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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플레이어의 귀환-253화 (253/270)

253화 그 등 뒤엔

사실 경기전 룰이 당연히 7대 7 정규 헌터스리그 룰이었기에, 연습경기를 헌터 서바이벌로 한다는 점은 정말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베트남 팀 총괄이라는 사람이랑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내뱉고 있으니 수상할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이근택의 예감이 맞은 모양이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더 볼 필요도 없이, 헌터 서바이벌이라고 해놓고 마치 베트남 선수들끼리는 서로 못 본 것마냥, 싸움을 하지 않고 지나치고 있었다.

마치 팀이라고 먹은 것처럼.

‘호오…… 이렇게 나간다 이건가.’

이근택으로서 지금 궁금한 점은, 이렇게 해서 결국 이루려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

연습경기인 만큼 굳이 이긴다고 해서 큰 메리트는 없었다.

분명 본 경기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언가 얻어내기 위해 이 경기를 잡은 것일 텐데……

‘……!’

서로 눈치만 보며, 싸우지 않던 베트남 선수들이 무언가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듯 싶더니.

다들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창현이 있는 곳이었다.

***

‘하아…… 하이옌한테 이겼던 방법을 궁금해하고 있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노골적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면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것을, 우리가 노골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한국 선수를 데리고 오면서 마음을 바꿔먹은 것일까.

[꿰뚫는 눈]으로는 벽 너머에 숨어있는 것마저도 전부 보였지만, 마나차단로브를 낀 것인지, 꽤나 많은 베트남 선수들이 매복한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목표는 나 하나인 모양이었다.

‘전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조금 곤란하겠는데…….’

수가 많았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판단해야 했다.

아무래도, 내 능력을 캐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하려는 모양인데……

꽤나 많은 인원수가 필요한 공작이라도 있는 걸까?

뭐 아무튼, 그런 베트남 팀의 사정은 아무래도 좋았다.

서로 헌터 서바이벌 룰에 합의를 한 만큼.

그저, 경기를 할 뿐이니까.

예를 들면, 이렇게.

타앙!

순식간에 [마도공학무기변환]으로 변화시킨 저격총에서, 숨어있는 한 명의 베트남 선수에게 탄환이 날아간다.

완전히 숨어있다고 생각했는지, 상대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불의의 일격.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한 명의 선수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보이자 내가 낌새를 눈치채고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번엔 숨어있던 또 다른 베트남 선수가 나타나 나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

“……그나저나 어째, 한국 선수들밖에 없는 것 같은데.”

“베트남 애들도 우리처럼 그냥 적당히 싸우면서 우리나라 애들 노리고 있는 거 아니야?”

“팀먹고?”

강준혁의 물음에 같은 팀인 LTD의 이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 경기 제안할 때부터 팀에서 낌새 이상하다고 말 많았잖아. 웬 갑자기 헌터 서바이벌이냐면서.”

“뭔가 이 경기에 꿍꿍이가 있다는 거지?”

“그렇다고 할 수밖에. 안 그러면 베트남 녀석들이 그렇게 안 보일 수가 없다니까?”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강준혁이 지금껏 다니면서 쓰러뜨린 한국 선수는 3명. 그에 반해 베트남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아무리 이번 경기에 한국 선수가 많이 참가했다고 해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힘들었다.

“그건 그렇다 해도 꽤나 신명나게 싸우고 있는 곳도 몇 있나 본데…….”

아까 전부터 계속 한 쪽에서 느껴졌던 강한 마나의 파동.

이민석이라도 직접 누군가와 강하게 맞붙고 있는 것일까?

그건 알 수 없었지만……

베트남 팀의 팀원인지, 한국 팀의 팀원인지 모를 강력한 마나가 계속해 부딪히며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는 분명했다.

“가볼까?”

“그래.”

***

한편 PER의 이연주는 이번 헌터 서바이벌 경기에 참가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많았다.

능력이 더욱 강력해지고, 더 발전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여전히 일대일은 부담스러웠고, 무력적으로 강한 힘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가 삼았던 이번 헌터 서바이벌의 전술은 단 하나.

‘인비저블 클록이랑 마나차단로브…… 마을 옆에 숲이 있어서 다행이야.’

인조 건물에 비해 숲의 경우 비교적 인비저블 클록을 뒤집어 썼을 때 티가 잘 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이연주가 작은 건물들이 즐비한 마을 옆. 숲 필드로 이어지는 곳에 잠복하고 있을 무렵.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창현이……?’

이창현이 이 곳을 들린 것이었다.

그것을 보곤, 새롭게 얻은 능력으로 한 번 이창현에게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저번 윤한결 떄의 일을 기억하고 참는 것도 잠시.

전투가 벌어졌다.

이연주 자신과 마찬가지로, 분명 정교하게 숨어있을 베트남 선수가.

갑작스레 이창현이 바라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쏴버린 저격총에 일격사해버리고 말았으니, 그걸 전투라고 말하기엔 어려운 것일까?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었다.

분명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마치 태그매치처럼. 한 베트남 선수가 죽어나간 후 또 다른 베트남 선수가 등장해 연이은 전투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래서 문득 이상함을 느껴, 주변을 둘러보던 찰나.

이연주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숲이었고,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그것들을 자세히 보니, 마치 이연주 자신처럼 수많은 베트남 선수들이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모두가 이창현을 노리려는 듯.

‘팀이라도 먹었나…… 어쩌지? 나라도 창현이를 도와야 하나…….’

이연주의 고민이 길어졌다.

***

‘망설이고 있는 건가…….’

[꿰뚫는 눈] 탓에 숨어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이연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베트남 선수들이 팀 같은 걸 먹고 연이어 날 공격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인데…….’

아무래도 직접 같이 싸워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서포팅을 해주자니 일단은 개인전이고. 상대는 한 명씩 나오면서 그래도 개인전의 룰을 지키는 ‘척’하고 있으니 고민이 되는 것이겠지.

실제로 꽤나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긴 했다.

‘[꿰뚫는 눈]으로 숨은 녀석들이 다 보이지 않았다면, 어쩌다 베트남 선수만 계속 만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닌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자기들이 먼저 헌터 서바이벌을 제시한 녀석들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었다.

저격총으로 한 명을 쓰러뜨리자, 마치 지나가는 척 위장한 한 베트남 선수가 곧이어 달려들었다.

[꿰뚫는 눈]에 보인 녀석의 능력은 [옮겨붙는 화염].

‘불을 붙이는 능력인가?’

마구 불타는 무언가를 던지며 거리를 좁혀오는데, 아무래도 한 번 맞으면 아웃인. 그런 결의 능력인 것 같았다.

역시나 이제 무대가 국제무대여서 그런 것일까.

흔하게 넘어갈 법도 싶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선수조차. 강렬한 한 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헌터와 헌터의 싸움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본기와 디테일에서 먼저 싸움이 갈리는 법.

익숙한 공중전의 흐름으로 이끌어가며, 에어비트를 흩뿌며 공중기동하자 상대방의 공격이 쉽사리 닿지 않게 될 수 밖에 없고.

타앙!

중거리에서 권총으로 마나실드에 빗겨맞도록 맞추자, 그걸로 끝이었다.

‘확실히 이전보단 몸놀림이 더 좋아졌네.’

한국에서 랭크전으로 나름 특훈을 거쳤던 탓일까.

상대한테 1대1로 어느 정도 우위를 가져가려면 [마나전개]정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나도 과거의 내가 아니니까.

[만개]의 랭크가 이만큼이나 오르니, 개방하지 않아도 기본 스펙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베트남 녀석들도 똑같이 생각했던 것일까?

여전히 내 앞에 등장한 것은 베트남에서 유명한 주전을 꿰차고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지만……

‘꽤나 많은데?’

나름 헌터 서바이벌의 탈을 쓰며 개인전 이야기를 했던 녀석들이, 이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목적을 달성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속이려는 시늉도 하지 않고, 4명 가량이 동시에 나왔다.

‘물론 이거에 당할 것 같진 않지만.’

그런다고 한들. 베트남에서 유명세를 끌거나 메인급의 선수가 아닌 만큼, 지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물론, 헌터는 능력자고, 각성자인 만큼. 상대와의 숫자가 차이가 벌어질수록 능력의 개수 차이에서 오는 압도적 힘의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건 이젠 내게 큰 상관이 없었으니까.

땅을 뚫고 식물 넝쿨이 날 속박하기 위해 아래쪽에서 움직였으며, 한 놈은 내 뒤에서 메이스를.

그리고 또 한 명은 내가 피하리라 생각되는 경로에 마나가 깃든 투명한 실 같은 트랩을 장치하고 있었다.

역시나 한 팀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호흡과 움직임.

‘하지만…….’

에어비트를 밟으려던 발을 속박하려던 식물 넝쿨을, [완전한 몸]을 통해 다리를 비틀어 피한다.

그후, [마도공학무기변환]을 사용해 둔기로 메이스를 강하게 받아치고.

동시에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덮쳐오는 투명한 마나 실 트랩을 공중에서 림보하며 공중제비돌듯 유연하게 피하곤, [에테르 탄]을 이용해 대충 사격하고 궤도를 조정해 트랩을 맞춘다.

그걸로 상황은 깔끔하게 반전된다.

헌터가 기본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공격을 하는 순간이다.

자신이 때릴 수 있는 사정권이라는 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거기에 공격은 공격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방어의 수단이기도 한 만큼.

때리기 위해 주먹질을 휘두른 순간, 상대의 주먹을 막을 가드는 그만큼 사라지니까.

‘틈이 나왔네.’

반격은 순식간이었다.

공중전과 동시에 피하기 위해 공중전이 이어지고 있었던 찰나. 에어비트를 더 밟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리고 그 속도를 식물 덩쿨이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

땅바닥에 손을 대고 조종 중이던 녀석을 향해, 그들이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던 것을 한 방 쏴 주었다.

[마나실드], [마나 프로텍터]따위로는 막지 못할 ‘샷건’ 한 방을.

타아앙!

급하게 식물 덩굴로 방패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흔적도 없이 함께 날아가버렸을 뿐.

의미는 없었다.

그 이후, 뒤따라 근접전을 벌이던 메이스를 들고 쫓아오던 사내와, 막 달려드는 한 녀석에게.

각 손에 쥔 샷건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무……슨…….”

뭔가 방어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뭐…… 내가 알 바인가?

이 쓰러진 녀석은 헌터의 싸움들이 가위바위보 같은 전략싸움 같다고라도 생각했던 걸까?

‘실상은 네가 바위를 고르고 내가 가위를 골라도, 바위를 부숴버릴 만한 가위를 들고오는 녀석이 있는 헌터스리그인 것을…….’

한편, 그렇게 또 상황이 한 번 일단락 된 후.

이번에야말로 진짜였던 것일까?

“그 총…… 그 총으로 하이옌을 쓰러뜨린 건가?”

베트남 선수단의 대장격으로 보이던 녀석이 이번엔 진짜 자기 정규멤버를 통째로 이끌고 나타났다.

“헌터 서바이벌이라더니…… 아예 숨길 생각도 없나보군.”

“…….”

“속인 건 미안하게 생각한다만, 원한다면 추가로 연습경기를 잡아주든 뭐든 간에 답례를 하도록 하지. 쉽게는 안 가르쳐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그 능력…… 아니 그 총. 그것으로 쓰러뜨린 게 맞는 것인가?”

“글쎄.”

마나장비나 일반적인 무기를 개량하기라도 했다고 생각한 모양인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 능력을 알아낼 이 경기를 꾸몄는데 아직 무언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직접 물어보는 것일까?

“……대답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피를 흘리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차피 들킨 거 시원하게 말했으면 서로에게 더 좋았을 것을.”

그 말에 베트남 팀원 전체가 전투태세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금 폼이 상당히 올라왔다고는 해도, 베트남 팀 정규멤버 전원을 상대한다?

‘어찌저찌 몇 명은 처리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뭔가 내 능력을 깊숙이 알아낼 수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게릴라전이나 혹은 헌터서바이벌인 만큼, 무언가 꾀를 내어 싸워야 하나 싶었던 생각을 하고 있던 때.

“능력을 시원하게 말했으면, 베트남 팀만 좋은 것 아닌가? 서로에게 좋다니, 거 아무리 한국이 국제전에서 죽을 쑨다고 해도 너무 무례하고만~. 안 그래?”

어떻게 눈치를 챘던 것일까.

LTD의 이준서와 강준혁. 이민석을 비롯한 주요 한국인 선수 몇몇이 어이없다는 듯.

또는 불만스럽다는 듯 베트남 선수들을 바라보며, 해를 등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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