이 난 듯 시끌벅적해졌다.

[아 ㅋㅋ 이 경기는 이제 져도 된다. 저렇게 만든 것만으로도 인정이지.]

ㄴ ㄹㅇㅋㅋ 먼지 가라앉고 무슨 거지집단 보는줄.

ㄴ 와 근데 저걸 막네. 일본도 좀 치네

ㄴ 근데 진짜 현웃 터졌네. 저 일본선수 머리 뭐 볶은거마냥 터진거봐 ㅋㅋㅋㅋ

ㄴ 국제경기 역사상 이리 추한 경기가 또 있었던가……

ㄴ 좀! 씻고! 오세요! 씻고!ㅋㅋㅋㅋㅋㅋㅋ

***

폭발로 인한 먼지 구름이 가라앉기도 전. 나는 알고 있었다. 일본 선수들이 아까 그 일격에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시 국제 무대는 국제 무대다 이건가…….’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기도 했다.

수많은 마나봄버가 만들어내는 폭발이 강력하다고는 하나, 그 방향은 사방을 향하기에.

애초에 화력이 한 곳으로 강해지며 쉴드를 뚫는 것 따윈 기대할 수 없었으니까.

[꿰뚫는 눈]으로 상대가 만들어 낸 어마어마한 마나가 담긴 마나실드가 보였다.

이어폰으로는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현아. 아직 뭔가 느껴지는데?”

이걸로 끝난 줄 알았는 듯, 당황한 윤한결의 목소리가.

“그래서 플랜B는?”

안 먹힌 것 같으니, 다음 전략을 요구하는 이민석의 목소리가.

“큰 무대에서 미끼 역할을 했으면, 제대로 끝을 내야지 후배야.”

경기가 시작되고, 홀로 원톱으로 미끼 역할을 해준 강준혁의 목소리가.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팀원들에게 경기 전에 이야기해 준 것은, 딱 여기까지였으니까.

윤한결의 새 능력 이용한 압도적인 이기어검. 그리고 상대를 추적하는 [속박]으로 전과 달리 상대를 확실하게 붙잡아주는 이연주의 능력.

이걸로 상대를 몰아넣어 절정의 순간, 운반된 마나봄버를 폭파시켜 일발역전을 만들어낸다.

여기까지가 이야기 된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조금 미안하게도.

나는 이번 경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성장한 우리 팀원들의 모습을 자랑하고, 보여주는 것도 좋았지만.

헌터라는 게, 결국은 어쩔 수 없는 관종이라는 것일까?

‘폭격기 전략 (改)의 마지막은…….’

전략도 내가 짰고, 애들도 다 내가 데려왔는데. 가장 화려한 부분도 내가 데리고 가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마무리한다.’

불꽃놀이가 막 끝난 듯한 적막감. 이곳저곳 무너진 고궁. 그리고 아직 마나봄버의 폭발의 여파로 인해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일본 선수들.

그곳에 폭격기 전략 (改)의 마지막 완성을 알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오랜만이네.’

최근 들어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저격총이, 마도공학무기변환으로 만들어져 손에 착 감겼다.

조준경이나, 투시경은 필요 없다.

흔들리지 않는 [꿰뚫는 눈]이 있으니.

그저, 쏠 뿐이었다.

타앙!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핏 보면 국제무대에서는 다소 초라할 수 있는 한 발.

에단의 레이저빔과 같은 것과 달리, 작고 얇은 궤적만을 그리며 나아갈 뿐인 한 발.

하지만 지금은 그 한 발을 위한 준비가 모두 되어있는 상황이니.

그 한 발의 에테르 탄이, 하늘 곳곳에 떠 있는 이기어검에 달린 [마나봄버]를 격추하며 나아갔다.

어느덧 시간이 늦어, 어둡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우주전쟁이 나는 하늘을 보는 듯했다.

크고 작은 마나봄버의 폭발이 탄환의 궤적에 따라 이어지고.

그게 누적되자, 놀랍게도 점차 얇은 실선에 불과했던 그 탄환이 점점 거대해졌다.

‘에테르는 마나를 담는 그릇이자 빨아먹는 스펀지와도 같지. 에테르 탄은 강함의 비결이기도 하고.’

일전, 마나봄버를 넣어 쏘아 파괴력을 강화시킨 것과 같은 이치였다.

다만 이번에 다른 점은, 그 마나봄버의 갯수였다.

멀리서 쏘아진 저격총에서 떠난 한 발의 에테르 탄이.

하나, 둘 공중의 이기어검에 달린 마나봄버를 경유해 그 힘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전설의 저격수]와 [유도사격]의 영향을 받아 마치 탄환이 더 많은 힘을 갈구하듯, 궤도를 미세하게 틀어가며.

더 많은 이기어검의 마나봄버를 파괴하고 부시며, 커져갔다.

이윽고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난 그것이 에단의 그것보다 굵어졌고.

그 말도 안 되는 것은, 그대로 이제 먼지가 막 내려앉아 콜록거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는 일본 선수들을 향해.

피할 틈도 주지 않은 채로, 게임의 종료를 선언했다.

작은 총구에서 나와 실낱같이 얇았던 것은, 닿을 즈음에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것이 되어있어.

마치 하얀 광선이 그 궤적을 지우개로 지우듯. 이기어검과 일본 선수들을 포함해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가히, 지금껏 쏴본 것 중 최고였다.

***

[키야~ 주모~ 국뽕 한 사발 주소]

ㄴ 방금 뭐냐? ㅋㅋㅋㅋ 내가 본게 맞냐?

ㄴ 저거 처음 나온거지? 한국 경기에서 저런거 쏜 적 없지?

ㄴ ㅇㅇ 처음임. 그냥 레전드네

ㄴ 에단 나와!

ㄴ 뭔 에단이여 ㅋㅋㅋ 뇌절 오지네

ㄴ 근데 ㄹㅇ해볼만한거 아니냐?

일본이 이기어검을 통한 폭격기 전략까지 막아내고, 감탄을 사던 것도 찰나.

곧바로 이어진 이창현의 경이로운 사격에, 채팅창은 온통 국뽕을 찾는 댓글들로 가득 찼다.

지금껏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들은, 대부분 외국 헌터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거늘.

비록 준비 과정이 많았다고는 하나, 이창현이 보여준 저 한 발의 임팩트 하나만 놓고 본다면. 세계 어느 헌터의 하이라이트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채팅창에서 떠들던 시청자들이 놓친 것은 캐스터가 열심히 소리높여 대신 외치고 있었다.

[캐스터 : 이창현 선수를 필두로 한 한국 선수단! 지금껏 이 무대에서 한번도 이긴 적 없는 일본 팀을 상대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꺾어냅니다!]

심지어 그것이 끝도 아니었다.

[캐스터 : 심지어 국제무대에서도 꽤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7대 0의 퍼펙트 게임!!]

이번의 경기가 만든 것.

그건 한국 헌터스리그의 첫 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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